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저 좀 혼나야 겠죠? 두 아이 맘의 이 게으름.

무기력 조회수 : 1,406
작성일 : 2009-02-09 18:57:48
5세, 3세 아이 있어요. 큰 녀석은 지난 해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어린이집 체벌 문제로 맘에 상처를 입고는 다니기 싫어해서 그만둔지는 6개월정도 됐어요. 다른 데는 안다니려 하구요. 이제 3월이면 유치원에 가요.
어린이집 그만둘땐  동생 보고 힘들어 한 아이 둘째도 이제 좀 컸으니 데리고 있으면서 잘 해줘야지 했는데
그 의욕이 몇일 가지 않네요. 남들은 한글이다, 뭐다 잔뜩 가르치고 놀아주기도 잘 하는 것 같은데
전 살림도 엉망, 육아도 엉망이네요.
원래 살림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구요. 아이 먹이고 청소하고 하는 건 제법 잘 살뜰히 하는 편이었네요. 남편 밥도 외식 없이 잘 차려내놓구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모든게 귀찮아졌어요.
요즘은 뭘 해도 시큰둥이고,
이곳에 이사 온지는 한 9개월 됐어요.친정이랑 멀어서 몇달에 한번 아이 아빠랑 함께 가구요.  아이 어린이집 친구 엄마랑 곧잘 만났었는데 어린이집 그만두니 그마저도 시들해졌구요.
만날 땐 이수다 저수다 떨며 지냈지만, 그리 편하진 않고.
나이 많이 먹어 한 결혼이라 아이만 어렸지 40이 다 된 나이라 그런지 사람 사귀는 것도 피곤하고, 어려운 생각만들구요. 기분 전환 삼아 아줌마들 수다 떨어봤자 남는 것도 없는 것 같고.
결혼전 만났던 고교 친구들도 하나 두울 연락이 두절 된 상태이고 이런 것들이 절 자꾸 작아 지게 만드는 것 같구요.
이런 얘기 하면 욕하실 분 계실지 몰라도
명절날 시댁식구 북적 북적해서 며느리 노릇하느라 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게 바삐 지난 후 집에 오니 한 몇일 부지런히 돌아다닌 터에 몸은 가벼워져 집에서도 뭔가 막 하려 했지만,
집 치우고, 밥먹고 나니 그저 내 삶은 바삐 가야 할 곳도, 해야 할 일도 없는 멀뚱한 날, 백지 같은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렇다고 두아이 챙겨 이웃집 마실가봤자 소모적으로 느껴질 때가 더 많구요.
또 아직 어린애들 데리고 서점이나 도서관 가봤자 의욕에 넘쳐 나갔다가 너무 지쳐서 두아이 잡듯이 화내며 들어올 때가 태반이구요. 그러다 보니 밥 먹이고, 어쩌다 책이나 읽어주고 지들끼리 놀아라 하며 집에  방콕하게 되네요. 이렇게 하루 이틀 지나고 매일 같은 날의 연속이고 전 먹는 것도, 치우는 것도 귀찮은 생활이 되네요.

어제 sbs스페셜을 보니 자식 떼어놓고 생존을 위해 일하는 한 중국인 아버지의 손을 보니 참 생존한다는게 숭고하고, 처절하단 생각이 들었고, 제 처지에 열심을 내야지 했는데도
오늘 아침 눈을 떠 보면 전 여전히 제자리구요.
과감히 아이들 맡기고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그림그리기도 하고 뭐 자기 시간 갖으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살림만 하는 아짐, 돈 벌줄을 모르며 돈 쓸 궁리하는게 맘에 캥기고 대출이자 나가느라 쓸 돈도 없고 이리 저리 저 스스로를 족쇄채워 놓고, 해답을 찾지 못해 이렇게 있네요.
저 천성이 게으른 건지, 아님 다른 분들도 이맘 때 더 열심히 정열적으로 행복하게 시내셨는지.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의 에너지가 나오는지 묻고 싶네요.
좋은 남편에 월급쟁이 빠뜻하지만, 그래도 내일 먹을 것 걱정하지 않고, 내 인생 지금 시점에선 아이 잘 키우는게 최고 사명이다 생각하며 감사해야지 하면서도  장래 꿈도 미래도 없이 덫에 걸린 듯 허우적 거리는 절 스스로가 도울 수가 없어요.
저 우울증에 걸린건지.
벌써 두세시간째 티비 보는 아이 옆에서 제 가슴이 먹먹해서 적어보네요.
IP : 116.122.xxx.24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leelord
    '09.2.9 7:17 PM (118.47.xxx.28)

    정체성의 혼란이나 존재감을 못느끼는 삶이나..가끔 그런때가 있지요...정도의 차이는 있지만..다들 고만고만하게 살잖아요..멀쩡하게 사는것 같아도 말못할 온갖 고민.걱정거리 하나쯤은 다 갖고 사는게 우리네 삶이잖아요..답은 없지요..그냥 매운음식 권합니다..

