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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싸이에서 옮겨 왔어요~
새삼~ 조회수 : 1,808
작성일 : 2008-12-05 21:25:54
祝 合格
작년 이맘때
우리 아빠는 선생님이 될 줄 알았던 나를 위해
희디 흰, 새 봉투 겉면에, 祝 合格을 정성들여 써서
새로 찾은, 새 돈을 넣어 두셨다.
그러나 시험은 날 배신했고
그 희디 흰 봉투는 주인을 잃은 채 우리집 안방 어느 서랍 속에서
묻혀졌다.
한참을 그렇게
무너진 자존심 때문에
부모님 기대에 어긋났다는 자괴감에
세상에서 버려진 것 같은 외로움에
그렇게, 그렇게, 힘들어 하며 지내던 작년 여름.
그날따라 술에 잔뜩 취하신 우리 아빠는
희디흰 봉투 속 빳빳한 새 돈을
내 손에 쥐어 주셨다.
"공부할 땐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
이걸로 몸에 좋은 거, 맛있는 거 사먹어라."
그 돈을 받아들고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리고 합격하지 못한 내가 미워서
한참을 울었었다.
그리고 2007년 1월 30일.
아빠는 또 나를 위해.
선생님이 된 나를 위해.
삼수만에 겨우 사람 구실 하게 된 나를 위해.
祝 合格이 쓰인 하얀 봉투에 새로 나온 만원짜리를
차곡.차곡. 일련번호까지. 맞춰 넣어 두셨고,
드디어 난.
이 봉투의 주인이 되었다..
아빠를 기쁘게 할 수 있어서.
우리 아빠가 친구들에게 축하주를 살 수 있도록 붙어서.,
눈물이 난다.
이 순간 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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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 제 딸이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싸이에 남겨 놓은 글 입니다.
오늘 아이들 싸이를 순회 하던 중 이 글을 다시 보니 오늘 임용합격자 발표날인걸 알고서
새삼스러운 마음에 올려 봅니다.
2년차인 올해 고3 담임을 맡아 수시전형에 괜찮은 결과도 내고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답니다~^^
IP : 58.230.xxx.14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부러워
'08.12.5 9:34 PM (121.134.xxx.47)죽겠어요~ 우리딸 오늘 불합격 했는데...
2. 새삼~
'08.12.5 9:37 PM (58.230.xxx.149)우리 애도 삼수만에 붙었답니다~
윗님 따님께 용기 북돋워 주시고 한 번 더 믿어 보세요.3. 눈물 피잉
'08.12.5 9:40 PM (218.38.xxx.183)아~~ 진짜 자식이 뭔지
지들이 애 낳아 봐야 이 심정 알지...
저요? 아직 큰애가 13살 임돠 ^^;;
그래도 시집간 이후론 이런 글 보면 엄마로서, 그리고 딸로서 눈물 나 죽겠어요4. 부러워요
'08.12.5 9:51 PM (59.7.xxx.69)남편분도 딸도...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고서야...
낼모레 돌쟁이 딸 엄마가...5. ..
'08.12.5 9:52 PM (218.52.xxx.15)저도 눈물이 피잉~.
6. ...
'08.12.5 10:02 PM (118.32.xxx.139)부러워요..
올해도 낙방한 고시생...T.T7. 은빛
'08.12.5 10:43 PM (121.186.xxx.170)정말 축하드려요
따님 정말 휼륭하게 키우셨네요
아버지도 너무 휼륭하세요
저도 그렇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데..^^
따님 정말 앞으로 휼륭한 교사가 될듯 싶네요!
정말정말 축하드립니다^^8. 나도
'08.12.5 10:45 PM (220.75.xxx.155)나도 딸한테 저런 합격 축하금 팍팍 주고 싶네요.
아직 넘 먼 얘기라..
이제 4살.. 지송 ==339. 나도
'08.12.6 12:18 AM (121.170.xxx.96)우리 딸..저렇게 예쁘게 키울랍니다.
너무 야무지고 속도 깊고...
부러워요^^10. ㅠㅠ
'08.12.6 9:46 AM (219.255.xxx.138)눈물 핑~
임용준비하다 포기한 동생이 있어서 부럽기도 하구요.
감동이에요.11. ..
'08.12.6 11:38 AM (211.187.xxx.58)엉엉 울었어요. 어쩜 저렇게 잘 쓸수 있는지....ㅠ_ㅠ
(부업으로 작가하라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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