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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님의 '담쟁이'를 아시나요

버스정류장에서 조회수 : 461
작성일 : 2009-12-02 01:29:10
저 아래 마종기님의 시를 보니 떠오르는 시가 있어요. 시집을 챙겨 읽는 편이 아니라서 너무 유명한 시를 저만 모르고 있을 지도 몰라 무식을 용감하게 드러내는 일이 될까 잠깐 망설이다가 글을 올립니다.
몇 달 전, 가슴 먹먹하던 그 때 버스를 기다리다가 문득 이 시를 보았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배웠으면 참 무감각하게 넘겼을 텐데 팍팍한 삶에서 읽으니 가슴을 때립니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IP : 119.196.xxx.2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좀약을먹여버려
    '09.12.2 1:34 AM (211.213.xxx.202)

    무섭네요

  • 2. 不자유
    '09.12.2 1:37 AM (110.47.xxx.73)

    참 좋은 시이지요. 생각할 바도 많고..
    덕분에 오래간만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 3. 뭉클
    '09.12.2 7:46 AM (125.177.xxx.131)

    요즘같은 때 수천개의 연대가 악을 덮어 벽을 넘을 수 있기를 희망하게 하는 참 좋은 시네요.

  • 4. 멋진 시
    '09.12.2 8:20 AM (116.36.xxx.83)

    가슴이 뭉클하네요.

    어쩜 저렇게 멋지게 표현을 했을까요?

    같은 눈으로 바라본 사물에 대해

    공감갈 수 있도록 멋지게 표현한 것은 시인의 능력 맞네요.

    시.인.들. 정말 감동입니다.

  • 5. 네..
    '09.12.2 9:06 AM (115.140.xxx.199)

    설교시간에 목사님이 좋아하는 시라고 소개해주셔서 처음 들어봤어요.
    (기독교 개혁과 사회문제에 직접참여 하시는 분입니다. 촛불..교회개혁...용산.. 모두요.)
    그때도 가슴 뻐근하게 들었어요.
    정말 요즘같은 때, 내 자신 무력하고, 세상이 도저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때에..
    희망은 함께하는 데 있다... 희망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글이어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 6. ...
    '09.12.2 9:27 AM (124.50.xxx.21)

    정말 멋진 시네요.
    이런 시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담쟁이 처럼
    우리 다 같이 손 잡고,
    명박산성을 타고 넘어
    이땅을 지켜요.

  • 7.
    '09.12.2 11:02 AM (121.154.xxx.75)

    얼마 전에 도종환님 강연회에서 직접 낭송하는 것 들었네요.
    그 후로 제 책상 유리밑에 도종환님의 "흔들이는 꽃"과 "담쟁이"
    출력해서 넣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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