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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른이야기

쉰이되고보니 조회수 : 2,052
작성일 : 2009-02-04 18:22:04

1.  저: 어머니 자주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해요.
     어머니: 아이고 니 바쁜 줄 다 안다. (저 전업주부 입니다)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서 애들 한테 신경 쓸게 얼마나 많노.
                기름값 써가며 올거 없다. 대신 돈 적게 드는 전화나 너그 아부지한테
                자주 해라! (시댁까지 한시간이면 끽 입니다.)

2. (남편이 어떤 일을 훌륭하게 성취 했습니다.)
   아버지: 아이고 우리 아들 훌륭하다. 나는 니를 업어 주고 싶다.
   어머니: 나는 자(며느리)를 업어 주고 싶구만, 내조 하니라 고생했다.
   저: (속으로 .....아이고 어머니 왜그러셔요. 한것도 없구만..ㅎㅎㅎㅎ)

3  저: 어머니 날씨도 추운데 건강 어떠셔요?
    어머니: 도시에 공기 나뿐데 사는 너그가 걱정이지 나는 괜찮다.
                나는 내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내 걱정은 쪼매도 하지 말고
                가(아들)하고 애들이나 보살피라.
                경제적으로 도와주지도 못하는데 내 몸 아파서 자식들 한테
                폐 안끼칠라꼬 내건강 내 알아서 한다.
  저: (할마시...... 엄살쫌 떨어도 되는 구만....그라고 어머니 그만 하면 많이
       주셨어요)

4. 저: (간만에 시골가서 부엌에 들어가며) 어머니 머 하세요?
   어머니: 안한다 아무것도 안한다. 춥다 방에 드러가라.
              가서 오랫만에 아부지 하고 이야기 해라. 빨리 드가라.
   (못이기는 척 방에 가면 물색없는 아버님)
  아버지: 니 감기 걸맀나? 목이 쉿네 . 여보! 여보! 야 감기 걸맀네
             그 모개하고 꿀절인거  쫌끓이와!
  저: 아니 아버님 괘안씸더 괜히 목만 그렇지 감기 아닙니다.
  어머니: (모과차를 금방 끓여 오며) 눕어라 눕어. 뜨신데 푹 눕어서 찌지라.
             당신 쫌 나가 야쫌 편하게 눕게.
  아버지: 내 있으모 어떠노.  누으라 눕어 (그러면서도 슬그머니 나가 십니다.)

5. 아버지: 야야, 너 엄마 김치 다했다. 맛있어,일미라, 올해는 더 맛있는 것 같애.
    저: (ㅋㅋㅋㅋ아부지 오바는 하여튼..)  왜 연락 안 하셨어요? 안그래도 이번주에
        하실것 같아서 갈려고 준비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 내가 니한테 전화할라 카니까 너그 엄마 전화기 뺏고 난리 났다 아이가.
              아직은 자기가 한다 안카나.맛있을때 갔다 묵으라.
            (어머니 감사합니다만 어머니 건강 무지 걱정 되거든요. 제발 몸쫌 아끼셔요.)

6 (영양제 몇통 사가지고 갑니다)
   어머니: 니 이거 얼마줬노? 당신 야 돈줘요.
   아버지: 자식이 그것도 하나 못 사오나. 당신도 너무 그라지마. 자식 버릇
              잘못 드린다카이...
   어머니: 야들이 버릇 잘못들 아들도 아이구만.
             춥은데 사로 나가기도 힘들구만....
  아버지: 알았어! 내 농담으로 캐봤어!  니 얼마 줬노?
  어머니: 마이 줘..
   (저요  민망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위의 대화는 만 50인 저와 70대 후반 동갑이신 시어른들과의 최근 대화 입니다.
근25년을 저런 사랑을 받아 왔지요.
저는 딸만 둘이라 시어머니가 될래야 될수도 없는 입장 입니다만
존경스런 어머님을 뵈면서 나이를 먹어서 윗사람의 처신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믿어주고 물질이든 사랑이든 노력이든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베풀되 본인 깜냥껏 베풀어서 나중에 원망이 남지 않게 하는것 또한 지혜이겠지요.
저희 시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 하시지만 어느선에서는 매정하게 자르실 줄도
아십니다. 물질이든 사랑이든 .....그래서 원망을 남기시지 않습니다.

또 두분은 아주 독립적 이어서 시골에 사시지만 철저한 시간 관리를 하십니다.
해서 시댁에서 오래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대개 1박 2-3식이면 충분 하지요.
더 오래 있자니 두분 생활에 리듬을 깨는 것 같아서 오히려 죄송하지요.

시댁가는 일에 가끔은 밍그적 거리기도 하지만 저런 사랑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면
꽉 차는 감사를 느낍니다. 때때로 왜 어려움이야 없겠습니까만 차 안에서 혼자 중얼 거립니다.





