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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내지못해 먼저 간다. - 어느 친구의 죽음에 부쳐20's EYE

비버 조회수 : 720
작성일 : 2008-09-02 17:40:3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록금 때문에 목을 매야 하는 이 더러운 세상을 떠나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못해 먼저 간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개강 첫날 자신이 다니던 대학 실습실에서, 못다한 꿈을 담기엔 너무나 작은 A4 종이 한장에 20대 청춘의 마지막 말 한마디를 남긴 채 목을 매야하는 나라. 피눈물을 참기 힘들어 몇달 간 들리지도 않았던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는 뜨지도 못하고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짤막한 단신기사. 어제, 바로 2008년 9월 1일 대학교 개강 첫날에 한 친구가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먼저 간다.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유서 한 장 남긴 채.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자신이 다니던 대학 건물에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어제 기사를 본 이후로 자꾸만 그 장면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도대체 누가 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을까요. 변변한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먹고 살아가기도 힘든 나라. 20대 대학 졸업자들의 90%가 비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나라. 대학 등록금은 연간 1천만원을 넘어섰고 학자금 대출 이자율은 8%에 육박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분통터지게 합니다. 말 그대로 피눈물이 납니다.

  전국에 대학생이 300만명이라는데 2007년 한 해 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70여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심지어 최하위 계층은 8%에 이르는 높은 이자율 때문에 오히려 대출 받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위해 한다는 비참한 알바들이 언론을 타고 전국에 알려졌습니다. 신약 먹고 피 뽑는 마루타 알바, 시체 닦는 알바, 심지어 키스방이라는 성매매 알바까지요. 등록금이 없어서 도둑질을 하는 친구도 있다고 하네요. 도대체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습니까? 한없이 커다란 꿈을 안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야할 20대 청춘들에게 '등록금 못내서 먼저 간다'는 어이없는 유서를 남기가 목을 매도록, 도대체 누가 우릴 이렇게 몰아가고 있나요?

  전 뚜렷이 기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대선 후보 시절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을요.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이 당선된 이후 '역시나' 반값 등록금 공약은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아니, 반값 등록금 대신 백골단과 몽둥이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여러분 혹시 아시나요? 백골단과 폭력연행은 촛불 이전에 대학생들에게 먼저 선보였습니다.




△ 이명박 취임 전 인수위 시절 기자회견 중 연행되는 학생회장들.



정권을 이양받기 직전 인수위 시절, 경기인천지역 학생회 대표자들이 모여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반값 등록금 공약 꼭 이행해달라구요. 그런데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전경들이 들이닥치더니 폭력적으로 전원 연행해갔습니다. 뿐만 인가요? 3월 28일 시청광장에서 무려 1만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등록금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새 정부 들어 첫 대규모 시위라면서 떠들어댔었죠. 그 때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아세요? '사복 체포조', 이른바 백골단을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립서비스조차 없었습니다. 또 3.28 집회를 주최한 등록금넷(540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조직)에서 당일 집회에 각 정당 대표자들을 초청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1만여명의 대학생들 앞에서 직접 등록금 문제 해결방안을 설명하고 약속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만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은 오겠다고 해놓고 안왔습니다. 집권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요? ......아예 오겠다 안오겠다 응답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들도. 프랑스, 독일 같은 서유럽 국가들도. 쿠바, 베네주엘라 같은 남미 국가들도. 심지어 스리랑카나 북한같은 아시아의 여러나라들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이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왜?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육은 사회를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우리 모두에게 동등하게 돌아가야할 혜택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모피코트처럼 돈많은 사람만 누려야 하는 사치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요. 서울대 신입생 중 강남 출신, 전문직 부모를 둔 학생들의 비율이 매년 높아지더니 이제 4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돈 많은 사람은 그만큼 좋은 환경에서 공부 더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그래서 또 잘 살게 됩니다. 돈 없는 사람은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해서 비교적 떨어지는 대학에 가고 그래서 또 비정규직으로 살게 됩니다. 교육은 이제 더 이상 계층 순환의 출로가 아닌 것 같습니다.




