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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중환자실에 계시는데요.

큰딸 조회수 : 1,574
작성일 : 2007-01-19 23:31:42
친정아버지, 68세
중풍으로 언어장애와 오른손 마비, 한쪽 다리도 불편하시지만 조금 걸으세요.
건강하시다가 뇌경색으로 중풍온지 2년 반 정도 되었고 작년 10월 폐렴으로 입원하셨다가 중환자실로 가신지 2달 조금 넘었네요.

숨쉬기가 힘들어 병원에서 목에 구멍을 내어 호스를 연결하자고 하세요.
한번 하게 되면 떼기 힘들고 의식있는 환자들은 너무 고통스럽대요.

언어장애가 있어 말씀은 못하시지만 정신은 또렷하셔서 목 뚫는건 아버지 본인도 완강히 거부하시고 무엇보다 간병하시는 엄마가 반대하세요.
저렇게 먹지도 못하고(코에 호스로 연결해 유동식 드세요),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해 욕창까지 생기면서 고통스럽게 오래 살아서 뭐하냐고...자존심 강한 아버지 더 힘들게 하는 거라구요.
다시 일어서신다는 희망은 지금으로썬 전혀 없어요.
드시지 못해 허벅지가 제 팔뚝만해 볼때마다 눈물이 나요.

중환자 대기실에서 동병상련이라고 보호자들끼리 하는 이야기들이 목 뚫는건 절대 하지 말라고 경험자들이 그런데요. 차마 할짓이 못된다고요. 마지막까지 고통스럽게 가는 거랍니다.
병원에 계신 시간이 많아서 누구나 그렇듯 듣는게 많아 엄마가 거의 반 의사세요.

주치의인 교수님도 말씀하시길 자기 아버지도 똑같이 돌아가셔서 그 마음 아신다면서 의식 있는 저희 아버지 너무 고생시키는거 같다고 그냥 계시다가 편안하게 보내드리자고 하셨구요.

그런데,,
레지던트인가요?  주치의 밑에 한달씩 순환근무하는 의사선생님들이 엄마한테 자꾸 목에 호스 넣자고 설득을 하시는데 의사로서는 당연히 하시는 말씀이고 이해는 하지만 어렵게 나름대로 결정한건데 좋지도 않은 말을 자꾸 하면서...급기야 오늘은  더 이상 해줄것이 없으니 목에 구멍을 내지 않으면 차라리 요양원으로 가라고까지 했다네요.

바로 어제도 교수님과 그렇게 하기로 합의봤는데 왜 자꾸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죽하면 저희가 그런 결정을 내렸겠습니까 마는...

자식들이야 출가하고 직장다니고 주말에나 면회가고 실질적인 병간호는 엄마가 다 하시는거라 반대의견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저희들은 엄마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결정했거든요.

엄마에게 힘든 짐 떠맡겨 드리는거 같아 죄송하기 그지 없는데 아직은 경험없는 젊은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같은말을 계속 반복하며(솔직히 한달씩 근무하고 바뀌니 신뢰성이나 믿음이 안갑니다.) 언성을 높이니 엄마가 힘들어 하세요.
엄마가 아버지 간병하면서 우울증 치료까지 현재 받고 계시거든요.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목에 구멍을 뚫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고통스럽게 조금이라도 더 사시게 해야 하는지....아니면 편안하게 그냥 보내드려야 하는지 ,,,
어느쪽으로든  후회는 남겠지만 정말 정말 모르겠어요.

유난히 정이 많았던 아버지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메어지지만 저희는 남겨질 엄마가 더 걱정이에요...
엄마도 엄마의 인생이 있는데 언제까지 저렇게 사실수만은 없는 거쟎아요.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오늘밤도 하얗게 지샐거 같네요....ㅠㅜ

혹시나 같은 경험 있으신분들 조언 바랍니다...
IP : 59.150.xxx.28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07.1.19 11:43 PM (125.131.xxx.160)