  "니가 어딜 가면 저런 큰 사랑을 받겠냐?"
IP : 124.111.xxx.124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울 시부모님도
    '09.2.4 6:26 PM (61.38.xxx.69)

    그래요. 므흣.
    이십년차 랍니다.

  • 2. ...
    '09.2.4 6:28 PM (125.184.xxx.192)

    울 시부모님 대화를 보는 줄 알았음.. 므흣 ^^

  • 3. 웃음조각^^
    '09.2.4 6:29 PM (125.252.xxx.38)

    울 시어머니도 그러세요^^

    울 시어머니때문에 제 여동생 눈만 높아져 있습니다. 모든 시어머니들이 다 그런 줄 알고요..^^;

  • 4.
    '09.2.4 6:33 PM (121.186.xxx.223)

    새언니한테 하는 울 친정부모님 모습을 보는듯 하네요..^^;;

  • 5. ...
    '09.2.4 6:33 PM (115.140.xxx.24)

    부럽습니다..
    하지만 저도 우리 시부모님의 사랑은 많이 받는터라..
    또한 그분들 존경한답니다~~

  • 6. 보기좋아요
    '09.2.4 6:34 PM (222.237.xxx.57)

    대단히 훌륭하신 시부모님이시네요..
    님 역시 그런 사랑 받을만한 며느님 이시구요.

    서로 고마워하고 위해주는 아름다운 고부를 보니 엔돌핀도 팍팍 돌고 마음도 푸근해져 기분이 참 좋아요.

    지금까지는 자신을 돌아봐도 그저 별로였지만 앞으로는 더 사랑받고 인정받는 며느리 되도록 노력하고 나중에 아들이 장가들면 꼭 저런 시어머니 되도록 자신을 잘 다스려야 겠어요..

  • 7. 아, 부러워라
    '09.2.4 6:36 PM (114.206.xxx.17)

    저희 시부모님 따로 독립해서 사시겠다고 그렇게 강조하시더만 결혼 날짜 잡아놓고 당연히 같이 살아야 정이 든다며.... 합가하시고
    너희 결혼해도 우리는 신경쓸 필요없다, 우리 노후는 미리 다 준비되어 있다, 너희만 잘살믄 된다.. 하시고는 결혼하니 이제는 너희가 주는 거 먹고 살란다. 우린 돈없다며 모든 비용 다 우리에게 넘겨주시고. 너희만 서로 챙기지 말고 시부모를 먼저 챙겨라.... 하시고....(친정가는 것도 싫어하시고)

    으앙, 울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심보 고약한 난 자다가다 화가 치밀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저도 한 이십년 지나면 속앓이 않고 잘 살 수 있을런지. 아직은 뛰쳐나가고픈 맘이 많네요.
    그나저나 원글님 넘 부럽습니다.
    내내 행복하게 사시길 바래요.....

  • 8.
    '09.2.4 6:46 PM (125.186.xxx.143)

    우리 할아버지..세계 어딜 다녀봐도, 우리며느리만큼 이쁜 사람 없더라. 하면서, 맨날 옷이며 가방이며..사다주시고..우리할머니..살림은 몰라도된다. 착하기만 하면된다..일하시는분 안계실땐, 새벽에 일찍깨시는 할머니가 밥올려 놓으시고, 식사준비하셨어요.아침마다, 우리며느리 오늘하루도 즐겁게 지내게해달라고 기도하시고..우리가 못되게 굴면, 지 엄마나 닮지, 아빠닮아서 저런다고-_-;정말 친자식 이상으로 끔찍한 사이지만, 정작 고모들은, 할머니 고집세고 잔소리 많으셔서 어떻게 사냐고 그러신다는 ㅎㅎ,보니까, 적당히 인정해버리고, 편할수있는..그런방법을 찾으면 되는거같아요.

  • 9. 별나라 얘기..
    '09.2.4 6:50 PM (58.236.xxx.22)

    미화된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모두 저 마다의 복이겠지요.. 그런데, 아닌 시댁도 아~주 많답니다.. 저부터 해서.......

  • 10. 쉰이되고보니
    '09.2.4 6:51 PM (124.111.xxx.124)

    댓글 감사 합니다,
    좋으신 시어른들이 많으시군요.

    젊은이들이 한창 좋을 때에, 그 빤짝 빤짝 빛나는 결혼초 10여년, 한창
    새가정을 이루고 새생명을 품을 아름다운 시기를 시댁과의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저의 어머님 애기를 올려봤습니다.

    위에서 사랑이 내려와서 충분히 적셔 준다면 없다던 치사랑도 생기지 않을까요?

  • 11. ..
    '09.2.4 6:53 PM (115.136.xxx.157)

    부럽습니다.

