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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힘이들어요. 우울증인지. (아주길어요)

204 조회수 : 1,694
작성일 : 2007-03-13 20:44:05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도 있고

남편도 license 가진 전문직이고 (비록 자기사업 못하고 firm 에 속해있긴 하지만..)

loan 이 좀 있어도 알차디 알찬 내집 있고

저보고 행복해보인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 직장은 겉보기엔 너무 멋지고 좋은 경력이에요..

그렇지만 알고보면 속으로는 마구 흔들리고 있는 회사이고,

지금 하는 업무도 지겹거나 버겁거나 두 측면 중 하나에요.. 이런거 따지는거 사치인가요..

이 직장에서 승진도 하고 좋은일도 많았지만 지금은 모든것이 변해서,,

하루하루가 불안한 회사랍니다..

소소한 잔재미도 없이 직장 동료들도 같이 어울리기 힘이 들고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능력없고,, 방구 끼고 코 파고 담배냄새에 찌들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없는

아저씨들만 남고, 많이들 회사를 떠났어요..)

그러네요..

저도 떠나고는 싶은데,, 이직 시도를 하다보니 너무 지쳐요..



직장 다니는게 지겹고 힘겨워서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다시 job 을 잡기가 그리 쉽진 않고요,

(남편은 제 시무룩한 모습이 보기싫어 그런지 그만두라 해요.. 저를 안쓰러워합니다..)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처지.. 그 이유는요

loan 을 빨리 갚으려는 욕심..

그리고 소비하는건 둘이 버는게 아무래도 낫고요,,

절 키워주신 친정부모님의 기대,, 이거 생각보다 큽니다..



그치만 전 요새 커리어 따위 당장 다 때려치우고 싶어요.. 이직하고 인터뷰 보고.. 의욕이 안납니다..

직장이 싫어서.. 그래도 남들이 대단하게 봐주고 적당한 월급에,, 감사하게 다니려

마음가짐을 고쳐먹지만.. 솔직히 정말 너무 지겹습니다..

아침마다 회사에 가면 구역질이 나는데, 힘도 들고,

아무리 감사하게 생각하자 감사하게 생각하자 저자신을 다독여도

아침마다 구역질.. 이게 제 몸과 제 마음이 솔직하게 느끼는 반응이구나 싶어서 좀 슬프더라구요..

돈을 떠나서 전업주부로서의 제 모습보다 직장여성으로서의 제 모습을 더 사랑할게 뻔한

남편의 속마음..



또, 얼마전에 친정아버지가 당뇨 판정을 받으셨어요.

친정오빠가 의사라 서류랑 수치를 보더니

이건 관리가 아니라 바로 투약에 들어가야 할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평소에 너무 냉정한 오빠인데 저런 말을 하는거면,, 좋진 않겠죠..

건강하기만 했던 분이라서 정말 놀랬어요. 가슴이 서늘하더군요.

제발 당뇨 관리 잘 하셔서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아빠..

아빠 생각을 하니까 너무 눈물이 나요..

친정 부모님과 살때는 부대끼고 싸우고 반항도 했고, 제가 몰랐지만,

제가 결혼해서 한발짝 떨어져 부모님을 보니

저희 부모님은 정말 완벽에 가까운 분들이셨더군요..

약간 독단적이지만 능력있는 아버지, 꼼꼼하고 자상하고 욕심많았던 엄마,

너무 유난떨지 않고 과하지 않게 저희들을 잘 키워 내셨더라구요..

그걸 느껴요..



지금 제가 우울증 증상을 보여서, 기분이 이렇게 가라앉은 건지 모르겠는데요,,

사는게 너무 허무합니다..



남편도 성격이 착하고 똑똑하니까 그나마 회사에서 버티는거지,

남편 노트북을 제가 봅니다.. 갖은 일은 다 시켜먹고 공치사는 잔뜩 하더군요..

근데 특진이나 해외발령은 딴사람 내주네요..

남편이 먼저 말은 안하지만 제가 캐물으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정말 더러운 경쟁이 너무 치열한 회사이자 사회에요.. 그 바닥이..

아무리 봐도 제 남편은 회사에서 이용만 당하는 것 같구요,,

남편 직급이 올라갈수록 영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고,, 하여간 남편을 봐도 직장이 너무 불안해요..

곧바로 개업 하기도 어려운 일이고요..



지금 제가 다니는 거지같은 회사도, 막상 쏟아지는 이력서들을 보면,

너무나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서, 그걸 보면 무서워서 못 그만두겠네요..

(저희 회사 name value 가 좋거든요)



이렇게, 어떻게 보면 부족한 게 없는 제가, 이토록 마음의 고통과 불안을 짊어지고 가는데,

삶이 얼마나 힘든거기에 이럴까요.



이제 부모님도 편찮으시고, 아이 낳아 기르면 또 번뇌의 연속인 거 같은데..

인생이라는게 위로는 부모님 동급으로는 남편 아래로는 아이들,

게다가 저 자신의 내적 인간됨, 저 자신의 커리어, 다 잘 보듬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인생 그렇게 살기에는 정말 너무 버겁네요..

애 안 낳으면 애 안 낳는다고 또 주변에서 다들 뭐라 그러고,,

(그런 조언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지는 날도 있는데, 어떤때는 굉장히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조금 있다 가져야지 남편과 합의 했는데,,

시부모님도 그냥 서민이시고,, 시어머니도 당뇨세요..

그렇잖아도 저나 남편이 모두 직장이 완전하게 안정적이지 않은 느낌이 요새 계속 드는데,,

아프신 어른들 생각하면 그냥 마음이 돌덩이만 같습니다..

아................................................



그냥 이런 저런 생각 하다가 눈물만 흘립니다.

