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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되셨어야 할 시엄마~펌>>>
결혼 10년차에 천국과 지옥의 결혼생활을 겪고 포기반 이해반으로 사는 여자입니다.
요 밑의 글 "시어머니가 안돼보이는 적 있나요?"인가요? 그 글을 읽고 문득 저의 시엄마 생각이 납니다.
저의 친정엄마가 말합니다.
제가 시집사람들 복이 있다구요.
저의 시엄마는 뭐랄까 그냥 경우 바르신 분입니다.
예전에 시엄마 시리즈 쓴적도 있는데 가끔 시엄마의 에피소드들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거든요.
시엄니가 종부라서 제사가 명절빼고 7번이에요.
젊은 시절 상처가 있으셔서 제사를 거부해서 그 제사들이 차남집으로 갔다가 제가 시집오는 바람에 종손집으로
옮겨지게 되었어요. 저야 친정에서 천주교식 제사를 지내던 사람이라 제사가 생소하고 다만 제사상의 음식들을
할 줄은 모르지만 맛나게 먹을 줄은 알았어요.
뭐가 뭔지 모르고 문중어른들이 모여서 벌초하는 날 저와 시엄니를 면담하자더군요.
가는 길에 시엄니 저를 싸늘하게 노려 보시더니 말씀하셨어요.
"메누리야, 니 괜히 거기서 착한 척 하지 말거라. 배시시 웃지도 말고 그날 애기나 보고 있어."
거기서 문중어른들이 제사를 장손집으로 도로 가져가라. 가져가는 김에 1년에 두번으로 압축한 제사(차남 볼 면목이 없다고 7번의 제사를 명절에 몰아서 지내게 타협을 보시거죠) 도로 압축해제하고 7번으로 늘려서 지내라~~
시엄니 딱 잘라 거절하셨습니다. 발언권이 제법 쎄지셔서인지 다들 시엄니를 꼬시느라 애쓰시다가 저를 보시면서 제 의견을 물어보겠데요. 저야 시엄마가 시킨대로 하려고 했더니 시엄니 더 쎄게 저와 어른들의 접촉을 잽싸게 차단했고 결국 제사는 1년에 두번 설과 추석에 몰아서 8제사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걸로 합의 봤습니다.
그래서 2년째 설과 추석에 집안의 남자들은 허리 부러지게 음식에다가 절합니다.
시엄니의 제사음식 차리는 규칙은 간딴합니다. 최대한 가지수는 줄이고 비용은 싸게입니다.
예를 들면 오강사탕, 산자, 북어, 다식등 아무도 손안대는 음식은 젤로 싼걸로, 갈비나 잘먹는 음식은 비싼 걸로 사는 것입니다. 글고 살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산다. 돈 애낀다고 만들다가 골병들 짓 하지 말고 살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산다입니다.
그런 철학들이 명절 음식 준비 2시간 30분의 신기록을 낳게 만들었습니다.
제사음식을 만드는 것에 신경 안쓰는 남자들, 특히 윗분들 음식가지고 어떻네 저떻네 말들 많잖아요.
신랑도 전에 그런 축에 들어가서 무척 제 속을 뒤집어 놨지요. 제사가 우리집으로 오고나서 같이 시장보고 음식 준비하다보니 그 소리가 2년째 없습니다. 문제는 지난 추석에 있었죠.
갱물이라고 있잖아요. 차례에는 없지만 일반제사에는 밥을 떠서 귀신 먹으라고 물에 말아 놓는 물이 갱물입니다. 합이 7개의 밥그릇에 갱물을 일일이 붓는데 꼭 정갈한 생수를 남자들은 고집합니다. 그리고 그 갱물을 절대로 버리지 못하게 하고 먹이지요. (여자들에게~~)
저랑 시엄니 절대 먹지 않습니다.
시엄니 왈 : 명절날 맛난 거 많은 데 왜 그날까지 물밥먹냐. 애들줘라. 걔네야 맛난 거 먹는 날이 더 많을 인생들 아니냐.
그런데 그날 하필 생수 사놓는 걸 깜빡 했죠. 집에는 보리차 밖에 없고. 숙모님들은 안절부절 못하셨죠.
남자 어른들 눈을 부라리며 여자들을 잡으려고 하자 우리 시엄니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 내밀려다 아니다 싶은지 커다란 스댕대접(스텐레스 대접)을 들고 싱크대로 걸어가시더니 물을 틀어 대접을 채우더니 당신입에 가져가서 그 많은 물을 꿀꺽꿀꺽 마시셨습니다.
"으~어! 우리집은 이 수도물을 그대로 먹어요. 자 메누리야 얼른 갱물 가져다 드려라"
그 순간 그 자리의 사람들은 아무말도 못하고 수도물에 밥말아서 제사 지냈습니다. 누구도 토달지 못하면서요.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절하던 아저씨들을 시작으로 신랑, 조카들이 일어나서 반절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채 낄낄 거리다가 할아버지 불호령을 듣고 말았습니다.
