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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올케

예비시누이 조회수 : 1,688
작성일 : 2006-10-06 23:32:02
다들 명절 잘 보내셨나요?

시댁에서 2일자고 오늘 오후에 친정큰댁에 들렀다가 방금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제 친정친가는 명절에 모이면 40명이 조금넘는 대가족인데요.
저희아빠가 둘째고 밑으로 줄줄이 있어요.
큰댁엔 1남2녀.. 언니, 오빠, 여동생.. 이 있는데 사촌오빠가 아직 미혼입니다.
딸들은 다 결혼을 했고, 올해 서른셋인 오빠의 결혼이 점점 늦어지는것에 대해 어른들이 참 애를 태웠었죠. 장손이라..

그런데 얼마전 오빠가 10월에 결혼날짜를 잡았다고 하더군요.
예비올케는 올해 26살.. 허걱~ ㅋㅋ
암튼 그런가부다~ 했고 저희 아이 돌잔치때 잠깐 얼굴도 봤었어요.

오늘 시댁을 떠나 기쁜 마음으로 친정큰댁에 갔더니 약간은 낯선 얼굴이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며 숙모들과함께 일을 하고있더군요.
예비올케인걸 깨닫는순간 놀랬습니다. 예비시댁이긴하지만 아직은 결혼전인데 와서 저렇게 일을 하다니..
고모와 숙모들한테 말려야하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다들 우리라고 안말리고 가만히 있었겠냐고.
아무리 뭐라해도 저렇게 바득바득한다~

전 올해 31살인데 저보다 훨씬 손끝도 야무지고 빠르고.. 무엇보다 늘 생글생글~ 이더라구요.
저녁상을 차려 다 같이 앉아 수저를 드는데 제가 좋아하는 문어가 상에 있어서 낼름 집으려 하니 어른들이 올케가 가져온거라고 해서 저도모르게 '고맙습니다, 잘먹을께요' 하곤 낼름낼름..
단둘이 대화하진 않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시댁식구들을 대한다는 느낌이 나더군요.
저도 며느리고 올케니까 느낄수 있잖아요.
암튼 속으로 참 이쁜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좀 있다가 오빠랑 올케가 친정으로 가고나서 어른들 말씀하시는걸 들어보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저희 큰아버지가 술을 정말 좋아하시는데다 가끔 술로 무리도 하시는데 그 올케가 전화로 '아버님, 오늘 술 드셨어요? 제가 말동무해드릴테니깐 조금만 드세요~' 허걱..

또 아흔의 할아버지가 계신데 와서 인사하면서 잘 못듣는 할아버지께 큰소리로 '할아버님~ 저 손주며느리에요~ 제 얼굴 기억하셨다가 담에 또 제가 와서 인사하면 아시는척 해주세요~' 허걱...

큰댁에서 오빠 신혼집을 사주셨대요. 새아파트로..
그랬더니 집사주셨다고 넘 좋아서 올케집에 있는 토종음식이랑 꿀을 죄다 갖고 와선 '어머님, 집사주셔서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이거 맛있게 드세요~' ㅋㅋㅋ

기타등등..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듣는데 정말 '진짜?' 라는 말만 나오더군요.
이제 26살의 아가씨가 저보다 한참 어른으로 보이더라구요.
저희 친정큰댁에 이쁜짓을 해서 그렇다는게 아니라 그렇게 살가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기가 힘든걸 알기때문에요..

어른들도 정말 복덩이라고 다들 칭찬하기 바쁘시더군요.
사실 식구들 모두 이렇게 사람많은 집 장손이랑 결혼해주는(?)걸로도 고마워했었거든요.
덕분에 다들 목소리 큰 고모(7남 1녀집안의 금쪽같은)한테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 듣고 왔어요.
'지금까지 집에서 손가락 까딱하지않던 딸래미들,, 이제부터 명절땐 그런거 없다~'
방바닥에 엉덩이 붙어있는거 안봐준다고요. 올케가 하나하면 우리는 둘해야 한답니다.
지금까지 고생하신 큰엄마, 엄마, 숙모들이 젤 좋아하시더군요.

친정큰댁에 가면 늘 즐거웠지만 오늘은 오빠의 결혼 특히 예비 올케 덕분에 더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어요.
그리고 집으로 오면서 시댁에 잘해야겠단 생각도 잠.깐. 했답니다.
IP : 220.95.xxx.9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6.10.7 1:38 AM (125.133.xxx.205)

    나도 26살에 33살 남편만나 결혼했는데...
    왜일까? 그 올케가 안쓰럽단 생각이 드는걸~

  • 2. 정말로
    '06.10.7 2:20 AM (211.235.xxx.100)

    정말로 글읽는 동안 제입가에 미소가 멈추지 않네요^^
    읽고 있는 제가 다그분께 고맙네요...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는 저희 친정을 생각하니 더욱 속상합니다..
    부디 결혼 하시고도 지금과 같은 그런자세로 예쁘게 사시길 빕니다...

  • 3. 살다보면
    '06.10.7 2:36 AM (222.108.xxx.179)

    처음처럼...늘 한결같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일방적인 한쪽의 노력과 희생보다는....서로간의 ,,노력과 배려가.. 한결같을수 있게 하는것 같아요...

    처음 가졌던 이쁜마음이 훼손되지 않도록 서로...적당한 거리안에서 기분좋은 긴장감이 유지 될수 있었
    으면 좋겠네요...

  • 4. ..
    '06.10.7 8:06 AM (211.220.xxx.3)

    살다보면 님 말씀이 옳은 것 같아요.
    근데 열아홉 순정의 윤정이가 떠오르는 군요..
    아마 올케 되실 분이 사랑을 많이 받고 컸나 봅니다.

  • 5. 저두..
    '06.10.7 11:28 AM (222.98.xxx.162)

    잠깐 열아홉 순정에 나오는 윤정이가 스쳤지만...ㅋㅋ
    이뻐요..어쨋든 시댁에 잘 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이뻐 보이네요..^^

  • 6. 호호
    '06.10.7 12:56 PM (124.5.xxx.170)

    정말 귀엽네요.....ㅎㅎㅎ
    '집사주셔고 고맙습니다'에 넘어갑니다. 정말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가씬가봐요~^^

  • 7. 예비시누이
    '06.10.8 12:39 AM (220.95.xxx.92)

    어제 예비올케를 보고 느낀점이 많았는지 오늘 내내, 포근한 미소를 띈 올케생각이 나더군요.

    개인적으로 그런 성격이 부럽다고나 할까..
    저는 결혼 초창기에 시댁에선 긴장된 얼굴이었어요. 지금도 별로 다를건 없지만..
    열린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상대방에게 잔잔한 기쁨을 주는것..
    제가 닮고싶어하는 모습이지만 언제나 그렇지못하거든요.

    참 귀여우면서도 따뜻한 올케의 모습에 뭔가 제 마음이 움직이고 저를 다시 돌아보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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