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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욕나오게 뛴 촛불집회 다녀오고

촛불개미 조회수 : 1,225
작성일 : 2008-07-11 11:01:17
어제는 종각에서 촛불집회가 있다는 소식에 퇴근 후, 바로 갔습니다.
종로방향으로 인도로 행진을 다함께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깃발들이 보였고 뒤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며 걸으며 들었던 생각은...
'신호등이 나오면 우리 대열은 어떻게 될까?
이미 교통경찰의 비호가 사라지고
전투경찰의 삼엄한 압박과 봉쇄가 우리를 꼭꼭 몇 겹으로 싸매는 상황에서...
대열이 끊어지면 참가자가 나뉘어지면서 각각 봉쇄될텐데...'
그러던 중, 앞에서부터 급히 뛰더군요.
전경들도 모두 뛰고,, 인도로 올라와 뛰는 전경들도 있었습니다.
분명 앞에서 무슨 일이 터졌구나 싶은데
모두 말없이 일단 뛰는 분위기에 동참했지요.
뛰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앞의 깃발과 사람들이 인도에서 차도로 넘어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앞을 전경들이 치고 올라가며 강경진압을 하는 분위기였고
그렇게 우리는 을지로입구쪽으로 달렸습니다.
결국 그 앞에서 완전 새 됐습니다.

......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긴급한 상황이 계속 되면서 이렇게 선두에서 일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렇다고 집으로 달랑 돌아갈 수 없었고,,
전경에게 두 번이나 잡혔는데 적당히 수를 써서 그 때마다 빠져나오곤 했습니다.
사실 무서웠고 겁이 났습니다..
전경은 가관도 아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철통 같이 원천봉쇄들어갔고,
결국 장소를 명동성당 앞으로 옮겨서 가자는 말을 듣고는
행진하다가 다친 어느 여성분을 도와 함께 그곳으로 갔습니다.
과연 명동성당쪽에서는 어떤 반응으로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성당 앞 계단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혹시 촛불집회예요?" 물었더니 위 아래로 훑어보며 상종하지 않겠다는 듯 비웃음을 저에게 날리면서
"우린 성가대예요. 촛불집회 몰라요. 아니예요. 우린 촛불도 안 들고 있잖아요. 보면 몰라요?"
이 싸가지 없는 X 같으니라구!!!
너 같은 나이는 나한테 조카다!!
우리 집회 동지들은 아무도 없어서 우리가 너무 늦었나보다 싶어 집으로 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 차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집에도 가지 않고 이곳으로 또 꾸역꾸역 모인
희안한 인간들과 다시 촛불을 켜고 집회를 가졌습니다.
신부님들도 그냥 지나가셨고,
명동성당 관리인으로 보이는 분들도 이쪽으로 감히 오지 않더군요..

어제 우리는 그렇게 하루를 또 보냈습니다.
진짜 앞에서 뛰어서 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정말 욕나왔습니다!! ㅋㅋ
위험한 상황 속에서 함께 있으며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찰 후송차가 들어오고, 구급차가 들어오고.... 검은 떼로 전경들이 여기저기를 겹겹이 막고,
우리는 박수로 연대하며 긴장과 절실함을 놓지 않았고,,,
결국 엠네스티 조사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명동성당 앞에서 들었고...
연행자와 부상자 소식도 들었고...
성당 앞에서 공수받은 12일 촛불집회 포스터 한장을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어제 우리는 드디어 명동성당 앞에 촛불의 깃발을 세워서 힘차게 흔들었습니다...
제대로 명동성당에 입성한 것입니다.
과거 민주를 외치던 이들이 모든 공권력의 무력에서 보호받았던 성지 말입니다....
그리고 쿨하게 11시 30분이 넘으면서 자진해산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세수하고 발 씻었는데 곧장 잘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찬물에 밥 조금 말아먹고 출근하자 마자
스카치 테이프를 주머니에 넣고 바로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그 포스터를 붙이고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제 책상 앞입니다.

휴!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을지...  ㅠㅠ
IP : 125.142.xxx.148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08.7.11 11:06 AM (203.250.xxx.43)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 2. 에휴..
    '08.7.11 11:07 AM (59.18.xxx.160)

    수고 많으셨어요. 저는 멀어서 주말에만 겨우 참석. 낼 뵙겠습니다.

  • 3. 6월29일에도요~
    '08.7.11 11:07 AM (116.36.xxx.16)

    그 날도 종각에 환한 저녁에 할아버니도 목 눌르고 방망이 휘들르고, 방패로 아스팔트 찍는 것이 전두환이 정권 잡을려고, 발악하던 80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어요. 무슨 큰 죄를 지은양 뛰어야 하는 아줌마들...기업은행 화장실에 숨었다가 몇명이 명동성당에서 촛불들었는데, 성당 사무장하고, 싸워야 했어요. 힘내세요!!!

  • 4. delight
    '08.7.11 11:09 AM (220.71.xxx.55)

    ytn도 방문하고 계속 걸어 다녀 후미에서 천천히 따라갔죠.

    사복경찰 천지였고..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다 선두를 만났을때

    이미 봉쇄되어 있었고..조금 뒤 부상당한 여자가 구급차에 실렸죠...

    몇분간 그앞을 지키다가 상황이 종료 될 것 같아..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가서 명동 성당까지 시위대가 간지는 몰랐네요.

    오늘은 민노총 옹들이 대거 출동...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그림이 그려지네요.


