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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는 아들집에 놀러오신 시부모님..

며늘 조회수 : 3,698
작성일 : 2007-09-18 13:25:10
남편따라 해외 나와 사는 전업주부에요.
둘다 아이 생각은 (아직은^^) 없는지라 둘이 오손도손 알콩달콩 잘 살고 있지요.
그러던 중! 시부모님이 덜컥 2주간 지내러 오시기로 하셨지요.
결혼전에 다녀가신 적이 있고 둘이 살림하는 건 처음 보러 오시는 거라
저도 모르게 긴장이 많이 되더라구요. 오시기 하루이틀 전엔 정말 초긴장...
원래 늘어놓고 사는 살림은 아니지만 정말 파리 미끄러지게 청소하고
침대커버 다림질 꽉꽉 눌러 전날 침대 정리 싹 해놓고 꽃도 조금 사다 꽂아놓고
남편은 그방 들어가지도 못하게했어요.  뭔가 흘리고 나오거나 침대 올라갈까봐요.
예전엔 시댁가도 남편이랑 항상 같이 있었는데 이번에 오시면 남편은 출근하고
저랑 내내 지내시게 되는 거니 정말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뭐하면서 2주를 보내나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어요.
정말 오시기 전날 밤엔 잠도 제대로 못잤네요.

근데....

그 2주가 훌쩍 지나가고 오늘 시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돌아왔네요.
섭섭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물론 힘든 점도 많았지만 두분이서 어찌나 저를 배려해주시는지...
아침에 서둘러 나가고 돌아와보니 두분이서 쓰시던 방은 청소할 필요도 없겠더라구요.
침대보도 싹 걷어서 곱게 접어두고 가셨어요. 그걸 보니 왜 그렇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을까요.
계시는 동안에도 청소해주고 싶은데 혹시 남이 살림 건드리는 거 싫어하는 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으시고
모시고 관광 다니느라 진이 빠진 며느리 늦잠 잘 동안 조용히 나가서 빵 사다 놓으시고
저녁먹고 나면 어머님이 설거지하시고 아버님은 그릇 물기닦아 싹 정리해주시고
얘기 조금 나누다가 10시쯤 되면 피곤하다고 주무신다고 방에 들어가셨어요.
(방에 불이 꺼지질 않으니 주무시러 들어가신 게 아니라 아들 부부 쉬라고 들어가신거죠...)
아들 출근하고 나면 점심 집에서 드신 적 한번 없고 나가서 다 사주시고
관광하면서 드는 돈 다 내주시고 저녁거리 사러 나가도 다 아버님이 내주셨어요.
전 그래도 아들네 집에 오셨는데 돈만 많이 쓰시는 게 죄송하고 민망해서 말려보았지만 떽!하셨어요.
가시기 전날 저녁엔 근사한 프렌치레스토랑가서 수십만원 쓰시고 가셨네요...
삶이 팍팍한 분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에 두분들 쓰시는 건 많이 아끼시는 걸 아는터라
정말 민망하고, 감사하고, 그랬어요.
오시기전엔 이번달 식비는 도대체 얼마가 나올까 걱정하고 그랬는데...
그런 걱정이나 하고 있었던 게 얼마나 죄송했는지 몰라요.
82에서 글을 많이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냥 왠지 시댁하면 안좋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시댁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참 많은데 난 정말 시집 잘 왔구나...이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음식도 둘이 먹다가 부모님상까지 차리려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간이 안맞는 날도 있고 별로인 날도 있었는데 내내 맛있다 맛있다 하셨구요
며느리 칭찬을 어찌나 많이 해주시는지, 제가 좀 바보같이 굴어도 귀엽다 귀엽다 해주시고...
둘이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는 거 보니 너무 좋다고 하시고...
말 뿐만이 아니라 정말 눈빛에서, 표정으로 말씀하시니 감동받고...
아들네 집에 와서 며느리 눈치만 보시다 가신 건 아닌지 좀 걱정도 되지만
어머님 아버님도 제 마음 알아주셨겠지요?
오늘 아침에 배웅하면서 하트 쏴드린 게(제가 이래요^^;;;) 마냥 장난질이 아닌 거 아셨겠죠?
그러고 돌아서서 펑펑 우니 남편은 황당해하네요....제가 딸인 줄 알겠다고요.

