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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리 얄팍했을까.
얼굴은 왠만한 탤런트보다 더 잘생겼고
키도 180에 몸매 늘씬하고
그래서 길을 걸어다니면 매니저들이 끊임없이 명함주고.
취미생활과 취향이 나와 완전히 같고
무엇보다도 나한테는 목숨 바쳐 잘했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도 있구나
누군가에게 이렇게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다만, 중산층보다는 서민에 가까운 집안 출신에,
나보다 쳐지는 학교가 걸리긴 했다.
하지만 어리던 시절, 그건 별로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가 사귀던 도중 IMF가 터졌고
그 남자의 아버지의 직장은 폐업처리 되었다.
병역특례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될 전공이었지만
남자의 등록금이 없어서 군대를 가야했다.
논산훈련소로 가는길.
남자의 부모님은 차가 없으셔서
남자의 부모님, 남자, 나. 넷이서 버스를 타고 논산에 갔다.
나는 그게 슬슬 걸리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의 취미는 그때나 지금이나 골프이다.
우리 부모님 주변은 그게 특별하지 않은건데,
남자는 그걸 많이 못마땅해 했다.
오랫동안 연애를 했다.
그 사이 남자는 군대에 갔고 나는 취직을 했다.
취직을 하니 대학때는 못먹던 것을 먹고 다니게 되었다.
회전초밥, 샤브샤브, 맛있는 커피 등등등.
군대에서 휴가 나온 남자와 떡볶이와 라면을 먹다가
은근히 짜증이 난 내 자신을 발견했다.
아직 좋아했는데.
그 상황들이 짜증이 났다.
우리 집 보다 쳐지는 집, 서울 중하위권 대학.
저 녀석 취직은 할 수 있을까.
아직도 좋아하는데.
단지 그 두가지 조건과 당시의 상황 때문에 난 이별을 결심해버렸다.
남자가 군대에 있을 무렵이라 계획 실행은 쉬웠다.
그런데.
그래도 난 그 남자를 잊지 못했다.
그리고도 6년을.
그 남자는 제대후 1년동안 열심히 공부하더니
이상한 자격증을 팍팍 땄고.
대학교 4학년 1학기 5월에 굴지의 세계적 기업에 떡하니 취직을 했다.
자격증 몇개는 학벌 쯤을 가볍게 눌러버린 것이다.
그러더니 그때 만난 4년 연하의 참한 아가씨를 사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 그 남자를 잊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남자 이상으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남자도 못찾았고
그 남자 이상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도 못찾았다.
7년째 되는 해에 나도 내 짝을 드디어 만났다.
내 짝은 이제 나를 더이상 그 남자를 그리워 하지 않게 만들긴 했지만
그 남자 만큼 나를 사랑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짝을 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자친구와 4년째 사귀고 있고.
그 회사에서 나오는 거대한 인센티브 덕으로 집안을 일으켰고
얼마전에는 억대 연봉이 무조건 보장된다는 국제자격증도 땄다.
그 남자가 지금 내 짝보다 잘나간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약간 배 아프긴 하다만..)
다만 나를 정말 사랑해주는 사람을, 나도 그렇게 사랑했으면서.
단지 그당시의 조건 때문에 차버린 내 자신이 한없이 바보같다.
나는 왜 그리 얄팍했을까.
적어도 나의 후배들은 나의 바보짓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하늘이 주신 사랑을 내던진 바보였다.
그래도 지금 내 곁엔 내 짝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 짝도 자기 딴엔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니까.
그리고 나도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니까.
무슨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 가사 같군...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데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1. 근데요
'06.10.25 2:55 PM (61.66.xxx.98)그남자가 지금 찌질하게 살고 있어도
원글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하늘이 주신 사랑이었는데 버렸다고 말예요.
원글님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거 같아서 죄송하지만,
조건때문에 그 남자와 헤어졌듯,
조건때문에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것 같아요.
사랑이 아니라...
