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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해요 (싫으시면 패스~!!!)

어휴 조회수 : 913
작성일 : 2006-07-01 23:13:12
우울해서.......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롤로그
B형 남자예요. 직업이 스트레스가 아주 많아요.
얼마 전에 직장을 옮겼는데 수입이 증가한 만큼 일의 양도 장난이 아니라
말도 못하게 스트레스 받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정신력의 사람은 못견딜 정도로요
어릴 적에 상처도 많이 받고 자랐지요.
허구 헌날 온몸으로 싸우는 부모에 한 극성하는 엄마에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고 엄마를 때리는 아빠에...
비뚤어지지 않고 멀쩡한 직업 가지고 멀쩡하게 결혼해서
자식 낳고 사는 것이 제가 현 시점에서 보기엔 기적이다 싶습니다.
어떨 때엔 사람 참 좋고 재미있고 세심하고 사랑도 느껴지고...
반대일 때엔 저거 언제 죽나 싶을 정도로 밉살맞고 재수 없어요.

본론으로 와서
두 달 전쯤 애완용 거북과 새를 샀습니다.
화초 같은 거 좋아하거든요. 제가 돌보지를 않아서 그렇지요
남편 어릴 때에 새 키웠었대요.
저는 처음인데 새가 참 보기와는 달리 지저분하더군요.
모이 흩트러뜨리고 먹고 물 튀기며 목욕하고 똥 사방으로 휘날리고.
정말 짜증나더라구요.
상대적으로 거북이는 저와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새가 무작정 밉기만 한 것도 아니고요.
울음 소리는 어찌나 이쁜지.

하루는 남편이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거 참 이상한 것이.
결혼한 이후 제가 느끼기에 남편은 자기 엄마와 직간접으로 접촉하고 나면 사람이 변해요.
저와 있으면 평온하다가도 시어머니와 대화 후엔
갑자기 헐크처럼 공격적이 되고 (제가 느끼기에) 이성을 잃고 감정적이 되고 흥분도 잘하고..
아무튼 제 남편이 아닌 것 같은...
요기에도 또 사연이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참 참,그렇습니다....뭐라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너무나도 갈 길이 먼.
아무튼 제 남편은 극심한 마마보이인데 또한 제 눈치도 은근히 많이 보는 면도 있지요.

그 날 전화 통화 이후로 (지극히 별 거 아닌 평범한)
제 남편이 새들을 못살게 달달 들볶아요.
팔딱팔딱 뛰는 걸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나.
어찌보면 나 미워서 그러나 싶기도 하고...
알고보니 고딩때 키우던 새들도 들들 들볶다가 결국 죽였다지요.
옆에서 보기에 새들이 너무나도 딱할 정도여서.........
안이쁘지만요 생명이잖아요.
가슴이 아릴 정도예요.
저나 애들이 말리거든요.
그래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어느 정도 한 후에 말리면 말을 좀 듣고 자제하더군요.
그런데 갈수록 심해져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그래서 전 요즘 너무 우울합니다.
제 앞에서는 많이 순해진 것 처럼 보이지만. (예전에 저희 엄청 육탄전했었지요
제가 한 발 양보하고 건드리지 않으니 요즘 조용해졌구요. 제가 많이 참습니다. 저도 단점 많고 우리 부부가 코드가 안맞아요)
남편의 잔인한 성질은  영원히 남편 속에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언젠간 결국 또 나올 것이고
저렇게 자그마한 생명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을 믿고 평생 살아야 하나 싶게 정나미가 뚝 떨어져서
며칠 계속 같이 살고 싶지가 않습니다.
경제적 능력만 되면 저런 짐승 같고 나이 40 중반에 이르러서 자기 자신을 조절도 못하는 것 !!!하고는 살고 싶지가 않아요. 불혹의 나이잖아요. 배울만큼 배웠고.
정신병자 같아요
애들도 아빠 싫답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만해도
정말 이쁘면서도 미우면서도 한 편  안스러운 남편이었는데....미운정 고운정이 든...
이런 심정을 얘기하라고요???
밴댕이 소갈딱지라서 엄청 삐지고 몇 년 갑니다.
결국엔 복수랍시고 웃기지도 않습니다..........사람이 좀 어려요.
제가 혼자 알아서 제 감정 추스러야죠.

