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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수술 후 2년 만에

제 정신 돌아온 나 조회수 : 2,495
작성일 : 2007-06-04 18:04:54
2005년 6월 18일이었지.
날짜도 못잊어....

새벽1시반 경에 곤히 자는데 개가 왕왕 짖는 바람에 깼다.
고1짜리 큰 딸애가 머리가 아프다고 울며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는 거다.

벌써 2년이나 흘렀군...

그날 밤 애아빠는 야근이고 친정엄마는 외국에 계시고
나 혼자 모든 일을 결정해야 했다.
우선 119를 부르고 의식이 없는 애의 옷을 입혀서 병원으로 향하였다.

응급실에서 아이를 깨워보다가
안되어 CT를 찍어보니 뇌출혈이 있다.

모든 일이 끝나고 1년 후 쯤에야 나는 제정신이 들었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을 당하였던가!
-내 아이가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다니
다른 일로 병원에 갈 때에도 자꾸 생각이 난다.

하지만 그 당시는 어찌되었든지 발등의 불을 꺼야한다는 생각에
약해지거나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매우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사태를 헤치고 가야한 다는 마음만이 나를 이끌었다.

진단이 내려진 것이 새벽 3시
-흠, 그럼 기도부탁을 해야겠다.-
하면서 기도해줄 사람들에게 모두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시술을 통해 터진 혈관을 막았다.

죽을 수도 장애가 올 수도 있는 일이다.
만약 학교에서 혹은 등하교 길에 뇌출혈이 있었더라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무슨 일이든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뇌수술은 아주 민감한 것이라 수술 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난 잠시 제정신이 아니라
애를 수술실에 넣어 놓고 밥도 잘 먹고
중환자실에서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디카들고 사진을 찍질 않나
입원실에서 퍼질러 자는 건 보통이고 나 살겠다고 미용체조 하고 있고

생각해보면 기가 막히다.
여자애 머리를 박박 밀어 머리에 니은자로 절개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혈관을 제거하였다.-선천성 동정맥 기형이라고 한다.
수술한 아이 머리에 스테이플러가 득득 박혀있었다.

경기 방지약을 2년 간 먹고 있었는데
오늘 약을 끊게 되었다.

아이는 공부는 대강 하지만 멀쩡히 학교 다니고 있고
동생들과 싸우고 맨날 게임하고 부모님 말 안 듣는 건 보통이고.

그래도 살아있고 정상이다.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할 수 없다.
얼마나 감사한지....






IP : 61.83.xxx.221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
    '07.6.4 6:09 PM (211.213.xxx.143)

    읽는제가 다 감사드리게되네요.
    아이를 키운다는게..
    이렇게 살얼음판위를 걷는거였는지
    저도 몰랐답니다.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리지요.

    너무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기를 빌겠습ㄴ니다.

  • 2. 그게 다
    '07.6.4 6:09 PM (121.131.xxx.127)

    엄마 공입니다.

    덕분에
    딸아이 앞에는 늘 좋은 일들만 남아있을 겁니다^^
    고생많으셨어요

  • 3. 엄마의
    '07.6.4 6:10 PM (211.225.xxx.163)

    처신과 의지가 대단했네요.축하드려요.
    엄마는 용감하다는 말이...

  • 4. ..
    '07.6.4 6:14 PM (121.156.xxx.231)

    엄마가 의연해서 배우고 싶어요.
    저도 어제 아이가 갑자기 다리를 저는 거예요.
    어찌나 무서운지 병원가서 검사하고 약 받아 왔어요.
    그냥 타박상 같다는데 정말 놀랐어요.
    엄마가 돼니 더 착하고 더 바르게 살고 싶고
    누군가에게 맘아프게 했다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아이 잘 자라고 건강해서 다행입니다.
    다 잘 컸으면 좋겠어요.

  • 5. 공감
    '07.6.4 6:16 PM (210.210.xxx.27)

    ...축하드립니다..
    그동안의 맘고생 몸고생 심하셨을텐데...

  • 6. 아..
    '07.6.4 6:17 PM (211.187.xxx.86)

    이런글 읽을때마다 낮잠 자고있는 아이를 한번 더 되돌아보게됩니다.
    뱃속에 있을때는 그 열달만 잘 버티고 나오면 근심 덜을줄 알았는데 하루하루 크는걸 보면서 세상의 지뢰밭이 너무도 많네요.
    고생하셨네요.

