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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 시엄니를 미워할수 없는 이유

소심소심 조회수 : 2,114
작성일 : 2009-02-12 19:31:46
울 시엄니는 80을 바라보는 연세이십니다.
비 새는 루삥집 -이게 어떤 집인지 아시는 분? ^^;; - 에서
거의 평생을 실직자로 지낸 남편에게 기대지도 못한채 많은 자녀들을 키워내신 분이죠.
편지봉투 붙이기, 잔치집 일 가기, 가죽붙이기, 고리바구니 만들기 등등 안해본 알바가 없으시고
굶기를 밥 먹듯이 하시다가 50세에 15평 주공을 겨우 내집으로 구입하신 분이십니다.
맨 주먹으로 일가를 이끄신 분이시니만큼 매사에 철두철미하시고
손해 보는 일은 눈꼽만치도 용납하지 않으시며
자식들에 대한 기브 앤 테잌 정신도 무진장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며느리들이 시집살이를 한동안 좀 쎄게 했습니다. 에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리 시엄니를 별루 미워 하지 않으며
때 되면 모여서 같이 지낼 때도 일심으로 장단이 맞아 잘 지냅니다.
왜냐구요?
울 엄니는 그 연세분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거의 종일 티비를 끼고 사시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세 번 이상 뉴스를 시청 하십니다.
요즘은 특히 마봉춘 뉴스를!
정권이 바뀌고 난 후 지난 1년여 동안 어머님과 이 며늘을 만나면 엄청 바쁩니다.
아무개와 그의 부하들 씹느라고요!
어머님은 지금도 하루에 한시간만 난방을 하고 사십니다.
서울 복판에 40평 가까운 아파트를 소유하시고(자제분들이 돈 모아 해드렸습니다)
현금도 제법 은행에 쟁여 놓아 누구보다 든든하신 형편이신데도
지난 세월동안의 고생 기간을 잊지 못하신 탓인지 여전히 엄청나게 검약하시며 지내십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 없이 살 때의 그 심정을 잊지 않으시고
지금도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많은 어려운 가정의 고난과 설움을 헤아리시더군요.
그런 어머님이기에 뉴스를 볼 때마다 욕 하십니다.
그 어떤 감언 이설이 판을 쳐도 본질을 꿰시는 거죠.
삽질들의 본질을요.

오늘 새벽에 읽은 글이 하나 있습니다.
부산인가 어느 도시의 초등5학년 논술교실에서
<가게에서 분유를 훔친 아기엄마는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논제로 토론을 하였답니다.
갑론을박 중에,  평소 말도 어눌하게 하던 한 소년이 문득 그러더랍니다.
"그런데 그 아기는 분유를 먹게 되었나요?"
그 반의 논술교사는 소년의 그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합니다.
본질은 '아기의 굶주림'인데...
전철연과 용산 사태의 본질에 대한 한나라당의 어이없는 태도를 이야기 하는 중에 올려진 이야기였습니다.

말만 앞세우고 포장에만 신경 쓰고 운하니 항구도시니 이벤트만 벌이는 중에
한편에서는 굶고 추위에 떨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도시에서 올해들어 불과 42일 동안 53명이 자살 한거 .. 이게 과연 정상인가요?

분칠에 정신팔려 있는 동안 한쪽에서는 죽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ㅠ_ㅠ
그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지금 모습은 내일, 다음달, 반년 후, 일년 후의,
어쩌면 우리들, 나 자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우실님이나 베리님, 구름이님의 글, 그 분들이 퍼오는 글들은
그런 사태를 막고자 함입니다.
우리들 모두의 안전하고 상식적이며 인간적인 삶을 희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저는 단 한번도 그분들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한 글들을 본적이 없습니다.

세우실님에 대한 지속적인 태클이 저는 정말로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80을 바라보는 노할머니도 이 정국과 이 사태의 본질을 꿰시는데
그분 보다 젊디 젊은 분들은 왜 뻔한 현상을 애써 외면하는지요?

오늘 82 자게를 들썩이게 했던 분들은 제발 마음 한 번, 생각 한 번 돌려보시기 바랍니다.
IP : 210.91.xxx.24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쟈크라깡
    '09.2.12 7:49 PM (119.192.xxx.175)

    정말 그렇군요. 어린 학생만도 못한 정부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피해를 보고 있네요.
    논쟁이 중요한게 아니라 논쟁의 핵심이 빠져있다는 느낌.
    국민을 뭘로 보는건지, 자신들의 걸림돌로 생각하는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 2. 공감합니다.
    '09.2.12 7:53 PM (222.238.xxx.64)

    본질은 외면하고 말장난만 하는 딴나라당을 보면 답답하고 슬프죠.
    그런 인간들과 집단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죠.
    나만이 아닌 우리를, 있는 자만을 위한이 아닌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을 편향되었다고 헐뜯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제 부모님도 70대이시지만 본능적으로 누가 옳고 그른지를 잘 판단하고 계십니다.
    소심소심님 시어머님처럼요. 그런 노인 분들이 아마 많을 거예요. 이상한 노인들이 자꾸 부각되어서 오해를 받긴 하지만요.