△ 삭발하는 어느 대학의 총학생회장과 머리를 밀어주다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못해 먼저 간다.』

증오스럽습니다. 이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이. 대학에 안가면 취업이 안되고, 대학 가보니 등록금은 천만원에 육박하고,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으니 이자율은 8%에 이르고, 졸업하니 비정규직이거나 청년실업이고, 첫 사회생활을 빚쟁이로 살아가야 하는 이 현실이 증오스럽습니다.

믿지 않습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말을요. 설령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결국 저들은 우리를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길 것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상위 5%만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나머지 95%는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에서 해메겠죠.

싸우고 싶습니다. 1968년 프랑스의 대학생들이 무상교육을 쟁취해냈을 때 처럼요. 저들이 만든 이 썩어빠진 질서, 우리들의 힘으로 뒤집어 보겠다고 소리지르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거리에 나가서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저들을 오싹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한낱 천만원 등록금 따위야 아무렇지도 않을 저 강남 땅부자 정권에게는 우리 서민가정의 대학생들 목숨이 대학 등록금보다 값싸 보이겠죠? 그 값싼 목숨들이 모이면 얼마나 무서운지 진심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대학생 친구 여러분. 중고등학생 동생 여러분. 그리고 저희 등록금 내느라 피눈물 흘리시는 부모님들. 도대체 우리 언제까지 저들이 만든 이 악랄한 게임 속에서 고통받아야 할까요. 우리에게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먹으라며 최고급 한우를 먹고 있을 저들에게, 우리도 자기들처럼 수천만원씩 투자해야 좋은 대학가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요하는 저들 앞에서 언제까지 무기력하게만 있어야 할까요. 조만간 내 친구에게서, 혹은 내 자신이 이런 글을 쓰고 있을까봐 겁이 납니다. "등록금을 내지못해 먼저 간다" 구요.

글 : soundboy(lajhk@hanmail.net), 20's EYE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731447



오늘은 글을 두가지나 올립니다.
둘 다 우울한 소식이라 죄송하고, 이 기사는 가슴이 아픕니다.  


IP : 211.33.xxx.24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비버
    '08.9.2 5:40 PM (211.33.xxx.247)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731447

  • 2. 목을맨
    '08.9.2 5:59 PM (121.129.xxx.94)

    그 젊은이는 참 안된일이나 -
    분명 잘못된 선택입니다. 대학 안다녀도 먹고 사는데 지장없습니다. 폼나게 못산다 뿐이지요.
    정말 정말 공부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었나요?
    그러면 휴학하고 열심히 알바해서 돈 모으고 또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타지요.

    그렇게 하기 힘들다구요? 그러면 기술을 배우든지 일을 하세요.
    내 주위에 작은 공장하는 사람 많은데요 일할 사람이 없답니다.
    폼나게 대학은 다니고 싶고 (분명히 구분합시다 공부를 하고싶은게 아니라 대학생활을하고
    싶은거) 그게 안되니 나약한 결심을 한거 아닙니까.

    이상 대학 근처에도 못가봤지만 평생 피땀나게 노력해서 이제는 밥술이나 먹는 사람입니다.

  • 3. 저도
    '08.9.2 6:25 PM (220.75.xxx.143)

    목을맨...님 생각에 동감입니다,

  • 4. ......
    '08.9.2 6:29 PM (122.34.xxx.86)

    저는 그 젊은이의 심정이 이해가 가요...
    다만 등록금문제만이 아니겠지요
    요즈음은 돈이 실력을 만드는 시대 아닌가요?
    사교육으로 무장한 친구들 앞에 무력했던 고교시절....대학에 와서도 돈있는 친구들과 스스로와의 괴리감을 절절히 느꼈겠죠
    공부는 하고싶고 군대는 좀 늦추고 싶은데 학자금 대출도 번번히 퇴짜맞고...
    글쎄요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크게 좌절을 겪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살은 아닌데....어디 한곳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데도 없었는지 ......