  • 7. ..
    '07.6.4 6:21 PM (59.7.xxx.124)

    글을 읽어내려오면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셨네요
    이젠 약도 끊고했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새삼 느껴봅니다
    제아이들도 공부는 뒤전이지만 여지껏 무탈하게 자라준게 감사할따름이죠^^

  • 8. 제 정신 돌아온 나
    '07.6.4 6:52 PM (61.83.xxx.221)

    위로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 9. 엄마는
    '07.6.4 8:11 PM (59.7.xxx.173)

    강해져야 합니다. 잘 헤쳐나가셨어요.

  • 10. 들들맘
    '07.6.4 8:17 PM (59.86.xxx.108)

    축하의 박수를 드립니다...
    글을 읽는 제가 눈물이 나네요..
    저도 강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항상 눈물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강해질수 있을런지...
    앞으로는 더 이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길 빌께요...

  • 11. ..
    '07.6.4 8:56 PM (221.221.xxx.215)

    어머니의 의연하고 이성적인 대처가 아이를 살렸네요.. 정말 장하십니다.

    앞으로 늘 건강하고 행복한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 12. 축하
    '07.6.4 9:05 PM (59.12.xxx.63)

    드립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일이지요.
    제가아는 분도 아들인데 초6학년에
    학교에서 그런일 당해 지금도
    학교도 못가고 중환자실에서 겨우 나왔답니다.
    2년이 넘었는데
    별 차도가 없는것이..
    그집 아들이 생각나서 더 눈물이 나네요.
    님은 너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 13. 힘내세요...
    '07.6.4 9:44 PM (122.40.xxx.37)

    정말 장하십니다... 저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저도 엄마와 아이를위해 오늘 기도하겠습니다...

  • 14. 짝짝짝
    '07.6.4 11:26 PM (211.178.xxx.242)

    멋진 엄마세요. 초연한 엄마 보면서 아이도 그만큼 맘이 안정되었을거에요.

    앞으로 건강하기를......

  • 15. 축하,,
    '07.6.5 12:27 AM (211.204.xxx.120)

    넘고생하셨어요,,,대단하십니다,,저도 멋진 엄마이고 싶어요,,,힘내세요,,

  • 16. 저도..
    '07.6.5 1:48 AM (125.185.xxx.242)

    박수쳐드리고싶어요.
    잘 견뎌내셨고 참 훌륭하십니다.
    역시 엄마는 강하네요 !!!
    화이팅이예요 ^^

  • 17. 스마일라인
    '07.6.5 5:16 AM (209.121.xxx.189)

    참으로 잘 이겨내셨네요.. 저희 부모님은 두분이서 손 붙잡고 한강으로 뛰어들려고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제가 그 병을 가지고 있거든요.. 혹, 따님의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 하실까봐
    이글을 남깁니다.
    전 24살때 갑자기 그 병증의 나타났었구, 한 10번정도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고,
    지금은 12살,8살의 딸 둘의 엄마로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한가지 꼭 기억하셔야할것은 나중에 따님이 결혼해서 출산시에는 꼭 수술하셔야한다는 점..
    이것말고는 모든 일상생활을 하는데, 그리 걱정하실것은 없답니다.
    앞으로 늘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 18. 건강하세요.
    '07.6.5 7:48 AM (61.38.xxx.69)

    뭐라 말 하고 싶은데
    뭐라 해얄지 모르겠네요.

    눈물이 나요.
    엄마는 대체 뭘까요?

    우리 모두 건강하자는 한심한 말밖에 못하겠네요.
    따님은 계속 말 안 듣고, 동생과 열심히 싸우기를 바랍니다.
    울 아들도 마찬가지고요.

  • 19. ..
    '07.6.5 9:08 AM (221.139.xxx.160)

    정말 다행입니다...

  • 20. 저두
    '07.6.5 11:25 AM (121.134.xxx.114)

    지나가다가 눈물 나네요

    정말 너무 다행입니다

  • 21. ^^
    '07.6.5 5:15 PM (61.100.xxx.249)

    정말 장하고 훌륭하십니다..

  • 22. 수고 많으셨어요..
    '07.6.5 10:29 PM (213.140.xxx.142)

    저도 님처럼 잘 이겨나갈수 있겠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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