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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유치했던 저였습니다.

학창시절 조회수 : 1,151
작성일 : 2008-04-27 01:31:48
40 중반인 제 학창 시절입니다.

홀어머니에 딸만 셋인 저희집은 너무 가난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생활보호 대상자로 배급받아 살았습니다.
초등학교때는 공부에 흥미를 못느끼다 중학교 올라가서 공부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엄마는 공부 하란 말을 한번도 안하셨습니다.
물론 참고서, 문제집도 못사줘서 조르고 졸라서 같은반 아이들이 문제집을 거의 다 풀 무렵에 구입해서
정신없이 풀때면 엄마는 금방 풀면 또 사야하니 조금씩 풀라고 하셨습니다.

친구집에 놀러가면 놀지는 않고 그 집에 있는 책을 읽느라 책상밑에 들어가 읽고 오곤 했습니다.
중학교때 시험 볼때면 내방이 따로 없어서 친구집에서 모여 서너명이 함께 공부하곤했습니다.
그친구 엄마는 새벽 1시가 넘으면 호빵에 우유와 함께 간식을 내오시곤 했습니다.

모두들 맛있게 먹고나면 하나 둘씩 하품을 하다 졸다 하다 잠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잠이 드는 친구들을 보며 쾌감을 느끼며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친구들이 잠든사이 저만 공부를 한다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시험 결과를 과목별 선생님이 번호순으로 불러 줄때면 친구들 몰래 경쟁하고 있던 친구에
점수를 적어두어  내 점수와 비교하곤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 일주일을 날밤 새며 공부하다 수업중에 코피를 쏟으며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공부하다 그런게 아니라 집안일때문이라고 친구들에게 둘러대기도 했습니다.

시험때는  새벽 4시되면 눈이 절로 떠져서  안개가 뿌연 새벽을 바라보며 라디오를 작게 틀고
공부했던 시절입니다.

너무 너무 어려웠던 시절...
중학교때는 학교끝나고 신문도 돌리는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그때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그랬는지 친구도 적으로 경쟁자로 생각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공부밖에 기댈게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내가 벌어 졸업했고 ...
지금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안정이 마음에 여유를 가져오더군요.

지금 시험 공부중인 아이들을 옆에서 바라보며 그시절이 생각나서 글 올려봅니다.
그시절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은숙아..근숙아..희자야....보고싶다.

IP : 218.234.xxx.16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8.4.27 1:42 AM (58.227.xxx.180)

    학창시절때 왜 그렇게 친구들과 경쟁적으로 공부하며 지냈나 가끔 웃음이나요
    저는 30대 후반인데 그때는 중학교만 해도 선생님들이 엄청 공부 경쟁 시키곤 하셨어요 아침 자율학습에 야간자율학습까지 도시락 두개씩 사갖고 다녔어요 원글님 때도 비슷하지 않았나요?

  • 2. 저는..
    '08.4.27 7:05 AM (61.109.xxx.6)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서 더욱 세상살이를 몰랐던것같아요.
    친구와 경쟁심도 있고..학교시험에 대한 도전의식도 있었던
    님이 부럽습니다.
    전 그냥 먹고싶은거 먹고...하고싶은거 하고살아서
    모든걸 커서도 다 자연적으로 하게되는줄알고 살다가
    정말 위기를 겪을때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몰라서 무척 시행착오겪고
    헤매게 되고 지금까지 고생하고있습니다.
    내 아이는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법을 가르키고 싶은데
    내가 아직도 그걸 모르고있으니....ㅎㅎ

  • 3. 윗님...
    '08.4.27 5:13 PM (203.223.xxx.55)

    님이 복 받으신 거에요.
    님의 아이도 그런 여유로움 속에서 키우실수 있다면 더 복받으신 거구요.
    어려움을 겪었다고 세상살이 잘 알고 슬기로운거 아니거든요.

  • 4. 엄마
    '08.4.27 8:44 PM (58.148.xxx.166)

    꼭 우리 친정 엄마 같으시네요 ( 지금 70대 중반)
    정말 악착같이 하신거 같아요
    그러니 아무리 대학가기 쉬웠다고 하지만 그시절에 3개월 공부하고
    우리나라 최고학부 의학계열에 진학하셨으니..

    그래서이신지 자식들이 열심히 ( 저도 나름 열심히 했지만 엄마랑 기준이 달랐죠 --;;)
    하지 않는 모습을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ㅠㅠ

    반면 전 느긋한 아이였죠.
    엄마가 사주시는 계몽사 책이나 열심히 보는 ^^;;;
    울엄마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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