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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긴글)

까꿍 조회수 : 1,837
작성일 : 2007-12-10 19:41:21
저는 여기 82cook도 중독이지만, 네이트톡도 중독입니다 ^^
밤에 신랑 퇴근하면 신랑은 게임하고, 저는 옆에서 네이트톡 읽어주고
서로서로 맞장구치고, 서로 생각 얘기하고 한다지요.

제가 오늘 네이트에서 본 글이 있습니다.
1년을 사귄 커플인데, 남자친구가 프로포즈했습니다.
근데, 그 남자친구의 형이 정신지체1급의 장애인이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이다. 라는 글이었어요.

남자친구가 처음부터 얘기했으면 좋았을텐데...
남자는 여자가 떠나갈까 두려워 얘기하지 못했다네요.

그 글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아픈형에 대해 떳떳하지못했던 그 남자분이 미웠고,
그런 일로 고민하는 여자분이 안쓰럽고, 살짝 미워보이고 했습니다.
"사랑은 그런게 아니잖아!!" 라는 저의 생각을 덧붙이구요 ^^
허나, 결혼은 현실이라죠??? 결혼한 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니 그 여자분이 안쓰러운 마음이 더욱더 컸어요. 그 심정 이해하니까요.

이제 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저는 올해 29살에 올봄에 결혼한 사람입니다.
남편과는 짧은 연애끝에(제 인생 첫 연애의 주인공입니다) 결혼했어요.
저에겐 정신지체1급의 여동생이 있구요.
부모님은 맞벌이하시구요.
저는 어릴적부터 집안살림을 해왔고, 동생도 돌봤었죠.
대학졸업하고 쭈욱 살림만 했었습니다. 물론 중,고등학교때도 했었지만요.

동생학교에 행사에도 갔었고,
동생 학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도 했었습니다.

부모님가게가 예전엔 1년에 두번만 쉬었는데...
그 때는 일요일 친구와 약속이 잡히면, 오후4,5시즈음으로 아빠나 엄마가 집에 오셔서,
동생을 돌보고 저는 밖에 나가 놀고 오는거였죠.
어린마음에도 부모님 많이 피곤하시다...라는게 보이면 당연히 친구들과의 약속은 취소했습니다.

대충...저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그런 제가 연애를 했고.. 그것도 남편의 열렬한 사랑고백 ^^; 에 말이지요.
처음엔 이 사람 참 별로였습니다. 아니, 솔직히 이 사람이 좋은지 몰랐습니다.
그냥 만나봤었죠. 근데..사람이 참 좋더군요.

처음부터 말했습니다.
난 아픈동생이 있다. 결혼을 한다해도 손에서 놓지않는다.
내 인생의 업이다. 한평생 갖고간다.
절대 시설에 보낼일은 없다. 라구요...참 독하죠??

그런 제 말은 저희신랑
알겠습니다. 우린 가족이니까 같이 해나갑시다.
우리가 할수있는만큼 열심히 합시다. 우리가 조금만 피곤하면 다른분들 편안해지니 그럽시다.
그러더군요.

저는 나이가 들면 시골에 조그맣게 집 지어서 사는게 꿈입니다.
저희신랑 그러죠. 나중에 시골에 집 지어서 자기, 나 , 처제 이렇게 같이 살자구요.

저희 시부모님요??
저 동생 아픈거 아십니다. 당연한거지요.
동생 아프니 더 신경써라... 니가 외동딸이 되는거니 더 열심히 모셔라. 이러셔요.

제가 신혼집에서 동생을 돌봅니다.
아침에 아빠가 출근하시면서 동생을 저희집에 데려다놓고, 퇴근길에 데려갑니다.
그걸 아시는 시어머니께서는 절대 저희집 안오십니다.
저보다 저를 더 배려해주십니다.

저희신랑 결혼할 때 부모님께 그랬답니다.
"만나는 여자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시고, 동생이 아파 아가씨는 집에서 살림하고 동생 돌봅니다"
"저 결혼한다면 그 아가씨와 할것같습니다" 이랬다는군요.
부모님께 허락해주십시오..가 아니라 통보로 나갔던겁니다.
가슴 아팠습니다. 저희 남편 누나만 7분에 막내입니다.
세상에 귀하지않은 자식 없겠지만, 남편이 그 분들께는 얼마나 귀한 자식인데...
그리 말하니 ............
근데, 저희 시어머니 남편말에 "요즘 아가씨인데도 참 착하구나" 한마디 하셨대요.
시간이 지나 결혼얘기가 오고가니 시어머니께 "허물이 아니다. 가족이라 생각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하셨답니다.

저 정말 결혼 잘한것 같습니다.
남편도 제겐 감동인데...시부모님께지 제게 감동입니다.


