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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엄마 안되려고 했는데...

극성엄마.. 조회수 : 2,474
작성일 : 2007-12-21 20:35:04
극성엄마 안되려고 했는데,, 어쩔수 없이 학교에 들락거려야 할것같아요..

저희 아이가 다니는 시골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학생이 달랑 6명이랍니다..
시골이라고 해도 아이들이 전혀없는건 아닌데,,
맞벌이 해서 그래도 좀 넉넉한 집이나, 공무원,농협에 근무하는 직원들 아이들은 대부분 학비가 몇배가 넘는 사립유치원에 보내네요.. 자기 돈으로 자기가 보내니 뭐라할건 없구요...

그러다 보니 저희 아이 병설유치원에는 부모이혼 후 할머니가 키우는 애들이나 농사 짓느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아이가 많네요..

저희가 사는 읍에는 초등학교가 2개 있답니다..
저희아이가 다니는 B초등학교랑, 차로 3분떨어진 곳에 있는 A초등학교..
시골에 있기는 하지만, A초등학교는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조건과 비슷한 가정이 많아서 학구열도 높고, 학부모 수준도 높다고 하더군요..  부모가 맞벌이, 공무원, 농협직원... 수준.. 시골에서는 공무원이나 농협직원 정도면 수입이 안정적이라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입학할때가 되면 B학교에 배정될 아이들이 주소를 옮겨서 A학교로 배정받도록 하는 부모들이 많아요..  어차피 차로 3분 거리인지라 많이 멀지도 않아서 아이들이 다니는데 크게 불편하지도 않고, 부모들이 태워주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B학교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빠져서 학생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어요..
모임이 있어서 나가보면,, B학교 다닌다고 하면 '후지게 보는' 그런 눈빛도 받았구요..

어쨌든, 저는 학교가 중요한게 아니라  본인의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기때문에,, 다른사람들의 염려어린 걱정도 뒤로 하고 병설유치원부터 B학교로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입학식에 가봤더니,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도시에서 처럼 아이들에게 특별히 관심을쏟을 부모님이 안계시더군요..  가끔씩 아이들에게 간식을 보내준다든가 하는건 생각지도 못하구요.. 어린이날이나 운동회때도 특별한 선물은 기대할수도 없었답니다..
저도 학교에 가서 설치치 말자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기에 모든걸 못본척 모르는척 넘기려고 했는데..

이번에 겨울방학이 늦게하는 바람에 유치원생들도 26일날 종업식을 하게되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특별히 24일 크리스마스 파티라고 해주겠다고, 이주일전에 미리 알림장을 통해서 아이들 선물을 미리 보내달라고 하셔서 아이가 원하던걸 하나 사서 유치원에 갔다줬는데,,

오늘 문득 유치원에 혹시 도와드릴일이 없나싶어 전화했더니,,, 세명의 아이가 선물을 안 가지고 왔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선생님이 직접 사와서 줘야겠다고...  그러면서 파티는 그냥 과자 몇 개 갖다놓고, 케익하나 사놓고 해야겠다고 하시네요.. 그 소리 들으니 얼마나 맘이 아프던지...
유치원 경비는 정해져있고,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고, 아이들 선물도 제대로 마련되어있지않고, 선생님 혼자 고민하고 있더군요...  "선생님 힘드시겠어요.." 했더니,,"아이들이랑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마지막이되니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할뿐이라고..아이들에게 근사한 파티를 해주고 싶어는데.."라고 하시니,,  제가 다 눈물이 나더군요...

그래서, 저도 나름대로 준비해 가겠다고 이야기 하고 전화 끊었답니다..
이번 한번만 극성엄마가 되어도 누가 흉보는 사람 없겠죠?
마트에 가서 파티용품 사다가 꾸며주고, 맛있는 음식도 좀 만들어가야겠어요..
남편 꼬셔서 산타 해달라고 하려니,, 산타옷이 없네요...아쉽당...
선생님 선물도 쬐끄만거 하나 드리고,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되게해주고 싶네요..
임신 7개월에 장난꾸러기 세살난 아들이 저를 가만히 놔둘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열심히 해서 좋은기억남기고 싶어요..
저 자신한테,, 화이팅!! 이라고 하고 싶네요..^^

IP : 211.228.xxx.15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들에게는,
    '07.12.21 8:45 PM (121.142.xxx.135)

    이번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날이 되겠네요.

    극성엄마라뇨..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저까지도 훈훈해지네요.

    화이팅....이에요.

  • 2. ,,
    '07.12.21 8:50 PM (59.10.xxx.145)

    살짝 눈시울이....
    극성엄마 되주세요.
    님같은 극성엄마는 만세^^

  • 3. ...
    '07.12.21 8:52 PM (210.0.xxx.227)

    느무느무 멋지세요...^^
    정말 멋진 클스마스겠네요.
    더 많이 행복하시기 바래요~~

  • 4. 홧팅
    '07.12.21 9:26 PM (67.85.xxx.211)

    원글님 멋지세요!
    그애들 일생에서 아마도
    오래 기억되는 좋은 추억이 될겁니다.
    원글님 가정에도 복 많이 내릴겁니다~~
    산타할머니 ^^;; 홧팅!!!

  • 5. 일어서다
    '07.12.21 10:01 PM (218.50.xxx.225)

    로그인이 몇달만인지....진정한 극성맘 이십니다.
    같은동네이고 아파트 이지만 임대아파트와 주공,그리고 민영아파트 엄마들의 편가르기 직장
    다닐때 많이 봤거든요. 사실 좀 아이들 수준이나 부모열의가 차이는 나지만 그게 다는 아닌데
    하는 생각 많이 했거든요.

    내 아이만 ...이런 생각하지 마시고 내 아이라도...하면서 남을 배려하고 함께 하는 엄마가 되고
    싶네요. 사랑은 넘치게 그러나 물질은 좀 모자르게.... 원글님 화이팅!!!
    아이들 정말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보낼것 같아요

  • 6. ^^
    '07.12.21 10:47 PM (202.7.xxx.163)

    따뜻한 마음이 너무 예쁘세요..
    덕분에 아이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 추억을 갖게 될 것 같네요

  • 7. 덕담
    '07.12.22 12:06 AM (222.236.xxx.69)

    완전 극성되세요~~~

  • 8. ...
    '07.12.22 12:14 AM (61.73.xxx.254)

    저희 아이도 내년에 병설 들어갑니다.
    저도 님 닮은 극성엄마 되고자 노력할래요.

    님, 멋지세요!!!

  • 9. 잠오나공주
    '07.12.22 9:56 AM (221.145.xxx.106)

    이런 극성은 필요한 극성이죠..
    환상입니다..

  • 10. 호호맘
    '07.12.22 4:17 PM (218.51.xxx.249)

    그런 마음이 생긴적도 많지만 행동으로 직접 옮기긴 쉽지 않던데
    님 정말 본 받을 만하네요.
    님 덕분에 마음이 훈훈해졋어요.^^

  • 11.
    '07.12.22 10:40 PM (122.34.xxx.3)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 세상에 안귀한 아이가 어디있겠어요.
    선생님 마음도 고맙고 원글님 마음도 고맙네요.
    복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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