  • 12. ...
    '09.2.4 6:54 PM (121.135.xxx.223)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너무너무..
    저는 저희 시어른들을 보면서 제발 어른이 어른다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여시같은 너한테 내아들 뺏겼다며 목놓아 우시는 우리 시어머니, (저 자타공인 곰팅이인데,, 도대체 왜..)
    남들은 생활비 백만원 주더라며 몰래 얘기하시는 우리 시어머니,
    여자는 친정보다 시댁 챙겨야 한다는 우리 시어머니,
    심심하면 사돈댁 (저희 친정) 에 전화해서 내가 여기가 아프고 저기가 아프다며 하소연하는 우리 시어머니,
    저더러 자기가 얘기했다고 하지 말고 친정에 부탁해서 시누이 (자기 딸) 혼처자리 알아보라던 우리 시어머니,
    제 머리로서는 도저히 이해불가인 우리 시어머니,,
    그런 우리 시어머니를 생각하니 숨이 컥..

  • 13. 하이고..
    '09.2.4 6:55 PM (118.223.xxx.14)

    진짜 부럽습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분이십니다 ㅋㅋㅋ
    저도 이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울어머니한테 하도 설움이 많아서
    아들며느리한테 진짜 잘하고 싶은데
    절대 같이 안살겠다고 합니다
    제 별명이 친절한**씨라고
    피곤한 시어머니 후보랍니다
    아는 척 잘 하고 ...잘 삐지고...
    선물 무지 좋아하고... 샘많고
    물건 사기 좋아하고
    명품 선호 하는 악질시어머니 후보감이랍니다
    절대 같이 안 산다고 하니
    내 심술 어디다 풀꼬???
    같이 안사는게 크게 도와주는 겁니다 ㅇㅎㅎㅎ

  • 14. 와~
    '09.2.4 6:57 PM (203.210.xxx.116)

    님 시부모님들만 같음 당장에다로 시집가겠네요 ^^
    사투리쓰시는거 보니 경상도 어르신같은데 더 대단하시네요~
    부럽구요~
    시부모님께 잘하시니깐 그러실꺼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행복하세요~

  • 15. 아이쿠~
    '09.2.4 7:28 PM (220.85.xxx.151)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나네요... 정말 어른다운 분들이세요.

  • 16. 부러워요~
    '09.2.4 7:52 PM (222.117.xxx.100)

    님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분인가봐요.^^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러셨어요.
    울엄마에게 정말 잘해 주셨죠. 울할아버지의 사투리가 지금도 귓가에 울려요.
    그래서 울엄마는 제가 홀시어머니에 외아들인 남편이랑 결혼할 때
    그다지 걱정을 안하셨어요.
    할머니가 너무 좋으신 분이었으니...세상에 못된 시어머니가 존재한다는걸 잘 몰랐죠.
    지금은 저나 울엄마나 땅을 치고 후회한답니다.
    이궁...울시어머니가 저런 성품이셨으면...전 매일 시어머니 업고 다녔을거에요.

  • 17. d
    '09.2.4 8:32 PM (211.187.xxx.69)

    이런 시부모님이면...저 시집갑니다.!!!!!!!!

  • 18. ...
    '09.2.4 9:49 PM (118.40.xxx.9)

    저도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부모님 계실때 더욱 잘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 19. 아궁~~
    '09.2.4 10:31 PM (114.204.xxx.207)

    넘흐 보기좋은 풍경이네요. 저두 마음 여리시고, 따뜻한 시어른이 계셔서 늘 든든합니다.

  • 20. 아닙니다
    '09.2.5 12:57 AM (123.248.xxx.104)

    우리모두 깜박 넘어갔습니다. 저것은 실제상황이 아닙니다. 원글님의 공상과학소설입니다. -_-;

  • 21. 저렇게...
    '09.2.5 2:07 AM (67.160.xxx.47)

    저렇게 받으실라믄 님은 또 얼마나 했겄어요. 다 주고 받는거죠. 공짜가 어딨슴니까. 몸 안아끼고 해 드리니 그리 받죠.

  • 22. 눈물
    '09.2.5 10:43 AM (218.233.xxx.171)

    저런 대화내용에 왜 눈물이 날까요?

    8년 친정엄마처럼 생각하고 하소연에 기타등등 잘해드렸는데 돌아오는건 "며느리는 남이다."

    였네요. 발길끊은 6개월...저런 시엄니였으면 매일매일 보고싶어했겠죠. 님 부러워요

  • 23. 나두
    '09.2.5 3:21 PM (211.40.xxx.58)

    저희 시어른과 비슷합니다.
    그런데요 저도 잘했어요
    뭘 잘 했냐 하면요.
    마음으로 울 아버님 어머님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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