오늘 읽은 네이트톡의 원글이는 마음의 준비가 안된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결혼후 그 원글이의 생활이 눈에 보이기에....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참..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네요..
IP : 125.208.xxx.20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2.10 7:49 PM (220.117.xxx.165)

    원글님의 심정도 이해가 되고
    네이트톡 그 아가씨의 심정도 이해가 되고, 그러네요..

  • 2. ....
    '07.12.10 7:52 PM (61.66.xxx.98)

    그런 남편과 시댁을 만난건 원글님 인연이고 복이고요...
    모든 사람들이 원글님과 원글님 남편처럼 살기를 바랄 수는 없는거죠.

    윗님 말씀처럼 남의 문제에 뭐라 할 수 있는건 아니죠....

  • 3. .
    '07.12.10 7:54 PM (121.146.xxx.102)

    원글님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4. ...
    '07.12.10 7:55 PM (61.73.xxx.19)

    저도 모르게 눈물이 살짝...^^;
    님과 남편, 모든 식구들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도 나이 들어 님 시부모님 같은 훌륭한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렵니다.

  • 5. 원글님이
    '07.12.10 8:08 PM (221.159.xxx.5)

    운이 좋았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네요.

  • 6. ..
    '07.12.10 8:11 PM (125.177.xxx.19)

    솔직히 님은 동생생각하는 마음이 착하기도 하지만 복도 많은 겁니다
    시집이나 남편처럼 하겠다는 사람들 없어요
    네이트톡 그 아가씨 고민하는거 당연해요

  • 7. 와~
    '07.12.10 8:26 PM (218.53.xxx.227)

    원글님 남편이 멋진분입니다. 교통정리의 개념을 아는분이라고나 할까...^^

  • 8.
    '07.12.10 8:29 PM (220.79.xxx.235)

    윗분들 말씀대로 원글님이 진짜 복이 많으신겁니다.
    제친구 시댁쪽이 그 네이트톡에 올라온거랑 비슷한데
    그 여자분 고민하는거 당연하고 제친군 당연 그 결혼 말립겁니다.

  • 9. 와~2
    '07.12.10 8:46 PM (67.85.xxx.211)

    원글님도 착하시고, 남편 시댁 다 멋지고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내내 행복하십시요....

  • 10. 와~3
    '07.12.10 10:40 PM (122.34.xxx.27)

    글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도네요.
    원글님도 착하시고 훌륭하시지만
    남편분도, 시댁 어른들도 저말 훌륭하고 마음 따뜻한 멋진 분들이세요.

    님은 정말 행복하시겠네요.
    계속 그 마음 지켜가시면서 행복하세요..

  • 11. 당연히
    '07.12.10 11:09 PM (116.120.xxx.11)

    원글님이 착한 마음과 자기주관이 있기 때문에 멋진 신랑분과 연애하고 결혼하신게지요..
    멋진 신랑분은 당연히 부모님이 올바른 생각과 착한 마음을 가지셨기에 그렇게 컸을거구요..
    운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주위에 정말 큰허물이 없는데도 남편욕이나 시댁욕매일 하는 엄마들 보면 그엄마들자체가 올바른 생각을 안가지고 있는게 많고 그 아이들도 비슷합디다 그려..

  • 12. *^^*
    '07.12.11 12:10 AM (218.38.xxx.183)

    원글님도 남편과 시댁분들도 참 착하고 복 받을 분들이네요.
    전 뭐니뭐니해도 원글님이 가장 힘드실텐데 정말 훌륭하신 인격을
    지닌 분이라 생각해요.
    그런 님을 알아본 남편 되시는 분도 대단하시구요.

    근데 네이트의 아가씨는 조금 다르네요.
    원글님은 직접 동생을 보살필 수 있고, 착한 아가씨라는 칭찬도 시어른께
    듣고 결혼하셨지만 그분 경우는 남편 되실 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 그만두고 동생 돌볼 수는 없잖아요.
    경제적 지원이든 직접적인 보살핌이든 그 아가씨는 참 엄두가 안날겁니다.
    형제는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남 되기 쉽더군요.
    자매는 결혼 후 더 친해지는 일이 더 많은데 말이죠.

  • 13. 아름다워요
    '07.12.11 1:36 AM (128.61.xxx.45)

    신랑도 본인의 마음도. 정말 삶이 뿌듯하겠어요.

    울 신랑도 결혼하자고 할때 만약 양가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한다면 도망가자고 부터 시작하더라구요. 솔직히, 난...나름 다 재고나서 이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결정한건데 그 순수한 마음에 감동받았었죠. 그 마음 하나로 요즘은 미운짓이 끊이지 않는 신랑을 계속 사랑하면서 살게되는것 같아요.

