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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직장맘 조회수 : 1,048
작성일 : 2007-08-25 11:25:41
16개월 아들을 둔 초보엄마입니다. 일년 남짓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네요.
그시간동안 제 마음에 쌓인것은 사람에 대한 적대감입니다.

딸넷에 세째인 저는 어렸을때부터 저희 집 아들이었습니다.
기대도 많이 받고 자랐고, 아버지가 사회생활하면서 좋은 직장가지는 것을 너무도 강조하셨기 때문에
20대에는 일배우는데 제 생활 모두를 쏟을만큼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결혼하면서 육아를 하는 선배들 보면서
주위에서 왜 저리 탐탁치 않아할까..저 선배가 문제가 있는걸까 피상적으로 생각했었더랬습니다.

막상 결혼해서 살아보니 정말 녹녹치 않더군요.
회사와 집안 모두에서 죄인취급을 받았습니다.
일의 특성상 야근과 휴일 근무가 많은지라 남편과 시어머니의 질타가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도 다른 팀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일찍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지라 팀장이 절 타겟으로 삼아
연장근무를 강요하더군요. 솔직히 저는 살림도 잘 못하구 아이보는 일에도 서툽니다.
아이랑 눈맞추면서 놀아주고 해야하는데 사실 집에가면 제몸도 천근만근입니다.
늦게 들어가면 집안일도 해야되고, 출근도 이른지라 일찍나와야 하구요.
남편이 불만이 많습니다. 아이한테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합니다.
그냥 하는 소리이겠지 해도 속으론 확 뒤집어집니다.

전 점점 지쳐갑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고..
자꾸만 피해의식이 생겨갑니다.
일하시는 엄마들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지요?
IP : 61.78.xxx.7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를 키우면서
    '07.8.25 12:14 PM (211.105.xxx.91)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엄마의 피와 살을 말리는 일입니다.
    거기다 남편과 부모님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면 죽음이겠지요.

    큰 애가 초1인 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일단 일에 있어서는 완벽해야 합니다.
    애 있다고 감안해주는 사회 절대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에 최선을 다 할 수 없다면 그만두어야지요.

    육아와 살림은 남편과 부모님의 도움을 당당히 요구하시고, 그렇게 길을 들여야 합니다.
    못하겠다면 일을 그만두어야 겠다고 말씀하시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혼자 감내하기 힘드니까)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 두십시오. (잠시라도)

    그러나 만약 원글님께서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시는 것이라면 그만 둘 수는 없고, 끊임없이
    부부간의 동등함을 세뇌해야 합니다.

    과일 많이 드시거나 비타민 복용하셔서 체력 기르시구요.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 보세요.
    자신이 행복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족과 능력 모두 겸비)

    그리고 제 경험에 의하면 일하는 엄마들일수록 아이들에게 완벽하려고 몸은 안 좋은데도
    무리해서 놀아 준다거나, 아이와 관련하여 별 것도 아닌 일에 민감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가 나를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확신만 있으면 됩니다.
    아무리 애기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얘기해주세요.
    "엄마는 너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데 몸이 너무 아파 1시간만 자야겠다"라던가 "엄마는 너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데 이 일을 안하면 회사가 마비된다"라고 약간 과장을 하더라도
    엄마의 건강과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 주시구요.

    16개월이면 한참 힘들 때입니다.
    조금만 더 크면 훨씬 수월해져요.
    전업주부들이 볼 때는 이런 고민이 아주 행복한 고민이랍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일을 찾기 힘드니까요.

    한 때 저도 아이 둘 키우며 일하며 원글님과 상황은 다르나 너무 힘들어 1달 정도를 매일 술을 마신적도 있었답니다.
    그 때 일을 그만두려고도 했었구요.
    그러나 남편의 도움도 있었지만 제가 그동안 노력해 왔던 것, 노후에 일 없이 아이들에게 짐처럼 되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참아냈습니다.

