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긴 여름 속에서 당신을 봅니다.
거뭇하게 자라버린 수염이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두 달 전 주말,
공원에서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던 아이의 아빠는
이제 거꾸로 돌아가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소는 풀을 먹고 자라고 우리는 꿈을 먹고 자라고 싶다는
촛불소녀들을 보며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고 있는
당신을 자랑스러워하며 저도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들었습니다.
올 들어 몇 달 사이에
공교육 포기라고 할 만한 교육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잠 좀 자자고 밥 좀 먹자고 외치는 청소년들에게
선택권 없는 급식의 먹거리 문제는
급기야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10여년이 넘도록 교육 청소년 운동을 해 온 당신이
이들과 함께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100만의 시민들이 함께했고, 정부가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었고
정의가 이기는 구나 감격할 즈음
난생 처음 소환장이란 걸 받았습니다.
당신을 바보같다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앞에 서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
한 번도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그저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만 그래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이제 덮고 긴 이 여름 속에서 당신을 다시 봅니다.
가슴 떨림과 벅참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의연하게 서 있는 당신이 보입니다.
아이가 물어보면 대답해 줄 것입니다.
옳지 않음을 옳지 않다고 말한 아빠가 옳다고 말입니다.
쉽지 않은 이 길을 함께하고 계신 일곱 분의 촛불 지킴이 여러분!
긴 호흡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정진하고 계신
여러분들을 지지합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족들은 오로지 그 하나만 바라실 겁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해 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계시는 조계종단 스님들께
가족을 대표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꾸준한 격려를 보내주고 계시는
이 땅의 모든 촛불 여러분
이들의 가족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당신...
매일 당신을 응원합니다.
매일 당신의 의지를 격려합니다.
매일 당신의 신념을 지지합니다.
매일 당신의 영혼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의 영원한 동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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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자 권혜진 씨의 부인 임현수 씨의 편지 전문
눈물 조회수 : 441
작성일 : 2008-07-24 07:05:35
IP : 121.151.xxx.14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도
'08.7.24 7:12 AM (124.50.xxx.177)뉴스에서 보면서 정말 안타까워하고 있답니다.
누군가의 남편이고 천사같은 아이의 아빠일텐데...
함께 하지 못하는 가족의 마음은 어떨지 저도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분들에게 감사하면서도 감사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죄송스럽네요.2. 쩝~
'08.7.24 9:20 AM (211.216.xxx.143)안타까움에 맘이 찡해요~~~~ ㅜ.ㅜ
3. 훌륭한
'08.7.24 10:57 AM (211.253.xxx.18)남푠 뒤에는 역시나 더 훌륭한 아내가^^^ 그러니 제가 어찌 우리 82쿡 님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랑합니다... 숙제와 한 몸인 뇨자가...
4. 구름
'08.7.24 2:53 PM (147.46.xxx.168)소신을 바로 펴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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