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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 - 큰 존경, 더 컸던 소망

못난이 조회수 : 251
작성일 : 2009-02-17 15:19:15
김수환 추기경께서 평화로운 영생을 가지실 것으로 믿습니다.

어제 돌아가신 김수환추기경님에 대해 마음은 아프지만 냉정한 댓글을 몇 개 올렸습니다.
그 분이 일개 생활인이었고 노인이었다면 그 분의 삶의 판단을 나름대로는 존중해 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친구이고 누군가의 조카이고 또 삼촌이고 선배이고 할 텐데 그런 사적인 부분에서는 평가할 수도 없고 그럴 주제도 안됩니다.

외람되게도, 제가 보는 추기경님은 자신이 추구하고 올라선 종교지도자로서의 역할은 우리의 소망에 비해 좀 나약하고 수동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은 과거 천주교 자체의 폐쇄성과 비민주적 위계질서에 기인하는 면도 있고, 우리 정치사의 흐름에서 불가피한 면도 있었죠.

하지만 그 분이 역할을 했고 역할을 해야만 했던 그 한창때 억압받고 소외된 우리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위해서 더 큰 역할을 했어야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말미의 이상함은 환자셨으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요. 실은 말미의 그 이상함도 그 분의 삶의 궤적에서 크게 일탈한 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 분은 매우 인간적으로 검소하고 겸손한 귀족이셨으니까요.

제 소망을 앞에 놓고 볼 때는 그 분의 종교지도자로서의 시대적 소명에 대한 인식과 그 결의와 실행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그 분의 모든 행적이 실망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억울한 죽음을 막았어야 했고, 더 많은 고문과 핍박을 막아내야만 했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존경하는 극소수의 정치지도자들에게도 아쉬운 점을 많이 가집니다.  돌아가신 추기경님의 공과는 이미 자료가 상당하니까 생략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가 의사선생님들에게 대체적인 사회의 합의로 선생님 호칭을 주는 것은 사리사욕에 매몰되지 말고 환자들을 긍휼이 여기고 헌신하며 성심성의를 다해 진료하라는 요구의 대가입니다. ‘선생님’ 호칭도, 사회적 지위와 존경도, 대체로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도 드립니다.

목숨이 위태하고 건강이 곤경에 빠진 절박한 사람들과 공감하고 내 가족 이상으로 최대한 친절하게 모든 환자를 대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의 기본입니다. 매일 진료해야 하는 환자의 숫자가 많더라도(대부분 수입을 올리려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대학병원에서 각 의사가 올려야 하는 수입으로 평가받는 현실이나, 직능내부의 기준으로 척박한 의료수가현실 등에 아무 관계없이 수행해야 하는 기본의 기본입니다.

이미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은 시초부터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것은 기본입니다. 자녀들을 유학보내고 대출금 갚고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는 기본입니다.

제약회사 총 매출의 30%이상이 영업관리비로 들어가고 결국은 업계의 당연한 현실이 되어버린 그것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의사가 되는 겁니다. 본인이 힘들어도, 타 의사와 비교되어서 초라해 보여도, 의대학비와 노력의 시간이 때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도 굴하지 않고 수행하는 조건으로 우리가 다른 대우를 해드립니다.

수가 올리자고 절박한 환자의 진료거부나 폐업을 지렛대삼지 않는 조건으로 그렇게 해드립니다. 수술대위에 무기력한 환자를 놓고 지들끼리 농담짓거리 절대 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성직자도 선생님도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들이 그 직업을 택했을 때는 부귀영화는 포기한다는 각서를 마음으로 쓴 것입니다. 아니면 당당히 다른 직업을 택했어야죠. 장사를 하든, 사업을 하든 대기업을 다니든요.

우리 모두의 귀한 자녀를 내 새끼 이상으로 고귀하게 여기고 한 시간 한 시간 수업과 지도를, 연구를, 맡은 성직을 치열하게 성실하게 아름답게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는 조건으로 그들을 스승으로 여기고 선생님으로 칭합니다. 성직자로 존경하구요. 이건 어떤 조건과도 결부되지 않는 고유한 기본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의 미래의 상당부분이 내 양심과 진실된 노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겸허한 경외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아이들은 귀하게 대접받아야 합니다. 그건 기본입니다.

정치하는 종자들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입니다. 우리가 생산력도 없는 인간들에게 대우하고 급여주고 식솔들 유학보내고 온갖 사회적 혜택을 주는 조건은… 어휴, 지금으로서는 인간만 되었으면 더 바랄게 없는 심정입니다 ㅠ.ㅠ

그 뜻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회적인 큰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적 위상과 존경을 가지셨던 분에 대해 가졌던 제 나약한 소망에 비해 약간의 아쉬움을 가지는 저는 그냥 마음만 아파하는 못난이입니다.

더 하실 수 있었던 분이 기본의 기본만 하신 거 같아서요.


첨부:

그 중에 가장 비열하고 저질스러운 자는 누군가와 사랑한다며 약속하고 가정을 이루고 비굴하게슬쩍슬쩍 거짓말 해대며 다른 눈을 돌리고 믿음과 사랑을 무책임하게 저버리는 자.

또한 아내를 사랑한다면서 밖에서 적극적 능동적으로 질퍽거리고는 ‘험난한 사회생활의 희생양’임을 자처하는 수 많은 남자.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 이하이다.  그러는 나는? 에궁…
IP : 119.70.xxx.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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