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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시장에서 살아남기

사랑니 조회수 : 1,767
작성일 : 2006-01-27 01:40:45
나는 공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이자 사교육의 시장에 두 아이를 의존해야 하는 학부형이다. 애초에 우리가 예전에 그렇게 컷듯 나의 아들과 딸도 내버려두어도 상관없으리라 생각했다.
  
첫째 아이도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엄마가 무성의하게 방치했기 때문에 학교입학하고 나서 몇 년이 지나서야 아이가 많이 뒤쳐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년 겨울방학 때 보충수업 기간을 제외하고는 집에 종일 있었다.  그때 두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첫째의 수학 상태를 짚어보니, 가관이었다. 우선 계산력이 심각한 부족 상태였다. 기초 개념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태였다.   결국 수학교과서부터 다시 시작해서 짚어주었다. 물론 내가 수학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아이의 상태보다 수준을 더 낮추어 수학공부를 시작하도록 하여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풀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차츰 차츰 높여 나갔다. 수학은 그런 방식으로 초등학교 4학년을 보냈다.
  
나는 이번 겨울방학도 연수 신청을 하지 않았다. 사실 출세를 할려면 해야 하지만 요 몇 년 간은 아이를 위해서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컴퓨터쪽은 연수를 받지 않아도 자신이 있다. 리눅스도 독학해서 서버를 돌리고 있다. 따라서 2주간의 보충수업과 강의 몇 군데 나가고 나면 홀가분한 상태였다. 올 겨울방학때부터 한자공부를 시키기로 마음 먹었었다. 아주 쉬운 상형문자부터 시작하여 하루에 8글자씩 쓰는 순서와 뜻음을 써주었다. 공책 한 면을 다 채우면 엄마앞에서 시험을 친다. 처음엔 너무한다고 이런 것을 어떻게 하냐고 하던 첫째가 요즘은 가끔 탄복을 한다. "엄마 TV에 오늘 배웠던 國家가 나오고 있어." "엄마 책을 읽다가 보니 漁父之利가 나왔어."
  
그리고는 나한테 항의를 한다. 엄마는 왜 자기한테 한자를 그렇게 늦게 가르쳤냐고. 다른 친구들은 이제 5학년 올라가는 상황이면 한자 4급 정도는 도달해 있다고 그런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그럼 그동안 네가 못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에 50자씩 할까?"
  
게다가 영어공부까지 가세했다. 솔직히 영어학원을 잘 믿지 못하겠다. 사설 영어학원의 강사들이 훌륭할 수도 있겠지만 검증받지 않은 비전공 교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원에 오고가는 통학버스속에서의 시간낭비, 학원에서도 여러명이 한꺼번에 앉아서 샤워식으로 일괄 뿌려지는 영어 말이 얼마나 효과있을지?  그래서 방문교육은 작년에 주욱 받다가 몇달전에 아예 내가 영어공부를 같이 할려고 읽기 교재를 샀다. 런투리드로 한 파트씩 영어단어를 미리 외우고, 테이프를 듣고 따라하고 녹음하기까지 한다.  이왕이면 동네 친구들까지 불러서 몇 번 같이 영어공부를 경쟁시키면서 해주었더니, 분위기까지 활발해진다.
  
여기에다 남편이 역사논술수업을 시도하였다.  첫째아이와 그 친구들, 남편친구의 아들까지 합쳐서 역사논술수업하러 일주일에 한번씩 우리집에 온다. 다들 너무 재밌다고 난리가 났다. 어떤 엄마는 찾아와서 자기 아이가 와서 역사논술이 너무 재밌다고 자랑하는데, 돈을 드려야 하냐고 한다. 물론 공짜라고 했다. 역사논술이 끝나면 남편의 친구분이 일어를 가르쳐 주신다.
  
옆에서 일어수업을 들으면서 너무 놀랐다. 초등 남자애들을 데리고 단순반복적인 언어 공부를 이끌기가 쉽지 않을텐데, 한 1시간 반만에 히라가나의 70프로가 거의 암기되었다. 장난기많은 아이들이 딴 짓도 하지 않고 집중하도록 만드는 남편친구분의 능력이 대단했다. 역시 전문가의 능력은 놀라웠다.^^ 또 난리가 났다. 일본어가 너무 재밌다고. 이렇게 품앗이 과외가 일주일에 한번 진행이 된다. 물론 첫째의 동네 친구들은 어부지리를 얻게 되었지만^^
  
그리고 첫째에게 매일 수학문제집을 스스로 풀게 한다. 또한 독서도 한 몫한다.  첫째가 도대체 누굴 닮아 그런지는 몰라도 역사를 너무 좋아한다. 맹꽁이서당 역사만화 10권짜리를 사주었는데, 하루만에 7권을 읽었다. 하긴 이이화의 한국사이야기를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아마 권당 10번씩은 읽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신경쓴지 1년 지났고, 학교 등수는 여전히 중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계속 성적이 오르고 있다.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는 시간에 집에서 풍부한 독서를 하게 하고, 굳이 돈내고 운동하지 않고, 여유 시간에 아파트  친구들과 축구 농구를 하면서 운동하고, 엄마와 함께 한자, 영어 공부, 수학도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백프로 옳다는 확신은 없지만, 그냥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자발성이 뒷받침 되는 공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만 항상 문제는 엄마의 게으름이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다시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IP : 58.102.xxx.9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으으으..
    '06.1.27 1:45 AM (61.85.xxx.29)

    돈도 없고, 아는것도 없는
    나 같은 평범한 소시민은 어찌해야 할런지......
    뭔가 답이 있을것 같아 들어왔더니 더 답답하네요...

    그나저나 한시간 반만에 히라가나의 70%가 암기되다니 대단하긴 대단하군요.

  • 2. .....
    '06.1.27 2:20 AM (211.204.xxx.144)

    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중하교때까지 쭈욱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다가~~~
    졸업이 다가오는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폭넓은 공부가 무지하게 중요한건 다들 아는건데 그게 꼭 점수와 정비례하진 않는것 같더군요.

  • 3. 부럽다
    '06.1.27 2:24 AM (24.5.xxx.164)

    저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말자 하고 되도록 집에서 부족하지만 제가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다른 또래의 아이들보다는 차분한 것 같습니다. 성적은 중상위 정도이고요.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엄마인 제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좋을텐데....

  • 4. 좋은글...
    '06.1.27 9:08 AM (59.27.xxx.55)

    넘..맘에 와 닿아서....
    복사해 두고 읽으려구요..
    제 게으름을 반성해 봅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5. 공감
    '06.1.27 11:26 AM (221.139.xxx.48)

    저도 영어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그동안 제 딸을 거의 방치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혼자서 영어 테이프를 따라하고 있더라구요. 다른 얘들은 학원이라 학습지라 영어를 많이 하는데 혼자 아무 것도 모르니 자극 받았나봐요. 그래서 저도 그 교재를 봤는데 마침 교재도 쉽고 좋아서 저녁에 자기 전에 누워서 낮동안 딸이 혼자서 테이프 듣고 공부한 내용을 서로 대화하며 발음도 교정하고 그렇게 30분 정도하고 잡니다. 그랬더니 딸래미가 엄마와 하는 영어가 너무 재밌다고 하네요. 물론 피곤한 날은 그냥 쓰러져자는 날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자기 전 30분은 딸 영어 공부를 위해 지키려고 합니다. 한 달 정도됬지만 저도 이 글을 읽고 용기 얻어 계속 할게요. 엄마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는 광고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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