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희의 발칙한연애]‘결혼 인연’과 ‘연애 인연’
입력: 2009년 01월 04일 19:28:58
8년을 죽자 사자 연애하던 친구가 애인이랑 헤어진 지 3개월 만에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왔다. 친한 후배 녀석은 10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 날짜를 잡고 예식장까지 섭외했는데 얼마 안가 양쪽 집안 문제로 헤어졌다. 남자는 헤어진 지 한달 만에 만난 새로운 여자랑 그 전 여자랑 잡아놓은 결혼식장에서 그 날짜에 결혼식을 올려버렸다. 결혼식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신부가 바뀌어 있어 깜짝 놀랐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남자친구의 사과만을 기다리고 있던 전 여자친구는 그 소식을 듣고 기절해 쓰러졌다.
종종 결혼의 인연과 연애의 인연은 따로 온다. 심지어 자식과의 인연도 따로따로 오는 사람도 있다. 연애는 순자하고 하고 결혼은 민자하고 하고 애는 경자하고 사이에서 낳는 그런 사람 말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연애와 결혼과 자식의 인연이 한 줄로 쭉 이어진다. 이렇게 한 줄로 모든 인연이 쭉 이어지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은 쪽보다는 맘 고생이나 몸 고생이 덜할 수밖에 없어 운이 좋다고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연애는 사랑이지만 결혼은 인연이다. 결혼의 인연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리 서로가 좋아 죽고 오랫동안 연애를 해도 결혼의 인연이 없으면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결혼의 인연이 있으면 만난 지 한달 만에 결혼을 해도 아들 딸 쑥쑥 낳고 잘 살아간다. 결혼의 인연은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서로 성격도 안 맞고 너무 안 어울린다고 평생 생각해왔다. 같이 있으면 너무 잘 안 맞아 보여 올해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엄마를 조금 편하게 해 드리려고 내 집으로 모시고 왔다. 아빠는 지독한 편식쟁이라 세끼 밥을 새 밥에 새 국에 누룽지까지 올려야 식사를 하시는 분이다. 그런 아빠 때문에 평생을 밥 해대느라 고생하신 엄마에게 효도하는 셈 치고 밥을 전혀 못하게 하고 내가 요리를 다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엄마의 안색이 눈에 띄게 안 좋아지고 살이 쭉쭉 빠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집에 가고만 싶어 하셨다. 엄마가 집에 내려가시고 난 뒤, 약 2주 후에 나도 엄마를 따라 집에 내려갔다.
엄마는 아빠가 드실 누룽지를 긁고 계셨는데, 2주 만에 얼굴이 몰라보게 활짝 피어 있었다. 아빠에게 밥을 해주는 행위는 엄마의 정체성 그 자체이자,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유일한 행위였던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밥 외에 다른 사람이 해준 밥은 전혀 먹지 못하는 아빠가 엄마에겐 가장 중요한 사람인 것이다. 또 아빠도 엄마의 밥 외엔 다른 밥은 전혀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엄마가 필요한 것이다. 부모와 자식과의 인연은 천륜이라 의외로 단순하게 강력하지만, 남녀사이의 인연은 수천 수만 갈래의 여러 갈래로 제각기 자신에 맞는 인연의 끈을 가지고 있다. 밥 때문에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꼭 붙어사는 우리 부모님 같은 인연도 질긴 부부의 인연인 것이다.
아직 자신의 인연의 끈을 못 찾은 사람, 그리고 꼬인 인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만해 한용운님의 ‘인연론’을 바친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님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만해 한용운
<시나리오 작가·‘연애의 목적’ 집필>
출처:스포츠칸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고윤희의 발칙한연애]‘결혼 인연’과 ‘연애 인연’
리치코바 조회수 : 831
작성일 : 2009-01-05 15:55:39
IP : 118.32.xxx.2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