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용서할 수 없는 남편...

복잡한 심정 조회수 : 7,264
작성일 : 2010-05-24 23:46:37
얼마전  아이랑 그냥 길을 걷다가 아무런 계기도 없이 갑자기 신이 내렸는지, 번개를 맞은듯이 어떤 생각이 번쩍 드는거예요. 제가 평소 눈치가 전혀 없고 관찰력도 없어요...
그런데 홍해가 갈라지고 흩어진 퍼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들더니, 갑자기 하나의 그림으로 딱 완성되는거예요.
무릎을 치면서 와 내가 정말 눈치라곤 없는 인간이구나 싶었어요.

평소 남의 칭찬은 커녕 남의 얘기도 안하던 남편이 갑자기 회사의 한 여직원 이야기를 자주 하기 시작하는거죠.
연예인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는 둥, (저 그 말에 어이상실. 그냥 뚱뚱하고 촌스럽고 평범한 직딩 아줌임) 아이를 너무 잘 키운다는 둥, 거기다 직장상사와 직원 사이에 오갈리 없는 지극히 사적인 개인 정보까지 다 알고 있는데다가, 입만 열면 칭찬이 늘어지는거죠. 저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저와는 정반대로 여성적이고 다감한 성격이라 아마 그런 점들이 어필한 듯 싶었어요.

남편은 7시면 들어오고 주말엔 아이와 놀아주고 친정에도 잘하는 가정적인 성격이예요.
제가 눈치라곤 먹고 죽을려고 해도 없는데, 작은 팁들이 자꾸 누적되다 보니 결국은 아무리 둔한 저라도 느낌이 온 것 같았어요. 하지만 증거도 없고....생활에 변화도 없는데다가 남편 성격상 크게 사고 친것 같지는 않고 연애감정이랍시고 회사 다니면서 살짝살짝 놀고 다니는 정도 인것 같아서 그냥 뒀어요. 저도 사회 생활하면서 보면 가끔 끌리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고지식해서 그러고 말지만요. 거기다 제가 성격상 핸드폰 뒤지고 옷가지 뒤지고 그런 열의와 정성이 없어요.
한번 슬쩍 물어는 봤지만, 당연히 말 취급도 안하더군요...

그런데 얼마후에 남편 회사에서 그 여자랑 마주쳤는데 정면으로 마주치니까 더 확실히 알겠더라구여. 뭐가 있다는 걸. 신기하게도 저를 불편해하고 쩔쩔맨다는게 딱 느껴졌어요. 저는 막상 마주치니까 담담한 기분이 들고 이상하게도 남편이 좋아하는 의자나 자켓 같은 걸 보는 기분이였어요.

웃기는 건 , 그동안 얘가 더 뚱뚱해진거죠. 제가 속으로 너 오래는 못 놀겠다 싶었는데 정말 얼마 지나니까  박수무당이 강림을 했는지 남편이 시들해졌다는걸 제가 알겠더라구요. 남편이 싫증을 쉽게 내는 성격인 데다가 여자 외모를 많이 따지고 여자가 생활의 때가 묻는 걸 싫어해요. 마누라랑은 달라야 하는데 만나다 보면 저도 밥 먹으면 입에서 냄새 나고 뭐도 끼고 했겠죠. - -

처음엔 이제 다 놀았냐...하고 쿨하게 터는 듯 싶었죠. 오래 살았는데 남편한테 뭐 구구절절 애틋한 것도 아니고.
평소에도 성격이 안 맞는 부분이 많아서 과연 이 사람과 의미있는 여생을 보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했었구여.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용서가 안되는거죠. 정이 가신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 이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요...그냥 감정이 싸악 차갑게 물이 마르듯이 가셔지는 거예요.
더 이상 전 같은 감정이 들지 않고, 그냥 안 쓰는 이불 착착 접어서 구석에 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딱 접어지더라구여. 속았다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 일 이후로 남편을 떠날 궁리만 해요. 그냥 어떤 적절한 시기에 서로 고통 없이 저절로 떨어진 것처럼 깨끗이 딱 떨어져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이런 감정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제 친구는 남편이 대놓고 바람 피우는데도 용서하고 잘 살아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IP : 121.130.xxx.5
3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있잖아요,
    '10.5.24 11:51 PM (203.234.xxx.122)

    원글님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맛깔나는 비유, 적확한 전달.
    도움되는 글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만, 원글님 썩 괜찮은 분일듯한 느낌이 들어요.