  • 5. 저두
    '08.9.2 6:42 PM (220.75.xxx.247)

    먼저간 젊은이에게 참 안된 말이나
    등록금을 못내는 일이 죽을일이라면
    이땅의 대학을 못간 젊은이들을 너무 모욕하는 행동같습니다.
    아직도 주변에는
    훨씬 더 힘든 상황에서
    고등학교도 못다니는 애들도 있는데
    잘못된 자살이라 생각해요.
    목숨을 천시하는....
    우리나라는 등록금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쓸데없는 대학생이 너무 많은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요?
    정말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들만 대학에 가야하는데
    전 국민의 대졸화를 지향하는 사회
    이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6. 윗님...
    '08.9.2 6:42 PM (211.192.xxx.23)

    사교육으로 무장했다고 성적이 다 잘나오나요?
    절대 아닙니다,실제로 중하위권아이들이 제일 교육비 많으 씁니다,그래야 올라갈것 같거든요,,
    상위권아이들은 주요과목 몇개만 다닙니다,돈이 실력을 만든다고 저도 생각했는데 막상 교실 가보면 그게 아니더군요,,자기가 노력 안하면 아무 소용없습니다,노력도 안하고 사교육 부모을력탓하는 애들 많습니다,인강만 들어도 잘하는 애들은 얼마든지 있어요..
    죽은 청춘은 안타깝고 가엾지만 이런일을 광우병이나 정부와 연관시키는건 비약이라고 생각해요,,

  • 7. 이해한다,,,
    '08.9.2 7:00 PM (121.144.xxx.85)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합니다,,,
    왜 냐면 ,,,저도 어디에도 손을 내밀지 못하는 또 내밀어도 잡아주지도 , 내민 손 한번 봐 주지도 않고 거지근성을 이야기하는 야멸찬 세상을 격어 보고는 절벽 끝에 서 본적이 있으므로,,,,

    하지만 , 자살은 잘못된 선택이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공장에 가서 일하면 밥은 먹고 삽니다,,,하지만 , 앞날이 없다,, 일하고 밥먹고 , 자고 , 싸고 ,, 또 일하고 ,,, 공장 문 닫으면 또 다른 공장에 동남아에서 돈 벌러온 불법체류자와 섞여서 일하고 , 밥만 먹고 (과일 , 건강식은 구경못한다) , 자고 , 싸고 , 일하고 , 평생 월급이 똑같다,,, 이런 생활에 결혼은 어렵고 , 또 어찌 결혼한다해도 평생 전월세를 전전하고 , 아이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분유부터 제일 싼것으로 먹고크면서 , 결국은 돈없는 부모덕에 공장에 취직해서 자신처럼 대를 이어서 이런 삶이 계속될거다,,,,
    없는 사람이 희망을 가지기에는 세상이 너무 먼 것 같습니다,,,, 많은 분이 이 젊은이를 못났다하지만 ,,, 저는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젊은이의 절박했을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개천에 용이 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삶의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지만 ,,,, 그것도 쉽게 , 누구에게나 허락되지는 않더군요,,,,, 열심히 살지 않기 때문에 가난한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할 기회조차 주지를 않지요,,,,, 최저임금도 그림의 떡인 공장에 가는 것이 기회라고 이 젊은이를 탓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 8. 노을빵
    '08.9.2 7:02 PM (211.173.xxx.198)

    등록금을 못내서라는 이유만으로 자살했을까요 현실이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서...어린마음에 얼마나 마음에 짐이 컸으면 자살했을까란 생각은 안드나요... 저는 공감됩니다. 미래의 훈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에 생활고가 힘들게했고, 앞이 안보이는
    현실이 힘들었을거라는걸요

  • 9. 냉정하다
    '08.9.2 8:32 PM (121.178.xxx.147)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전 이아이가 너무 짠해서 가슴이 아파 죽겠어요.

    어린것이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아보려고 은행을 몇번이나 찾아가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하더군요.

  • 10. 오호
    '08.9.2 9:28 PM (121.128.xxx.151)

    저두님
    저랑 생각이 정말 정말 똑같으십니다.
    제가 늘 부르짖는게 바로 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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