어쩜 그분도 님한테 차이는 바람에 자극을 받아서 분발을 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있었을 수도 있는거구요.
(뭔 드라마 같네요.)
님과 계속 잘 됐다면 현실에 안주하면서 님이 예상했던 대로 살고 있었을 수도 있는거죠.
어쨌거나 님과는 인연이 아니었던것이고요.
자신을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마세요.2. 윗분말
'06.10.25 2:58 PM (221.153.xxx.59)동감2
3. 나와는..
'06.10.25 2:59 PM (222.97.xxx.181)인연이 아니었다~~~ 생각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 -_-;
4. 그 남자를
'06.10.25 3:02 PM (211.54.xxx.39)기다렸다.
그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크게 성공했다.
우린 결혼했다
행복했다, 삼일동안....;;
'개천용인 우리신랑 땜에 힘들어 죽겠어요' 라고
난 82에 하소연하고 있다.^^
가지지 못한 것은 늘 더 커보이죠.
있을 때 잘혀~~ 한참 유행중인 노래가 생각납니다.^^5. 다..
'06.10.25 3:05 PM (222.97.xxx.181)팔자소관이다~~~ 생각하세여.. -,,-;;
6. 소설
'06.10.25 3:05 PM (125.129.xxx.105)같은 얘기네요
무슨 자격증을 따신거죠
인생역전 가능케한게7. 원글
'06.10.25 3:08 PM (210.108.xxx.6)네트워크 기술직이에요. 특히 최근에 딴건 국내 200명 밖에 없는거라. 더 얘기하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이만 줄입니다.
아 네. 기다렸으면 '개천 용'이라고 힘들어했을 수 있겠어요. 인연이 아니었던게죠..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어요.8. 동감
'06.10.25 3:08 PM (218.39.xxx.83)그남자가 집안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시지만
막상 결혼했으면 개천에서 난 용이랑 결혼해서 힘들어 죽겠다라고 생각할겁니다
차라리 지금이 나아요
그리고 가지않은길의 후회때문에 더 옛사랑이 멋져보이는거랍니다
그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지금의 남편이 더 그리웠을거에요9. ...
'06.10.25 3:09 PM (220.116.xxx.39)인연이 아니었겠죠..
놓친 사랑이 더 커보이고, 절실해보이고...그런 법이죠.
예전의 남자가 지금 그저그런 직장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절절하진 않겠죠..
그게 다 사람 마음 심보죠...10. ^^
'06.10.25 3:19 PM (152.99.xxx.60)AA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해..가 아니고..
AA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결혼할만큼) 좋아해..가 되어야 결혼 결심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11. 맞아요
'06.10.25 3:20 PM (125.240.xxx.66)가지않은길이라 더 멋져보이는거겠죠
12. ㅎㅎ
'06.10.25 3:26 PM (211.111.xxx.148)원글님 지금 사귀는 분이랑 행복하려면 옛 남친의 소식 듣지 말고 끊으세요.
아님 찾아가 보시던 가요..(건 절대 못하시죠?)
소식 귀막으시고 정신 건강 찾으세요......... 아니면 결혼해서 살면서 내내 남편 밉게 봅니다 ^^13. ,,
'06.10.25 3:26 PM (124.50.xxx.159)잘되신거에요.
결혼해서 살아보니 남편이 돈 잘 벌어오고.. 나만 사랑해주고 그런것보다
시댁이랑 친정집 문화가 비슷한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던데요.
만약에 그분이랑 결혼하시면.. 처음부터 유복하게 사셨던 님.... 개천에서 난용하고 그 용을 떠받드는 시어른들 덕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일 많을 겁니다.14. ..
'06.10.25 3:27 PM (211.229.xxx.22)멋져보인다기보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거죠...원글님마음 이해해요...
내 첫사랑은 어딘가서 잘 살고있을래나...궁금하네.15. 그 자격증
'06.10.25 3:30 PM (70.162.xxx.84)CCNA인가요? 저도 그냥 자격증이 궁금해서...
