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6일이나 오체투지 순례를 진행한 다른 두 분의 성직자에 비해, ‘나는 늦게 합류하였지만 더 건강하니 걱정하지 마라’던 중년의 한 사제가 오늘 하루 종일 그렇게 힘들게 땅을 기었습니다. 몸은 힘들고 지치지만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편하다 합니다. 단 한번의 오체투지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자벌레처럼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볼 수 있기에 마음은 더없이 평화롭다 합니다.
오늘부터 순례단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전종훈 신부님이 함께 합류하였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1990년 사제 서품을 받고 올해로 17년째. 그동안 전곡성당, 염리동 성당, 수락산 성당 주임신부였으나, 지난 8월 21일 ‘이례적’인 안식년 발령을 받았습니다. 애초 지난 9월 4일 순례 첫날부터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사제단의 통일미사 등 방문사업과 관련한 업무가 있어, 이제야 순례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지난 7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제는 삶으로 말할 뿐이다. 어떤 것도 우리에게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에게 영광은 하느님에 대한 영광 뿐이지, '내'가 누릴 영광은 사제에겐 없다. 그래서 세상의 눈으로 보면 늘 바보 같은 짓, 뻔히 지는 줄 아는 싸움을 한다. 그걸 신앙의 언어로 '십자가의 길'이라고 한다. 사제라는 인생이 가야하는 길이 있다. 그 길이 곧 사제의 인생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지금 여기 한 없이 자신을 낮추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겸허히 돌아보는 과정 역시 사제의 길이라 합니다.
하루 순례 이후, 무거워진 몸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미소로 사람들을 반깁니다. 그러면서 ‘이제야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육체는 힘들지만, 정신이 맑아지니까 즐거움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즐거움은 내가 나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내가 나인지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것을 우리는 기도라고 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때 비로소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으로 인해 순례단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지혜를 하나 더 배워갑니다. 자벌레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몸을 한번 움츠린 다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체투지 순례 역시 한 번의 움츠림에서 자신의 몸을 낮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 번의 발걸음에서 평화를 찾습니다. 우리의 순례가 갑갑한 세상을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에 함께하는 마음 역시 늘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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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전 종훈신부님도 합류하신 오체투지소식
*** 조회수 : 449
작성일 : 2008-09-30 10:52:50
IP : 116.36.xxx.15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9.30 10:52 AM (116.36.xxx.151)2. dd
'08.9.30 11:03 AM (121.131.xxx.61)왜 이글을 읽으면서 미꾸라지와 용이야기가 생각날까요?
미꾸라지 뒤치닥거리하느라 몸 망가지는 용신부스님 이야기같아요...ㅠㅠ3. 웃음조각^^
'08.9.30 11:06 AM (210.97.xxx.7)결국 전종훈신부님께서도 합류하셨군요..ㅜ.ㅜ
4. 하바나
'08.9.30 11:15 AM (116.42.xxx.253)소심한 저는 그저 몸조심 하시기를 바랄뿐입니다 ㅜ.ㅜ
5. 부디 몸조심
'08.9.30 11:24 AM (219.251.xxx.75)그냥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6. 데레사
'08.9.30 11:56 AM (222.100.xxx.192)저도 눈물이 납니다. 몸조심 하세요.
7. 풀빵
'08.9.30 1:17 PM (61.73.xxx.219)멀리서 기도 밖에 할 것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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