    저희도 그런일이 있었어요
    마지막 가는길에 더욱 험한 모양을 피하는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저희는 병원에서의 강요를 못이겨서 요양원에 잠시 계셨었고 그곳에서도
    나중엔 옮기라고 하셔서 노인병원에 모시고 진통제외엔 치료포기를 했었어요
    담당의사를 피해 회진시간엔 가지도 못했구요
    환자도, 남은사람의 생활도 중요하잖아요
    경험자로서 목에 별다른 처치를 하는건 서로 힘들기만 한 것 같애요
    가족끼리 의논하셔서 방법을 정하시고 기운내세요

  • 2. 우울
    '07.1.19 11:48 PM (218.151.xxx.124)

    오늘 폐암으로 세상을가신 분 조문을 다녀왔어요
    충남대 병원에 계시면 서 너무 속상했던 말씀 하시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호스 연결하려고 구멍 낼만한 곳은 다했답니다 마지막 님의 아버님 처럼
    목에 뚫자고해서 그렇담 소생할수있냐하니까 아니라고했답니다
    그저 할수있는것은 다해보자는말들이랍니다 그래서 그런 아픔을 주지않겠다하였더니 ,,,,
    바로 돌아가셨어요 시간을 벌수있는것도아니고 고통을 없애는것이아니라 더힘들게하는것이라고
    님 돌아가시는순간에도 식구들과 말을 다하고가셨데요 고통하나없이..
    님으;ㅣ 아버님이 하루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구요 가시는날까지 고통을 모르고 사셨으면 해요
    그래서 꼭 한번 말씀 해드리고싶어요 여기서 글로 못써요 전화 주심 그환자분이 고통없이 지낼수 있었던거 알려드릴께요 010-3020-2030 박 정연 아줌마입니다
    꼭 잊지마세요 기적같은 일이있어요 그분도 한달 밖에 못사신다하였는데 일년을 편하게 지내시다가..

  • 3. 저도
    '07.1.20 12:00 AM (121.153.xxx.225)

    오늘 장수에 조문 다녀왔는데요
    요즘 주위에서 자꾸만
    폐에 관한 병명을 많이 듣게 되네요
    편하게 가시게 해드리는것도 효일듯 하네요~~
    힘내세요

  • 4. 병원에서는
    '07.1.20 12:21 AM (61.251.xxx.6)

    아무리 중환자 실이라도 특별한 치료없이 오래 계실 수가 없을 거에요.
    주치의는 뒤로 한발 물러서서 환자 입장에서 말씀하시는 거고,
    레지는 일선에 있는 관계로 총대를 맨다고 해야하나, 나쁜 역할을 맡는 거죠.
    저도 아버님이 입원 중이신데, 어머님이 진정으로 걱정되시면 간병인 구하셔요.
    어머님 연세도 있으신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못견딥니다.

  • 5. ...
    '07.1.20 12:31 AM (221.148.xxx.17)

    얼마 전에 읽은 책 중에 일본의 한 내과의사가 쓴 "병원에서 죽는 것" 이란 책이 다시 생각납니다. 현대 의학은 회복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와, 생명 연장에만 촛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회복 불가능한 시한부 환자의 인간다운, 고통없는 죽음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한 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 6. 호호맘
    '07.1.20 12:44 AM (218.51.xxx.228)

    절대로 하지 마세요. 친정엄마 그렇게 해드리고 너무 후회 많이했어요.
    엄마가 구멍뚫고 더 고통스러워하시고 상처에서 피가 계속나고
    염할때도 피가 멈추지않아서 얼마나 속상하던지..
    의사가 환자나 가족을 전혀 생각해주지 않고 완전히 장삿속이라
    정말 실망스럽더군요.
    의사말 절대 듣지마세요. 나중에 엄청 후회해요.

  • 7. 하지
    '07.1.20 12:47 AM (220.75.xxx.143)

    마셨으면해요. 저희 시어머님도 목에 구멍까지 뚫고 다하셨는데 결국은 가셨습니다.
    그냥 남은 가족이 마음의 위로라도 받으려고 하는거지싶었어요. 정작 환자본인은 고통스러운데
    말이예요. 나중에라도, 우리는 할도리는 다했다는..... 정말 환자를 위한다면 안하시는것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 8. ..........
    '07.1.20 12:54 AM (211.187.xxx.179)

    걍 편안하게 보내드리세요.
    저도 저희엄마 그렇게 보내드렸네요.
    제 동생이 의사라서...절대 반대하더라구요.