어쨌든 걱정과는 달리 정이 듬뿍 들은 행복한 2주였네요.
집에 돌아오니 코딱지만한 집이 어찌나 휑한지 모르겠네요.
몸은 고되고 빨래거리 청소할 게 쌓여있지만
그래도 멋진 시부모님과 좋은 추억거리 쌓게 되서 행복하네요...
IP : 124.86.xxx.50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국사람
    '07.9.18 1:28 PM (69.248.xxx.24)

    아... 긴글이지만, 감동! :)

  • 2. 대단하세요
    '07.9.18 1:29 PM (125.129.xxx.105)

    침대커버까지 다려놓으시다니^^*

  • 3. ^^
    '07.9.18 1:32 PM (210.95.xxx.241)

    님처럼 행복해 할 줄 아는 사람에게
    행복이 오는 것이죠^^

  • 4. .
    '07.9.18 1:33 PM (222.111.xxx.76)

    정말.. 부러울 따름이예요~
    항상 행복하세요

  • 5. 사랑받는
    '07.9.18 1:33 PM (218.235.xxx.7)

    며느님이군요..
    부러워요..

  • 6. ^___^
    '07.9.18 1:33 PM (221.154.xxx.249)

    짠~하게 전해지는 감동................^^
    시부모님들 멋지시고 예쁘신 며느님이네요~^^

  • 7. 굿럭
    '07.9.18 1:35 PM (222.111.xxx.10)

    정말 멋진 분들이시네요...
    여기 자게엔 특히나 속상한 애기들이 많은데.. 저도.. 입가에 웃음이 살짝~~~ ^^
    제 시부모님도 정말 좋으시거든요..
    시어머님 시집살이 엄청 심하게 하셔서.. 저한테 정말 잘해주셔서..
    오히려 어머님이 며느리살이까지 하시는거 같아.. 안타까울 정도로요..
    남편 미운적 많아도.. 어머님때문에 참아요.. ^^

  • 8. 와^^
    '07.9.18 1:36 PM (220.90.xxx.188)

    행복하셔요^^

  • 9. ***
    '07.9.18 1:37 PM (210.180.xxx.126)

    멋진 시부모님이고, 복많고 착한 며느님입니다.
    나도 벌써 5학년인데 나중에 며느리 보면 저렇게 해야지 하고 불끈 결심합니다.

  • 10. 흠..
    '07.9.18 1:42 PM (218.48.xxx.247)

    행복하고 예쁜 마음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행복은 내 마음에서 생기고 피어나답니다

  • 11. 착하고
    '07.9.18 1:42 PM (211.198.xxx.143)

    이쁜며느님에 멋진 시부모님..
    부럽습니다...
    짝짝짝 감동의 박수입니다

  • 12. 감동!!
    '07.9.18 1:44 PM (211.169.xxx.22)

    마음과 매너가 일치하기도 쉽지 않은 경우를 여러 차례 겪었는지라
    정말 부럽네요. 두 세대가 다요.

  • 13. 정말
    '07.9.18 1:51 PM (61.33.xxx.130)

    좋은 부모님, 좋은 며느리신것 같아요.
    저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부러워요!! ^^

  • 14. 아들
    '07.9.18 1:53 PM (124.111.xxx.73)

    없이 딸만 키우면서 고부갈등없어서 다행이다했는데
    이런 시부모님도, 이런 며느님도 있군요.
    마음이 푸근해지네요.^^

  • 15. 아~
    '07.9.18 1:53 PM (222.118.xxx.220)

    기분이 너무 좋아지네요..
    저도 아둘만 둘인지라 이런글 읽을때마다 나중에 꼭~ 저런 시어머니 되야지
    다짐한답니다....

  • 16. ^____^
    '07.9.18 2:17 PM (218.53.xxx.227)

    잘 도착하셨나 전화드리면서 섭섭해서 눈물 나더라고 꼭 말씀드리세요. 무척 좋아하실 듯 해요.
    정말 제가 눈물 날 정도로 보기 좋은 가족입니다...행복하세요...^____^

  • 17. 그 중에 가장
    '07.9.18 2:18 PM (210.219.xxx.155)

    행복한 분은..
    바로 원글님 신랑이십니다^^

    정말 흐뭇하다 못해
    감동의 눈물이 앞을 가립니당~

    길이 행복하세요...

  • 18. 행복지수
    '07.9.18 2:52 PM (61.34.xxx.213)

    이 세상에 원글님같은 며느리만 있으면 이나라 시부모님 어깨 피시겠네요
    그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겠지만요
    문득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생각나네요
    천사같으신 분이셨는데....

  • 19. 앙~~
    '07.9.18 3:09 PM (218.234.xxx.187)

    눈물나요

  • 20. 진짜..
    '07.9.18 4:06 PM (59.27.xxx.49)

    진짜진짜 진~~~~짜 부러워요..
    저희 포닥 하는 동안 시누식구까지 다섯분 오시면서 환전 하나도 안 하시고, 3주 계시면서 일주일은 다른 나라로 여행까지 하셨다지요...
    저희 1년 모은 돈 3주동안 다 썼어요...어흑...

