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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도 생활에 대해서...

70년도 조회수 : 977
작성일 : 2010-01-08 01:03:59
전 73년생인데요. 서울의 아주 허름한 지역에서 자랐어요.
그때를 기억하면 참 동네가 지저분하고, 가끔 tv에 나오는 허름한 달동네 이미지가 나요.
동네 친구집에 가면 죄다 방하나 아니면 두개 있고, 화장실은 재래식이며, 부엌도 아궁이 있고, 곤로라는 기계있고, 세탁기는 없는 집이 더 많고,,, 그랬는데 학교에 가니 대부분이 비슷은 했는데 학교옆에 당시에 우리동네 유일의 아파트가 있었어요. 5층짜리 아파트였는데 진짜 부의 상징같은 존재였어요.
거기 산다고 하면 잘사는 집 아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실제로 거기 사는 아이들 죄다 옷도 잘입고,공부도 잘하고 그랬어요. 제가 초등학교다닐 당시에는 공부를 좀 (ㅋㅋ)잘했어요. 그래서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자꾸 친구하려고 집에 놀러오라고 해서 1학년때 첨으로 아파트에 사는 친구집에 갔다가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었죠.
그 아파트가 그리 크지 않은 평수임에도 친구방에 있는 피아노,침대,책상, 그리고 진열된 인형들...
거실에 쇼파. 식탁, 그리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거실탁자 유리속 밑에 깔려있던 수많은 외국화폐와 동전들....
방하나를 통째로 친구 옷방으로 쓰고 있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너무너무 부러워 집에 돌아오면서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가 막 싫어졌던 기억이 나네요.

그당시 제 주변에 친척중에 비교적 잘산다고 하는 집에 가봐도 집은 아파트지만, 그렇게 아이방 통째로 옷방으로 주는 집은 없었는데,,,
그 친구말고도 학년에 올라가면서 자주 거기사는 다른 친구집에 갔었어요.
그때마다 정말 나와는 다르게 살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얼마나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당시 저는 내 책상하나 없이 살고 있었는데 그렇게 좋은 책상에 공부방까지 있는 친구를 보면서 그런곳에 하루종일 살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제가 살던 동네는 정말 못하는 동네였는데, 80년도에 그정도 살면 잘살았던거 맞죠? 아님 제가 너무 못살아서 서울 보통은 그정도 사는데 제가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낀걸까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 아파트 살던 친구들 동네도 정말 후지고, 못사는곳에 있었는데 너무너무 부자처럼 느껴지는겁니다.
81년도에 아파트 살면서 집에 자동차, 피아노, 침대,쇼파,등등 갖추고 살았음 잘산거 맞죠?
IP : 121.143.xxx.10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72
    '10.1.8 1:22 AM (61.102.xxx.82)

    저도 그냥 그런 동네에서 그냥 그렇게 살던 시절에
    대기업 임원 지내시다 병으로 돌아가신 사촌큰아버님 댁에 놀러 갔었어요.
    그집 언니 오빠들이랑 큰어머니가 절 너무 이뻐 하셨거든요.

    그게 여의도의 한 아파트 였는데 지금에야 그닥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아파트가 흔한 시절도 아니었고 여의도면 정말 괜찮은곳이었거든요.

    아직도 기억 나는 문화적 충격중 한가지는 보리차대신 홍차를 식수로 마신다는 거였지요.
    처음 마셔본 홍차맛은 참 별루 였던걸로 기억 해요. 색이 붉은 홍차를 마시라고 주는데
    보리차 먹고 싶다고 울었던 기억도 나고요.
    외국 생활 많이 하셨던 큰어머님이 스테이크를 해주셨는데 제가 고기를 안먹던 아이 였기 때문에 무척 당황 하셨던 기억도 나구요.

    오빠 방에 있던 커다란 천체망원경도 기억 나고 그집 언니가 저 이쁘다고 데리고 나가서
    마론인형 옷을 여러벌 사주었는데 (생각 해보면 언니도 그때 많아봐야 고등학생이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은 연락이 끊어져서요.) 그걸 꼭 손에 들고 아빠랑 버스타고 오다가 졸아서 버스에 놓고 내려서 그 인형 옷때문에 몇날몇일을 울고 불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다음에 또 한번 놀러 갔었는데 오빠가 저한테 별자리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처음 갔을때가 유치원때 였던걸로 기억하고 그 다음은 초등학교 1-2학년때였거든요.
    제가 책을 참 좋아 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오빠가 저에게 읽으라고
    별자리신화책을 주었던 기억도 나요. 아주 오래오래 반복해서 여러번 읽었었죠.

