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인생의 달인
그때 <마스터 키튼>을 읽다가 ‘잠시’ 쉼표를 찍었던 이유는? 주인공이 얄미워서였어요.--; 비록 당장은 대학 강의 하나 못 얻은 신세이긴 하지만 본질은 아주아주 뛰어난 고고학자이자 유능한 보험 조사원. 뭐, 그런 건 좋았어요. 근데 어느 순간 주인공이 (<마스터 키튼>이라는 제목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방금 주인공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거 있죠?-_-) “할!” 하는 외침과 함께 깨우침을 얻은 선승처럼 문득 자신의 인생 목표를 깨닫는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유럽의 도나우강 문명 기원설을 입증하는 것도 필생의 목표이긴 하지만 더 진정한, 궁극의 목표는 ‘인생의 달인’이 되는 거라나요?
인생의 달인.... 정말이지 그 표현에 딱 걸맞는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그래, 난 인생의 달인이 되고 싶었어.’하고 읊조리는 주인공 키튼의 멋진 모습이라니. 거기다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그 ‘인생의 달인’적 면모를 발견하고는 슬그머니, 봄날 초저녁에 불어오는 산들바람 같은 미소를 지으며 세상을, 삶을, 우리들의 이 누추한 일상들 모두를 긍정하는 그! 여유로움이라니! 그리고는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먼 길을 떠나는 서부의 총잡이처럼 키튼도 석양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던가, 말았던가? 아무튼 이유도 없이 너무너무 얄미웠어요. 그런데 ‘얄밉다’는 단어는 뉘앙스 자체도 왜 그렇게 얄미운지, 키튼이 한번 얄미워지기 시작하자 그 얄미운 기운에 취해버린 것처럼 만화가 끝날 때까지 ‘흥, 얄미운 자식!’ 하는 마음이 가시질 않더군요.
<투바 -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이라는 책을 읽을 때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시 암 투병을 하고 있던 파인만은 칼텍 동료의 아들이자 자신의 ‘망년우(忘年友)’이기도 한 젊은이와 어느 날 식탁에 앉아서 나라 이름 대기 게임을 합니다. 유명한 나라들이 지나가고 파인만의 입에서 ‘투바’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투바? 그런 나라도 있어요? 있을 걸? 아니, 있어! 내가 어렸을 때 우표 수집을 했는데 투바 공화국에서 발행한 삼각우표도 있었단 말야. 확실해. 그런 나라가 있다구!
그리하여 두 사람은 투바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죠. 지도를 찾아보니 시베리아와 몽골 사이에 자줏빛 점 하나로 찍혀 있는 나라. 이름에 모음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키질(Kyzyl)’이 수도인 곳. 그리고 후미창법. (후음창법, 복음창법이라고도 불린다 함) 세상에, 뭐 이런 게 있죠?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음을 내서 노래를 부른대요! 저런! 그럴 줄 알았어. 투바는 그런 곳일 줄 알았다구. 아니,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음을 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게 가능하냐구요? 가능하니까 한다는 거겠지. 우리가 한 번 그 노랠 찾아서 들어볼까?
두 사람은 어렵사리 <영-투바어 사전>을 구해 투바에 직접 편지쓰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단파 라디오로 소련 방송을 들으며 후미창법으로 녹음된 투바 노래를 얻기 위해 애를 씁니다. 제 심사가 또 배배 꼬이기 시작한 건 바로 그 대목에서부터였어요. 흠... 우리나라에선 단파 라디오 가지고 있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걸릴 텐데. 왜냐면 북한방송을 들을 수 있으니까. 아마 그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간첩으로 몰릴 걸?
뭐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말할 수 없이, 아아무런 까닭도 이유도 근거도 없이 두 사람이 얄미워지더라구요. 이 인생의 달인들. 그래, 당신들 팔뚝 굵어요. 똥도 굵겠네요. <영-투바어 사전> 같은 것도 구할 수 있으니... 그러면서 삐딱하게 그 책을 마저 읽어갔죠.