  • 14. 소설같은
    '07.12.11 8:22 AM (125.177.xxx.158)

    얘기네요. 원글님 딸이 나중에 커서 갈등하는 여자의 입장이라면 원글님은 "가족이니까 그집에 들어가서 그집 가족이 되어라. 얼마나 착한 사람이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원글님이 반대의 입장이니까 이런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금쪽같이 키운 내 딸이 사위의 집안 사정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 집안의 화목을 위해 살며 (시간적 경제적 사정으로) 나와는 멀어진다면 그래도 정말 착한 사위이니 백점짜리 아니겠니? 하시겠어요?
    왠지 소설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엄마가 아프세요. 병수발 하느라 직장도 못 다니고
    젊으시절 놀아보지도 못하고
    모아논 돈도 없이 초라하게 결혼했어요.
    나이도 무척 많았구요.
    시댁에서 한마디 반대도 없이 결혼 허락해 주셨구요.
    남들로 부터 존경받는 시부모님들 입니다.
    지금도 봉사하러 다니시고, 검소하고, 가족간의 화합을 중요시여기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절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다는걸 알았네요.
    부모한테 잘하는 애는 시부모한테도 잘할꺼다.
    나이가 많으니 왠만한 일은 이해하고 넘어갈꺼다
    라는 기대가 있으셨나봐요.
    결혼한 날부터 전 친정도 없는 고아신세가 된거죠.
    그집안의 화목을 위해 갑자기 그 집안의 일원이 된 저는
    친정이 없어지고 무조건 화합하고 사랑해야 하는 시댁이 생겨버린 거예요.
    물론 자게에 올라오는 억지부리는 시댁 절대 아닙니다.
    절 사랑하려고 애쓰시는 시부모님 이랍니다.
    하지만 전 엄마얼굴 한번 보기 어렵네요.
    같이 사는건 아니지만 코앞에 살면서 거의 매일 왔다갔다 내 행동 다 오픈 되어있고
    제가 친정갈거라 예상 해주시는 날은 일년에 두번 명절 연휴 마지막 날 뿐이랍니다.
    그땐 "너도 친정가야하지" 하곤 집에 보내주시고
    나머지는 전 너무나 사랑스런 며느리로 그분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들어온 애견처럼
    주시는 거 받느라 그분들 앞에 항상 대기하고있어야 하는 사람이랍니다.
    차라리 며느리 의무 운운하면 딱집어 무얼 하라고 하면 그것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 내가 무얼하든 상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고 할말이라도 있겠습니다.
    "널위해서 저녁을 차렸는데, 널 위해서 맛있는 식재료를 사왔는데, 널위해서 세일하는데 달려가 옷을 사왔는데...갑자기 고기가 많이 생겼는데.."
    어서 와서 가져가라
    하시는 시부모님께 그때마다 그 고마움은 알겠으나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하기 힘들어 부르시는대로 달려가는 애견처럼 살고 있습니다.

    착한 딸이라는거(친정에서도 제가 착한 딸이 되고 싶어서 된게 아니랍니다. 상황이 날 그렇게 만들었죠)
    남들 눈엔 그렇게 비춰지더군요.
    솔직히 제 딸이 그런 집안에 시집 간다고 하면 절대 말리고 싶습니다.
    그냥 제 딸은 적당히 싸가지 없고, 콧대 높은 딸이 되어
    원래 그러려니 하고 받아주는 그런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겠네요

  • 15. 멉니까.
    '07.12.11 9:01 AM (211.47.xxx.98)

    남의 댓글같고 이러는거 예의 아닌 줄 알지만.

    원글님이 ( 221.159.180.xxx , 2007-12-10 20:08:32 )

    운이 좋았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네요.


    님, 나빠요~! 참 얄밉게 얘기하시네요.

    *********************
    원글님,
    원글님께서 평소에 복을 짓고 사시니 그런 시부모님 만나시게 된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다 그릇이 있거든요. 다행이 원글님은 본인이나 남편, 시댁까지 그런 그릇을 지니신 분이시지만.. 그 분은 안 그러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건 탓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 16. 원글이
    '07.12.11 10:08 AM (125.208.xxx.33)

    글도 감사합니다 ^_^
    저도 제게 온 이 복이 정말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사실..저도 그 네이트톡의 글에 제 예를 들면서 글을 적어놨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고 적어놨지요.
    저야 어릴적부터 그랬고, 가족이라 그렇지만...아가씨는 다르다구요.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 될것이고...버틸수 없을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사람마음 참 간사하죠??
    저는 그런 사람 만나 결혼했는데, 그 아가씨는 피해가길 바라다니요..

    님들...
    충고도 고맙고, 좋은글 아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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