    지금은 저희 두 아이들 주위 사람들로부터 예의 바르다는 말 많이 듣고, 공부도 곧잘 한답니다.
    조금만 견디시면 좋은 날 옵니다.
    힘내세요.

  • 2. 토닥토닥
    '07.8.25 12:16 PM (211.63.xxx.98)

    사실 아이 키우면서 살림하면서 회사생활하기 녹녹치 않죠
    16개월이면 한창 손이 많이 갈때니 더더욱 그렇겠죠
    주변에 도움의 손을 벌리지 않는한 생활이 유지되기가 힘들죠
    그런 상황을 잘 이해해주는 남편과 시어머니도 만나기 힘들구요...
    근데 어쩌겠어요
    여지껏해온 직장을 그만둘수도 없구요.. 이런 상황땜에 직장을 그만둔다면 아마 더 스트레스를 받으실거예요
    주변에 시어머니나 친정 어머니 그리구 누구라도 도움을 받으세요
    모든걸 잘 해낼수는 없답니다.
    스트레스를 본인이 많이 받으면 그게 회사나 집이나 아이에게 돌아갈수 있으니 나름 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세요
    직장맘으로 살아간다는게 죄인도 아닌데말예요

  • 3. 공감...
    '07.8.25 12:34 PM (122.35.xxx.24)

    저도 결혼해서 임신한 상태로 회사다녔던것, 또 큰아이 돌 지난후 직장에 다녔던것 등등이
    떠오르네요... 그 땐 아침이 왜 이렇게 바쁜지 나 하나 출근준비도 바쁜데 애기 챙겨서 어린이집 보내고 전철타고 회사가고 정작 열심히 일하러 가는 회사인데 출근하면 지쳐서 기진맥진
    일도 열심히 안돼고 그렇다고 집에 와서 살림은 더더욱 곤란...
    정말 체력과 정신력 모두 뒷받침 돼야만 가능한 일 이더군요...
    지금은 두 아이를 데리고 직장생활은 힘들어 쉬고 있지요.
    해드리고 싶은말은 어찌됐든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나가는
    수밖엔 없을것 같네요 힘내세요~

  • 4. 정신적...
    '07.8.25 12:35 PM (121.88.xxx.65)

    고통과 스트레스는 말로 할수 없죠...
    괜히 아이한테 화풀이도 하고...
    생계가 어려워서 또 나를 위해서 사회생활을 하는거지만......
    일하던 사람은 집에서 있는게 더 답답하고 고통스러운거 같아요...

  • 5. morning
    '07.8.25 12:48 PM (211.205.xxx.36)

    전 그래서 버티다 버티다 직장 그만 두었네요.
    지금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일이지만 part time일 하고 있어요.
    아이 제가 돌보고 살림도 하고요.
    직장 일 제대로 하면서 아이도 제대로 키운다는 것, 최소한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 6. 화이팅
    '07.8.25 1:03 PM (218.239.xxx.174)

    저도 17개월 아들둔 직장맘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시댁에 살면서 시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는 경우인데.. 하루,일주일,한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정신나간 여자처럼 사네요.^^
    힘든것도 힘든거지만.. 아이가 어느순간부터 할아버지를 저보다 좋아해서 요즘은 참 허무하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습니다.
    그래도 아침에 출근할곳이 있다는것은 감사할 일인것 같아요. 아기낳고 잠깐 쉰적이 있었는데 그때 하루종일 아이랑 집에 있는것은 더 고역이더라구요. 아침에 붐비는 지하철타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 7. 화이팅
    '07.8.25 1:03 PM (218.239.xxx.174)

