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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스위스 월드컵의 한국팀(펌)

감동이야 조회수 : 435
작성일 : 2006-06-17 16:22:11
2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한 이십 만원 정도 되는 돈이다.
200달러. 어떤 이에게는 많은 돈일 수 있고 다른 이에게는 껌 값일 수도 있는 액수다.
하지만
'이보게. 친구. 여기 200달러가 있다네. 자네 이 돈 만 가지고 해외 여행 어떻게 안 되겠 니? '하면
정말 진짜 짜증 지대로 나는 아주 구질 구질한 액수에 불과할 것이다. 200달러는................

허나 먼 옛 날 22명의 사나이들이 단 돈 200달러를 들고 해외로 나갔던 적이 있었다. 열렬한 환송식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200달러 가방에 잘 넣고서 스물 두 명의 사나이들은 씩씩하게 떠났다.
장장 3일에 걸쳐 그들이 도착 한 곳은 스위스. 그들이 스위스에서 한 일은 축구 2 경기. 그들은 축구 2 게임을 뛰기 위해 서울역에서 부산까지 기차로 이동, 다시 배를 타고 일본에 도착.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로 갔다. 그것도 1진 13명만 먼저 출발했고, 나머지 9명은 태국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하는 악 조건의 연속이었다.


2006년 오늘. 빠르지만 가끔 짜증도 나는 불란서산 KTX를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40분이 걸리고,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일본 후쿠오카까지는 쾌속선을 이용하면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스위스 가는 비행기를 타면.........
그러나 요즘 같은 스피드 시대에 이런 방법으로 스위스 가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스위스 취리히까지 비행기를 타면 8770km의 거리를 11시간 30분만에 갈 수 있다. 물론 긴 여행이다. 하지만 삼일이나 걸려서 갈만한 거리는 아니다. 더욱이 축구 두 게임 뛰려고 단 돈 200달러 들고 이 먼길을 갈 만한 바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 까지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우리는 6·25사변이라고 하고, 국제적으로는 한국전쟁(韓國戰爭, Korean War) 이라고 한다. 누가 잘 했는지 누가 잘 못했는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이 전쟁 때문에 우리나라는 휴전중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후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이 비극적인 전쟁 때문에
인명 피해 : 약 450만 명
군인 전사자 : 한국군 22만 7,748명, 미군이 3만 3,629명, 기타 UN군이 3,194명
중국인민지원군과 북한군의 정확한 전사자수는 아직까지 미확인.
한국의 경제적 손실 : 43%의 산업시설과 33%의 주택이 완전 파괴됨.
말 그대로 우리나라는 아주 아작이 났던 그런 슬픈 시즌이었다.


1954년.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간 사나이들은 일본과의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다음과 같은 성과를 올리게 된다.
(1차전)
1954년 3월 7일 도쿄. 날씨 맑음. 0대1로 뒤지다 5대1로 대 역전승 거 둠. 대한민국 만세!
(2차전)
1954년 3월 14일 역시 도쿄. 날씨는 진눈깨비 흩날리는 악천후. 경기 결과는 2대 2 무승부
(결과)
1승 1무라는 성적으로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과. 대한민국 만만세!
그리하여 역전의 용사들, 꿈에 그리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진출! 모든 국민들 열렬하게 신이 남.


1954년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축! 독도 우표 발간', '경축! 공중 전화기 탄생'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무장한 독도의용수비대, 독도에 출몰한 일본 함정 칼빈 총을 들고 온 몸으로 막아내다.' 뭐 대충 이정도. 하지만 당시를 살아보지 않았다 해서 당시의 시대 상황을 애써 모른 척 한다는 것은 매우 불효자적인 자세일 것이다. 하여 우리는 많이 배워지게 된 것이다. 무진장 열심히 배우려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알게 된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황폐해진 조국에서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 그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배고픔이라는 공포와 싸워가면서 어떻게든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고통을 인내하며 노력이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그런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랬다. 그런 시즌이었다. 그런 시즌이었기에 1954년 스물 두 명의 사나이들은 용사였다. 비록 헝가리에게 빵 대 구, 터키에게 0 대 7 로 졌지만 그들은 결코 진 것이 아니었다. 가진 것이 너무 없어 그 먼 나라, 말도 통하지 않는 스위스에서 커피 한 잔 사 먹지도 못 한 그들이었지만, 의욕만 앞서 우왕좌왕 하던 그들을 헝가리의 구스타프 감독이 '오 꼬레아팀! 용기만은 사자 같았습니다.' 하고 비웃었지만 그들은 자랑스러운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아닌 바로 우리였다.
우리는 축구 실력 너무 형편없는 팀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축구팀이었고, 우리는 정말 너무 너무 가난한 민족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반만년 역사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었다.