    그렇게 자란 오빠는 소문에 들으니 하버드대학에 가서 공부 하고 한국에 와서 서울대 교수를 한다던가? 했던것이 마지막 들었던 이야기고요.
    집안에 서로 얽힌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그댁 하고는 인연이 끊어졌는데
    그래도 아련한 기억속에 이쁜 홈웨어 입고 우아하게 아줌마랑 밥 차려주시던 큰엄마며
    고급스럽던 집장식들이며가 아주 기억에 남네요.

  • 2. 공무원
    '10.1.8 2:17 AM (211.187.xxx.39)

    아버지가 공무원이라 반포 아파트 입주하고 싶으면 입주 할 수 있었어요.
    강북의 단독이었으니 아파트 가격이 그리 높지 않았겠지요.
    공무원이라 무척 아껴서 생활했거든요.
    81년도면 방4인 단독을 다 쓸때쯤이네요.
    그전에 방2.....1개는 세를 줬었구요.

    잠실 장미나 압구정 현대쯤은 잘 산다고 했던거 같네요.
    32평이 아니라 50, 60평대들 많잖아요.
    친구중에도 있었고..

    그 당시 피아노 배우고, 차 있고 그러면 거의 사립초 다니거나 왠만큼 살던 집이라고 봐야겠지요.

    님 기억처럼 재래식 아궁이에..곤로에..점차 나아졌지요.
    정말 발빠른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84학번인데도 약 70명인 국민학교 한반에서 3,4명이 중학교 진학을 못한 걸로 기억하거든요.
    친구 언니도 1년 쉬고 중학교 갔구요.

    저 중학교 졸업할 때 상위권(연합고사는 반에서 1등) 이였지만, 여상가라고 압력이 심했구요.
    어찌하여 그냥 인문계 갔구요.

  • 3. 저도 73
    '10.1.8 2:36 AM (119.149.xxx.105)

    지방 중소도시에서 자랐는데
    모.. 그때도 피아노있고 지 방있고 일하는 언니 방 따로 있는 집은 부잣집 소리 들었죠.
    울동네 역시 산동네 극빈층과 바로 옆에 삭 갈아엎고 들어선 새아파트들(그래봐야 5층^^)이 공존하는 소셜 믹스지역이었걸랑요.
    저야 뭐 푸세식 화장실에 마당 중심으로 집들이 쭈욱 늘어선 아주 작은 다세대, 그 중 한 단칸방에서 다섯 가족이 함꼐 살던 상황이었지만, 친구네 가면 방이 네 개인집도 있고
    다섯 개인 집도 있고 하여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게 어느 집에 놀러갔더니, 엄마가 여동생(내 친구)랑 오빠가 싸우는데도 때리지도 않고(우리집은 싸우면 바루 주먹), 말로 막 "얘들아, 이거 먹고 기분풀어. 반죽이 뒤집어도 안떨어진다???" 막 이럼서 신기한 음식을 만들어 내오대요. 그게 바로 난생 처음 먹어본 핫케이크.

    하여간 그땐 걘 세상에서 젤 행복한 공부같고 내가 저 집만 들어가 살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고 그랬는데...
    30년 지난 뒤엔 요즘 찾아간 친정 모습이 그래요. 그쪽 아파튼 워낙 부지가 좁아 뭘 새로 짓기도 애매한. 울 집쪽은 합동 계발로 뭘 한대마.
    지금 그 선망의 대상이던 아파트 주민으로 사는 분들은 모두 그때 그 귀퉁이서 구두방하던 아저씨, 세탁소 하던 아줌마.
    그 아파트서 그때 살던 애들은 저랑 다 같이 대입치르고 서울 와서 압구정 현대 아파트 전세 살면서 의사랑 결혼했고, 하나는 반포사는데 남편이 국제변호사 뭐 다들 그러네요.