  • 2. 어쩜
    '10.5.25 12:01 AM (114.205.xxx.53)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시나요?
    완전 공감 200% 감정이입하며 글 읽었어요
    저또한 방법은 딱히...

  • 3. ...
    '10.5.25 12:11 AM (221.138.xxx.26)

    님... 남편이랑 진심으로 대화해보세요. 같이 심리상담도 받으시고... 그냥 그렇게 넘어갈 일은 아닐듯싶어서요....

  • 4. 글을...
    '10.5.25 12:24 AM (221.140.xxx.217)

    정말 잘쓰시네요. 내용보다는 글 읽어가는 재미로 쭉 내려왔네요.
    아마, 남편분 원글님의 무근한정이 많이 그리울꺼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상하지 않고요, 한동안 그렇게 개무시 하세요. 그래야 좀 시원해지지요

  • 5. 결론만 말한다면
    '10.5.25 12:24 AM (211.200.xxx.162)

    물증이 아닌 심증의 사건은 소화 시키시고 그냥 넘어 가셔요.
    물론 남의 일이니 이렇게 얘기 할수 있는 거겠지만요.
    디테일한 묘사가 오싹합니다 !!
    님의 능력이라 해야 할지 복잡함인지
    부부사이에서나 있을 수 있는 세심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 6.
    '10.5.25 12:33 AM (125.178.xxx.68)

    직장생활하다보면, 남녀를 떠나서 코드가 맞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죠. 그냥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떤 증거가 있는것도 아니구..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수도 있지않겠어요?

  • 7. 참맛
    '10.5.25 12:36 AM (121.151.xxx.53)

    잘 정리하셔서 책을 내셔도 되겟네요.
    강추합니다.

  • 8. ..
    '10.5.25 12:41 AM (116.41.xxx.49)

    원글님 성향따라 다를듯 합니다. 저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맘가는 대로 했네요..
    그러면서 인터넷의 정신과 사이트나 상담 사이트를 많이 봤어요.
    좋은 글도 많고 유사한 경우의 상담 사례나 좋게 변화된 사례가 많더라구요.

  • 9. 진짜
    '10.5.25 12:50 AM (115.41.xxx.10)

    저도 글 맛이 난다고 적으려 내려왔더니. 역시..
    원글님, 작가 하셔도 되겠어요.
    입에 착착 붙습니다. 진짜 그 쪽 일 하시는거 아닌가요?

    남편은.. 그냥 흘러가 보아요.
    가다보면 길이 보이겠지요.

    정황이고 느낌만이지, 실제로 본 것도 아니라서 ..
    그 때 확 뒤집어 보지 그러셨어요.

  • 10. 용서
    '10.5.25 9:35 AM (59.10.xxx.48)

    원글님 글을 남편에게 메일로 보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감정을 정말 잘 표현 하셨어요 아마 말로는 이렇게 표현 못 하실 거 같아요
    남편도 사람이니 아내에게 없는 이성의 매력에 잠깐 끌렸나 봅니다
    더 이상 발전된 거 아니니 괘쌤하지만..용서해 주세요
    그 뚱녀보다 원글님이 훨~씬 더 매력적이니 자신감 가지시구요

  • 11.
    '10.5.25 9:43 AM (221.143.xxx.92)

    하는 말들이 남편을 월급통장 이라 여기고 산다.....이지요...
    객관적으로 보기에....냉정하게 감정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시고...^^;
    남편과 나의 분리가 다음단계 같구요...
    그걸 인정하고 익숙해지는게 관건이구요....

    마음의 정이 있건 없건...이혼을 하건 안하건.... 바람을(?) 아는 척하건 안하건
    남편과 나를 이만큼의 거리로 떼어 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결론이 퐁~솟아오를 듯 해요...^^;;

  • 12. ...
    '10.5.25 11:08 AM (211.243.xxx.31)

    님..정말 글 잘 쓰시네요....쿨하게..

    저도 작년 님상황과 비슷한 일을 겪어 여기에 몇번 시도해 봤는데....
    주저리주저리 어찌나 늘어지는지
    ....몇번을 지우다 포기했습니다.

    그때 정말 남편에게 실망이 되던지요.......딱히 바람까지는 아니지만
    오고가며 달착지근한 감정 나누며 말장난에........
    급기야는 회식후 단둘이 술 한잔까지..
    정말 헤프디 헤픈 남편보며 어찌나 정내미가 떨어지던지..

    정말 딱 재수가 없더군요..
    님 글쓰신거 보니
    제가 다 속이 다 시원하네요..