그런데 사실은 책을 읽는 동안 저도 그 후미창법인가 뭔가 하는 게 몹시, 막, 너무너무 궁금해졌어요.^^ 뭐야? 어떻게 부르는 거야? 몽골, 투바 등지에서 불리는 전통창법이라고? 유목민이 양떼를 모을 때 개발한 창법인가? 인터넷을 뒤져도 없잖아. (한 6년 전 일인가 그래요) 그러다 투바도, 파인만도, 후미창법도 다 잊고 생활에 쫓기며 살고 있었는데.... 재재재작년쯤인가 운전을 하면서 KBS 1FM을 틀어놨었어요. KBS 1FM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또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국악 프로그램을 해줍니다. (원래는 그보다 더 많았는데 국악 프로가 축소됐어요.--;) 그때가 마침 오후에 하는 <흥겨운 한마당>이 방송되는 시간.
지금도 그 코너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당시 <흥겨운 한마당>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세계의 민속음악’이라는 코너를 들려줬답니다. 근데! 그 코너가 시작되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은정 PD가 “오늘은 몽골의 전통음악을 들어볼까 합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는 거였어요. 순간 알 수 없는 전율이 제 등줄기를 타고 딱 2초 동안 흐르더군요. 전 부랴부랴 차를 갓길에 세우고 집중해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죠. 아니나 다를까 어떤 여자 ‘아시아 민속음악 전문가’가 나와서 몽골의 전통음악 중 후미창법의 세계에 대해 브리핑해준 뒤 ‘몽골 전통음악단(?)’이 녹음한 후미창법의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크... 그때의 감동이라니. ㅎㅎㅎㅎㅎ
후미창법으로 부르는 노래를 들은 소감은 어떤 노래를 감상했다기보다는 몽골의 광활한 초원과 알타이우랄산맥 같은 거대한 자연을 마주한 인간의 경외심, 그 경외심 너머로 대자연과 하나 되고자 하는 열망, 거대함이 자연스러워졌을 때 그 거대함 속에서 느끼게 되는 진정한 자유로움 등을 표출한 ‘감탄사’를 접한 느낌이었어요.--; ( 그 음악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더는 뭐라고 못하겠고, 암튼 그 나름대로 좋았다는 것...) 매 한 마리가 몽골과 시베리아의 광활한 초원 위를 유유히 비상하는 것도 같고.^^
그런데 내가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더라.... 아, 시초는 그것 때문이었네요. 어쩌다 어제 이겸로 선생의 타계 소식을 접하게 됐어요. 이제야.ㅠㅠ 이겸로 선생에 대해서는 아래에 신문기사를 링크합니다.
2001년이었던가요? 1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제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서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그쪽에서 성공한(?) 지식인 층이 주를 이뤘어요. 한 마디로 번듯하게 과시하기 좋은 사람들을 상봉단 첫 빠따로 내세운 거였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학자라는 김일성대 수학과 조모 교수님.(성함을 까먹었네요. 저 분이 청상으로 본인을 키운 어머니와 재회하던 장면이라니... ㅠㅠ) 창덕여고 재학 중에 북으로 가게 된 ‘북한 여성 박사 1호’의 어떤 무용 교수 등등...
물론 그 모든 분들이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제 관심을 끌었던 사람이 있었답니다. 바로 북한 국어학계의 거목인 류렬 선생이었죠. 남북을 아울러 이두와 향가 연구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신문과 TV 뉴스에서 류렬 선생 얘기를 빼놓지 않고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뭐 할 일도 없고 해서...^^;) 어느덧 60대가 된 (남에서 얻은) 외동딸이 80을 넘긴 아버지 얼굴에 자기 얼굴을 댄 채 “아버지. 아, 우리 아버지...” 하면서 가만히 눈물을 흘렸던 장면, 남한 한글학회의 허웅 선생과 50년 만에 상봉해 서로 부둥켜안던 장면 등이 그래서 지금도 제 기억 속에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네요.
그리고 아래 신문기사에도 소개된 사연 때문에 전철을 타고 가다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했었어요. 인사동의 고서점 <통문관> 주인인 이겸로 선생이 류렬 선생을 찾아가서 돈 50만 원을 건네줬다는 얘기. 그 돈이 전쟁과 분단으로 전해주지 못한 원고료였다는 얘기... 그걸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놓고 간 신문을 통해 읽다가 콧날이 시큰해져왔더랬죠.