    님도,,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5. 사복경찰도요~
    '08.7.11 11:10 AM (116.36.xxx.16)

    그 날 부터 사복경찰도 있었고, 교통경찰 복장을 했는데, 운동화를 신었었어요. 수녀님이 가짜 교통경찰이라고 알려 주시더라고요.

  • 6. ..
    '08.7.11 11:12 AM (61.37.xxx.214)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 내일 참석할려구요.지치지말고 힘내요.

  • 7. 에구..
    '08.7.11 11:13 AM (121.148.xxx.205)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부끄러워요..

  • 8. 천주교도이상하죠
    '08.7.11 11:14 AM (121.151.xxx.149)

    천주교인들이 다 그런것은 아닌데 예전의 천주교랑은 많이다른것같아요 전에는 명동성당에서 많이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런모습이 아닌것같구요 조계종으로 간것보면 명동성당도 예전의 명동성당은 아닌것같네요

  • 9. 에구...
    '08.7.11 11:15 AM (121.148.xxx.205)

    위에 부끄럽다는것은 제가 부끄럽다고요 참석못해서요
    오해하실까봐..(대한민국 대표 소심녀)

  • 10. 메텔
    '08.7.11 11:15 AM (203.246.xxx.71)

    수고하셨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 11. 촛불비참석자들도
    '08.7.11 11:16 AM (220.122.xxx.155)

    촛불을 믿고 저렇게 무심하게 나오는걸까요? 촛불이 사라지면 그들은 불안해할까요?

  • 12. 예전의
    '08.7.11 11:18 AM (118.45.xxx.56)

    명동성당은 이제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 13. 아기천사맘
    '08.7.11 11:18 AM (211.253.xxx.49)

    위험한 상황에서 고생많이 하셨네요..
    저는 YTN에서 촛불들고 있다가 관계자분이 생중계영상보여주셔서
    을지로에서 6명연행되고 명동성당에 모여있다는 소식듣고
    명동성당으로 향했습니다.생각보다 많이 모여계셨네요.

  • 14.
    '08.7.11 11:22 AM (220.85.xxx.183)

    고생하셨습니다..정말 수고하셨어요...

  • 15. 성지
    '08.7.11 11:29 AM (58.225.xxx.161)

    옛날의 민주주의의 성지였던 명동 성당이 지금은 아니다,,
    옛날의 민주의 선봉이었던 대학생이 지금은 아니다.
    제구실을 해주어야할 기둥들이 제 역활을 망각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16. 쥐한마리때문에
    '08.7.11 11:36 AM (121.139.xxx.57)

    고생 많이 하셨네요....
    무슨 말이 위로가 될지... ㅠㅠ

    푹 쉬시고 기운 다시 차리세요....

  • 17. 감사...
    '08.7.11 11:39 AM (221.141.xxx.93)

    어찌 전할 수 있을까요
    명동성당이 지금은 아니군요..... 착찹합니다
    그리고 원글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18. 풀빵
    '08.7.11 11:47 AM (61.73.xxx.101)

    지난 종각역 시위랑 비슷한 양상이었군요.
    매일 동참하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을 어찌 전해야할까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19. 정말
    '08.7.11 12:17 PM (125.132.xxx.100)

    죄송하고 미안하고 뭐라 말할 수없이 고개가 숙여집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돕는다고 돕는데 어림도 없지요.

  • 20. gazette
    '08.7.11 12:24 PM (124.49.xxx.204)

    남의 동네에서 천주교신자랑 한판 붙은 적도 있습니다. 저도 천주굡니다만. 정의사제구현단을 천주교 신자 대부분이 반대한다는 중년 아줌마였습니다. 대체 종교는 취미생활입니까? 취미로 다니더라도 뭘 알아야 논리가 통하죠.
    나보고 들이대다 내가 천주교란것 알고 깜짝 놀랐을겁니다. 더 길게 밟아 줄 수 있었는데 ..
    ㅍㅎ 웃끼는 분들 만나면 개인기가 출중하다..라고 생각해 주는 중입니다.
    어젠 개독교분도 만났습니다. 논리로써 .접대.해줍니다만 비논리로 들이대시는데.. 아놔.

  • 21. 호수풍경
    '08.7.11 12:37 PM (122.43.xxx.6)

    전에 녕동성당서 시위대 막은적 있었져...
    그냥 명동성당은 일개 성당에 지나지 않는다 뭐 그랬던거 같은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져...
    일개 성당 치고는 헌금이나 미사하는 횟수나 차이가 많이 나져...
    자기들이 그런 식으로 혜택 받는건 당연한거고,,,
    시위대가 찾아가는건 막고,,,
    좀 웃긴거 같아여...

  • 22. ㅜㅜ
    '08.7.11 12:49 PM (58.120.xxx.217)

    무엇보다 안타깝네요.
    어릴때 명동성당에서 민주화투쟁하시던 분들이 그곳에 계신 걸 많이 봤었는데.
    이곳에서는 안전한가보다 라고 지나며 어린생각에 다행이다 라고 안도했었는데.
    휴...
    원글님 정말 애쓰셨습니다.
    내일 저희가족도 함께 해요.

  • 23. 춤추는구름
    '08.7.11 12:58 PM (116.46.xxx.152)

    고생 많으셧네요~~~

    원글님 같은 분들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희망과 위안을 받네요.

    감사합니다.

  • 24. 너무
    '08.7.11 1:25 PM (121.88.xxx.149)

    죄송해서 댓글 안달려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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