  • 2. ...
    '09.2.9 7:58 PM (121.168.xxx.88)

    미운 4살.. 죽이고 싶은 7살.. 그것도 아들만 둘...
    이사 문제로 큰 애 유치원 입학때까지.. 집에 데리고 있어야 하는 저 역시
    님의 심정.. 백만배 공감해요.

    남편은 속도 모르고 애들 데리고 놀이터도 가고.. 도서관도 가라 하지만...
    두 녀석 데리고 나가면 두 놈이 어찌나 개구지게 노는지..
    한 시간에 신경쓰면 보내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닙니다.

    님.. 저 역시 우울증인가봐요.
    하루종일 텔레비젼에.. 장난감으로 온 집을 어질러 놓는 아이들 보노라니 저 역시
    가슴이 답답해요.

  • 3. caffreys
    '09.2.9 8:18 PM (203.237.xxx.223)

    백지같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마음이 아프네요

    가끔 그런 시간이 너무 두려울 때가 있어요.
    나이만 먹어가고, 주름만 늘어가는데...
    의욕과 희망으로 계획하는 시간보다
    지나간 일들을 추억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만사가 귀찮아지면, 정말 좋아하는 일도, TV 보는 일마저 귀찮아지지요.
    아무리 살아도 시간만 갈 뿐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 나이에요.

    한 스무살 먹은 총각이라 연애나 해보세요 ^.^(농담)

  • 4. 흑...
    '09.2.9 8:42 PM (58.120.xxx.212)

    어쩜 저랑 그리 무기력한게 비슷한지..흑흑..ㅠㅠ저도 그래요 4살..뱃속에 둘째..흑..

  • 5. ..
    '09.2.9 9:06 PM (211.205.xxx.99)

    정말 공감가는 얘기네요..
    직장생활에 바쁜친구들은 저를 부를때 여유로운친구, 걱정없는친구라 부릅니다.
    부러워하는건지 할일없어보여 무시하는건지 가끔 헷갈립니다.
    저는 애들이 조금커서 갈데다 가서 오전시간 여유가 있는데도, 운동도 시큰둥하고, 배우는것도 귀찮고,, 내가 뭘 좋아하고 하고싶은게 무언지 모르겠어서 정말 고민입니다.

  • 6.
    '09.2.10 1:57 AM (222.110.xxx.137)

    애도 없는 저는 왜이리 구구절절 와닿는지...
    밖에 나가서 차라도 한잔 하려면 돈 들지...
    어디 좀 활동적으로 움직이려면 발시려서, 이러면 애기 생기는데 안 좋을 것 같지...
    저도 여러가지로 저 스스로에게 족쇄 채워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전업으로서 살림을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만족감도 생기지 않네요.
    저도 내일... 백지같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무얼해야 할까요? 팔자가 늘어지니 걱정도 팔자입니다.
    전 애기 생기면, 애기 키우느라 지금의 고민이 다 해결될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요.
    취미생활? 나만의 생활? 무엇보다... '자아'를 찾는 게 해결점인가 봅니다.
    '자아실현을 위한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그만두었는데...ㅎㅎ

  • 7. 일단은
    '09.2.10 10:46 AM (61.105.xxx.68)

    님이 기운을 좀 차리셔야할것 같아요 저두 학교 다니는 아이와 이제 11개월된 아이 둘 데리고 하루 하루가 넘 힘드는데요(아이 다 키워놓고 제 생활하다가 다시 간난아이 키우려니 더 답답해요)집에만 있으니 더 더..쳐지드라구요

    물론 나갔다오면 육체적으로 힘은 더 들지만 사람이 햇빛을 쐬야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다잖아요..이제 날씨두 풀리니 외출 자주 하세요

    서점이나 도서관은 아이들을 통제해야하니 님이 힘드시지요.
    통제 안해두 되는 곳으로 가세요

    기분이 너무 처질때는 차라리 돈 아끼지 말자...합니다.

    큰 아이 키울때는 없던 키즈카페가 요새 많드라구요
    아이 둘이 같이 놀수 있는 나이는 되는것 같으니 가서 둘이 풀어 놓으세요
    일반 동네 놀이터보다는 안전하고(봐주는 사람두 있고)
    님두 차한잔 하고 책 한권 읽으며 2시간은 쉴 수 있어요

    밤에 남편에게 맡기고 찜질방두 가고
    가끔 동네 맘 맞는 아짐이랑 밖에 나가서 맥주두 한잔 하세요.
    친구들에게 전화두 먼저 해보시구요 연락 자주 못한거....다들 아이키우며 살아봐서 비슷하게 공감하며 이해합니다....

    기운내세요 영양제두 챙겨두시구요.전 친정엄마가 홍삼 챙겨주시며 먹어야 기운난다고 하셔서 약 먹구 있는데 마음적으로나마 효과가 있네요.