이 나름대로 유복한 삶조차 버거운데 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왜 이렇게 버텨내는 힘이 없는지..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조금 체해서 속도 안좋고, 그냥 혼자 숨어 울고만 싶은 날입니다..



그리고..

자격증 공부 같은거,, 수도없이 했어요.. 근데 전 끈기도 없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달려서 못하겠더라구요..

아무리 애 없이 산다 하지만 집안일이.. 남편이 바빠서 잘 못 도와줘요.. 그부분은 포기했답니다..

아.. 손이 시리네요.. 컨디션이 진짜 안좋은 날이에요..

저 진짜 속풀이 하네요.. 줄줄.. 누구한테 얘기 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근데 여기선 다 얘기 하네요..  
IP : 222.106.xxx.16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울증
    '07.3.13 8:51 PM (61.81.xxx.129)

    같아요 저도 그런적 있어요 참다 못해 신경정신과 갔어요 의사 선생님 왈 며칠 진료 받자구
    하시더라구요 검사 여러가지 하구 며칠 진료 받으니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구요
    근데 웃긴건 제가 좀 정신을 차리구 보니 병원비가 아까워 더 이상 진료 못 받겠더라구요
    고민하구 속상해 하지말구 그리고 혼자서 너무 많은 생각하구 정리하지 말구 병원에 가보세요
    의사 선생님 붙잡구 울어도 맘이 편안해 집니다. 화이팅

  • 2. 병원
    '07.3.13 9:10 PM (125.185.xxx.242)

    가보세요.

    전문가가 그래서 필요한거랍니다...

  • 3. 동질감
    '07.3.13 9:16 PM (61.82.xxx.112)

    전부는 아니지만 많이 동감가네요
    남들의 시선, 부모님의 기대, 현생활 벗어나고 싶지만 새로운 환경의 낯설음, 자신없음

    저도 예전에 많이 가져본 기분입니다. 전 끝가지 버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1년정도 쉬었습니다
    쉬고 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후 다시 잡으니 예전 그 맘이 또 들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맘 그기분 잘 없어지지 않네요

  • 4. 화이팅
    '07.3.13 9:19 PM (211.215.xxx.214)

    친정 엄마 보면서 결혼하고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면 어느정도의 희생은 당연하다 했어요.

    근데 오래 산 건 아니지만 결론은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 . 근데 그것도 나름 고민있고 적당히 우울하고 외로워요.
    거기서 거기고 남들도 다들 비슷할거다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네요.

    극단적으로 연예인들 자살할 때 드는 생각으로 결혼해서 애만 하나 있었어도 절대 저 지경까지 안가는데 했어요.
    애들에겐 절대적인 존재가 엄마인지라.... 밥하는 이유고 힘들어 하면서도 살아가게 되는 관계인 듯 .

    가족이 있고 살아가는 과정이려니 한다면 쬐금 더 맘 편해지실려나 ...사실은 저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 5. 저도
    '07.3.13 9:21 PM (218.51.xxx.180)

    님과 같은 남들이 부러워 하던 직장에 있었는데
    나중엔 회사가기 싫으니까 돈이 다 싫어지더라구요
    과감히 그만뒀고 님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직장에서 몇달 혹시 휴가를 얻을수 있을수 가장 좋은데
    안될 가능성이 크죠
    그만두더라도 경력이 있으면 다 살아지고 오히려 처음엔 좀 힘들었는데
    지금은 내 일 하면서 편안히 지냅니다

  • 6. 깜딱이야
    '07.3.13 9:36 PM (123.254.xxx.15)

    제가 가는 다른 사이트에 같은 내용이 올라와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지금 미국에 계시나봐요...전 한국에 나와 있는데...
    전 작년까지 미국서 직장다니다 한국나와서 시간만 죽이고 있으면서
    저두 우울증에 걸리려고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직장생활에 염증 느끼다 쉬고 있는데 다시
    직장 들어가기는 나이가 넘 많구....다시는 직장생활 안하고 싶었는데...
    시집에서는 놀고 있다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기도 하고...

    나이도 나이(사십 후반)인지라 살짝 허무해지려고 하고...사는 것도 재미없어지고...

    죽지 못해 사는 게 요즘 기분이여요!

    그래도 죽지는 못하니 살아야겠지요....기운내려구요.

    기운내세요! 그래도 저보다 환경도 좋고....
    마음먹기에 달린 거 같아요~

  • 7. ...
    '07.3.13 10:42 PM (121.146.xxx.162)

    님의 전반적인 상황인식에서 오는 그런 허무함을 저도 느끼거든요....특별히 부족한것도 없으면서도
    오는 허무함....예전 뭔가를 이룰려고 아둥바둥 할때가 좋았던것 같기도하고 ...같이사는 남편도 우울증은 같이 앓아 주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사십후반인데...이 증세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합니다.

  • 8. .....
    '07.3.13 11:14 PM (221.153.xxx.139)

    저도 40후반인데 ...님과 비슷한 증세로 요즘 좀 힘드네요.
    편안해지니 옛날 힘들게 살았던 게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남원망만 되네요.
    일도 하기 싫고 돌아다니는 것도 귀찮고( 배움에의 열정도 깡그리 귀찮음으로 변모) 죽치고 앉아 82질만 하네요.
    82를 벗어나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네요.

  • 9. 삶의 무게
    '07.3.14 12:10 AM (194.80.xxx.10)

    누구나 지고 사는 그 무게가, 유달리 무겁게 느껴질 따름이겠지요.
    인생이란 원래 슬프고 허망한 것입니다.

  • 10. 지금상황에서
    '07.3.14 8:55 AM (211.212.xxx.207)

    이직은 쉽지 않을듯.. 결혼한지 얼마안된 가임여성을 받으려는 회사 많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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