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20대는 어떻게 보수화되는가

리치코바 조회수 : 382
작성일 : 2009-01-22 12:54:23
[판]20대는 어떻게 보수화되는가
노정태 | 포린폴리시·한국어판 편집장
댓글 0
ㅣ 3 ㅣ 0
1월20일,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인해 용산구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이런 세상이다. 20대가 ‘왜’ 보수화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은 우문(愚問)에 지나지 않는다. 그 참사를 겪고 난 다음에도, 용산구청은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판을 떼지 않고 있다. 돈 없으면 구청에서 민원을 해도 ‘생떼거리’ 취급을 당하고,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다가 한겨울에 철거당하고 빈 건물로 내몰린 다음 목숨을 잃게 된다. 순우리말 ‘생떼거리’의 어감이 이토록 징그러울 수가 없다.

20대 문제에 대해 올바른 답을 얻고자 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고쳐 물어야 한다. 20대는 ‘어떻게’ 보수화되고 있는가? 지금의 20대는 투쟁의 주역에서 ‘투정’의 주역으로 전락해버렸다. 그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용한 것이 바로 현 정부의 대선 캠프였다. 부산에 사는 청년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영민씨. 그는 이명박 후보 지지 연설에서 자신의 아버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직장을 잃었고, 어머니가 시장 바닥에서 반찬을 파는 것으로 가정의 생계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며 울먹였다.

힘든 취업위해 비굴해진 그들

이 후보에 대한 이씨의 지지 연설은, 청년실업 문제가 내포하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을 포괄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는 “어서 정권이 바뀌어서, 누가 어머니께 ‘당신 아들 어디 다니냐’고 물었을 때 어머니가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지 않는 한 이 소원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예컨대 ‘포린폴리시 한국어판’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소개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반면 ‘삼성전자’나 ‘조선일보’에 다닌다면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당당하고 말고는 개인의 태도 문제겠지만, 사회적인 대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연봉으로 환산해보면 1125만원이 나온다. 종업원 300인 미만의 536개 중소기업에 들어간 4년제 대학졸업자의 초봉 평균은 1977만원이지만, 500대 기업에 들어갈 경우 평균 연봉은 3102만원으로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1125만원으로 시작하지만 소득 격차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사람과, 삶의 터전을 잃기 싫어서 ‘생떼거리’를 부리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의 차이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문제는 그 ‘번듯한 직장’에서 사람을 뽑는 방식이다. 공직자를 선발하는 과거 제도의 역사는 고려 광종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조선왕조 600년을 거쳐 일제강점기를 통해 현대 한국에까지 고스란히 승계되고 있다. 사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유능한 경력사원을 선발하는 것보다는,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것을 선호한다. 이 시험의 공통점은 응시자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본다는 것과, 최후의 관문인 면접시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 약점 이용하는 기업과 정부

20대는 바로 그 면접관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도록 길들여지고 있다. 사법시험의 경우 올해는 10명, 지난해에는 11명이 심층면접에서 떨어졌다.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자기 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촛불시위에 나갔다가 체포되어 경찰 기록이 남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불이익이 돌아올 테니까. 대기업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벌 그룹들은 나름의 인성평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 앞에서 젊은이는 소신대로 답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회사의 입맛에 맞는 대답을 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통박’을 굴려야만 한다.

20대가 ‘보수화’ 하고 있다는 표현은 그런 의미에서 적절하지 않다. 20대는 비굴해지고 있다. 한 손에는 월급통장을, 한 손에는 물대포와 곤봉을 들고 우리 사회는 20대를 ‘꺼삐딴 리’로 만들어가고 있다.

<노정태 | 포린폴리시·한국어판 편집장>
출처:경향신문
IP : 118.32.xxx.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대는...
    '09.1.22 1:15 PM (211.189.xxx.250)

    보수화가 된것이 아니고 비굴에 똘똘 뭉쳐진 콘크리트 일 뿐인것이죠.
    ( 물론 바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많지만요.. )
    어느 블로거분의 말씀처럼 자신의 스킬업에만 정신이 나가있고 옆에 사람이 죽어 나가던 말던
    신경 안 쓰는 지라 딱히 보수가 되었다 라고 하기엔 진정한 보수이신 분들께는 모욕적인 언사가 되겠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2949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두개골 함몰된 대학생입니다. 17 아고라베스트.. 2009/01/22 1,238
432948 남편돈 쓰기가 왜 그렇게 눈치보일까요? 11 고민 2009/01/22 2,103
432947 한국에서 배워서 외국에서 쓸 만한 기술은 뭐가 있을까요? 7 화이팅 2009/01/22 1,183
432946 어제 경숙이,경숙이 아버지 보셨어요? 18 드라마 2009/01/22 2,308
432945 어린이집 보육료 현금영수증 받았는데요 교육비로 소득공제 받으려면 어케해야하나요,, 1 궁금이 2009/01/22 793
432944 방금 뉴스에 지하벙커 11 궁금 2009/01/22 1,214
432943 이런 경우면 연봉이 얼마라 생각해야 할까요 10 급궁금 2009/01/22 1,391
432942 미끄러우면 사고 날수 있지요 그게 싫어요~~ 2 설 에 눈오.. 2009/01/22 368
432941 이것 참 말하기 그러네요..(한과 선물) 5 ... 2009/01/22 1,340
432940 참 가슴 따뜻해지네요. 1 봄날처럼 2009/01/22 475
432939 명절인데 또 내일 산부인과 예약인데 손님이 오시네요 하필 2009/01/22 527
432938 스키니진 1 질문 2009/01/22 549
432937 왜 매번 저는 추징을 당해야할까요? 20 연말정산 2009/01/22 1,918
432936 대구근교에 사시는 분들 초등애들이랑 어디 다녀오셨나요 갈데가 2009/01/22 243
432935 아이들 터울이 어떻게 되세요? 10 아이엄마 2009/01/22 719
432934 초등4학년 수학학원 어디가 좋을까요? 5 초등수학 2009/01/22 1,166
432933 고객정보 팔아먹는 것이 불쾌해요 4 패션밀 2009/01/22 2,107
432932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궁금해서요 3 예비중 2009/01/22 558
432931 GS마트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팔던데요... 10 다 알고 계.. 2009/01/22 1,693
432930 저아래 S전자 연봉에 대해서.. 8 ㅇㅇ 2009/01/22 1,675
432929 내 맘 속의 화염병....;;-.- 1 ** 2009/01/22 342
432928 DJ DOC 난 한나라당이 싫어요 첨알았어요. 5 이런노래 2009/01/22 834
432927 흙표에서 나오는 소파 사용하시는분???? 6 흙표 2009/01/22 975
432926 why 시리즈 ~ 6 투덜이 2009/01/22 897
432925 예비소집일 가보고 더 걱정되네요..선생님에 대한 편견때문에 6 예비초등엄마.. 2009/01/22 788
432924 단양에 사시는 82님들 계신가요? 11 ... 2009/01/22 687
432923 설에 전 부칠때 무슨 무슨 전 부치세요? 18 전이 좋아 2009/01/22 1,889
432922 임신을 그닥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상상 임신 할수 있나요? 4 ... 2009/01/22 698
432921 명품 그릇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요~ 7 햇님 2009/01/22 1,130
432920 매일 마시는 내 술값이 찌라시 광고비로 들어가는거 싫어요~~ 2 니네가배후 2009/01/22 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