매번 제사때마다 제사비용도 집집마다 N/1로 나눠서 수금해서 저에게 주시고
제사 음식도 숙모들, 조카들이 모여야 바로 시작하고 그전에 저는 손도 못대게 하시고
제사후 식사끝나고 숙모들, 조카들을 숟가락 놓자마자 내 쫓으십니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숙모님들과 조카들이 간 자리에 빈 밥상과 수저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집이 코앞인 우리 식구도 그대로 내 쫒습니다.
할일없는 당신이 1박2일동안 놀면서 치운다면서요. 정말 1박 2일동안 쉬엄쉬엄 치우시더군요.
그런 시엄마가 점점 늙으시는 군요. 볼때마다 얼굴이 작아지셔요. 왜 자꾸 주름들이 눈에 들어오는지
발걸음 보폭도 점점 작아지시네요.
전에 시엄마가 신랑에게 말하셨어요.
시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제사는 너희부부가 알아서 해라. 다행히 너희 부부가 성당다니니 성당식으로 하던 알아서 해라. 참 얼마전에 텔레비젼에서 어떤 교수가 그러더라. 자기제사때 자손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려서 지내라고 피자든 치킨이든... 난 그거보고 감동 받았다. 조상이 가면서 후손에게 웃음거리 주고 가야지 쌈거리 주고 가면 쓰냐.
왜 갑자기 그얘기를 하시는지....
1. 오..
'08.11.6 4:57 PM (220.78.xxx.83)훌륭하고 멋진 시어머니이십니다.
원글님은 복 받은 며느리이시구요^^*2. 제사
'08.11.6 4:58 PM (122.37.xxx.249)아~~ 정말 시어머니 화통하시네요~ 우리 시엄니께서두 이글 읽으셨음 좋겠당~ㅋㅋ
3. 빈이 엄마
'08.11.6 5:00 PM (211.189.xxx.210)위 내용은 웃으며 즐겁게 보다가, 마지막 시어머니 말씀 깊이 새깁니다. 저도 나중에 자식들에게 웃음거리 주고 떠나도록 노력하며 살렵니다....
4. 종부로써..
'08.11.6 5:01 PM (118.42.xxx.56)너무 좋은 시어머님이시네요
저흰 명절합쳐 5번인데...
곧죽인데도 안먹을 음식을 10년째 만들고 있습니다...
전 기독교라...며느리한테 추도식하라 할꺼에요...ㅎㅎ5. 와....
'08.11.6 5:05 PM (203.247.xxx.172)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입니다!!!!
6. 달과6펜스
'08.11.6 5:13 PM (222.101.xxx.194)"조상이 가면서 후손에게 웃음거리 주고 가야지 쌈거리 주고 가면 쓰냐."
구습이 아닌 전통을 물려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7. 정말
'08.11.6 5:14 PM (119.207.xxx.10)시어머니 멋지고 깨어있는 분이시네요. 돌아가시면 원글님 어머님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
8. 오!
'08.11.6 5:34 PM (121.131.xxx.127)저 아들 있습니다.
닮고 싶은 시모상입니다^^
저희 시모께서 어느날
얘야, 나 죽거든 제사 폐해라
하시길래
싫어요
했더니
저를 째려보시며(?)
니 아들 장가 못보내고 싶으냐?
하셔서 왕창 웃었지요^^9. 정말..
'08.11.6 9:14 PM (125.137.xxx.245)부럽습니다. 며늘 보면 더 크게 할려고 하는게 시모이신데...
이런 시어머님 같으면 돌아가실 때 눈물나고 제삿상 차릴때 그리워질거 같애요...
상차림도 얼마나 정성 들일까요...
부럽습니다. 우린 맨날 내 제사상에는 이것 놔야한다..저것도 빠뜨리지마라.. 산소는 크게 쓰고싶다..
게다가 울 시누, 엄마 젯상 잘못차리면 내가 그냥 둘 줄 아냐..협박까지...
너무 부럽슴다..10. 대통령감...
'08.11.7 2:48 AM (58.225.xxx.228)추천해드릴께요...
이나라 좀 집안 정리하듯 깔끔히 정리해주십사..
아쉽습니다...
담 선거에도 별인물이 없을것 같은 불안감과
있어도 못알아볼 우매한 인간들땜에..
지금 안방서 자고 있는 내아이의 아비라는 분과 그 여동생..
마흔도 안된 사람들이 어쩜 그리 ...ㅜ.ㅜ11. 가원
'08.11.7 11:18 AM (152.99.xxx.11)우와, 진짜 멋지십니다ㅠ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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