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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친구 이야기.. 돌잔치에 안갔거든요..

... 조회수 : 594
작성일 : 2006-12-27 13:47:25
대학 졸업하고 갓 취업한 직장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다른 친구랑 같이 어울려서 너무너무 재미있게 잘 놀았지요.
밥도 당연히 같이먹고, 퇴근하면 번화가 돌아다니면서 아이쇼핑하고.. 쓸데없는거 무진장 사대고..
상사 욕하면서 분통 터뜨리다가 어느 순간 또 배잡고 낄낄깔깔,, 지금 생각하니 좋은 시절이었네요. 갑자기 가슴이 쫌 아리네요..
그래도 나름 알뜰하게는 살았지요. 월급의 한 반 넘게는 저축했던 거 같아요.
평범한 직장인 처녀들이었지요.
그렇게 그 회사에서 3년을 보내고 전 다른 직장으로 옮겼습니다.

,,,

세월이 흘러 이 친구도 저도 결혼을 하고, 친구는 아기엄마가 되었네요..
당연히 이직이후로는 연락도 뜸하고 그리 지냈지요. 하지만 마음속에는 저에겐 항상 친했던 회사친구,,
성격이 좀 답답하긴 해도 내가 처음 사회생활하면서 만났던 친구들 중 하나.. 이렇게 남아있었는데,

제 첫직장이 워낙에 유명한 데라, 주변 (시댁식구, 친구 등등) 에서 이런저런 요청이나 부탁이 많이 들어왔던 모양이에요..
그런 부탁이란게 큰건 아니고, 회사 상품 뭐 좀 알아봐달라,,
혹은 너는 잘난사람(절대 아닌데 외부에서 완전 착각하고..)이니 이 서류 좀 봐달라..
뭐 이런 류인데..

제가 좀 특별히 잘하는 분야가 있었어요.. 그 친구에 비해서..
그런데 그 친구가 자꾸 저에게 넘기는 겁니다.. 그런 일들을.. 친구가 직접 필요한 것도 아니고 누가 친구에게 부탁한 일이에요.

두세번은 해주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근데 해주다보니 계속, 계속,, 저도 해주는건 좋습니다. 하면서 즐거워요.
문제는 그냥 주구장창 부탁을 들어주다보니 나중에는 독촉까지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더이상 안 즐겁고 부담스럽기만 하죠.. 좋은 마음으로 해줄 수가 없죠.. 사실 독촉 받을때는 진짜 황당했어요.
제가 옮긴 새 회사가 널럴하긴 하지만 회사에서 펴놓고 하기엔 정말 눈치보이는 일인데,
집에 가서 밤에 하고 내일 아침에 볼 수 있도록 주겠다니까 안된다고 오늘 밤까지 해달라고..
그럼 전 집에가서 저희남편 밥 굶기고 해달라는건지..
화가 빡 나더군요. 부탁하는 주제에.. 한두번도 아니고..

회사 다니고 아기 키우기 바쁜건 알지만 그때 친구는 휴직중이었고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면 아예 처음부터 받질 말았어야 하는건데 그러질 않고 저에게 다 넘기더군요.
아마 제 능력으론 그냥 뚝딱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겠죠. 남들에 비해 쉽긴 하지만 꼭 누워서 떡먹는 그런일만은 아닌데..

그러고 나서 나중에 그 친구의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바빠서 안되겠다고.. 그 당시에 하필 진짜 바빴습니다.

되게 서운해하더군요.. 저도 마음이 안좋았지만 휘둘리기 싫어서 기분나빴지만 그냥 잊었습니다.

이후 돌잔치에 오라길래, 간다고 했다가 안갔습니다. 요때도 갑자기 남편에게 일이 생기는 바람에..

연락 끊더군요..
싸이에 '배신'이라고 조그맣게 써놓고.. 제가 찔려서 그랬는지 저는 그 '배신'이 저를 지칭하는 거라고 느꼈어요.

평소에 가치관이 좀 다르긴 했습니다.. 저는 친구가 착하지만 같이 놀던 시절에도 답답한 성격이라고 느낀건,,
그친구는 가족이나 아이낳기, 전통, 보수적인 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결혼도 일찍 하고 싶어했고 남자친구 시골집에도 자주 놀러다녔고,,
저는 어떤 면에서는 친구보다 훨씬 보수적이긴 했지만, 결혼전에 남자친구 집에 자주 놀러간다는건 절대 하고싶지 않은 일이었고,
가족행사같은건 무지 싫어하고 결혼도 늦게 하고 싶어했거든요..

당연히 아이 돌잔치도 그 친구와 저는 비중을 다르게 뒀을 거에요. 말은 안해봤지만.
그 친구에겐 돌잔치가 너무너무 성대한 행사인거고, 저에겐 돌잔치는 그저 민폐일 뿐이거든요.. 물론 저도 나중에 고집피워 안할거구요..

이때 제가 느낀게 많지만 다 쓰기엔 비난받을 거 같고,
그 친구랑 연락을 하지 않게된건 잘한건지 잘못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여우같이 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확실한건, 저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에요..

그 때 상황에서는.....
IP : 210.94.xxx.5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06.12.27 4:47 PM (218.159.xxx.236)

    그냥 아무렇지 않은듯 전화해보세요...
    저두 자기일 다른사람에게 흘리고 다니는 사람 별로긴하지만... 같이 있음 즐거운 친구 잖아요..
    그 배신이란 단어는 님 지칭한것 아닐것 같아요.... ^^
    전 결혼하고 타지에 오래살다보니 예전친구들은 정말 간간히 연락하거든요... 반가우면서도 참 어색해요.... 나이먹을수록 그때 그 느낌의 친구가 그립습니다.

    가끔.... 자기일 막 부탁하고 그러면서... 자기한테 특별한 사람이니 부탁하는거야...라는듯 오히려 절 위해주는양 행동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럴땐 싫은 내색 확실히 해야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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