16. ㅎㅎ
'06.10.25 3:44 PM (125.177.xxx.20)좋은충고네요 제생각도 놓친 사랑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입니다
인연이 아니네요
저도 억대 연봉입니다만 개천표용으로 힘듭니다
차라리 있는집에서 적당히 버는게 더 살기 편해요 정신적으로도...
문화 경제적 환경이 다르면 참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10년이 지나도 항상 부모 형제 못사는거 걱정인 남편 힘들어요17. ...
'06.10.25 3:50 PM (218.144.xxx.42)계속 연애 중이었다면 이를 악물고 공부하지는 않았을듯...
18. 그러게
'06.10.25 3:51 PM (218.153.xxx.196)거대한 인센티브로 집안을 일으켰다...는 건... 외부에서 보기엔 '굉장해!!!'싶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 거대한 인센티브를 '다 시댁에 줘버렸다'는 게 될 것 같군요.19. 근데요.
'06.10.25 4:01 PM (123.254.xxx.15)저희 남편 CCNA, MCSE, Cisco 관련 자격증 두루두루 다 땄는데.. 그게 미국에서는 몇년전만 해도
그거 따면 연봉 8만불정도 됐는데 하루가 다르게 취득자가 많아서 저희 남편 나이도 있고 해서
한국와서 전혀 다른 전공에 몸담고 있는데... 말들어보면 IT쪽 생명 참 짧아요.
금방 나이 어린, 팔팔한 애가 치고 들어오니까 쉽지 않던데....
아직도 한국에 얼마 없음.. 울 남편 자격증 갖고 취직하라고 해야 겠네요~20. 바사라
'06.10.25 4:25 PM (61.108.xxx.66)제 얘긴줄 알았어요.. ㅋㅋ
CCNA 그거에 목숨거는 남자들 있더군요.
저랑 헤어진 남자도 출세하겠답시고 그거에 목매달더만.....
솔직한 얘기로 망했음 좋겠어요!
(못됐죠.. 근데 하도 안좋게 헤어져서-_-)21. ..
'06.10.25 4:35 PM (210.108.xxx.6)근데요님. CCNA는 요즘 한국에 굉장히 많대요. 한달만 공부하면 된다고.. 대학생들이 많이 따놓으니까 이걸 딴다고 딱 취직되는건 아니라고 하구요. MCSE는 대기업 취직할때의 기본이라고 합니다. 국내도 많은 사람이 딴 자격증은 별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지는 못하는것 같아요.
22. CCNA
'06.10.25 6:26 PM (211.235.xxx.24)아마 CCNA는 아닐겁니다...그거 저도 한달만에 땄습니다.-_-; SCJP나 MCSE, CCNA는 더이상 메리트가 없는 자격증이죠...그거보다 업글된 자격증을 딴다면 모를까--;;
23. 에구구
'06.10.25 9:49 PM (219.240.xxx.44)허구성야그같습네다.
24. 원글
'06.10.26 12:21 AM (210.108.xxx.6)아쉬운 마음 반 배아픈 마음 반 인거 달래느라 자꾸 댓글 보러 들어와서 마음 가라앉히고 있는데.
윗분은 남의 옛사랑에 대해 어떻게 허구성야그라고 단정지으시는건지.. 참.. 괜히 화가 날려고 그러네요.
그 친구가 딴 자격증 밝히지 못하는건 위에 썼습니다. 워낙 수가 적어서요. CCNA나 CCNP MCSE 이런거 아니라 훨씬 더 높은거라면 아는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에 더 안썼습니다. 대체 무슨 심보세요. 그래도 제 짠~ 했던 감정이 님 때문에 확 깨진걸 고맙게 생각할까요?25. 음??
'06.10.27 1:44 PM (218.149.xxx.6)원글님 저도 어느정도는 낚시성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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