아무튼 이 새들한테 어찌 조처를 해야겠는데
낮에 새 죽었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서 누구를 줄지...줄만한 사람도 없어요.
고민 중입니다.
이렇게 글로라도 풀어 놓으니 좀 낫네요......
길고도 울적한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추가)저어기 아래에 '부부'님이 쓰신 '애인있습니다.' 글........의 남편과 제 남편과 많이 비슷해요.
       단지 제가 능력 없고 또 애인도 없다는 점만 다르네요....ㅠㅠ








IP : 211.244.xxx.11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문외한
    '06.7.1 11:38 PM (67.85.xxx.9)

    남편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있는 모양이지요...
    그런 분 정신병자 맞습니다.
    대상이 새인 것이, 님과 애들이 아닌것이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새를 없애면 다시 사든지 다른 대상을 찾겠지요.
    읽으면서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 2. ...
    '06.7.1 11:50 PM (219.255.xxx.112)

    정말, 남편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있는 것 같네요.
    제 친구가 며칠 전 이혼을 했는데, 아이가 고3, 고1인데
    큰애가 아빠한테 무척 혼나고 자랐어요. 아이들 한테 관심도 없으면서 편애는 엄청해요.
    또 부부가 칼들고 서로 죽인다며 싸우고 하는 것을 반복하다가 이혼했는데
    큰애가 열대어를 키우는데 저는 잘모르지만 아주 잔인한 놈들만 키운다고 친구가 그러네요/
    나중에 크면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 지 참 걱정이되요.
    남편분도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대상이 새인 것이 다행이란 윗분의 말씀에 100% 공감하구요.
    님이 힘드시겠지만, 도와줘야 될 것같은 마음이듭니다.

  • 3. 어휴
    '06.7.2 12:20 AM (211.244.xxx.117)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밉기만 했는데 눈물이 납니다.
    상처를 들여다보기가 두렵기도 하고요.

  • 4. .....
    '06.7.2 12:24 AM (125.133.xxx.139)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신듯합니다. 남편분 마음속의 상처가 깊어 그냥 두면 점점 더 커져갈테고
    더 이상 손쓸 수 없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주변에 비슷한 케이스가 있어서 더욱더 안타깝습니다.

  • 5. 어릴때..
    '06.7.2 12:25 AM (61.83.xxx.82)

    상처 받은게 성인이 되어서는 무척 공격적으로 변하는거 같아요
    우리 남편도 원글님 남편처럼 어렸을때 마음에 상처가 많았던지
    가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으로 저까지 이성을 잃게 만듭니다.
    결혼전에는 어쩜 그리 감쪽같이 다정다감한 사람처럼 행동했는지..
    이미 아이 낳고 살면서 어쩔수 없어 제가 참고 지내지만
    제가 남편을 겪어보니 그런 사람이 속까지 바뀌기는 힘들다고 생각되요.
    원글님.. 힘내세요. 동병상련이 느껴집니다.

  • 6. 조심스럽게
    '06.7.2 12:52 AM (222.121.xxx.184)

    조심스럽게 치료를 권합니다. 제 친구도 심한 우울증으로 6개월간 치료 받았습니다.(요즘엔 치료 받는 사람이 엄청 많나보더군요.)
    치료가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주지는 못해도 많은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 편해지는 것 같고요. 기분 나쁘실까봐 조심스럽습니다.

  • 7. 상처
    '06.7.2 1:10 AM (211.176.xxx.97)

    저도 읽으면서 가슴이 아프네요.
    새는 샀던 가게에 다시 들고 가보시면요.
    남편 마음의 치료가 우선일 것 같습니다.
    어떤 분노감, 불안감...
    원글님 말씀처럼 들여다보기가 겁나기도 하시겠으나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먼저 용기를 내세요.
    아이들 마음에 아빠가 싫다는 감정이 드는 거... 그거 자체가 상처니까요.
    최면 요법인가...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의 이미지를 마음 속에서
    덮어버리게 하는 방법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과거의 부모님의 기억을 상자 안에 넣어서 잠가 버리는 거죠.
    딸깍.
    문제는 남편으로 하여금 병원에 가서 상담받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어려운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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