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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요

아내 조회수 : 1,118
작성일 : 2008-10-01 10:47:17
저는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왔습니다.
좋은 곳에서 직장 생활하다 남편과 결혼했지요.
시어머니께서 은근히 학벌이나 직장이나 저보다 딸리는(세속적인 표현이지만) 아들이 혹시나 기가 죽을까봐 걱정이 되셨던지 처음부터 저에게 상처주는 말들을 간간히 하시더군요.

저,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남편 착하고, 사랑하고, 그럼 됐다고 생각했거든요.

맞벌이로 애 둘낳아 키우며 직장다니는 거 정말 힘들더군요.
양쪽 어머님들께서 돌봐주실 수 없는 형편이라 같은 아파트단지내에 아줌마에게 맡기며 다녔습니다.
늘 아이들이 건강한게 아니라, 하나가 안아프면 하나가 아프고
감기몸살로 열이 펄펄 끓은 아이를 맡기고 돌아서며 울기도 수십차례,
사는게 사는게 아니고
정말 지옥같았습니다.

그러다 직장을 그만두었죠.
전업주부로 아이들 키우며 사는 엄마들이 이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는데
이렇게 살아보니 역시나 너무 좋습니다.
요리하는 것도 너무 즐겁고, 살림하는거 정말 재밌습니다.
저희 아이들 빵이며 과자며 웬만해선 다 만들어 먹이고
82에서 고수님들의 노하우들 전수받으며 공부하는 즐거움도 크고
가끔, 자게에다 예전 직장생활할 때 써먹던 전문지식들 댓글로 도움도 드리고,

동네 친한 엄마들이랑 품앗이로 애들 가르치고
(제가 영어를 해요) 자랑같지만, 동네에서 저 모르면 간첩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언제까지 그렇게 놀기만 할꺼냐?"는 말을 자꾸 하네요.
누구 와이프는 몇년을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에 공무원시험에 됬다더라,
누구 와이프는 애들 좀 키워놓고 학원을 차렸는데 너무 잘된다더라,
너, 예전에 준비하다가 그만둔 그 자격증 시험 다시 해볼 생각 없냐?

추석때 내려갔더니 시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니가 그 대학나와서 집에서 노는 거, 챙피해서 어디다 말도 못한다".

내참...
제가 집에서 노나요?
왜 전업주부를 집에서 노는 사람, 한심한 취급하나요?

어젯밤에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 말끝에 남편이 그러더군요.
"어느날 내가 탁 갑자기 죽어버리면, 너 애들데리고 어떻게 살래?
위험 관리 차원에서 너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겠니?
막말로 나 죽으면, 너 경제적능력없으면 길거리 나앉아야되잖아?"

아, 이 남자가 과연 나를 사랑해서 결혼했을까?
내가 능력있고 좋은 직장 다니다보니, 그게 이뻐보여 결혼한 건 아닐까?
자꾸 의심이 듭니다.

듣기 좋은 소리도 자꾸만 들으면 듣기싫다는데
남편의 자꾸 "언제까지 놀기만 할꺼야? 뭐 좀 시작해봐."하는 소리.
정말 짜증이 납니다.
너무너무 싫습니다.

에라이, 이 나쁜 놈아.
흑흑흑.
IP : 99.246.xxx.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모만 믿어
    '08.10.1 11:01 AM (59.3.xxx.147)

    에효... 제가 보기엔 능력빵빵, 끝내주는 전업이신데...

    요샌 말의 가벼움을 절감해요.
    뱉기는 너무 쉽고 책임은 없고. 그쵸?
    시어머님도 남편분도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 하신 것이라고 생각하심이 어떠실런지...

    저도 요새는
    depeche mode의 노래마냥 enjoy the silence하고싶습니다.

  • 2. 같이
    '08.10.1 11:04 AM (125.141.xxx.23)

    욕하면 화내실꺼죠? ㅋㅋ
    지금 님의 기분이 어떤지 말씀하시는게 제일 좋으실 듯.
    아이들 안정되게 키우는 게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지금 너무 좋다구요.
    아예 배째라로 나가면 별말 못하던걸요.
    뭔가 할 것 같으니까 기대하고 자꾸 들쑤시고 그러는 거거든요.
    혹여 일하게 되더라도 내가 준비되면 하겠다고 못 박으시구요.
    근데 시어머니는 나빠요~
    어쩜 말을 그리 하시는지.
    본인은 능력없으셔서 집안에만 계셨단 얘기?

  • 3. ...
    '08.10.1 11:21 AM (116.39.xxx.5)

    어젯밤에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 말끝에 남편이 그러더군요.
    "어느날 내가 탁 갑자기 죽어버리면, 너 애들데리고 어떻게 살래?
    위험 관리 차원에서 너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겠니?
    막말로 나 죽으면, 너 경제적능력없으면 길거리 나앉아야되잖아?"

    이렇게 말하면
    "그러니까 많이 벌어놓고 죽으란 말야~"
    하고 대답하세요.
    살아갈수록 어째 내아들은 이뿐 말만 하고
    남의 아들은 미운 말만 합니다.

  • 4. .
    '08.10.1 11:39 AM (211.170.xxx.98)

    그럼 이참에 보험이나 빵빵하게 들어! 하시지 그러셨어요 ~~

    원글님은 능력 있으셔서... 만약에 사태가 발생해도 잘 꾸려나가실 것 같은데.. 남편분 이제 자기 혼자 돈 번다고 너무 유세하시는듯-_-

  • 5. 저는
    '08.10.1 3:29 PM (210.205.xxx.195)

    어려서부터 돈에 한(?)이 맺혔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래서 내가 돈을 안벌면 그날이 죽는날이다..
    이런맘으로 살거든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남들만큼 사는데도 제가 돈을 안번다는 상상만으로 소름이 끼쳐요..^^;; 그래서 그런지 님 남편마음도 이해가 가네요.. 너무 나쁜쪽으로만 생각하지마시고요.. 그냥 걱정되어서 하신말씀으로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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