  • 8. 내맘과같아
    '09.2.10 2:08 PM (61.248.xxx.2)

    저랑 상황이 똑같아..지나치질 못하고 몇자적어요..
    저도 저주의 아들만 둘..것도 5살, 3살입니다..
    한참 힘들죠??
    제 주위엔 아들만 둘키우는 엄마가 없어서 공감대가 형성이 안되더라구요.
    맨날 힘들다고 징징거려봐야 딸하나 키우고, 또는 딸둘, 또는 아들하나 딸하나 키우는
    친구들은 이해를 못하더군요..
    한동안 우울증이 심해서 정말 혼자 미친짓 많이했더랬죠.
    애들 혼낼때는 신들린거처럼 정말 막 혼내고, 물건 집어던지고, 점점 강도가 세어지게 때리기도
    해보고..잠시뒤면 제정신을 차리곤 왜그랬나...후회하고, 잠든아이 껴안고 울어도보고.
    항상 그렇지는 않고, 괜찮았다가..또 우울증이 도졌다가..반복되요.
    그럴땐 저도 윗분 어느분처럼 돈을 안아껴요
    옷사입고, 화장품사고 집으로 택배가 막와요. ㅋ
    신랑이 한소리하면 남자애들 둘 키우면서 나한테 희망이 머있냐고. 나부터 꾸미고 좀 사자고
    바락 큰소리치면 그래도 신랑이 제 생각을 많이해주네요.
    그나마 그래주기에 이정도로 유지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님...힘내세요..그리고 그럴수록 자기투자에 아까지마세요~

  • 9. ...
    '09.2.10 2:38 PM (222.121.xxx.75)

    전 아이하나지만 어쩜 그리도 저랑 비슷하신지
    답은 아니지만 돈쓰면 기분이 쪼매는 가벼워지긴 합디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6820 조카가 대학 등록을 했는데 1 ^^ 2009/02/09 736
276819 성숙 5 성숙하게대처.. 2009/02/09 782
276818 아래 세우실님 글 '국어도 영어로 강의 못하면,,'보면서,, 5 매를 벌자 2009/02/09 636
276817 28살, 무엇을 해야할까요. 14 Anns 2009/02/09 1,384
276816 민노총 "정권과 싸워야 하니 성폭행 사건 덮어두자" 7 djqtdm.. 2009/02/09 438
276815 조중동 보는 것이 죄입니까???- 죄입니다!!! 35 은실비 2009/02/09 801
276814 용산참사 추모집회 [청계광장 생방송] 3 ,, 2009/02/09 183
276813 아이 창작 전집을 사려했는데... -_- 2009/02/09 119
276812 (급질문)돈까스... 레인지로 익힐수 있나요? 15 컴 앞 대기.. 2009/02/09 4,633
276811 지워진 쪽지.. 1 쪽지 2009/02/09 198
276810 갈라쇼 다시보려면 5 연아팬 2009/02/09 664
276809 손수건(안양범계사시는분만) 2 드려용 2009/02/09 388
276808 루머 대상 스타들 VS 루머 유포자들 폭풍속으로 2009/02/09 406
276807 저 좀 혼나야 겠죠? 두 아이 맘의 이 게으름. 9 무기력 2009/02/09 1,406
276806 가방 문의 좀 드려요... 6 .. 2009/02/09 856
276805 미간에 보톡스 맞고 오후에 맛사지 가능할까요? 4 불혹 2009/02/09 679
276804 sbs에서 지금 김연아 갈라쇼 합니다 3 갈라쇼 2009/02/09 555
276803 일산에 정신과 추천 부탁해요. 1 추천부탁 2009/02/09 344
276802 아기 뒤집기 시작하면 그냥 놔둬야 하나요 ? 7 . 2009/02/09 738
276801 튼튼한 원목식탁 사고파요 1 .. 2009/02/09 503
276800 친척한테 보험들었는데... 생판 남한테 하는게 나을뻔했어요... 8 보험 2009/02/09 1,282
276799 일주일에 한번씩 시댁을가요... 12 스트레스 2009/02/09 1,444
276798 후라이드 치킨을 집에서 해먹는게.. 7 치킨 2009/02/09 1,350
276797 꼴불견 졸업식 행태 3 추운날 2009/02/09 474
276796 인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4 편입할까? 2009/02/09 617
276795 최민수에 대해 2 답답함 2009/02/09 909
276794 알바하면 실업급여 받을수 없나요?? 4 모먹고 살지.. 2009/02/09 579
276793 정조 독살설을 폐기시킬만한 사료가 등장했네요.. 4 세우실 2009/02/09 906
276792 안경률 “한나라 지지도, 대통령 지지도보다 떨어지기 시작” 4 폭풍속으로 2009/02/09 330
276791 올리브그린색 천소파 뒤, 어떤 포인트 벽지가 어울릴까요? 4 ^^; 2009/02/09 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