    저랑 비슷한 상황에서 감정정리는 딱부러지게 잘 하시는게 부럽습니다.
    전 더 심적으로 매달리게 되더라구요...
    자존심은 엄청 상하는데...

    지금 당장 무슨 결론을 내는것 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되지 않을까요..
    굳이 서로 이혼할 필요는 없는거같고..

    남편으로부터의 정신적인 독립도 되구요..
    따라서 남편에게 너무 쿨해지겠죠..

    그 모습만 상상해도 전 너무 통쾌합니다..

  • 13. ..
    '10.5.25 6:14 PM (61.72.xxx.112)

    정말 글을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그래서 심각한 내용인데도 전혀 심각하게 느껴지지가 않아요.
    원글님 남편 성격이 딱 울남편이랑 비슷해서 울남편이 바람피면 딱 조런스탈로
    필것 같네요...--;;;;

  • 14. 가브리엘라
    '10.5.25 6:25 PM (220.87.xxx.144)

    "그냥 안 쓰는 이불 착착 접어서 구석에 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딱 접어지더라구여"

    이 말이 참 와닿네요.
    저는 정말 한참 지난 후에 뭔가를 알게 되었죠.
    무엇보다 괴로운 점이 100%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한 것,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보면서 즐긴 걸 생각하니 드는 모멸감을 극복하기 참 힘들었어요.

    님은 더이상 상처받지는 않을거 같네요.
    남편을 믿지 않으실테니까 믿음을 배신당하지 않을거잖아요.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속으로 경멸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거 같아요.
    인생은 고해가 맞네요.

  • 15. 씁쓸
    '10.5.25 6:30 PM (121.130.xxx.5)

    상대방은 일상에 활력을 주는 작은 재미로 시작한 일이겠지만, 믿음이 사라졌다는 점에서는 나가서 살림 차리고 일 크게 저지른 것과 별로 다를게 없는것 같아요...

  • 16. ..
    '10.5.25 6:46 PM (116.126.xxx.57)

    뭘 극복하나요? 쿨한척 다해 놓고서, 남편과 잘해보고 싶으셔서 그러나요? 그냥 헤어지세요. 사랑하지도 않는데 사는 거 서로에게 벌 아니던가요>

  • 17. ..님...
    '10.5.25 7:09 PM (124.49.xxx.91)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냥 헤어지기에 결혼이란 이름으로 묶인 것들이 너무 많아요. 양가 부모님들, 아이들, 함께 알고 지내는 친구들 등.....너무 찌질한 남편을 그래서 저도 지켜보고 있거든요. 일단 아이에게 나쁜 아빠는 아니니까, 견뎌봅니다. 저는 이 글 쓴 분과는 달리 아직 마음을 이불장 속에 넣지는 못했나봐요. 찌질한 놈...하고 제껴 놨다가도 가끔씩 열불이 납니다.
    언제 같이 차라도 한 잔 하면 좋겠는 글을 올리셨네요.

  • 18. caffreys
    '10.5.25 7:27 PM (203.237.xxx.223)

    "제가 성격상 핸드폰 뒤지고 옷가지 뒤지고 그런 열의와 정성이 없어요."
    여기서 한 번


    "막상 마주치니까 담담한 기분이 들고 이상하게도 남편이 좋아하는 의자나 자켓 같은 걸 보는 기분이였어요. "
    여기서 또 한 번


    "안 쓰는 이불 착착 접어서 구석에 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딱 접어지더라구여"
    여기서 또 또 한 번.

    맞아요. 넘흐넘흐 공감돼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기분 살면서 들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었어요.

    안 살 궁리는 정말 뭔가 사건이 강하게 터져야만 되는 듯해요.
    폭력이나, 대놓고 혼외정사를 한다거냐, 빚더미에 올려놓거나...
    그런 경우가 있는 경우여야 정말로 정말로 절박해져서
    집 구하고, 짐 싸서 나가고, 착착 진행이 되지,

    그냥 안쓰는 이불 처박아 둔 것처럼 마음이 착착 접힌 것 가지고는
    그 접힌 마음 속에 보이지 않는 버그 같은 그 가정이라는 굴레때문에
    일이 저질러지지 않죠.

    글 넘 잘써서 팔로우라도 하고 싶은데, 쓸쓸하고 남편 꼴비기싫은 날
    술이라도 한 잔 같이 하자 청하고 싶은데... 아이피라도 외워놓을까요?

