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에 실린 글인데, 읽어볼 만하네요.
무늬만 보수인 사람들에 대한
(비교적) 합리성을 지닌 보수주의자의 비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보수우파에는 왜 ‘진중권’이 없는가”
최근 이명박 정부에 집중포화를 퍼붓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보수우파를 향해서도 끊임없는 성찰과 도덕성을 촉구해온 ‘정통 보수’ 쪽에 속하는 인사이다. 이 교수는 보수우파는 현 정부에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단히 많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 심각해서 반사적으로 정권을 잡은 것 아니냐. 투표율도 낮았고 이 대통령 개인의 도덕성에도 하자가 있었다. 그렇게 정통성과 신뢰성에 한계를 안고 시작한 정부면, 겸손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보수를 한데 묶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경박한 말을 많이 했나. 촛불시위 대응부터 독도, 금강산 문제까지, 만일 의원내각제였으면 벌써 몇 번은 무너졌을 정부다.
-보수우파가 이명박 정부와 단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촛불시위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지지층이 취약한 게 드러나면서, 보수우파 진영 내에는 ‘미우나 고우나 할 수 없다’ ‘그래도 좌파는 안 되지 않느냐’며 무조건 밀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러다간 마치 ‘미다스의 손’처럼 보수주의 전체가 오염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보수주의는 젊은 세대와 중간층으로부터 영영 버림받고 말 것이다.
-촛불시위에 대해 보수우파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안다.
시위에 참여한 젊은 세대는 진보좌파적이라기보다는 반체제적 측면이 많았다. 이들을 ‘좌익의 선동에 놀아난 철없는 아이들’로 치부하면 촛불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촛불’은, 미국과 이미 협상을 했으니 국민은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한 대통령, 촛불의 배후에는 거대한 좌익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써댄 우파 언론 등의 ‘오만’에 분노했던 것이다.
-대선 전 “도덕적 지도자만이 좌파와 싸울 수 있다”라는 글을 썼다. 보수주의의 핵심 가치로 ‘도덕’을 강조하는 것 같다.
보수가 진보에 비해 훨씬 엄격하게 내세우는 가치가 법치주의와 도덕이다. 노무현 정부 때를 보자. 위장전입 등으로 총리 몇 명이 낙마하지 않았나. 이명박 대통령은 어땠나. 오죽하면 전 재산 헌납 이야기까지 나왔겠는가. 좌파 세력과 맞서기 위한 최대 무기가 ‘도덕’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자신을 ‘보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그저 ‘○○○을 물리치자’는 것 말고는 아무런 개념이 없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도덕성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까지 보였다.
-한국 보수의 핵심 가치는 ‘반공’ ‘반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공산주의는 잘못됐다.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보수·진보를 떠나, 내가 볼 때는 더 이상 논의할 대상도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가치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용공만 아니면 부패해도 괜찮다느니 하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 공산주의가 원래 부정부패 때문에 생긴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주사파도 유신과 5공 정권의 인권유린 때문에 생겼다. 반공을 빌미로 법치주의 등 민주적 기본 가치를 하위 개념으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
-8·15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야간 특수폭행, 회계 부정 등으로 유죄판결, 그것도 겨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재벌 총수에게 판결문 잉크가 마르기 전에 사면 은전을 베푼 대통령과 그런 재벌 총수들이 모여서 경제를 살리느니 뭐니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두 눈을 감았다. 할 말이 없었다. 명백히 법치주의 훼손이다. 경제를 정말 살리고 싶다면, 정말 ‘친재벌’을 하고 싶다면 실형을 살려야 옳다. 기본적으로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것 아니냐. 미국 보수진영 내에서 신망이 높았던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경우를 보자. 그는 뉴욕 연방검사 시절 화이트칼라 주식 사기범들을 잡아들여 큰 명성을 얻었다. 자본주의가 정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경제 범죄자를 법대로 가차없이 심판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교과서 개정 문제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분명히 편향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정반대 관점에서 개정을 시도하면 또 다른 편향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좌편향·우편향 모두 잘못된 것 아니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 특정인을 미화하는 것도 안 된다. 교과서에는 그저 사실만 밝히고, 평가는 학생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 옳다. 자라나는 세대가 세상을 왜곡되게 볼까 걱정된다.
-보수우파 인사 가운데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품격’을 문제 삼는 사람도 있는데.
대통령뿐인가. 주변 사람 대부분이 경박해 보인다. 그런데 과연 ‘품격’을 비판하는 보수우파는 스스로 품격을 갖추고 있을까. 보수우파 논객 가운데 과연 품격 있는, 글다운 글을 쓰는 이가 있는가. 우리나라에는 지적인 보수주의 운동, 좌파와의 문화 헤게모니 전쟁에 관심이 있는 보수우파가 거의 없다. 해외 좌파 지식인의 책은 바로바로 번역이 되어 나오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책도 정말 안 읽는 것 같다. 보수주의 책이 나와도 거의 팔리지 않는다. 그런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와 중간층의 마음을 끌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보수우파 쪽에서는 조갑제씨 정도가 그나마 대중성이 있을까?
한정된 독자일 뿐이다. 젊은 층은 아니다. 이를테면 진보좌파 쪽에는 대학가에서 먹히는 스타 논객, 필자가 꽤 있지 않나. 진중권(중앙대 독문과 겸임교수) 같은. 그런 사람은 탄탄한 대중,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문화 헤게모니 전쟁’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평소부터 문화 전쟁을 모르는 보수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젊은이의 가슴과 머리에 건전한 보수의 철학과 생각을 넣지 않으면 진보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촛불시위는 바로 그 문화 전쟁의 연장이고 결과였다. 도덕성을 상실하고 문화 전쟁을 모르는 한국의 보수가 ‘마지막 패배’로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띄워서 발족한 뉴라이트도 원래는 이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반공을 폄하하고 일제 통치를 미화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켰고, 또 한쪽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올인해서 같이 망가지게 되었다.
-보수우파가 인권·환경·보건·노동·여성 등의 이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노무현 정권 때 진보 쪽이 가장 곤혹스러워했던 문제가 아마 ‘북한 인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 쪽은 취약점이 더 많다. 노동자 빈곤 문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환경·보건 문제, 여성 문제 등을 계속 백안시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싱크탱크조차 없다는 것이다. 반면 진보 쪽은 민주노동당·민주노총·환경운동연합 등이 대단한 논리를 개발하고 또 자료를 축적해놓았다. 인권·환경·보건 등의 이슈는 그것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측이 ‘도덕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해 다른 주장을 제시하는 쪽은 공부를 많이 해야만 한다. 내가 쇠고기 사태 초기, 조선·중앙·동아 기사에서 느꼈던 것은 사전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사안이 갖고 있는 정서적 휘발성을 간과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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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비판하는 (무늬만)보수
무늬 조회수 : 193
작성일 : 2008-10-10 19:53:45
IP : 58.78.xxx.5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무늬
'08.10.10 7:54 PM (58.78.xxx.52)2. 정
'08.10.10 8:02 PM (116.122.xxx.89)극우의 광풍에 휘말려 보수가 보수로 인식되지 않는 세상이니
이 교수 역시 좌파, 빨갱이로 치부되지 않을지?....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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