  • 9. 안젤라
    '07.1.20 1:00 AM (212.138.xxx.172)

    저희 엄마도 지난 여름에 가셨습니다,
    아직도 정말 가슴이 아파요.

    근데 친정오빠, 올케가 다 의사인데도 목에 하는 것은 안하셨어요.
    그게 길어봐야 한 달 더 연장시킬 뿐이라고 해서요.
    그리구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안하길 잘했다 싶어요.

    저희 시댁 어른들도 혹시 당신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절대로 그 일은 하지 말라고 하세요.
    그리구 시신 염해드릴때도 목에 구멍이 뚫려있음 차마 볼 수가 없다고들 하세요.
    그리구 가신 다음에도 그 모습이 생각나서 정말 죄스럽고 가슴 아프다고 하시더라구요.

    무엇보다도 환자 본인도 정말 고생스럽고
    산 채로 서서히 죽어가는 기간만 더 연장시키는 ...
    말하자면 치료가 아닌 일종의 형벌이지 싶기도 해요.

    지금 젤 아쉬운 것은 엄마가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하셨는데
    못 모셔간것이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집에 가서 돌아가시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말을 오빠에게 했더니 그럼 그 뒷수발을 누가 드느냐구
    그리고 집에서 돌아가시면 가신후 남은 가족들이 더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그 방만 들어가면 생각이 나서 정말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또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고 겪으신 분들이 그러더군요.

    그리고 저도 몰랐던 사실인데 사람의 오감 중에서 제일 나중까지 남아있는게 청력이래요.
    심지어는 심장 박동 멈춘 후에도 얼마간은 다 들을 수 있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 이 말이 사실인지는 저도 몰라요.)

    암튼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것 같아도 그 옆에서 항상 말 조심하시고
    예를 갖추어서 항상 몸도 잘 덮어주시고
    항상 혼잣말이라도 아버지 저 왔어요, 이런 저런 말씀 해드리시고
    아버지 이제 힘든 것 안다고 조금만 참으시라고 위로해 드리고
    우리 모두 아버지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시구요.

    자꾸 울지 마시고
    감사와 위로 잊지 마시고
    부모님의 종교에 맞춰서 기도드리시고
    혹시 종교 없으시면 성당에 알아보시면 대세라는 것도 있어요.

    저희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종부성사 받으시고 성당에서 장례미사도 드렸는데
    정말 감사한 축복이었어요.
    제가 천주교 강요드리거나 권유하는 건 아니니
    불쾌해하시거나 오해하시지는 마세요.

    암튼...마음 단단히 하고 잘 견디시라는 이 말 밖에는...드릴 말씀이 없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이제 가신 분의 빈 자리로 인한 슬픔은
    앞으로 남은 세월 두고 두고 견뎌야할, 남겨진 사람들의 몫인데...
    그래도 님은 아직은 두분 다 계시고
    또 엄마가 계시잖아요.
    기운내세요.

  • 10. 안젤라
    '07.1.20 1:10 AM (212.138.xxx.172)

    아, 참 그리고 중환자실에 계실때도 몸 닦아드리는 간병인이 있더군요.
    어머님 면회하실때 간병인도 같이 있으면 좀 의지가 되실거예요.
    아니면 자식 중 하나는 꼭 같이 있으시든가요.
    나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100이라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야하는 공포도 100이라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습니다.

  • 11. 먼저 보낸 딸
    '07.1.20 2:21 AM (58.235.xxx.49)

    제일 먼저 원글님의 아버님과 어머님, 다른 가족의 편안함을 바라면서 글 올립니다.
    저의 아버님은 올 여름에 가셔야 할 곳으로 먼저 가셨습니다.
    아버님을 보낼 때는 가시는 아버님의 입장과 남아있는 저희들의 입장 두 가지가 있더군요.

