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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자

길 위에서 조회수 : 395
작성일 : 2009-03-17 20:13:37
고비를 만나면 잠시 쉬어가면 안될까.
먼길을 걸어 왔는데
바로 앞에 오르막이 나를 맞는다면
잠시 근처 돌무더기 위에라도 앉아
배기는 엉덩이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숨을 고르자.

헐거운 봇짐에서 꺼낼 노자도 없는데
그 보따리를 누가 넘본다면
내 짐이 보잘것 없다고
같이 열어 웃으면서 뒤져보면 어떨까.
외로운 나그네와
욕심 많은 나그네는 서로 마주보고 웃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룻밤 묵을 곳도 마땅치 않은데
누군가 멍석말이를 당하고 있다면
내가 같이 작대기를 들고 두드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 한까지 담아서
피죽도 못 먹은 기운을 모두 모아 두드려야할까.

멍석을 풀어서
둘이 뒤집어 쓰고 하룻밤을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남몰래 물 한 모금 먹여주는
그런 따순맘을 내는 것이
그리도 힘이들까.


어쩌면 인생은
모진 심성에 더 너그럽고
산들바람에 넘어지는 여린 풀에게는
더 가혹한 것이겠지.

어떤 길을 가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있을터이다.
그 여행길에서
뒤돌아 내가 온 길을 더듬어 볼 때
뒷걸음 쳐
내 치맛자락으로 감추고 싶은 것이 없음이
얼마나 행복할까.

지금
도중에 이미
너무나 부끄러운 것이 많은
이 시간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길......




--------------------

말 한마디 삼가고
댓글 하나 조심스레 놓음이
어렵습니다.
오늘 나는 얼마나 많은 글에
쉽게 덧글을 달았는지
반성합니다.
IP : 121.167.xxx.23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휴우
    '09.3.17 8:46 PM (58.225.xxx.49)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앞으로도 종종 좋은글 올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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