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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엄마의 아들딸들 조회수 : 392
작성일 : 2008-07-18 20:40:56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이런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5월 2일 청계광장 첫 촛불시위를 시작으로 거리로 뛰어나온 중고등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의 요구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긍정적인 눈길로 바라보는 한 원로 교육학자가 있다. 바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8년간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유인종(76) 건국대 석좌교수다.

"'미친교육'. 얼마나 정확한 표현이냐? 촛불을 든 우리 학생들이 핵심을 찌른 것이다. 거리에 직접 나가보기도 하고 인터넷 생중계를 늦게까지 보면서 학생들을 지켜봤다. 잠도 못 자게 하고 밥도 못 먹게 하는 이명박 정부 교육이 바로 미친교육이 아니냐."

촛불시위의 본거지인 서울시청 서울광장 근처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유 교수와 인터뷰를 시작한 시간은 17일 오전 10시 30분. 이날 서울시교육감 후보 6명은 첫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유 교수는 2004년 민선 3기 교육감 임기를 마칠 때까지 8년 동안 서울교육에 큰 족적을 남겼다.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수행평가 도입, 열린교육, 자립형사립고 설립 반대, 학원 선행학습 반대운동…. 그러나 이같은 그의 교육정책을 놓고 평가가 엇갈렸다. 당시 일부 보수신문들은 유 교수에게 '사이비 평등주의자'란 꼬리표를 붙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서울시교육감 직선제를 보는 유 교수의 요즘 심경은 어떨까. 현재 그는 어느 후보 진영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 이날 그와 인터뷰는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아래는 유인종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교조·반전교조 싸움' 일부러 부추기고 있다"

- 오늘이 시민 직선 서울시교육감 선거운동 첫날이다.

"서울시교육감을 8년 한 사람으로서, 경험적으로 말하겠다. 서울시교육감의 위치는 정말 중요하다. 다른 시도교육청들은 교육부 지침보다도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결정을 따라하게 된다.

또 청와대 같은 곳으로부터 정치적인 압력을 대단히 많이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학원 그늘에서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것도 중요하다. 확고한 교육철학을 갖고 의연한 자세를 가진 이가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


- 일부 보수신문들이 이번 선거를 전교조와 반 전교조 싸움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한테 맡기면 안 된다고 불안감을 부추기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승계한 이들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전교조 후보'라는 사람은 전교조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4년 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도 지금과 똑같이 전교조 불안감을 부추겼다."


- 이번 선거의 쟁점이 뭐라고 보고 있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승계할 것이냐, 심판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미친교육'을 바로 잡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교육학자 110명이 '교육정책을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성명을 내기도 하지 않았나. 교육학자들도 이렇게 나설 정도니 학생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과 같은 소수 몇 명을 위한 교육정책이 5년 동안 계속되면 70년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현 정부가 4월에 학교자율화 계획이란 것을 내놨는데, 자율화란 말만 좋지. 0교시, 일제고사 부활, 사설모의고사 같은 것을 보장해 준 것이 아닌가.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들 10명 가운데 4명이나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한다. 교육의 핵심이 학생 건강과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정반대다. 이런 70년대식 시험몰입·입시몰입교육으로 치닫는 게 '미친교육'이다. 요즘 시험 공부 때문에 학생들 책 읽을 시간도 없다.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하는 것이고 국가 장래도 암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교육은 4년 동안 완전히 후퇴했다"


- 사교육비 문제도 심각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현 정부 들어와서 줄 세우기 교육, 입시몰입교육 때문에 사교육이 번창하고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절반으로 만들겠다는 두 가지 공약에 '정확히'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니까 사교육비가 작년에 비해 15.7%나 늘어났다. 최대의 증가폭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약속한 것과 정확히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 전직 교육감으로서 최근 서울시교육청 정책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해왔는데….

"서울교육은 4년 동안 완전히 후퇴했다. 바로 전에 교육감을 한 사람으로서 속상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제고사를 부활하면서 시험 몰입이 이루어지고…. 꼭 이명박씨 같다. 초등학생들을 폐쇄적인 운동장에 몰아넣고 소싸움 시키면서 어른들은 즐기는 모습이다. 이것은 어린이 학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만 하면 된다는 출세주의를 교육청이 조장해왔다."


- 서울시교육청은 학력신장만큼은 이뤘다고 자평하고 있다.

"중학교에 갓 입학한 내 손자가 올 3월에 시도일제고사 성적표를 창피하다고 가져오지 않았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사람들은 올백을 맞았는데 나는 1개가 틀려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 국어시험 25문제 가운데 하나 틀리면 360등이 되는데, 이것이 무슨 학력신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냐? '학력'이란 말도 그렇다. 잠재능력을 중시하는 교육선진국은 학력이란 말을 쓰지도 않는다. 점수 경쟁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교육력(education power)'이란 말을 쓰고 있다."


-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확대가 이번 선거의 쟁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정책에서도 경쟁과 효율을 내세운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쓰는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2~3% 엘리트 학생들만 따로 가르치는 학교들을 생각한다. 나머지 98%의 학생들은 무시해도 되나? 장애학생들은 또 어떤가. 이런 엘리트 사고방식에 집중하면 학교가 불행해진다. 서울에 기숙형공립학교가 말이 되나. 자율형사립고도 세운다고 하는데 전국이 입시지옥이 될 것이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1등인 핀란드에서 보듯 평준화·보편교육이 오히려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국제중학교 신설은 정말로 넌센스다."


- 그렇다면 왜 4년 전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현 서울시교육감을 도와줬나?

"이렇게 후퇴시킬 줄을 몰랐다. 내가 공 교육감 논문 지도교수이기도 했고, 그 때는 대안도 없다고 생각해서…."


"촛불을 든 학생들한테서 미래를 봤다"- 촛불시위 현장에도 나가 봤나?

"일부러 촛불을 든 학생 곁에 서서 지켜보기도 했다. '미친교육'. 얼마나 정확한 표현이냐. 촛불 든 우리 학생들이 핵심을 찌른 것이다. 인터넷 생중계를 늦게까지 보기도 했다. 잠도 못 자게 하고 밥도 못 먹게 하는 이명박 정부 교육이 바로 '미친교육'이다. 이기적인 줄로만 알았던 아이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봤다."


- '미친교육'이란 말이 좀 지나친 표현이란 지적도 있다.

"어른들은 '미친교육'이란 표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학생들을 미치게 만든 이명박 교육이 그만큼 문제가 큰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그 동안 사회적 합의를 본 대입정책, 초중등 정책을 막 뜯어고치고 있으니. 영어몰입교육과 딱 1년 해 보고 고쳐 버린 수능등급제와 같은 대입제도가 그렇지 않은가? 이런 식이라면 아이들 희생은 정말 커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권자인 서울시민에게 한마디 해달라.

"이명박 정부의 교육을 그대로 놔두면 큰 불행과 희생이 온다. 그들은 교육 경쟁력을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교육은 사느냐 죽느냐 기로에 서 있다. 새로 당선된 서울시교육감이 이런 잘못된 교육 물길을 바로 잡아야 한다. 서울 시민들이 미친교육을 고치는 데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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