  • 19. 와우~
    '10.5.25 7:39 PM (210.93.xxx.125)

    글을 너무 잘쓰셔서 이런내용이 아니면 정말 대박이셨을듯..
    내용이 배우자의부정에관한 얘긴데도 너무 재밌네요.. (죄송..ㅋ)

  • 20. dma..
    '10.5.25 8:22 PM (183.98.xxx.37)

    둔하다고는 쓰셨지만..원글님 글쓰는 것도 그렇고 표현하신 걸 보면
    절대 둔녀과는 아니신듯..남편분이 어리석으시네요.
    쿨한척 하다가 골병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남편분 잘못하신 거 맞으니
    원글님 정신건강을 위해서 하고싶은 말과 행동 다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21. 와우~
    '10.5.25 8:44 PM (220.88.xxx.254)

    일부러 로그인 했네요.
    정말 적절하게 똑 떨어지는 비유에
    복잡한 심정이 깔끔하게 전해집니다....

  • 22. .
    '10.5.25 8:45 PM (183.98.xxx.238)

    전 원글님이 둔한게 아니라 그런 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라고 읽혀졌어요.
    그리고 위에위에위에 댓글님..
    "그냥 안쓰는 이불 처박아 둔 것처럼 마음이 착착 접힌 것 가지고는
    그 접힌 마음 속에 보이지 않는 버그 같은 그 가정이라는 굴레때문에
    일이 저질러지지 않죠."
    정말 그렇죠. 이혼이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 사단이 나야 일이 진행이 되는거지 정 떨어진 거 갖곤..

    원글님, 어떻게 하면 이 감정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고 물으셨죠. 그런데요, 힘든 감정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아요.
    장조림에 간장 배어들듯 이미 마음속에 배어들었거든요.
    그 감정 그대로 마음속에 품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지워지며 그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 자체가 극복이라는군요.
    저는 남편이 외도를 하지는 않았지만 친정부모님이 이혼을 오히려 권유하실 정도로 힘든 일이 많았는데요,
    '극복이란..'에 대한 이 말을 듣고 나니, 그 감정 그대로 안고 살아왔던 저는 참 위안받은 듯한 느낌,
    그래, 인생이 그리 별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오히려 위로를 받았답니다. 그래 내가 잘 하고 있구나.. 하는 거 있죠.
    내가 지지리 못난 병진이어서 짠하고 털지 못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구요.

    힘든 상황에서는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감정의 극복'에 대한 환상이 있는 거 같아요. 인간에겐.
    내 마음속의 부담스러운 짐이 내려놓아지는.
    그런데 그런 건 없어요. 껴안고 웅크리고 있으면 서서히 아주 서서히 옅어지는 것, 그게 극복일지도 모릅니다.

    원글님 잘 사실 거 같아요. 저는 원글님과 다른 문제지만, 오늘 생각했어요.
    '저 남자가 내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줄 일은 이제 여간해선 없겠구나'
    정을 떼는 거죠.. 아니, 정이 떨어지는 거죠.
    누가 들으면 무슨 소설쓰냐 하겠지만 저한테는 저 혼자 생각해낸 이 말이 참,, 진실되게 여겨지더라구요.

  • 23. .
    '10.5.25 8:48 PM (183.98.xxx.238)

    참,, 저 남자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는데,,
    결혼 하고 나서도 저는 한동안 너무너무 행복했었거든요. 결혼을 안하고 있는 친구들한테 미안할 만큼..
    그런데.. 그런 아내였던 제가.. 이렇게 되었네요.. 정말 사랑스러운 아내이고 싶었는데, 그것도 쿵짝이 맞아야 되는거네요.

  • 24. 코스모스길
    '10.5.25 9:10 PM (124.51.xxx.216)

    박완서나 신경숙이 강림한것 같으네요..
    혹시 ....너는 누구세요?----??

  • 25. 그냥
    '10.5.25 9:14 PM (219.241.xxx.53)

    남편의 싫은점이 있습니다만
    삽니다.

    혼자인게 싫고 가족이었던 내 구성원들이 아깝고 소중해서요.
    그냥 삽니다.
    딱히 혼자 살아도 될 것 같지만 꼭 꼭
    지금보다 행복하거나 영화와 같은 기쁨과 축복??? 속에 살 것 같지않은 느낌에
    그냥 삽니다.

    좀더 젊었을 때에는 가방을 들고 나오면
    그 날이 내 너를 떠나는 날이다~~~ 하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커가는 아이들이 이쁘고 노모가 안쓰럽고 그래요.

