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초반.
스물세살의 예쁜 딸아이가 있다.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겪어보지 않은
철없는 내가 어쩌다 거저 얻은 보물.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4시 40분 아이 방문이 열리는 소리.
일어나기 싫어서 꼼지락거리다가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아이는, 아무리 바빠도, 씻기조차 싫은 새벽에도
혹은 늦잠을 잤더라도 속옷을 들고 욕실에 들어가
30분을 천천히 씻고 나온다.
그동안 쉼없이 물소리는 쏴-쏴- 보일러는 부리나게 돌아가며
아이의 온도를 맞춰주고 있다.
오늘아침은 떡만두국을 끓이고 김치조금. 고기 볶은거 조금..
아이는 씻고나와 머리를 말리고 식탁으로 와 앉았다.
천천히.. 떡국하나하나, 만두를 조금씩.
국물에 마치 소금쟁이 한마리가 낮게 헤엄치듯 조금씩 국물을 홀짝인다..
김치도 아주 작은것만. 고기볶은건 아예 손도대지 않았다..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쉼없이. 느리게 식사가 끝난다.
마치, 안먹을듯 간간이 이어지는 손동작.
애 아빠는 "안먹을 같으면서 다 먹는 아이"라고 놀린다.
백옥같은 하얀 피부에
늘씬한 키와 몸매. 부럽게도 풍만한 가슴까지 지닌 아이.
살짝 웃어주면 온 세상이 다 사르르 다 녹아버릴것 같은 아이.
옷을 갈아입고 현관에 앉아 운동화 끈을 천천히 리본으로 묶어매고
뒤돌아서더니 코트 뒤 리본이 예쁘냐고 묻는다.
천상 여자. 내딸.
아이가 여섯시. 집을 나섰다.
일어나서 목욕하고 밥먹고 챙기고... 옆에서 지켜보는 이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저래서 언제 다 하고 나갈까 싶은게.
하지만 아이는 시간을 딱 맞춰 집을 나선다.
오후타임까지 알바를 하고,
운전학원에 갈것이다. 1종 필기시험 어제 합격.
컷트라인이 80점인줄 알고 공부많이 했는데... 하며 웃었다.
70점만 넘으면 되는거 시험장에서 알았댄다.
언덕에서 자꾸 시동이 꺼진다는 아이.
알바를 끝내고, 운전학원까지 다녀오면 밤 아홉시가 된다.
바쁘고 알차게. 거기다 자신을 잘 다스리며 생활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내 딸.
오늘 아침엔.. 이런저런 생각으로 참 행복했다.
열심히 산다는것.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것. 나는 그녀를 통해서 예쁘게 사는게 뭔지를 배운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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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그녀.
콩쥐엄마 조회수 : 1,001
작성일 : 2008-01-25 12:26:10
IP : 211.33.xxx.14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1.25 12:48 PM (142.166.xxx.88)읽고 나서 한참 가슴이 뭉클했네요
항상 행복하세요2. ^^
'08.1.25 12:51 PM (121.88.xxx.155)이런 혜안과 맘을 가지신 콩쥐 모친도 아름다우십니다.
팥쥐를 낳으셨어도 그 팥쥐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녀'로 키우셨을것 같습니다.
행복하세요.....^^3. 행복
'08.1.25 1:12 PM (210.98.xxx.134)저도 따님 보다도 엄마의 인자하시고 살갑고, 따스한 성품이 느껴지네요.
그렇게 어떤 모습도 긍정적으로 사랑스럽게 봐주시는 넉넉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요.
이런 엄마의 딸이라면 당연히 엄마의 모습이 나오겠지요.
늘 행복하세요4. oegzzang
'08.1.26 2:27 AM (222.108.xxx.136)동화같은 그림이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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