  • 3. 공감
    '09.2.12 7:54 PM (218.51.xxx.124)

    어쩜 이렇게 편안하고 알기쉽게 말씀해 주시는지...
    고맙습니다 평소에 소심소심님 글 감사히 잘 보는 1인 입니다

  • 4. 정리정돈
    '09.2.12 8:16 PM (121.161.xxx.76)

    멋저부러~~~~요

  • 5. 가원
    '09.2.12 8:21 PM (152.99.xxx.11)

    소심소심님 글 보고 그래도 꽃 한송이를 얻고 가는 기분입니다.... 자주 소식 전해 주세요..

  • 6. ,,
    '09.2.12 8:47 PM (219.248.xxx.67)

    추천하는 시스템이있다면 100번이라도 추천하고 싶은 글입니다,,

    이 어두운 터널을 잘 헤쳐나가야 할텐데요,,,

  • 7. 반성
    '09.2.12 9:33 PM (222.114.xxx.142)

    저도 한동안 뜨겁게 촛불을 응원하고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어요
    가슴만 답답할뿐 쉽게 외면하는 내 모습이 싫어요

  • 8. 정말
    '09.2.12 10:34 PM (211.44.xxx.82)

    시원하고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참으로 가슴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이 뻥뻥 터지는 요즘, 이거 제대로 된 나라 맞나요??
    그리고 43일동안 53명 아니죠, 53건으로 알고있습니다. 엄마가 어린 자녀와 동반자살건수가 53건이라지요. 그러니 인명으로는 100명이 넘겠죠...
    참, 유구무언입니다. 입이 있으나 할말이 없는 현실입니다.

  • 9. 소심소심
    '09.2.12 10:40 PM (210.91.xxx.246)

    자살 관련 기사 링크 겁니다.
    ㅠ_ㅠ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062743

  • 10. 구름이
    '09.2.13 7:10 AM (147.47.xxx.131)

    소심님 오랫만이네요.
    오늘 청와대 국민소통위원들이 많이 왔나봐요.

  • 11. 미네님이
    '09.2.13 9:17 AM (119.195.xxx.166)

    고아원에 아이 맡기는 방법을 올리셨던 기억이 나네요.

  • 12. 두어달전
    '09.2.13 9:28 AM (119.195.xxx.166)

    부산에 갔다 산언저리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했었는데 전기가 들어온지 이년이 안된 지역이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곳에 주공아파트를 짖는다는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도로에서 본 아래지역빌딩과 산쪽에 촘촘,빽빽 들어서 있어 대조되던 집 산위에서 산 밑을 바라보며 또 오르내리며 느껴야하는 상실감이 저절로 연상되더군요. 도시는 이미 포화상태로 보였고 이 불경기에 사람들이 뭘 먹고 살지도 걱정되더군요.

  • 13. ^^
    '09.2.13 12:07 PM (96.49.xxx.11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밴쿠버에 살고 있습니다.
    내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행사를 오늘 아주 크게 하더군요,
    하지만 밴쿠버에는 올림픽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신문에 종종 그런 사람들의 글들도 올라오지요.
    올림픽을 한답시고, 많은 오래된 것들을 부수고 새로 짓고 하면서
    어렵교 소외당한 사람들, 사회복지에 가야 할 세금들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곳에는요.
    올림픽이란 기업들 배만 불려준다고요, 누구를 위한 올림픽이냐..란 말들을 많이 하죠.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사라지고 광고의 스폰서, 자본만이 남은 올림픽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언론에서 들을 수 있고,
    이런 얘길해도 빨갱이 소리 듣지 않을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고요,
    올림픽이라는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행사를 통해 또 어느 쪽은 그 만큼 더 기울어지겠다는
    생각도 드는 하루였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4. 인천한라봉
    '09.2.13 12:38 PM (118.91.xxx.44)

    소심님 시엄니 너무 멋지시네요. 대화가 되서 좋으시겠어요..^^

  • 15. 멋진글~
    '09.2.13 3:29 PM (59.5.xxx.203)

    추천 100만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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