    그냥 이불 한 쪽에 던져놓으신 듯 그렇게 편안하게 사세요.
    더도 덜도 아니게 그냥 그렇게 대하고 살고~ 그러다 가방들고 나오는 날이 끝나는 거지요...

  • 26.
    '10.5.25 9:43 PM (124.5.xxx.227)

    예전 남친들과 헤어질 때 그렇게 감정이 싹 정리되면서 헤어지곤 했어요.
    하지만 남편은 그렇게 감정이 정리된 후에도 계속 살고 있다는 거.
    스스로를 좀먹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마음 다스리면서 사느라 득도할 지경이예요.

  • 27. 세번째줄부터..
    '10.5.25 10:01 PM (210.219.xxx.222)

    정말 글을 재미있게 실감나게 쓰시네요
    어느 분의 이멜을 보내보시라는 의견에 한표 던지구요^^
    그럼 당장 반성하고 원글님께로..
    그럼 접었던 이불 다시 펴시고 ㅋㅋ
    웃어서 죄송하지만
    넘 귀여우셔서 웃음이 어찌 그치질 않는지..

  • 28. .
    '10.5.25 10:12 PM (183.98.xxx.238)

    가장 가까운 사람을 미워하고 경멸하며 사는 고통.. 정말 와닿는 말이군요.
    한때는 그래도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인생 참 얄궂어요.

  • 29. .
    '10.5.25 10:14 PM (125.177.xxx.223)

    글을 정말 잘 쓴다는 느낌이었는데, 다른분들도 다르지 않네요.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는게 아무나 되나요.
    사각사각 잘 빨아 말려진 하얀 이불호청 같은 느낌의 와이프랑 살다가
    알록달록 무늬들어간 나이롱에 눈길이 갔었나분데,,, 참,,, 남자들 어리석죠.
    어떻게 정리를 하셔도 잘 하실분 같아요. 그저 원글님 마음의 평안을 바랍니다.

  • 30. 님의
    '10.5.25 10:31 PM (59.23.xxx.159)

    복잡 미묘한 감정 다 읽혀져요.
    저도 남편을 태산처럼 믿고 산 시절이 있지만 지금은 무늬만 부부일뿐.
    속은 남남된지 오래입니다.이혼이라는 협약을 거쳐야 남이 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구질구질하게 한 집에 산다는 게 너무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나이에 몸이 헤여져 있다고 당장 이 생활보다 더 나을것 같지도 않아서 고개 처박고 살고는 있습니다.
    아들이 결혼한 이후에나 어찌 해봐야 되는지.끝나지 않는 궁리만 계속합니다.

  • 31. --
    '10.5.25 10:48 PM (115.41.xxx.250)

    우울한 내용만 아니면 어찌 이리 글을 잘 쓰느느지 묻고 싶습니다.

  • 32. ...
    '10.5.25 11:01 PM (59.86.xxx.42)

    어머 정말 글 너무 잘 쓰세요....
    머리에 쏙쏙..앞으로 닉넴을 82쿡의김수현으로 하세요.

    님은 심각하실텐데 전 그저 감탄만 하고 가네요.
    정리도 잘 하실 것 같아요.

  • 33. .
    '10.5.25 11:16 PM (59.25.xxx.132)

    글을 다들 잘쓴다고 하시는데...
    음...뭐 그냥 그닥....ㅋㅋ 죄송해요 원글님

    그나저나 그냥 심증아니에요?
    일찍 들어와서 아이도 잘봐주고 하는 남편이라면서요.
    그럼 회사에서 둘이 그렇고 그런???
    그냥 내용만 봐서는 굉장한 일로 보이진 않아서요.
    제 말이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구요.
    그냥 글 내용만 보고 드리는 말씀이에요.

  • 34. ...
    '10.5.26 12:30 AM (121.129.xxx.234)