    ... 그냥 웃어봅니다^^

  • 4. 으이구
    '10.1.8 2:41 AM (115.136.xxx.48)

    울엄마 아빠도 강남에 아파트좀 사두시지..쩝..
    지역에 따라 하늘과 땅이네요..
    74년생입니당..
    울집도 서울인데.. 방4개 중 1개는 문간방으로 세놓고..화장실 별도로 있고
    마당도 있고..작은 연못도 있고.. 화장실은 수세식으로 집안에 있었고..

    차는 중학교때 샀구요.. 피아노는 없었고.. 방은 저는 언니랑 오빠는 독방..
    이랬는데.. 쩝..

    지금은 그냥 그집 팔고 그동네 40평대 아파트 사셨어요.. 아파트 값은 강남에 비하면.. 월세수준이죠..

    아무튼 원글님 친구네는 잘사는 거였을듯..

  • 5. 71
    '10.1.8 10:06 AM (59.10.xxx.69)

    아파트 이름도 기억나요..홍진아파트..^^ 인천의 계산동에 유일한 아파트였는데, 초 4학년때인가 친구집에 놀러갔더니 자기 아빠는 커피를 한방울씩 내려 마신다며 보는것도 지루하다고..그게 사이폰 커피였는가봐요 ㅎㅎ 그리고 그때 뽑기는 거의 연탄불에 하곤 했지요. 그 친구 집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간거였는데 가스불을 그때 처음 본거 같아요. 그 아파트 놀이터에 미끄럼틀은 도끼다시(학교 복도 같은 재질 시멘트?) 로 만들어진거였는데 너무 재밌어서 가끔 갔었어요...그 아파트를 아주 오래 지난 후 가보니....정말 작은 아파트였더랬는데..

    거기 살던 바이올린 잘 켜던 한 친구는 제게 물어보더라구요.
    너희집은 카드 어디꺼 써? 우리는 신세계백화점 카드 쓰거든..

    부평백화점밖에 몰랐고, 카드..크레딧 카드도 몰랐던 시절.

  • 6. 71
    '10.1.8 10:11 AM (59.10.xxx.69)

    그때 6학년 우리반 66명중에 중학교 못간 아이가 두명 있었는데..그중 한아이 얼굴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요. 남자아이였는데 지금생각하면 너무너무 귀여운 아이인데..신문돌리고 해도 못갔던 그 아이, 아마 열심히 해서 어딘가에서 잘 자리 잡고 살고 있겠지요?

    나쁜 담임이 6학년 마지막 시험볼때 시험지 한장 모자란다고 그 아이는 공부를 제법 했기에 시험치르게 해주고 약간 얼띠었던 아이에겐 어짜피 중학교 안갈거니까 시험 안봐도 된다고 했던 생각도 나네요..

    그애에게는 맨날 담배심부름 시키고...어휴..지금이라면 꿈도 못꿀 얘기들이죠?

    인천이었지만, 저는 논길 걸어서 포도밭 과수원 지나고 국수공장 지나서 30여분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어요. 5~6학년때쯤 한참 개발이 되어 큰 슈퍼도 생기고...10% 깎아주니까 50원 내고 바나나맛 하드를 사먹으면 5원 거슬러주던것도 생각나네요. ㅎㅎㅎ

  • 7. 나도 71
    '10.1.8 12:11 PM (222.98.xxx.178)

    아빠가 공무원이셨는데 엄마가 워낙 짜고 살림 잘한다고 소문이 났어요.(본인 애들옷 다 만들어 입음)
    초등들어갈 무렵 빌라에 살았고 80년대엔 2층단독으로 이사와서 아랫층 세주고 살았고 큰딸이라고 엄마가 피아노도 사줬네요.
    곤로는 70년대 말까지 쓰고 80년대 들어서는 가스레인지 썼고요. 80년대 되면서 칼라티비 나왔는데 엄마가 흑백티비 멀쩡하다고 버티면서 남들보다 2~3년 있다가 바꾼 기억이 나요.
    가정집 전화도 70년대 후반부터 놓이기 시작했고요. 전화 신청하고 2~3년 기다렸던 기억이 나요.
    중학교 못간 친구는 없었는것 같은데...고등학교 갈때 시험봐서 공부 못한 애들 상고 공고 가기는 했지요. 한반에 70명까지도 있어봤습니다.