암튼 그랬던 이겸로 선생이 타계하셨네요. 것두 2006년에. 류렬 선생과 허웅 선생은 2004년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셨고. 인생의 달인을, 달인이게 만드는, 달인이 될 수 있게 하는 조건들이 있는 것인지.... 뒤늦게 이겸로 선생 타계 소식을 접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뜬금없네요.--;
1. 프리댄서
'09.7.9 9:12 AM (218.235.xxx.134)http://media.daum.net/culture/art/view.html?cateid=1021&newsid=20061016084414...
2. .
'09.7.9 9:22 AM (203.229.xxx.234)이겸로 옹을 15년전에 인터뷰 한 적 있습니다.
덕분에 기억해 냈습니다.
좋으신 분 맞습니다.3. 반갑습니다
'09.7.9 9:34 AM (203.247.xxx.172)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프리댄서님은 문장문장 마다
사람 눈 번쩍 뜨이게 하는 달인이세요ㅎㅎ4. 좋은글
'09.7.9 9:58 AM (116.36.xxx.48)정말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5. 프리댄서
'09.7.9 10:02 AM (218.235.xxx.134)앗, 점 하나님. 정말요?
15년 전 인터뷰 기사를 혹시 발견하게 되면 인터뷰어가 82의 점 하나님이구나, 생각하면 되겠네요.^^
반갑습니다님. 저도 반가워요... 좋은글님, 저도 고맙구요.
살짝 민망하네요.^^ (아, 비 잘 오네요.)6. phua
'09.7.9 10:06 AM (110.15.xxx.3)오늘도 공부를 빡씨게...
고마워유~~^^7. 하늘을 날자
'09.7.9 10:13 AM (121.65.xxx.253)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2)
프리댄서님은 문장마다
사람 눈 번쩍 뜨이게 하는 달인이세요.@..@ (2)
<마스터 키튼>은 저도 참 좋아하는 만화책이고... 파인만씨도...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는 저도 제 아내도 참 좋아하는 책이고, 파인만씨도 참 좋아하는데...
한편으로는... 역시 제 성정이 바르지 못하고 배배 꼬여서 그런지... 짜증이 많이 나는 책들이기도 하지요. 파인만씨도 정말... 사람 짜증나게 하는, 그런 인물이죠... 신에게서 선물받은 그 뛰어난 재능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더욱 갈고 닦은 그 유머와 재치, 그리고 끝없이 질문하고 끝장볼 때까지 연구하고야 마는 그 자세-파인만씨가 브라질 대학에서 가르칠 때, 브라질 학생들이 어떤 물리학 '개념'을 공부하면서 자꾸만 '한 단어를 다른 단어로 말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정작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관찰하고는 물리학이란 그런 것이 아닌데... 하고 생각했다는 부분을 읽고는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어떤 '개념'을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매우 중요한 통찰인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을 압도하는 그 여유로움... 아... 다시 생각해도 정말 짜증이 밀려오는... 차라리 <아마데우스>에서의 모짜르트처럼 오만하고 경박하고 음탕하기라도 하면 뭔가 공평(?)하련만... 이건 뭐... 욕할 구석이 전혀 없으니... 다시 짜증이... ㅠ.ㅠ 음냐... '인생의 달인'을 만났으면, 기뻐하고 경배하며 찬양해야 마땅하련만 짜증부터 밀려오니... 이 좁은 속을 어찌해야 하려나... 밴댕이 속도 아니고... ㅠ.ㅠ
<투바 -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은 참 궁금하군요. @..@ 항상 프리댄서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놀라고 감탄하게 됩니다. 정말로. @..@ 그리고 감사해요.
링크해주신 기사도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아프군요. <통문관>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봤어요. 그런 훌륭한 고서점이 있었군요. @..@
늘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8. ~
'09.7.9 11:01 AM (121.135.xxx.28)저도 맨날 읽기만 했는데, 한번은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네요. 공짜로 뭔가 큰 것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을 항상 받아요. 감사합니다.
9. 비도 오는데
'09.7.9 11:30 AM (121.124.xxx.19)커피한잔과
아주 어울리는 글 한편입니다.
글에 나온
통문관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드네요.
프리댄서님, 좋은글 감사합니다.10. 보름달
'09.7.9 11:39 AM (219.251.xxx.15)좋은 글 감사합니다.
