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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은
그나마 가사분담이랍시고 해오던 설거지를 그만두었습니다.
저, 실은 그다지 아쉽지도 야속하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밥먹은 그릇과 수저 두 벌만 달랑 씻어놓고 TV 앞에 벌러덩 누워버리는 남편을 두고 부엌엘 가보면
수저와 주발만 빠진 먹던 상 그대로에 그릇 몇 개 씻으면서 싱크대는 온통 물천지...
그야말로 안해주는게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구슬리고 가르쳐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선배님들의 충고를 되새기면서 인내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댁에 그릇 뒷면은 닦지않는 전통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턴
남편이 설거지 할 때마다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저걸 어떻게해서 못하게 할까...
도저히 가르칠 엄두는 나질 않고 차라리 몸은 불편해도 마음이 편치않은 건 참을 수 없는
무수리라 하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치 기다렸단듯이 제 사직과 동시에 스스로 그만두니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뭐 하던 것이 달랑 설거지 하나뿐이었으니 이후 모든 집안 일은 제 차지였으나
남편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수건 여러 날 쓰기 - 저는 제 수건 따로 썼습니다
속옷도 여러 번 입기
밥달라고 안하고 라면 끓여먹기
반찬없다 불평안하고 또 라면 끓여먹기
등등 그 외 다수 있지만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그러다 아주 아주 가끔 제가 설거지를 미루고 누워있거나 하면
아주 큰 선심을 쓰듯이 말합니다 - 내가 설거지 해줄까?
그럼 저는 늘어져 있다가도 발딱 일어나 싱크대 앞으로 가서 고무장갑을 집어들게 됩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는 저희 남편이 싱크대 앞에 발도 못 붙이게 될 만한 일이 있었는데요...
제가 2박 3일간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당연히 설거지도 쌓여있었을 때였습니다.
끼니를 못 챙겨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알아서 잘 찾아 해결하더군요.
주말이었는데 저녁을 챙겨 먹는 소리가 부스럭부스럭나더니
뒤이어 개수대에서 물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소리가 계속되고 설거지를 하는 정황이 연상된 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너무 아픈 관계로 그냥 놔둘까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나가보니...
글쎄, 남편이 들고 있는 수세미는 식기를 닦을 때 쓰는 게 아니라
배수구와 배수망을 닦을 때 쓰는,
그것도 수세미 바구니 밑에 받침으로 괴어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눈 앞에 빤히 보이는 빳빳한 새 수세미를 두고 왜 그 밑에 쑤셔박아놓은 걸 꺼내드냐는 말이죠.
아, 정말 어찌나 화가 나던지....
두통으로 인한 참고있던 통증까지 모두 악다구니로 쏟아내고
벼락맞은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있던 남편을 밀쳐내고 그 많던 설거지를 다 해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참 좋은 의도로 나름 자비를 베풀 요량이었던 남편은
쭈뼛쭈뼛 서있다 헤헤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고정석으로 돌아갔지만
그 의기소침한 뒷모습에서
이 사람이 앞으로 설거지 혹은 가사일이라 칭하여지는 모든 일을
다시는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스쳤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제 무덤을 스스로 판게지요...
그러나 어찌합니까.
말씀드렸듯이 몸이 힘든 건 참아도 마음 쓰이는 건 참지 못하는 무수리인것을요.
별로 지혜롭지 못한 이 처신으로 뼈저리게 후회하는 날이 머지않아 오지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깃드네요...
1. 별똥
'06.12.19 4:40 PM (121.141.xxx.113)전 다행히 제가 꼼꼼하지 못하니 신랑이 꼼꼼해서 것도 피곤합니다..
냉장고 위는 기본이여.. 창틀,구석 구석 청소할때마다 아주 미칩니다.
행복한 고민 아니네요..키큰 사람이 냉장고 위 손가락으로 쓰~윽
저 꼭 보여주고 청소합니다.2. 김은미
'06.12.19 4:42 PM (210.95.xxx.230)님께서는 나름 남편분이 하시는 설거지가 못마땅하셔서 올린 글이라지만.......
전 왠지 이 글도 왜이리 부러운지 모르겠어요. ㅠ.ㅠ3. 에구...
'06.12.19 4:43 PM (125.191.xxx.137)그래도 님은 남편이니 소리라도 지를 수 있죠...
전 시엄니랑 같이 사는데...
저희 시엄니는...
걸레 싱크대에 넣고 빨기
걸레랑 옷이랑 행주랑 같이 삶기...
배수구 닦는 수세미로 설겆이 하기는 기본입니다
아.. 저 정말 말도 못하고
매번 그런거 볼때마다 미쳐버리겠습니다.4. 별똥
'06.12.19 4:58 PM (121.141.xxx.113)에구님
흑 정말 힘드시겠어요..5. ...
'06.12.19 6:28 PM (211.181.xxx.20)저희 시어머니께서는 설거지통에 야채 씻으세요.
6. 큭
'06.12.19 11:50 PM (125.178.xxx.29)로긴하게만드네요..저희 엄마가 저럽니다.
행주로 걸래질하구요...걸재가꾸 설거지통에서 발꼬 그 통에서 야채다듬고 난리도아니죠..
정말 더러워서리...머라 한소리하면 손하나까딱안하면서 말만많다고 댑다 짜증냅니다.
에혀..전 결혼하면 엄마처럼 안해야지 맨날 다집합니다.ㅡ.ㅡ7. ..
'06.12.20 2:03 AM (58.226.xxx.212)저희 시댁두 설거지통에다가 낙지같은거 씻고 야채 씻고 그래요..
큰양푼들 많은데두 그냥 막 하더라구요.. 읔.. 제가 진짜 비위가 좋아서 그래두 해주는건 잘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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