2006년. 스위스의 옆 동네 독일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축구중이다. 적어도 세 경기는 뛸 수 있고 잘하면 일 곱 경기도 뛸 수 있다. 그래도 열 경기는 아니니 많은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열 경기도 하지 않는 축구를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간 것인가. 돈으로도 모자라 얼마나 많은 응원단이 간 것이란 말인가. 물론 돈을 많이 가지고 간 것을, 응원단이 많이 따라 간 것을 나무라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다. 사실 돈이 얼마가 들면 어떤가. 전 국민이 응원단으로 따라나서면 뭐 어떤가. 불과 52년 전에 우리는 단 돈 200달러 만 가지고 응원단 한 명 없이 단장 1명, 감독 1명, 선수 20명만 공 차러 갔었다. 상상이 되는가? 이렇게 많은 인원과 예산과 서포터를 갔게 되기까지 불과 52년이 걸린 것이다. 이 52년을 위해 우리보다 앞 서 걷고 계신 수많은 선배님들 정말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신 것이란 말인가.
한국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 감독은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자칫하면 구 대 빵, 칠 대 빵으로 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불과 52년 만에 우리는 '사자처럼 용기만은 가상한' 그런 민족이 아닌, 방심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는 그런 민족으로 다시 세상 앞에 나선 것이다. 그러니 우리 태극전사, 붉은 악마 자랑스럽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인 것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역전의 용사들은 다음과 같다.
코치-김용식
GK-홍덕영, 함흥철
FB-박규정, 이종갑, 박재승
HB-주영광, 이상의, 김지성, 강창기, 민병대, 한창화
FW-이수남, 박일갑, 정남식, 최정민, 성낙운, 정국진, 최영근, 이기주, 우상권
이 자랑스러운 명단에서 생존 해 계신 분들은 '박재승(83), 이종갑(82), 강창기(79)' 단 세 분 뿐이다. 세월의 무상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세 분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건강 하시다면 스위스 옆 동네 독일에서 한창 볼 차고 있는 우리 대표팀 경기를 꼭 보고 계실 것이다. 이 세분은 우리가 이기던 지던 열심히 공 차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보면서 하염없이 울고 계실지도 모른다.
너무 가난했던 지난 날. 경기 하루 전 날에야 천신만고 끝에 도착했던 그 먼 땅에서 아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그 곳에서 겨우 두 경기만 하고 서둘러 귀국해야 했던 아픈 시간들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사실 이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없었을 것이고 대한민국이 없었을 것이고 붉은 악마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적어도 2 경기는 남아 있다. 잘하면 세 경기 더 잘하면 네 경기 더 잘하면 정말 온 세상을 기절시킬 수 있을 만큼 선전할 수 있다. 나는 정말 잘 했으면 좋겠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나였으면 좋겠다. 한 목소리였으면 좋겠다. 거대한 해일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빈티나게 단 돈 200달러만 가방에 고이 모셔져 있는 축구팀이 아니다. 우리는 막강한 붉은 악마다. 우리는 大韓民國인 것이다.
COREA! FIGHTING! 대한민국은 하나다!


1954년 우리는 겨우 두 번 졌을 뿐이다. 2006년 오늘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다.
IP : 221.138.xxx.8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눈물나요...
    '06.6.17 9:03 PM (58.79.xxx.54)

    그리고 자랑스러워요... 어느분인지 글도 참 멋지네요.

  • 2. 저도
    '06.6.18 11:30 PM (194.80.xxx.8)

    읽다 보니 눈물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강하고 멋진 민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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