    앞집에 동네 유일하게 집앞에 자동차가 서있던 집이 있었는데 나중에 같은반이 되어서 그 집에 가봤더니 대문 들어서서 좁은 길따라 조금 들어서니 잔디깔린 마당에 하얀 테이블과 의자....거의 충격적이었어요.(거실의 등나무 소파도 충격적ㅎㅎ)

    또 하나 충격적인건 잘 사는 사촌언니 집에 생일이라고 초대되어서 갔는데(77년도에요. 너무나 기억이 확실해서)
    저 그날 파인애플 (그것도 위에 잎사귀 달린거) 처음 봤어요.
    그거 보고 도대체 어떻게 껍질을 잘라 먹는건지 궁금했는데 케잌 자르는거 보느라 못봐서 그 뒤에도 두고두고 궁금해하다가 일본 만화에서 저랑 똑같은 상황에 처해서 온가족이 파인애플먹는법 알아내는거보고 무릎을 치고 감탄했어요. 옛날 일본도 우리랑 똑같았구나하고요.
    그 날 치즈(요즘 흔한 슬라이스 치즈)도 처음 먹어봤고(맛이 요상하던데 사촌동생은 맛있다고 잘 먹더군요.) 햄인지 살라미인지 가물한데 그것도 첨 봤어요.

    생각해보면 참 격변의 시기에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가 제가 태어났을땐 티비가 없었데요. 연탄 아궁이에 큰 물솥 걸어두고 곤로로 밥해먹고 마당 펌프로 빨래하는 집에 살았다고 하니까요.
    어려서 한 대여섯살쯤에 목욕탕에서 당시 유니나 샴푸(주황색 긴 원통형)뒤집으면 공기방울이 위로 떠오르고 또 뒤집으면 또 그러고 한참 그러고 놀던 생각이 나서 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그런것도 기억나냐고...그 전에 샴푸가 없었다는 말씀도 하시네요.
    피아노도 79년도 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이것도 사촌언니가 먼저 배우니 따라배웠음.ㅎㅎ) 나중에 입사동기하고 이야기 해보니 그 친구는 지방출신인데 그쪽은 아예 피아노 학원 같은건 없었다고 하고요.
    같은 시기라도 지역마다 차이도 크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 8. 저는 75
    '10.1.8 1:17 PM (114.206.xxx.125)

    저는 지방대도시에서 나고 자랐는데 2층단독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에서 살았어요. 2층은 세주고 1층에 저희 가족이 살았어요. 6학년때 이사가기 전까지 그집에서 살았는데 연탄아궁이 있던거 기억나고 피아노, 가스렌지, 전자렌지, 침대, 소파, 비디오 이런 거 다 있었어요. 근데 저희는 아버지가 교사셨지만 넉넉하게 사시던 조부모덕에 많이 누리고 살았던 거 같아요.

    82년도에 막내동생이 태어났는데 엄마가 급할 때 먹인다고 거버 이유식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던 거 기억나요. 그걸 둘째동생이랑 저랑 맛있다고 몇개 먹기도 했어요. 부엌 식탁에 네슬레 가루 이유식도 있었는데 그것도 숟가락으로 퍼먹고 몰래 닫아놓기도 했어요. 엄마가 남대문 시장 같은 미제물건 파는 시장에 가서 초콜렛이며 이것 저것 잘 사오셨는데 저는 아무 생각없이 먹었어요.

    85년도에 영국으로 파견나가셨던 고모부 가족이 귀국해서 서울에 놀러갔다가 영국에서 가져 온 물건보고 깜짝 놀랐어요. 가스오븐레인지며 드럼세탁기, 너무 너무 예쁜 장난감들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네요. ㅋㅋ. 그때 처음 시리얼에 우유부어 먹어봤어요. 신기했던 레고 장난감 이야기 하니 고향 친구들이 그런 게 있냐며 다들 눈을 반짝 반짝 하더라구요.

    지금은 형제들이 다들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고향에 살고 계세요. 피아노도 여전히 그대로 있고 저 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샀던 보루네오 6인용 식탁도 그대로 쓰시고 초등학교 3학년때 샀던 전자레인지를 아직 돌아가고 그때 쓰던 소니 비디오도 가지고 계세요. 참...신기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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