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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5일 색소물대포 정면으로 맞고 두 아들과 연행된 목사 이야기

빨간물대포 조회수 : 460
작성일 : 2008-08-14 22:13:11
너희들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라"
방인성 목사 삼부자의 화려한 외출(1)

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611

2008년 08월 13일 (수) 18:53:32 방인성  


부시 대통령이 방한한 8월 5일 저녁, 우리 가족은 조금 이른 식사를 하며 촛불기도회에 가기로 결정했다. 막내가 조금 가기 싫어했지만 형과 아빠의 권유로 우리 모두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이 제일 먼저 도착한 것 같다.

조금 있으니 삼삼오오 모여들어 80여 명이 기도회를 시작했다. 광우병기독교대책위에서 주관하는 기도회는 조용하면서도 간절한 기도모임이었다. 특히 현 정부가 미국과 같은 강대국을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섬기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특히 분쟁지역에 파병요구나 미군주둔 분담금 등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며 한미동맹 강화라는 선전 외교가 되지 않도록 기도했다. 기도회를 하는 도중 서울광장에서 부시 방한 환영 집회를 마친 사람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우리 앞을 지나갔다. 미국 대통령 방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탄에 지배를 받았다는 설교를 듣고 나왔으니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야유하는 것도 당연하다.

기도회를 마치고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로 각자 흩어져 자유롭게 갔다. 큰아들과 막내는 각기 깃발을 들고 있었고 아내와 나는 앞장서서 갔다. 촛불시민이 모여 있는 청계광장은 완전 봉쇄됐다. 경찰 버스로 줄을 세워 막았고 물대포 차와 전경들로 겹겹이 둘러 싸여있었다. 보기에 매우 혐오스러웠고 폭력적인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부시 환영 집회가 모인 곳은 경찰이 보호해주었고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었다. 집회가 끝나자 예비군 군복을 입은 재향군인회 사람들은 성조기를 흔들고 거리를 행진을 하여도 막지 않았다.

그것을 본 나는 답답한 마음을 누르고 겨우 틈새를 찾아 우리는 촛불시민들에게로 들어갔다.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자유롭지 않아 청계광장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거리로 행진할 수 있는 길을 찾느라 분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도와달라고 했다. 길 한쪽에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을 이끌고 나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물대포 차가 정면에 있었고 경찰들이 시민들을 가로막고 못나가게 하며 연행을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맨 앞으로 가서 경찰에게 항의했다.

“이게 뭐야! 민주주의 나라에서. 국민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대해야 돼? 우리가 갈 수 있게 길을 열어.”

이어서 나는 “미국에게는 무서워 쩔쩔매고, 국민은 우습게보고 폭력적으로 대하고…”라고 외쳤다. 방송이 나오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대고 급기야 붉은 색소를 섞은 물을 내 정면에 대고 쏘았다. 나는 피하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는 당당히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색소를 정면으로 맞는 순간 나는 가슴으로 울었다.

순간적으로 시민들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뒤에서 깃발을 들고 쫓아오던 두 아들이 생각났다. 조금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막내가 보이지 않았다. 옆에 계신 목사님이 “막내아들이 연행된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큰아들은 노인 목사님이 쓰러져 계신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 우리 주변은 경찰들이 연행을 하려고 시민을 쫓느라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광우병기독교대책위 사람들이 우리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합세했다. 다시 경찰은 우리를 덮쳤고, 그 와중에 큰아들이 눈에 보이질 않았다. 나는 물에 흠뻑 젖은 몸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다시 일어서려는 순간 경찰들이 달려와 다리와 팔을 붙잡고 들어 경찰차로 끌고 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차 안에 큰아들이 들어왔고 동료목사들도 있었다. 큰아들과 나는 막내를 걱정하며 아내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우리 차는 어딘가를 향해 달리다가 다른 연행자들을 태우려고 멈추어 섰다. 사람들이 차에 오르는데 막내아들도 올라오는 것이었다. 큰아들은 반가워서 “주영아! 아빠도 여기 있어!”하며 소리쳤다.

조금 후에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와 우리는 함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가서 쉬라고 했다. 경찰서에 도착해 친절한 안내를 받고 유치장에서 아들 둘 사이에 누워 밤을 보냈다. 막내아들은 “아빠 나는 뭐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잡혀왔어. 오늘 나오기 싫었는데”라고 했다. 우리 셋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 큰 아들들과 함께 누워 이야기하며 밤을 보내는 아빠의 마음은 아는 사람만 안다. 걱정할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두 아들이 아빠와 함께 한 이 경험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 틀림없다. 양 옆에서 잠든 아들들을 보며 “장하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너희들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라”고 속삭였다. 이제부터 유치장 생활이 시작되겠지….

방인성/ 함께여는교회 목사

IP : 211.206.xxx.19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빨간물대포
    '08.8.14 10:14 PM (211.206.xxx.197)

    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611

  • 2.
    '08.8.14 10:20 PM (222.234.xxx.241)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ㅠ

  • 3. 눈물
    '08.8.14 10:24 PM (76.29.xxx.160)

    납니다. 밖에 나와 있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 4. mimi
    '08.8.14 11:39 PM (58.121.xxx.173)

    같은 목사......다른생각 다른사람들.....완전 극과극

  • 5. 돈데크만
    '08.8.14 11:48 PM (211.54.xxx.51)

    같은목사라도...이렇게 다른분이 계시네...ㅡㅡ;;

  • 6. 둥이맘
    '08.8.15 9:54 AM (117.20.xxx.60)

    예비군 군복 입고 태극기도 아니고 성조기를 흔들면서 행진하는 재향군인회 사람들은
    대체 뭡니까??? 어이상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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