시골집 마당 한켠의 항아리에 된장이 익어갑니다.
담기만하고 미처 뜨질 못했는데
칠순 넘은 막내고모님이 오셔서 바지 둥둥 걷고 떠 주셨답니다.
고추씨 빻은 것 구해다 같이 버무리고
올해 장을 안 담으셨다길래 떠 가시라했더니
손이 오그라들어 못 퍼 가시나봅니다.
며칠 있다 전화가 옵니다.
얼마나 맛난지 물에 만 밥에 생된장을 찍어 먹으니 절로 넘어간다십니다.
고종 사촌 여동생이 쌈장하게 좀 달라는데
형제 자매 많은 그집에 너 줄게 어딨냐고 질렀다시는데
장이......많이 먹어 맛인가요.
얼마든 퍼 가시라했습니다.
우리 고모 찬통에 하나 덜어가시면서 된장은 얻어 먹는거 아니라고 기어이 이만원 주셨다는데
좀 전에 작년에 혼자되신 큰 고모님이 같이 시골에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뒤 늦게 형제분들이 모여 밤을 보내셨다는 소식에
나는 자주 못가는, 돈 들여 지은 집이 하나도 안 아깝고
우리 부모님 기뻐하시는 모습이 즐거워 절로 오후가 신이 납니다.
큰고모님 자식들을 잠시 떠나 이곳저곳 유유하시나 본데
어제 저녁에 된장찌개 드시고 달고 맛나다고 감탄하셨다네요.
덜어 가시라고 엄마가 통을 드리니
한종지 담으시더랍니다.
전화로 "너희들은 왜 이 맛난 걸 안 떠 간거야?
우리가 먼저 못 먹는다......" 하십니다.
사실 아직 우린 지난해 걸 먹고 있거든요.
누가 먼저 먹으면 어떤가요.
꾹꾹 눌러 담아주는 우리 엄마
막내 올케로 쉽게 살아오셨으니
그 정도 베풀수 있음이 행운이지요.
오늘 이 청명한 날씨에
바람도 선선할 그 곳에서
토종닭으로 점심 사 드시고
합이 300살은 넘는 노인네 넷이 모여 오수를 즐기는 중이시랍니다.
환율은 피를 마르게 하고
월말 결제는 할 곳이 쌓였지만
이렇게 나를 숨통 트이게 하는 일이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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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된장 왜 이렇게 맛난걸까?
나이듦 조회수 : 927
작성일 : 2010-05-26 16:47:21
IP : 210.221.xxx.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히히
'10.5.26 4:50 PM (203.232.xxx.45)읽으면서 절로 입가에 웃음이 감도네요.
오늘 하늘 색깔도 정말 멋져요.
좋은 날 꼭 오리라고 다짐 다짐 다짐...2. 저도 맛보고싶네요~
'10.5.26 5:07 PM (116.123.xxx.229)저도 한번 맛보고 싶어지는 글인데요~~
저도 엄마한테 된장 얻어다 먹는데요~~
된장을 그냥 얻어오는거 아닌거 오늘알았네요~3. ..
'10.5.26 5:07 PM (125.143.xxx.25)아! 정말...전 빨리 그런날이 왔음 소망하는...내 노후가 그렇게 평화로울수 있을까 두려운 30대중후반입니다^^...
4. ...
'10.5.26 8:12 PM (125.180.xxx.202)된장, 간장 잘되는 집은 복이 넘친다고 하쟎아요?^^
좋은 일만 있으실 건가봐요.
글만 봐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갑니다.^^5. ...
'10.5.26 8:20 PM (119.69.xxx.14)맛있는 된장 수소문해서 사서 먹고 사는데
사서 먹고 싶네요
그냥 찍어먹어도 맛있다면 찌개하면 굉장히 맛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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