    저도 17개월 아들둔 직장맘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시댁에 살면서 시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는 경우인데.. 하루,일주일,한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정신나간 여자처럼 사네요.^^
    힘든것도 힘든거지만.. 아이가 어느순간부터 할아버지를 저보다 좋아해서 요즘은 참 허무하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습니다.
    그래도 아침에 출근할곳이 있다는것은 감사할 일인것 같아요. 아기낳고 잠깐 쉰적이 있었는데 그때 하루종일 아이랑 집에 있는것은 더 고역이더라구요. 아침에 붐비는 지하철타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 8. 여행좋아
    '07.8.25 2:22 PM (121.139.xxx.12)

    아이를 키무며 직장생활하다보면 몇차례 직장을 그만둘까 하는 고비에 서게 되는데 그 첫번째 고비를 맞으신거에요. 아이가 한참 손많이 갈때라 더그럴건데 조금만 더 커서 의사소통이 좀더되면 또 좀 괜찮습니다.

    저도 직장맘인데 두아이 모두 초등학생이 되니 새삼 아이도 저도 대견하게 생각이 됩니다. 고비 고비를 온가족이 잘 넘었다 싶어서요. 물론 아이들 고학년되고 사춘기 맞으면서 또 다른 갈등,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지만 이젠 해법을 좀 알것 같아서 그다지 염려는 안합니다. 아이들 크면 엄마 직장생활하는거 나름 인정해줍니다. 너무 지치지 마세요.

    윗분 말씀처럼 직장에서 일이나 처신 물론 잘 하셔야하구요 남에게 받는 인정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가정에서 소홀해지는 부분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자긍심이 생겨 두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직장일도 별로인데 가정도 소홀히 한다고 생각하면 버틸 수 있을까요?

    남편과 저는 직장과 일을 제외하면 무조껀 아이들 우선입니다. 집이 조금 지저분해도, 가정일이 밀려도(이건 아이크면서 차차 요령 생깁니다.) 아이들과 눈맞추고 공원다니고 아이 웃게해주는데 신경많이 썼습니다. 가족모두 제각기 생활하다 아기도 출근하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주말이되면 저희가족은 닭살스럽게 붙어서 생활합니다. 낄낄거리고 외출하고 맛난거먹고,
    그런 요령 그냥되는건 아니고 저 흰머리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아이들 제법 커서 함께 여행다니고 함께 책읽고 공부할 수 있고 살만합니다.
    직장을 그만둔다면 힘든일 없을까요? 아이들 저절로 크나요? 전업주부- 어떤면에서는 더 힘듭니다. 아이 다른사람손에 크면 때론 엄마 목소리도 모르는 것 같지만 섭섭해마세요. 저도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때 뿐입니다. 시간이 적은 만큼 깊이 사랑하면서 키우시면 점차 엄마를 제일 좋아합니다. 아이에게 짜증내거나 화풀이하지는 마세요. 아이는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받는다고 느껴야 행복해합니다. 힘들수록 아이 더 이뻐하세요. 아이재우고 맥주한병 따세요. 크~

    저희 친정부모님도 저 힘들다고 안스러워하시면서도 대견해하십니다. 부모님맘 다 같을거에요.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세요. 가능하다면 긍정적으로,,,, 너무 맘다치지 마시고 지금땐 다 이렇게 키우는거지 하세요. 힘드시면 외식도 하시구 배달도시키고 그러면서 가족들끼리 한주간 제각기 힘들었던 에너지를 가정에서 회복시키시길....지치지 않는 직장맘요령 찾아보세요!

  • 9. 근데
    '07.8.26 3:58 AM (136.159.xxx.82)

    직장을 좀 바꿔보심 안될까요?
    보통 직장맘들보다 몇배는 더 힘들어보입니다.

  • 10. 원글
    '07.8.27 12:50 PM (61.78.xxx.74)

    어차피 부딪히고, 서로를 보듬고 배려해주고 살수 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정 힘들땐 여행좋아님 말씀처럼 맥주한병 따야겠지요.^^
    여기에 이야기하고 님들 답변읽으면서 해소도 되고, 부딪힐 용기도 생긴거 같아요.
    답변주신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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