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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아버지

아버지 조회수 : 1,356
작성일 : 2007-05-11 17:02:36
아버지가 올해 69세이십니다.엄마랑 동갑이시고요.

엄마는 많이 활동적이시고,사회생활 좋아하시고,적극적이신편이고,아빠는 많이 보수적이시고,
사회활동도 많지 않으시고,친구분도 거의 없으십니다.

그러다보니 저 자라면서 본거는 맨날 엄마,아빠 싸우시는거 아빠가 엄마 때리시는거
맨날 이혼하신다하면서 누구랑 살래 하시던거.....암턴,전 우울한 기억이 많습니다.

특히,아빠는 바람도 많이 피셨고,싸우실때 엄마를 많이 때리셨고, 엄마는 울고불고
집 나가신다 난리시고,우리는 따라울고....

그러면서도 아빠는 아빠의 역할은 충실히 하실려고 노력하셨습니다.
30년근속하시고,절대 이혼은 안하시고....

그런데,나이가 드시고 아빠가 은퇴를 하시니깐  아빠가 너무 한없이 작아지시는 겁니다.
엄마는 더 보란듯이 아빠 밥도 안 챙겨주시고, 각종 봉사활동에 성당활동에 열심이시고요.
하지만,아직도 1년에 두어번은 크게 싸우시면서 엄마를 때리신다고 하시네요.
그런 말 들을때마다 그 집에 안 살길 다행이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지난 어버이날에 아빠한테 안부전화를 드리니깐 아빠가 전철안에 계시나 보더라구요.
알고보니 너무나 할일이 없어지신 아빠가 하루의 일과로 그렇게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시는 것
같더라고요.
같은날 엄마한테 전화하니깐 친구분들이랑 맛있는거 드시고 계시다고 하시고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죠.

아빠가 너무 외롭고 작아보이시고 안되보이시기는 하지만,젊은날 그렇게 엄마 때리고 하셨던거
늙으셔서 보상받으시나 보다하는 나쁜 생각도 들고요.

아빠를 많이 챙겨드리고 싶기도 하면서,한편으로는 아빠는 뿌린데로 거두는것이라는
나쁜 생각도 드네요.

그냥 어버이날 이후로 마음이 좀 무겁습니다.

어디다 얘기할곳도 없고,남편한테도 얘기하기 자존심상하고 해서 적어봅니다.
IP : 218.236.xxx.16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7.5.11 5:21 PM (218.148.xxx.191)

    제가 쓴 글인것만 같아, 몇자 적고 갑니다. 할일없는 여가시간에 대형마트들을 돌아다니셨다고. 너무 외롭고 쓸쓸한데 그래도 거기 가면 허리굽혀 꾸벅 인사하며 대접해주는 사람들이 있지않냐고...허허...웃으며 말씀하시는데 아무 말 없이 들으며 속으로는 피눈물이 났습니다. 서울사셨으면 원글님 아버님처럼 전철에서 하루를 보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날 눈물로 다 흘려보낸 엄마 심정 백번 이해하지만, 엄마에겐 눈도 마주치기 싫은 지긋지긋한 남편이었겠지만 제게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에요...

  • 2. ..
    '07.5.11 5:54 PM (124.6.xxx.161)

    어머니에겐 나쁜 남편이었지만..원글님에게는 어떤 아버지셨나요?
    그걸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게 자식입장에서
    많이 화나고 힘들었겠지만..일단 그건 부부사이의 문제거든요.
    딸에게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때리고 욕하는 그런 아버지셨는지?
    입히고 먹이고 공부시키는걸 소홀히한 책임감없는 아버지셨는지?
    만일 그게 아니라면....다정하게 전화라도 자주 드리고
    챙겨드리세요..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됩니다.

  • 3. *^^*
    '07.5.11 7:18 PM (121.151.xxx.168)

    저도 한동안 아버지를 미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처녀였던 엄마랑 재혼하셔서....
    40대 중반에 저를 낳으셨으니
    어릴때는 아버지 부끄럽다고 피해다녔어요 할아버지 같아서

    울 아버지도 그러셨어요 엄마랑 싸우고 나면 "...야 너 누구랑 살래?"
    정말 잔인했지요....

