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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짜게 먹으려는 남편.
아침식사로 멸치국물 진하게 우려서 끓여주는 떡국을 좋아하거든요.
듬뿍 올려 달라는 고명 고기도 갈아놓은것 사지않고 장터에서 ++등급의 한우 사다가 직접 가늘게 채 썰어서 정성들여 만들어서 지퍼백에 냉동시켰다가 아침에 뜨거운 멸치육수에 녹여서 얹어주는데 항상 간이 문제에요.
제 입에 맞게 해주면 싱겁다고 하기때문에 - 간이 하나도 안되어있다고 하지요 - 제 입에 짜게 간을 해주는데,
오늘 아침엔 제입에 맞는 정도로 간이 되었나봐요. 싱겁다고 해서 국간장을 조금 넣어줬어요.
그리고 돌아서서 후식 과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맛이 없어서 도저히 먹을수가 없다' 며 짜증을 내더군요.
그래서 저는 평소보다 육수가 조금 연하게 된것이 생각나서 '육수가 연해서 그런가보다. 그럼 밥 줄테니 잠시만 기다려.' 해놓고 납작하게 얼려놓은 불고기 잰것 급하게 스탠팬에 볶고 냉장고에 있던 밥도 렌지에 돌리고 바쁘게 하고 있는데 가만 있더니 '간장을 나한테 줘' 그러더군요.
그래서 국간장병을 줬더니 밥숟갈로 한숟갈을 국그릇에 넣더라구요. 흘깃 보니 이미 떡국 색이 블랙커피색..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참고 있었어요. 어디 한번 먹어봐라. 싶어서.
두어숟갈 먹더니 '너무 짜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러게 밥 준다고 좀만 기다리라는데 왜 간장을 더 넣어서 나도 못먹게 하구 성질을 내는거야.." 하면서 볶은 불고기를 내어줬어요.
그랬더니 밥은 안먹고 후식과일을 집어먹네요.
그래서 '밥을 좀 먹지~' 했더니 '고기 먹기 싫어' -.-;;;
이 사람. 평소에 육식인간, 특히나 한우고기 대마왕이에요
지붕뚫고 하이킥에 해리를 능가하는 고기쟁이.
그래도 저, 좋은 목소리로 '먹기 싫어도 좀 먹어야지. 떡국 두 숟갈 먹고 가면 안되잖아. 얼마전에 자기가 맛있다고 먹었던 그 고기 반잘라 얼렸던거야' 했더니 세숟갈 먹더라구요.
평소엔 옷입을때 머리도 만져주고, 코트도 입혀주는데, 오늘은 양치하는동안 입을 옷이며 양말 등등 챙겨서 쫙 순서대로 꺼내놓고 생강차 한잔 타서 방에 쏙 들어와서 혼자 앉아 마시면서 분을 삭혔네요.남편이 새벽에 출근하면 점심시간까지는 간식먹을 시간도 없이 육체노동+정신노동을 하는 직업이라 안먹고 가면 몸 상할까봐 나름 꾸욱~ 참은거랍니다.
나갈때도 안보일때까지 보고 있다가 문 닫는데 (복도식 ) 오늘은 두어발 떼길래 문 닫아버렸어요.
살짝 닫았지만 번호키라 닫히면 삐리리~ 하니까 자기도 알았을거에요.
제가 겉으로 성질을 안내니까 나갈때 '다녀올께' 하고 말은 하네요.
보내놓고 불고기 볶은거랑 잘익은 깍두기랑 맛나게 밥 한그릇 뚝딱 먹고 커피한잔 만들어 앉았어요.
저, 건강하게 살려구 저도 잘 챙겨먹거든요. 그래야 늙어서 복수하지요.
결혼 11년. 그 중 맞벌이 10년 하면서도 한번도 새벽밥 굶긴적 없는데, 이제 전업인데 잘 참았죠?
늙으면 이 생색 다 내줄거에요. 곰국 한통 끓여놓고 여행 확 가버리고, 등등등...
치밀어 오르던 분노가 글 쓰고 나니 조금 가라앉네요. 에휴...
1. ㅋㅋ
'09.12.9 7:35 AM (121.55.xxx.86)원글님 착한 분이시네요.
저는 남편이 저에게 쪼~금이라도 화내는걸 잘 못참는답니다.아니 큰소리내는것도 제가 기겁합니다.
저요?큰소리 대마왕이죠.
화도 무진장 잘 내죠.ㅎㅎ
원글님보고 배워갑니다.
남편이 출근하면서 본인더러 그럴겁니다.
아우~~이눔의 성질머리..아내분이 잘 참아주는것 또한 속으로 잘 알겁니다.2. ㅎㅎ
'09.12.9 8:52 AM (123.248.xxx.19)짜게 먹는 것 많이 걱정되겠어요
그렇다면 국간장,소금을 유기농간장, 소금(천일염으로볶은소금)을 사용 해보세요
화학처리 된소금(특히중국산)을 많이 먹게되면 안 좋은거 같아요3. 늙을때까지
'09.12.9 9:15 AM (115.178.xxx.253)기다리지마시고 저녁에 이러저러했다 라고 담담하게 얘기하세요..
늙을때 까지도 재미나게 살아야지요..
그냥 담담하게 얘기하면 남편분도 잘 이해하고 좀 싱겁게 먹으려고
하실분 같습니다.4. 간장국
'09.12.9 12:19 PM (121.165.xxx.121)ㅋㅋ님 저희남편도 성질을 확 내진 않아요. 약간, 아주 약간의 짜증섞인 말투? 랄까요.
둘 다 짜증섞어서 얘기하는 편이 아니라 조금만 말투가 딱딱해져도 썰렁~...ㅎㅎ
ㅎㅎ님 맞아요. 장류는 다 좋은재료로 친정에서 공수, 소금도 신안소금 3년이상 간수뺀것, 진간장은 샘표국산콩간장으로만 산답니다. 옷값은 아끼고 먹거리는 조금씩 고급으로 하고 있어요^^
늙을때까지님. 저희 둘은 대화라면 정말 많이 갖은 얘길 다 해요.
근데 간은 정말 대화로 맞춰지는게 아니더라구요. 아, 정말 짜게 먹는것만 빼면 백점짜리 남편인데 말이죠^^ 늙어서 꼭 복수할거에요.ㅋㅋㅋ5. ㅋ
'09.12.9 12:25 PM (58.227.xxx.121)저기 제일 위에 댓글단 ㅋㅋ님.. 저희 부부랑 똑같아요.
저도 큰소리 대마왕인 주제에 남편 큰소리 내는 꼴은 죽어도 못봅니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큰소리 내놓고 나면 항상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원글님 남편도 아마 오늘 하루종일 마음이 찜찜하고 미안하고 그랬얼거예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