  • 21. 며늘
    '07.9.18 4:13 PM (124.86.xxx.50)

    원글이에요 ^^
    긴 글 읽고 이렇게 답변 주신 분들이 많네요. 올려놓고 뭐 이리 주절주절 썼나 했는데 ^^
    고마운 일은 계속 계속 생각나네요.
    길에서 파는 군것질거리 남편한테 사달라 그랬더니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뭘 먹냐고 그래서 입 쭉 내밀었더니
    시부모님이 줄서서;;;; 사주셨어요. 너무 애기같이 군 거 같아서 창피했는데 그 일이 자꾸 생각나네요.
    제가 수족관 가고 싶다고~~ 남편한테 그렇게 졸랐는데 안가준다 그러니까
    다음날 당장 수족관 다 같이 가자고 하시고..
    제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는 구석이 보이면 바로 쉬게 해주시고...ㅠㅠ

    안그래도 이쁜 남편 시부모님 다녀가시니 더 예뻐보이네요.
    아들 끔찍히 예뻐하시는 시어머니, 아들이 며느리에게 더 사랑받도록 하고 가시니 참 현명하시죠?
    덧붙여 자랑하자면 ^^
    시부모님 빼고 우리 남편만 봐도 전 정말 로또라고 생각해요.
    10대에 만나 40년을 한결같이 서로만 바라보고 사신 시부모님처럼
    우리도 그렇게 나이들어가길 바랄뿐이에요...

    82분들도 다들 행복하세요 ^^

  • 22. --
    '07.9.18 4:50 PM (211.104.xxx.176)

    저도 그런 시어머니 되고 싶어요.

  • 23. ㅎㅎ
    '07.9.18 11:02 PM (219.249.xxx.216)

    82병...
    전 뭐... 힘들었다는 푸념이겠거니 하고 열었어요.
    참 기분좋은 글이고 반성하게 하는 글이네요.

  • 24. 저도
    '07.9.19 1:39 AM (123.109.xxx.88)

    같이 행복해지네요
    우리 시부모님도 정말정말 좋으신분들이거든요

    시댁이 여유가 있으신가봐요
    관광하며 드는돈에 외식비 장보는비까지 다 대주셨다니 부럽네요 ^^

    앞으로 전화도 자주 드리고 저 잘해드리세요~~

  • 25.
    '07.9.19 1:45 AM (121.173.xxx.229)

    오랫만에 접하는 흐뭇한글이내요. 항상 시부모 욕하는 글만 읽다가 이글을 보니깐 나까지 기분 좋아집니다. 인격적인 시부모에 착한 며느리내요. 언제까지나 그렇게 사시길..

  • 26. 님때문에 기분좋은아
    '07.9.19 9:07 AM (222.238.xxx.145)

    님때문에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시부모님의 마음쓰심이 ...... 그 마음쓰심에 감사하는 원글님이 너무너무 좋으신분들이란 생각이들어요. 항상 그렇게 행복하세요. 기분좋은 하루 맞이합니다.

  • 27. 그러게요
    '07.9.19 9:41 AM (61.105.xxx.210)

    넘 멋진 가족이시네요..
    정말 제기분까지 좋아졌어요..

    명절 다가오니..힘든 주부님들 많으실텐데..남의일이라도 이렇게 좋은 소식 들으니 좋습니다..

    시부모님 두번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구요..
    원글님댁도 행복하세요.

  • 28. 덩달아
    '07.9.19 9:45 AM (123.214.xxx.187)

    마음 한 켠이 따뜻해졌어요
    앞으로 우리 82쿡에 이런 행복한 글들이 마니마니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 29. 눈물 한방울
    '07.9.19 12:13 PM (121.128.xxx.194)

    예쁜 마음이세요 ..
    어지러운 마음. 님글 읽으면서 잠시 달랬네요 ^^

  • 30. 예쁘네요~
    '07.9.19 1:00 PM (203.234.xxx.246)

    그리고 부럽네요
    자상하신 부모님도..이쁜 며느님도..
    참! 잘했어요!! 도장 꽝!!

  • 31. 예쁘네요~
    '07.9.19 1:00 PM (203.234.xxx.246)

    그리고 부럽네요
    자상하신 부모님도..이쁜 며느님도..
    참! 잘했어요!! 도장 꽝!!

  • 32. 좋으신
    '07.9.19 1:17 PM (125.241.xxx.98)

    시부모님 만났네요
    결혼하기 전에는 나만 잘하면 되겠지 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배려하시는 부모님
    알아주는 며느리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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