    전... 글솜씨에 감격하기 보다는...
    넘겨짚고 상처입고 혼자 이별 연습하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 나약해보여.. 솔직히 좀 짜증이 났어요...
    상처받았으면서 무덤덤한척 감정이 메말랐다면서도 이별을 꿈꾸는 복수를 공상으로라도 하지 않고는 힘드셔서 '극복'을 원하고 계시잖아요
    사람이 살다보면 다른 이성에게 호감도 가고 정도 들 수 있어요..그저 행동에 옮기느냐 그렇지 않느냐 뿐이겠지요...
    그리고 또한 그 깊이도 아마 원글님 표현대로 기웃거려본 재킷 같은 것이겠지요...
    원글님은 이제 원글님 인생을 사세요... 책임을 다하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누리고...
    구대성의 말이 생각나요..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니까... 한사람이랑 평생을 해로한다는 것 자체가 도닦는 일이지요...
    우리는 모두가 구도자.. 아닌가요?
    사랑은 책임이에요...
    우리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책임을 다할수 밖에 없게 만들지 않나요
    객관적으로 아이아 반할만큼 이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양육하지 않지요
    아이를 책임지고 양육하는 것 자체가 정말로 '위대한' 사랑의 증거지요
    남편이 나에게 홀릭하지 않았다고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내곁에 살고 나외에 다른 이성에게 배타성을 세상에 선포하고
    사실은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곁을 지키고 서로를 부양하고 남루해보일지언정 하루하루의 사생활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사실은 기적이고 위대한 사랑이에요..
    겉에 잠시 걸치는 요란한 재킷과는 설사 감정적으로라도 단 1초도 같은 무게를 견줄 것이 아니니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5743 유시민님 후원금 현재 5억원.(5월 24일 현재)계속 업데이트 중! <2> 6 82에서 간.. 2010/05/25 944
545742 언니가 결혼하는데 뭘 입어야 될지 모르겠어요 10 궁금이 2010/05/25 884
545741 알라딘에서 중고책 팔때요 ~ 3 알라딘 2010/05/25 678
545740 양념정리 관련해서 올라오는 것 보니 트롤리가 갖고 싶은데.(코스트코 자주 가시는 분 봐주세.. .,. 2010/05/25 637
545739 전교조 위원장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11 깍뚜기 2010/05/25 483
545738 모유수유하시는 분들...가족들끼리 있으면 그냥 하시는지요????? 32 내가 이상한.. 2010/05/25 2,685
545737 마포구청장 후보 중 국민참여당의 김철 후보... 7 .... 2010/05/25 645
545736 제동.. 아름다움을 말하다.. 3 원더풀 2010/05/25 668
545735 다이어트패치 혹시 부작용에 대해 아시는 분 양배추 2010/05/25 433
545734 옷 좀 골라주세요~대기중 5 아 고민~ 2010/05/25 805
545733 레벨 조정... 4 비타돈 2010/05/25 316
545732 닭가슴살 샐러드 도시락을 맛있게 만드는 법이 무엇일까요? 4 난나야 2010/05/25 1,179
545731 사진만 보세요. 샤프 씨와 스티븐슨 여사의 잘나온 사진 7 거기에 왜 .. 2010/05/25 1,300
545730 이명박이 10만원준대요 2 ggg 2010/05/25 1,015
545729 부모님의 사이가 좋은 화목한 가정이셨나요 ?? 10 다음 生에는.. 2010/05/25 1,908
545728 82회원 여러분 - 애 새끼들 잘 훈련시키기 바랍니다. 8 은실비 2010/05/25 1,856
545727 단국대학생들 "모범시민"이 만든 유시민 유세동영상 (펌) 5 아자아자 2010/05/24 712
545726 어찌나 똑똑한 남편을 뒀는지....ㅠㅠ 38 고무오리 2010/05/24 12,380
545725 요즘 김제동이 장동건보다 더 잘생겨보이고.. 21 김제동 2010/05/24 1,443
545724 흔히 말하는 권리금이 제 말 중에 '전자'입니까? '후자'입니까? 4 ㅇㅇ 2010/05/24 552
545723 걱정마라~ 내 찍어 주께!! 3 식당에서 2010/05/24 709
545722 윗층 킹콩걸음 어케할까요??? 7 층간소음 2010/05/24 898
545721 용서할 수 없는 남편... 34 복잡한 심정.. 2010/05/24 7,264
545720 장터에서 거래시 .. 7 장터 2010/05/24 689
545719 나만 그런가요?동이 점 재미있어요~ 3 동이 2010/05/24 880
545718 일당백의 정신으로 열흘 정도 뛰어주세요...서울경기주부님들!!!! 7 대구맘 2010/05/24 583
545717 고등,대학생 자녀 있으신 분들께 질문드려요. 5 중학교고민 2010/05/24 940
545716 신촌에서 수원화성 가는 법 6 궁그미 2010/05/24 1,485
545715 한나라 ‘천안함 선거활용’ 대외비 문건 / 송영길, '한나라당 北風 문건' 폭로 (종합.. 2 세우실 2010/05/24 376
545714 아가들 이유식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12 궁금이 2010/05/24 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