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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00원짜리 가방땜에 부부싸움하다

돈이 없어요 조회수 : 1,811
작성일 : 2009-02-08 01:06:15
어제 작은애 어린이집에 바래다주고(차량운행 안해서 집에서 5~10분 걸어가야 해요)시장이나 봐가지고 갈까 싶어서 시장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큰애 같은반 엄마가 차타고 가다가 저를 아는척 하더군요
제가 한참 문화센터에서 뭐 배우다 요즘은 저희집도 어려워져서 그것도 못 배우고 걍 집에 있거든요
저 문화센터 다니기 전에 그 엄마가 종종 저희집에 와서 차도 마시고 점심도 같이 먹고 했었는데 제가 문화센터 다닌 이후로 좀 뜸해질수 밖에 없었죠

암튼 차타고 가다가 저를 보면서
"@@ 엄마 안바쁘면 나랑 동대문 안갈래?" 하는데 아주 모르던 사람도 아니고 저두 요 근래 쇼핑한적도 없고 해서 괜한 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 하길래 눈이나 즐거워보자하고 홀라당 탄게 화근이었어요
계절이 지금 좀 애매해서 겨울옷 입긴 웬지 둔해보이고 글타고 봄옷 입기엔 추운거 ..그게 다행이었지 안그랬으면 이것저것 다 샀을거에요 돈도 없으면서..

글구 제가 쇼핑가면 참는거 참 잘하는 편이거든요
나름 합리화를 하죠
흰색옷이면 저거 분명 누래질거야, 검은 색옷이면 저거 검은색이 더 무섭다고 먼지 디게 많이 묻을거야 등등
근데 제옷에는 그게 가능한데 애들옷이랑 자잘한 소품류..특히 가방은 정말 쥐약이에요

글타고 명품카피 그런건 제 눈에도 안 들어오구요 왜냐하면 제 주제를 너무 잘 알거든요
내가 명품카피 든다고 그걸 진짜로 알아봐줄만한 옷차림이 일단 안되기에 저 여자 저거 짝퉁이다 하고 말 들을거 같고 심지어 진짜 명품을 들고 다닌다 해도 저 여자 저거 짝퉁일거야 할만큼 제가 옷을 못 받쳐 입어서 명품카피쪽은 쳐다도 안봐요

대신 제 눈에 쏙들어오는 가방 이런거 있으면 사족을 못 써요
디자인은 머라고 딱 표현하기가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가방 취향이라는게 있는데 그런거 보면 미치죠
문제는 그런게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에요
저번에도 인터넷에서 4만원짜리 가방을 파는데 너무 갖고 싶은거에요
혼자서 끙끙하다가 저거 제평가면 더 싸대..하고선 혼자 위로 했죠 글구선 가방 안사고 버틴거에요
문제는 제평에 간거죠

근데 그 4만원짜리 가방이 눈앞에 33,000원 달라고 아저씨가 개시니까 특별히 30,000원에 주겠다하는걸 그 엄마가 천원만 더 깍아달라고 하니 순식간에 29,000원까지...
그 엄마가
"이거 너무 귀엽다..아무데나 들어도 될거 같고..@@엄마 나랑 같이 사서 우리 같이 들고 다니자"하는데 진짜 무너지대요

사실 29,000원이면 남들이 볼땐 하나 사지 뭐 그리 궁상이냐 하실지 모르지만 저희 한달 생활비가 30만원이에요
생활비의 10%가 가방값으로 나가는건데 그게 저한테는 무지하게 큰거죠
안돼!!!! 하고 속으로 꾹 다지구선 그 엄마만 사고 돌아오는데 한편으로는 잘 참았다 제 자신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꼴랑 3만원도 안되는 가방도 못사는 제 처지가 너무 속상한거죠

남편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집은 애들이 마구 어질러 놨지 저는 저대로 하루종일 속상하니 얼굴이 밝을수가 없죠 그러니 남편이 뭐라고 하는거에요
집이 왜 이모양이냐고..뭐가 어때서?
그러면서 부부싸움 투탁거리기 시작했죠

남들 다 입고다니는옷이며 신발이며 그런거 나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사는데 집이 좀 엉망이면 뭐 어때서?
내가 맨날 이러고 살아?오늘만 이런건데 뭐가 어때서?
집이 엉망인게 중요해? 내속은 만신창이 인데?
하고 마구 폭발해댔죠
휴~~~~~