    어쩄든 엄마가 고 1때 돌아가셨어요 다른 지병으로

    혼자 남겨진 아버지도 싫었습니다....
    대학생 때 다른 친구들은 맘껏놀러다니는데
    집안 살림해야 하고 일찍들어가서 아버지 끼니 챙겨드려야 하고
    정말 억울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성격이 완벽주의라...결벽증에 잔소리까지
    엄마 병 걸리신 이유가 아버지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다 대학 졸업반때 아버지가 돌아가실뻔 한 적이 있었습니다
    큰 수술 받고....중환자실에서 정신 오락가락하시는 아버지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아버지가 참 안 돼 보이더라구요

    예전에 그 꼬장꼬장한 모습은 다 어디가고
    제가 늦둥이다 보니 아버지 편찮으실때 연세가 60대 중반이셨어요...
    거의 할아버지 연배이지요
    할아버지가 되어 거동도 불편해지신 모습 보니...
    후회가 되고 마음이 아파오더라구요

    이제 아버지 마저 돌아가시면....나는 세상 천지에 고아겠구나
    두려워지더라구요

    그때부터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돌아가시면 후회할 거 같아서요

    힘드시겠지만...아버지 돌아가시고 후회하시는것보다
    조금씩조금씩 마음 열어드리세요
    어쩌면 정말 외로우셔서 더 강하게 나오시는 걸수도 있단 생각이 드네요

    원래 남자들이 감정 표현이 서툴잖아요

    힘내세요

  • 4. 저희
    '07.5.11 9:12 PM (125.186.xxx.180)

    집은 아버지 때문에 파탄이 났습니다. 멀쩡히 있던 삼층짜리 주택 여자에게 다 털어먹고 그걸 숨겨서 가족들은 하루 아침에 정말 거리에 나 앉았더랬습니다. 농을 비닐로 덥고 가전제품 비에 젖어 있던 모습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후로도 계속 거짓말에.. 외박에.. 엄마는 그래도 남편이라고 끝까지 부여잡으시더군요. 자식들은 맘이 돌아섰는데도 말이죠. 가족들 다 뿔뿔히 흩어지게 되고 엄마 아부지 단 두분이 시골 농장으로 들어가 조금씩 돈 받으며 일하고 사셨죠. 저도 겨우 졸업하고 오빠랑 화장실도 없고 누우면 꽉차는 월세 이십만원 지하 방에서 자취하며 직장 생활 시작했구요. 몇 년 후 엄마가 암 걸리셨을때 아빠가 헌신적으로 간호하셨습니다. 그 헌신적 간호로 3기 암이셨던 우리 엄마 몇년 후 완치되셨구요. 식구들의 마음이 돌아설 무렵 정말 차가운 겨울날... 청천벽력 같이 아버지 경비 보시다 쓰러지셔서 식구들 얼굴 한번 못보고 가셨어요... 좁디 좁은 경비실 안에서 그렇게..
    너무도 힘들게 만들었던 아버지지만 그렇게 원망도 많이 하고 눈물도 많이 나게 했던 아버지지만 돌아가신지 일년도 훨씬 넘었는데 요즘에도 자꾸 눈물이 나고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옵니다.
    왜 내가 아빠한테 전화 한통 더 못했을까.. 왜 용돈 한번 더 쥐어드리지 못했을까... 왜 따스한 말 한마디 못 건넸을까... 후회가 마음속을 꽉 채울 뿐이에요..
    살아계실 때.. 아무리 미운 마음이 들고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한다는 거 표현 많이 해주세요.
    가시면.. 아무 소용 없어요. 마음만 아프고 아물지를 않네요..

  • 5. 그 연세에
    '07.5.11 9:40 PM (222.238.xxx.116)

    아직도 폭력이라.......참 어머님도 같이 늙어가고 있는데 그연세에 아직도 남편에게 맞는다하면 어머님이 더 불쌍하네요......

  • 6.
    '07.5.11 10:48 PM (125.176.xxx.249)

    꼭 폭력아버지 아니여도 그 연세되면 거의 그럽니다.
    여자들은 계모임이다 뭐다 밖으로 갈곳도 많고, 오라는 곳도 많고, 남자들은 오라는 곳도 갈곳도 없고, 말 붙여 주는 자식도 없어서 집만 지키고, 공원 산책하고, 마트 돌고, 증권사 같은 곳에 앉아있구... 거의 사람구경하는 거죠.

    그리고 저희 아버지도 완벽주의자면서도 당신은 평생을 놀고 지내셨어요. 엄마가 벌어 먹고 살구...
    늘 아빠한테 혼난기억이 전부였어요.
    저 결혼하고도 그런일 많았죠.
    결혼 3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간경화로...
    애업고 1년가까이 병간호 했네요.
    돌아가시면 다 끝날줄 알았는데 장례식때는 눈물도 안났는데...
    돌아가신지 4년.
    이제 다시는 볼수가 없네요. 그것만으로도 슬퍼요. 미워해도 미워지지 않는거...
    내가 잘한것도 많은데 그건 하나도 기억안나고, 아빠한테 맞서서 악다구니 쓰고, 울면서 싸웠던 그런일들만 기억나요.
    그때 말이라도 따뜻이 해드릴걸 하면서...
    이제 잘못했다고 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어요. 들어줄 아버지가, 용서해줄 아버지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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