    마지막날 병원에서 기관지 절개와 심폐소생술을 차례로 권할 때 많이 갈등했습니다.
    현대 의학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식된 도리와 가셔야 할 곳에 가셔야 할 시간에 편하게 보내드리려야하고....
    저와 한국의 동생 둘이서 편하게 보내드리자고 결정 후 최종적으로 어머님의 선택에 맡겼더니 어머니도 편하게 보내드리자고 하시더군요. 외국의 동생들에게는 전화로 아버님의 상태와 우리들의 결정에 대해서 수시로 연락을 취했구요.
    시간이 흘러 임종하실 준비를 하라고 할 때 평소 아버님의 희망대로 종부성사도 받으시고, 아버님이 평소에 보고 싶어하시던 모든 이들에게 연락하여 올 수 있는 분은 모두 오도록, 외국에 있는 동생과 손녀들, 한국이지만 멀리 계시는 분들에게는 휴대폰으로 아버님과 모두 인사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휴대폰을 할 때 아버님이 말씀은 하시지 못하지만 들을 수 있으니 평소 하고 싶던 말을 모두 하라고 말씀드린 후 아버님과 인사를 하도록 했어요.
    그리고 아버지의 딸로서 태어나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고, 지금까지의 내가 있도록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우리는 다시 만날 거라고, 그동안 고생많으셨다고 편하게 가시라고 모두 말씀드렸어요. 위의 안젤라님 말씀처럼 말로 표현은 하지 못하시만 청력은 끝까지 살아있기 때문에 모두 들으실 수 있으니 안젤라님 말씀을 참고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저의 아버님을 보내 드린 후 지금까지 아버님 이야기가 나오면 가족 전체가 환하게 웃습니다. 아버님은 정말 편하게 잘 가셨다고, 그리고 지금도 편하게 잘 계실거라고....
    참, 저도 저의 가족들에게 말했어요. 나의 생명이 타인의 결정에 있는 경우 나는 자연 그대로 죽겠으니 그냥 보내달라고....말입니다.^^

    다시 한번 원글님과 아버님의 편안하심을 기원합니다.

  • 12. 김명진
    '07.1.20 7:46 AM (61.106.xxx.144)

    가족이니까 실날같은 희망을 포기 하기 어렵지만..목으로 호스를 넣는건..그저..생명을 유지할 뿐 치료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거 같아요. 저희도 고민을 너무 많이 했는데 ..일주일주...이렇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의식도 못찾고 그러셨어여. 다만, 병원비 부담이 너무 컸죠..
    그렇다고 하시라 마시라 이야긴 어렵지요...결국 호스를 달아도..몇주뒤에..기적이 일어 나지 않으면..또 언제 호스를 제거해야 하나로 힘들어집니다. 제가 그때 그 자리에 다시 돌아 간다면 전..조용히 퇴원해서 모시고 나오겠어여. 하지만 역시..그러시라고는 말씀 못드려요. 그...실날같은 기적을 기다리는 마음을 너무 잘알거든요.내 문제라면 호스를 달고 무의식처럼 있다가 가는건 싫어요.

  • 13. ...
    '07.1.20 1:54 PM (59.29.xxx.7)

    가능하시면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외할머니와 친정엄마 모두 같은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님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계시다가 돌아가셨구요, 친정엄마는 카톨릭 계열의 호스피스 병원에서 보내드렸는데 외할머님에 비해 저희 엄마 마지막까지 비교적 편안히 계시다 가셨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마지막까지 인위적인 소생술보다는 고통을 줄여드리는 것에 주로 촛점을 맞춰 주셨구요,환자 본인도 그걸 더 원하셨었습니다.

  • 14. 원글쓴~
    '07.1.20 10:10 PM (59.150.xxx.28)

    소중한 덧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가슴에서 뜨거운 돌덩이가 올라온듯 합니다. 답답하네요.
    오늘 점심때 면회한 아버지의 모습은 편안해 보이셨어요.
    기운이 없어 눈을 못뜬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이제 긴 이별을 준비하려 합니다.
    역시나 남겨진 자들의 위안을 삼고자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고통스럽게 보내드릴순 없을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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