그놈의 싸구려 가방때문에 저희집 분위기는 더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남편이 그거 사라고 그게 금덩어리도 아니고 니 기분이 그리 엉망이면 사라고 하는데 돈이 어딨어?했더니 남편도 폭발했네요
나는 이러고 살고 싶어서 사니? 나도 남들처럼 잘 살고 싶다고!!!
하면서 둘이 설전을 벌였네요
예...제가  잘못했죠
제 속은 꼴랑 3만원짜리 싸구려 속이었던거에요
미안하다고 나중엔 사과했고 서로 툭 털어놓고 얘기하고 위로해주고 했는데요..
제가 차~~~암 철이 없죠
오늘도 그놈의 가방이 갑자기 불쑥 생각날건 뭐랍니까
여기다 이리 하소연 하면 잊어버릴수 있을까요 ㅜ.ㅜ;

IP : 122.35.xxx.22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으흠,,
    '09.2.8 1:08 AM (125.182.xxx.100)

    님.. 저도 뭐 님보다 나은형편은 아니고 비슷한 형편이라 ,, 제속이나 님속이나 비슷한듯해서 ,, 위로글 남기네요 ,,

    그 가방,, 한달도 못들고 다녀 찟어졌을꺼에요 ,, 잘참으셨어요

  • 2. 원글님..
    '09.2.8 1:18 AM (92.228.xxx.139)

    주제넘지만 참 소녀같고 착하신 분 같아요. 그냥 느낌예요.
    저도 남편과 그런일로 싸울때가 있는데요. 분명히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고, 남편은 어떤말을 하게되고, 결국은 더 기분을 망쳐버린다는 걸 알면서도, 터질때가 있지요. 그럴땐 저도 스스로 무지 찔린답니다. 원글님도 조금 속상하셨겠지만, 밖에서 고생하시는 남편분 더 이해해주시고, 서로 다정히 즐겁게 지내세요. 그게 훨씬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거예요. 기분 털어내세요.^^

  • 3. 잘하셨어요.
    '09.2.8 1:36 AM (116.123.xxx.150)

    화해하시고 조금만 더 참아보세요.

    당장 괜찮다 싶은것 못사고 들어오면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막상 들여다 놓아도 몇번 들고다니다 보면 별것 아니더라구요.

    그냥 잘 안사고 왔다고 위안 삼으세요.
    당장은 안사면 어떻게 되는것 처럼 마음이 급하다가도 마음 다잡으면 괜찮아요.

    나중에 나중에 형편 좋아지면 그때 더 멋지고 새로운 가방으로 사셔요.

  • 4. 정말
    '09.2.8 3:02 AM (203.171.xxx.118)

    착하신분 같아요..
    저라면..&&&&%%%%@@$$$$$ (차마 챙피해서 대놓고 말은 못함)
    저도 님댁과 같은 형편 지나온지 불과 얼마 안됐기에 그 맘 잘 압니다만..
    그래도 열심히 살다보면 정말 옛말 하며 사는 날이 오기는 하네요..
    알뜰살뜰 잘 사셔서 부디 행복한 앞날.. 지칠만큼 누리시기 바래요..

  • 5. ...
    '09.2.8 3:27 AM (121.169.xxx.210)

    화해 하셨다니 다행이에요..
    그렇게 한번씩 터지면 더 서럽고 그래요.그쵸..

    몇만원..없어도 살고 있어도 사는데..
    그래도 안쓰고 알뜰하게 모으면 나중에 더 큰 돈이 되어서 돌아오는것 같아요.
    잘하셨어요..털어 버리세요~

  • 6. 30
    '09.2.8 3:31 AM (58.235.xxx.214)

    30만원이 한달 생활비라는게 놀라웁네요
    마트 한번만 가서 고기좀 사고 음료 야채 공산품 좀 사면
    2-30만원 금방 나오는데요
    거기다가 애들까지 있는데....

  • 7. 알뜰하시네요
    '09.2.8 6:27 PM (121.88.xxx.149)

    저도 놀랍네요. 어떻게 30만원 갖고 사시는지....
    전 아가도 없고 남편은 거의 매일 먹고 들어와도
    100만원 갖고도 힘들던데...
    과일은 둘이 매일 먹으니 박스로 사고
    간식하느라 과일에 ....빵 구어먹느라 재료 사고....
    저도 님처럼 아끼고 살 수 있을런지....이놈의 헤픈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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