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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이사가게 생겼어요..

머리속이복잡 조회수 : 1,079
작성일 : 2007-12-23 02:33:30
지난 수요일인가 남편 회사 상사가 불러서 면담을 하자고 하더니.. 남편이 며칠 한마디 말도 없이 고민을 하는것 같더니,
어제 갑자기, 내년 초쯤 자기 서울로 발령 날거 같다고 합니다.
아주 결정 난것은 아닌데 거의 8-90%는 맞다고...

저흰 대전에 삽니다. 남편이 연구단지에 근무해요.
결혼하고 여기 내려와 산지 어언 7년이 지났네요.

처음 내려와 살던 몇년은 참 힘들었었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여러모로 화려한 싱글 생활을 하던터라 더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저를 힘들게 했던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친구도, 가족도 모두 서울에 두고 왔지요.
주변을 돌아봐도 아무도 아는이가 하나 없었고,
살림 솜씨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 홀랑 달려가 밑반찬 몇가지 집어 튀어올수 있는 친정엄마가 너무 그리웠습니다.

남편이 출근하고나면 남은 빈자리동안 물끄러미 천장만 바라보다 하루가 가곤 했었지요.


그렇게 7년..

매일 같이 노래를 불렀던거 같습니다. 서울로 다시 가고 싶다고.
애들 교육 문제니 문화생활 여건이니 .. 매일 투덜대는 다른 사항들은 사실 다 알고보면 핑계에 불과했고,
가장 중요한것 한가지...
친정 엄마, 언니, 그리고 친구들 있는곳에 다시 가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7년 만인데..

막상 남편이 우리 서울로 가도 괜찮을까? 하는데.. 저는 늘 머릿속으로 그렸던 "우와~ 당연하지, 너무 좋지~ " 하는 함성과는 달리,
뭣에 한대 얻어맞은듯한 표정으로, "그게 도대체 뭔소리? 이렇게 갑자기 무슨수로?"하고 말았네요.


생각해보면 지난 7년간 살아오는동안 나는 너무나 이곳 생활에 적응을 해버렸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따져봐도 서울가서 살아야 할 삶의 질은 여기서 사는것과 비교가 안됩니다.
한마디로 나태하고 풍요롭고 게다가 너무나 가족 중심적인.. 그런 삶의 리듬이었지요.


만약 서울에 간다면 지금보다 좋은것은 그저 친정 가까운거 그거 하나.. 급할때 애들 맡기고 하루쯤 볼일은 볼수 있겠지요.
저는 지금껏 그것 하나 맘대로 해본적이 없이 살았으니까요.
아이 둘 들쳐업고 걸리고 하면서 혼자 해결하는것이 이젠 습관이 되어 버렸는걸요.
하지만 친정 가까운들 이젠 살림은 도가 터서 연로한 엄마 손에 얻어 먹기보단 되려 퍼다 주어야 할 실정. 하다못해 지금은 김치조차 엄마보다 제가 더 잘 담급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당장 살집부터 막막합니다.
지금 넓직하고 여유 있게 빚 하나 없이 살고 있는 이집 팔아 봤자 서울에서는 강북 어느 한귀퉁이쯤 전세조차 못구할 평현이지요. 전세 구하자고 대출 받아야 할 형편이군요.

남편은 회사가 코앞이라 지금 퇴근할께 하고 전화하면 정확하게 10분후에 벨이 울립니다. 아침에 9시까지 출근이면 여유있게 8시 45분쯤 집에서 나가면 됩니다.
그런 사람이 다시 버스와 전철을 타 가며 서울 어느 가장자리쯤에서 도심으로 출퇴근을 할 생각을 하면...

그리고 늘 6-7시면 퇴근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던 남편이 서울로 자리를 옮겨 일과 씨름을 하고, 매일 늦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생각하면,
남편은 어쩌며, 남겨진 저와 우리 애들은 또 어쩌나, 그런 생각부터 듭니다.

여러모로 생활비도 지금보다는 많이 들어가겠지요.
당장 남편 출퇴근에 필요한 교통비부터,
애들 학원비, 유치원비도 비교해보면 여기와 서울은 차이가 꽤 많이 납니다.
그 밖에 다른 모든 물가.. 하다못해 과일값 조차 친정에서 사먹는것과 비교해 보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대전에 있으나 서울에 있으나 월급은 다 매한가지인데, 솔직히 지금도 더이상 줄일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축도 거의 못하고 동생이랑 같이 보내는것도 아니고 그저 큰아이 하나 유치원 보내는걸로 헉헉하고 살만큼..


나는 도대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서울을 그리워 하고 언젠간 돌아갈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가자고 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지 말자고 남편 바지꼬리를 붙잡을수 있는 형편도 못되면서...ㅜ.ㅜ
IP : 125.181.xxx.3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2.23 3:03 AM (222.108.xxx.13)

    저도 남편따라 이도시 저도시 이사 몇 번 했습니다.
    그러면서 올 봄에 서울에 들어왔네요.
    참 서울이란 곳이....
    돈 벌려고 다들 모이는 곳이고...
    여러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이고...
    뭐든 지방보다 빠른 곳이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도시인듯합니다.
    마음의 평온은 오히려 제가 잠시 살아보았던...어느 시골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 곳에서는 이렇게 시시한 삶이라니...너무 조용하다느니..하면서
    우리 남편과 저...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작은 행복을 느꼈는데...
    여기선 더 많은 경험을 하리라 생각했건만
    오히려 지쳐버리는 우리를 요즘은 봅니다.
    그냥 지쳐버리네요....나쁜 공기때문만은 아니겠지요.