후미창법이라.. 찾아봐야겠습니다.11. 제가 보기엔
'09.7.9 12:12 PM (125.149.xxx.34)프리댄서님이 <인생의 달인>이에요^^
어떤 분이실지 정말 궁금하지만, 그냥 82의 프리댄서님으로 온라인에서만 뵙고 싶어요^^
한동안 바쁘셨나봐요~ 비오는 날 뵈니까 더 반갑네요^^12. 프리댄서
'09.7.9 12:56 PM (218.235.xxx.134)푸아님. 내일 봉하에 가시나요? 아, 낼은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가시는 분들 수고스럽지 않게... 늘 마음으로만 푸아님께 푸짐한 밥과 술을 사드리고 있습니다. 내일 잘 다녀오시길. 푸아님처럼 씩씩한 언니로 오십 대를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앗, 그리고 투바.. 그 책에서 후미창법이라고 했는지 후음노래라고 했는지 갑자기 헷갈리네요. 친구가 그 책 빌려간 뒤로 소식이 없어서 확인할 길도 없고.--; 암튼 후미창법이라고 해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근데 노래라기보다는 그냥 ‘우웅 우 우웅...’ 하는 소리.^^
아후. 그리고 이 변변찮은 글에 좋은 말들 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근데 정말 쑥스럽네요. 어디서 주워들은 걸 그저 풀어놓는 것뿐인데... 그래서 담엔 못 올릴 것 같은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잘한다, 잘한다 하면 진짜 잘하는 줄 알고 막 말달리는 성향이 있어서... 쿨럭.-_-;; 그리고 저는 이제야 쬐끔(?) 방황을 끝내고 거울 앞에 선 날나리예요.^^ 뭐 궁금해하실 것도 없어요. 직접 보면 충격을 받으실 테고. 외모가 넘 뛰어나서... (확인할 길도 없는데 뭔 뻥을 못 칠까요? 그래서 저희 집엔 금송아지 열 마리도 있어요.--;) 암튼 부끄부끄...
어떤 소설가 작품에서 봤는지 모르겠는데, 비가 땅에 내릴 때 바닥에 파문을 그리며 퍼지는 모습을 보고 '나팔꽃'이라고 묘사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오늘 보니까 길바닥에 나팔꽃이 참 많이 피어나더라구요.^^ 근데 나팔꽃 개화가 이쯤에서 멈췄으면 좋겠네요. 넘 많이 와요. 모쪼록 비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말이죠...13. 프리댄서
'09.7.9 1:01 PM (218.235.xxx.134)하늘을 날자님. 투바... 요 책 쓴 사람이 바로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 저자예요. 투바라는 이름을 저 책에서 보고 난 뒤 또 우연찮게 <샤먼의 코트>라는 책에서도 접하게 됐었어요. 영국 여성 사학자가 시베리아 지역을 직접 답사한 다음에 시베리아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소수부족들에 대해 쓴 일종의 인류학 저술이랄까? <슬픈 열대> 류의... 뭐 그런 건데요, 거기에서도 투바가 등장하더군요.
잠깐만 <샤먼의 코트>에 대해 더 언급해보자면 그 책 서론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시베리아 지역의) 겨울철 평균 기온은 영하 30˜40도로, 영하 60도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잦다. 그 정도 기온에서 수은은 납으로 변하고, 브랜디는 시럽처럼 걸쭉해지며, 살아있는 나무는 폭발음을 내며 터져 버린다. 도끼로 통나무를 내리찍으면 시퍼런 불꽃이 튄다. 숨을 내뱉는 순간 수정구슬처럼 얼어붙은 숨결은 소나기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그때 들리는 살랑살랑한 소리를 사람들은 ‘별들의 속삭임’이라고 부른다.”
