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시댁나들이...

초보엄마 조회수 : 624
작성일 : 2009-04-17 01:27:51
이번에 무리해서 집을 사는 바람에
시댁어른들께서 걱정이 크십니다.
봄휴가겸....한식때도 못가뵌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이박삼일 짧은 시간동안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아이의 재롱을 보시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자식노릇 조금이라도 하는것같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점심먹고 지이 가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못이겨
4시간이 넘는 먼거리지만 점심먹고 느긋하게 출발하려 하면서
설겆이, 부엌정리를 하고 있는새....모자간 이거 가져가라..안가져가요...가져가라...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는것 같았습니다
설겆이 정리하는데 어머니가 부엌에 들어오셔서 냉장고를 쓰윽 열고 무언가 찾고 계신데...
어째 이상해서 보니...소고기 덩어리 얼린거를 꺼내고 계시더군요.
이거 가져가라...우리 많이 있다...씨익 웃으시면서...
아이고...어머니 저 그거 가져가면 못먹습니다. 걸려서 어찌 먹나요. 절대 못가져 갑니다... 실랑이를 하다
결국 힘센 제가 이겨서 다시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후진으로 나오는데 어머니가 종종걸음으로 따라오십니다....
자꾸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데..눈물을 보일 수는 없고...한데...
어머니가...제쪽 창문으로 오셔서.....
고기 넣어놨다..가서 아이랑 같이 국 끓여 먹어라...하시네요...
눈물이 핑...도는데...애써 참고 인사드렸습니다.

시댁을 나서 참았던 눈물을 한참을 쏟았습니다.
남편은 왜그래..하면서 애써 농담까지 하면서 절 진정시켰지만...
나중엔 그도 휴게실 들러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면서
한참을 오지 못하더군요.

담달이면 꼭 5년되는 결혼생활...
남들보다 참 탈도 많았었습니다.
대접만 받던 장녀와  세상 풍파 다 헤쳐나간 거친 차남...
어찌나 맞지 않는지...끝을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요.
그 험한 세월동안 시어머니도 저를 곱게만 보시지는 못했습니다.
세월이 아직 많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더니....
어머니도 많이 누그러지시고....
또 저도 많이 잊어가고....
먼 일이긴 하지만...저 또한 어머니처럼 언젠가 며느리볼 입장이 되고보니...
어머니가 이해되는 점들이 많아집니다.

오늘 밭에 나가 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아들이 푸성귀를 뜯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물이 이상하게 자꾸 나려하대요.
우리 가족이구나...
지켜줄 능력은 하나 없으면서...꼭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가져온 보따리들을 보니....
이건 약탈...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것 같은 짐....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이제사 철들기 시작하나 봅니다...


IP : 218.50.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샐리
    '09.4.17 6:47 AM (115.140.xxx.164)

    시어머니께 전화 자주 드리세요. 맘 날때.... 감사함을 담아서....
    님 마음이 고와 시어머니도 아신듯...

  • 2. ..
    '09.4.17 7:47 AM (125.133.xxx.208)

    시어머님의 사랑에 가슴이 저려오네요....

  • 3.
    '09.4.17 9:30 AM (121.172.xxx.139)

    그래요 정이란거 세월이란거 무시 못해요
    저도 어머님한테 많이 당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어머님도 연로하시니 그마음 없어지는듯해요
    그리고 님말씀처럼 저도 언제가는 시어머니 델텐데
    하면 이해도 가구 그래요 고운마음가지셨네요

  • 4. 엄니~
    '09.4.17 7:15 PM (121.155.xxx.144)

    먼저 하늘나라가신 울 엄니 생각나네요
    천사같은 분이셨는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3831 방통위 “구글 불법 찾아라” ‘실명제 거부’ 보복 4 세우실 2009/04/17 421
453830 잠원 오래된 아파트 18 잠원 2009/04/17 1,374
453829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잘 아시는 분이요~~ 3 홍자양뚱땡이.. 2009/04/17 640
453828 저희 애 담임 샘 이멜 좀 보세요...괜찮다~ 19 아네스 2009/04/17 2,278
453827 잔디심는데 비싼가요? 6 금잔디 2009/04/17 417
453826 카인과 아벨 해피엔딩... 7 ... 2009/04/17 1,122
453825 굽기와 복사의 차이는? 4 컴맹 2009/04/17 1,319
453824 영어 잘 몰라서요 2 영어 2009/04/17 341
453823 운동은 거의 중독수준이면서 부부관계에는 소극적인 남편 11 부부관계 2009/04/17 2,468
453822 엽기적인 피자를 만든 도미노 피자 직원 유트브에 떴네요. 1 ㅉㅉㅉ 2009/04/17 2,057
453821 4주 8회 기준으로 과외비를 내는데 애가 아파서 2번, 수련회로 1번 짜졌어요 6 과외비 2009/04/17 619
453820 ‘촛불’ 들고 정치 도전 2 세우실 2009/04/17 319
453819 회사에서 싱가폴간다고 했던...일정표 봐주세요 5 전에 올렸어.. 2009/04/17 623
453818 고속버스터미널근처 언양불고기 위치나 전화번호 부탁드립니다. 1 언양불고기 2009/04/17 866
453817 논현동 근처에 떡집추천 부탁드립니다 두산위브근처.. 2009/04/17 332
453816 분양 받은 아파트 명의... 1 ... 2009/04/17 420
453815 초등학교 1학년인데. 담임선생님이 병가를 내셨다네요. 3 9월복귀 2009/04/17 943
453814 4월 17일자 경향, 한겨레, 조선찌라시 만평 1 세우실 2009/04/17 353
453813 축하해주세요. ^^ 9 생일이에요 2009/04/17 362
453812 [단독]보수단체 간부, 애플社에 "판권 달라" 으름장 물의 15 지박이망신일.. 2009/04/17 602
453811 옛여자 주변을 서성이는 남자들 6 잊혀진여자 2009/04/17 1,422
453810 선생님 소풍도시락 14 아진짜 2009/04/17 1,913
453809 이메일 마지막 문구 1문장 좀 봐주세요... 3 영어 2009/04/17 411
453808 수능 원자료, 연구자들에게도 제공(종합2보) 1 세우실 2009/04/17 295
453807 귀를 너무 쑤셨댔더니 가려워요. 5 가려워 2009/04/17 2,315
453806 피지에 신혼여행 가지 말랍니다. -살아있는 피지의 사법부 1 피지 2009/04/17 1,181
453805 백분토론 3 백분토론 2009/04/17 639
453804 전기요금이 19만원이 나왔어요.. 29 환장하겄네... 2009/04/17 6,308
453803 이중에서 어느게 더 나을까요? 20 세례명 결정.. 2009/04/17 1,216
453802 시댁나들이... 4 초보엄마 2009/04/17 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