    님께 뭐라 말씀은 못드리고 저도 서울 온지 반년의 넋두리만 하네요..
    하지만 인간은 적응을 워낙 잘 하지 않습니까?
    전세도 대출받고...남들 집값이 뛰니마니는 그야말로 남의 일이고...
    남들은 집 사놓으라고 우리에게 충고하지만....
    충고는 충고일뿐 우리에게 돈 보태주는것도 아니고...
    남들따라하다가 가랑이 찢어지기도 싫고...그냥 꿋꿋이 형편대로 살자고 마음잡습니다.
    내 정신이 우뚝 서야 우리 집이 흔들리지 않겠죠...남편이랑 우린 행복한거야..이러면서요...웃습니다...
    어쨌든 살게 되더이다...하지만 나의 미래는 서울서 노후만은 보내고 싶지않다는거네요..^^
    어떤 삶을 사시든...
    님도 행복하실겁니다...

  • 2. ^^
    '07.12.23 8:08 AM (222.239.xxx.246)

    서울 살다 경기도로 이사온지 5년..
    친정과 시댁이 서울이라 한 달에 한두번씩 가긴 하는데..
    서울 들어가 살고 싶은 맘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에구...위로가 아니라...죄송합니다.

  • 3. ..
    '07.12.23 8:28 AM (218.209.xxx.159)

    전 경기도 살고 있습니다.
    남편 서울로 발령났지만 그냥 경기도 살려고 합니다.
    내년에 이사가야 하는데.. 이사가는곳도 경기도 입니다.

    물론 남편 출퇴근이야 조금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저랑 남편만 간다면이야 서울에 살면 더 좋겠지만
    애들 생각하면 그냥 이쪽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교육이나 문화도 잘 되어 있는곳 많거든요.
    그리고 문화적인 혜택이 잘 되어 있다고 그 혜택 다 누리고
    살수는 없는문제구요 근교라.. 마음만 먹으면 다녀올수도 있구요.

  • 4. 저두
    '07.12.23 2:37 PM (211.228.xxx.212)

    결혼하면서 지방으로 내려와 살게되었어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 거기다가 이 지역 사람들 성향이 저랑 맞지 않아서 처음에 너무 고생하다가 그냥 혼자 노는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어요.
    서울로가면 제 결혼전 경력이 워낙 화려(?)해서, 결혼후에도 2년이 다되가도록 서울에서 아직도 call이 와요. 아기 낳기전에라도 주말부부하면서 일할생각없냐구요. 이 곳에선 제가 할 일이 없어서 전업이구요.
    처음에는 확실히 보장되는 고액연봉과 문화적 혜택. 그리고 두고온 제 친구들과 친지들로 인해서 외롭고 왠지 억울한 마음에 많이 울었어요.
    저희 신랑도 계속 서울로 발령 이야기가 나오는데도 안간다고 버텼고, 전 그런 신랑이 미웠지만 표내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2년이 지나고 아기가 곧 태어나게되니 서울로 발령날까 두려운 마음+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이렇게 갈등이 되네요.
    서울로 가면 아직 유효한 제 경력으로 일할 곳도 있고, 제가 급한 일 있을 때 아이 맡길 곳도 있고, 그렇게나 좋아하는 문화적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역시 이 곳에서 집을 사서 살고있는데, 서울가면 이만한 집 전세로라도 구할 수 없고, 저희 신랑도 회사가 바로앞이라 퇴근시간에서 10~15분이면 도착하며 저만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사는데 서울로 가면 출퇴근 1시간 이상은 각오해야지요. 신랑 월급으로 살 수 없으니 아이아 눈에 밟혀도 무조건 맞벌이 해야할거구요. 제 일의 특성상 야근과 주말출근이 잦을거구요.
    또, 제가 살고있는 곳이 이 지방에선 중산층(서울로가면 저소득층정도의 수준이겠지만 ^^;;)이 모여있는 곳이라 각종 편의시설들이 다 모여있어요. 공원, 도서관, 스포츠센터, 특수목적고 등등.. 서울에서 이만한 혜택을 받으면서 살기 힘들죠.
    친구들과 제 발전을 생각한다면 가야겠지만, 아이의 어린 시절은 이 곳에서 보내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사이에 서울로 발령나버릴까봐 무섭죠.
    그럼에도 서울에 미련이 남는건 문화적 혜택과 교육, 직장. 휴우.. 지역이 고루고루 발전하게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 5. ...저도여기
    '07.12.23 3:20 PM (59.8.xxx.132)

    여기 섬입니다
    처음엔 어찌사나 햇는데 이젠 서울 갈까봐 겁납니다
    이거 다 정리해도 좋은 전세 택도 없지요
    빌라나 갈수 있을려나
    아고 사는게 익숙해지니 이젠 여기가 더 좋네요
    그래도 아들 대학 서울로 가면 여기 정리할겁니다

  • 6.
    '07.12.23 8:26 PM (125.187.xxx.10)

    전 반대로 남편이 2~3년내로 대전 연구단지로 가게 될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직장도 서울에 있고 다양한 문화적 혜택이 많아서 좋긴 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빨리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저도 심란~합니다.--;;

  • 7. 저는 반대로
    '07.12.24 10:54 AM (58.37.xxx.89)

    평촌에서 지방으로 내려갑니다.. ..
    저도 이제 이사준비해야하네요. 에구.. 전세옮긴지 얼마안되었는데,,
    이사비부터 심란합니다...
    원글님, 평촌아파트로 전세오실 생각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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