그런 시베리아 지역을 안나 레이라는 여성 사학자가 답사를 했는데, 또 한 가지 재밌는 게 한 유목민 부족의 천막에 들렀을 때 그 천막 안에서 한 청년이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읽고 있었대요.^^ 수은이 납으로 변하고, 브랜디가 시럽처럼 걸쭉해지며, 살아있는 나무는 폭발음을 내며 터져버리는 곳에서. 숨을 내뱉자 수정구슬처럼 얼어붙은 숨결이 ‘별들의 속삭임’을 내며 책 위로 떨어져 내리는 시베리아, 그곳에서 말이죠. 그 청년은 그 후 어떻게 지내는지, 그 청년도 인생의 달인이 될 수 있을지 문득 쓸데없이 궁금해지네요.... 소연방 해체 후 투바 공화국을 비롯해 시베리아 일대의 자잘한 국가들과 민족, 부족들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데. (한국으로 돈 벌러 왔을 수도 있겠구요.--;)
시베리아 부족 중 한티족인가 사하족 언어에는 ‘곰이 크랜베리 숲을 걸어가는 소리’를 가리키는 의성어도 있다는데... 암튼 하늘을 날자님께서는 밴댕이 속(?)에서 도량이 드넓은 청년으로 거듭나시구요^^, 전 그냥 밴댕이로 살려구요... 솔직히 얄미운 건 얄미운 거니까...--;14. 프리댄서
'09.7.9 1:07 PM (218.235.xxx.134)그리고 '비도 오는데'님. 님 댓글 보니까 또 커피 생각이 나네요.^^
전 믹스커피 귀신인데, 개인적으로는 커피믹스 만든 사람 노벨 평화상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떻게 이렇게 간편하고 텁텁하고 느끼하고(?) 불건전한 맛을 만들어낼 생각을 다 했는지.
암튼 제 혈관 속을 흐르는 건 믹스커피+술일 거예요. 피가 아니라..ㅠㅠ
(혼자 주루룩 댓글 다니까 좀 웃기네요. ㅎㅎㅎ 뭐 비도 오는데...^^)15. 후미
'09.7.9 2:24 PM (211.244.xxx.58)제가 그 창법을 해 보려고 하나는 목에서 내고 하나는 머리에서 낼려고 희희흐~~하고
해봤어요... 지금도 식구들 아무도 없으면 한번씩 해봅니다. 안되지만요..
같은 만화를 봐도 이렇게 얻는게 다르군요.
저는 그 사람이 마냥 외롭고 멋지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사막에서 양복을 입는게 좋다는 그의 말에
저도 양복같은 정장입고 사막에 가서 길을잃고 오아시스를 찾아야지 했어요ㅋㅋ16. 프리댄서
'09.7.9 2:48 PM (218.235.xxx.134)82에서 얼굴 없이(?) 스윽 나타나는 고수들, 달인들 때문에 가끔 놀라게 됩니다.
고정닉을 쓰시는 분들은, 얼굴은 몰라도 대에충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구나.. 피상적이나마 가늠하게 되죠.
근데 얼굴(?) 없이 스윽 나타나시는 분들은...^^
후미창법을 직접 시도해보셨다니 ㅋㅋ 정말 재밌으세요.
생각만 해도 웃깁니다. 혼자서 희희흐~~ 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물론 키튼을 외롭고 멋지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더 외롭고 멋지고 똑똑해져서 인생의 달인이 되겠다고 하니까 살짝 얄미워졌다고 하는 거죠.^^
어쩜.. 다시 생각해도 너무 웃겨요.
식구들 없을 때 혼자 희희흐~~ ㅋㅋㅋ
(모처럼 한가해져서 82를 열심히 들락거리고 있는데... 서울, 경기 지방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다네요.--;
에고, 비가 더 내리면 안 될 텐데..)17. 쟈크라깡
'09.7.9 4:47 PM (118.32.xxx.206)프리댄서님, 만날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공짜 밥 먹은 듯하여 .....18. ^^
'09.7.9 5:11 PM (211.210.xxx.30)저도 프리댄서님 글 잘 읽고 있어요.
어떤 분일까 궁금하지만 밝혀지면 지금 이 느낌은 안들것 같기도하고요 ^^;;;;.19. 프리댄서
'09.7.10 8:23 AM (218.235.xxx.134)라깡님. 눈웃음님. 에고, 제가 외려 감사해요.^^
그리고 궁금해하실 거 없다니까요.-_- 걍 이름없는 댄서...;;;
아까 거울을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전여옥보다는 날씬해야 할 텐데... 댄서가 이렇게 게을러서야...
오늘 다행히 비가 그쳤네요. 내려가시는 분들, 무사히 잘 다녀오시길.
저는 또 빡세게 일하러..^^20. 가원
'09.8.3 2:13 PM (125.128.xxx.1)10월에 시험이 있습니다ㅠㅠ(헤아려보니 베개같은 굵기의 책들이 9권이더군요ㅠㅠ)
고3처럼 시험공부하다가, 참다참다 프리댄서님 보고파서 오늘 살짝 들어왔어요^^
행복한 글 읽다가 물러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