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행복해 보인다.. 라는 말을 들었어요.

toto 조회수 : 1,971
작성일 : 2006-01-24 16:11:06
작년 4월에 결혼하고 5월말에 아가가 생겼어요. ^^

시험공부하던 게 있었는데 아이 생기니 시댁에서는 안 해도 좋다, 아가 이쁘게 키웠음 한다 하시더라구요.
공부를 2년 반 했더니 지치기도 하고.. 쉬고 싶은 맘도 생기고.
또 우리 아가 제 손으로 이쁘게 키우고 싶고.

친정 부모님이야 지금껏 해온 게 아까워서 어떻게든 더 했음 하시는 거 같은데..
죄송스럽지요.


그래도 신랑하고 안 싸우고 잘 살고 아가도 금방 생기고..

친정 부모님도 그런 점은 참 다행스러워 하세요.


신랑이 나이가 좀 어리거든요. 그래서 첨엔 아빠가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4살 연하라.. 제 막내 동생하고 동갑이네요. 항상 집에서 봐오는 막내랑 같은 나이다 생각하니
저 어린 것이 어찌 가정을 이끌어 갈까, 그리고 나중에 나이들면 여자가 더 빨리 늙는데 남자는 젊다고 바람피면 어쩔 것이냐.. 내 딸은 여기저기 재고 골라서 최소한 의사 사위한테 시집보낼 생각이었다...  
(솔직히.. 저도 이 부분에서는 -_- 말이 안 된다구 봐요. ㅋ 별로 잘난 것도 없는데 아빠 눈에는 우리 딸이 세상 최고랍니다... )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하시는데 저, 제 신랑이 우는 거 첨 봤어요.
인사드리고 고속버스 타려고 터미널에서 앉아 있는데 자기가 이렇게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거 첨이라고.. 그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고 자기가 선택한 전공 한 번도 후회한 적없이 살았는데
이번만은 치대나 의대 안 간게 후회 된다고..
(공부 정말 열심히 한 사람이거든요. 대학 수석 졸업하고 학생회장하고 4년 내내 장학금으로 학교 다니면서 두 세 개 과외하고.. 발바닥이 부르트게 걸어다니는 거 옆에서 지켜봤는데..)


저는 그 사람의 신앙, 성실성, 꾸준함, 노력, 착한 마음.. 이런 것때문에 선택했는데
막상 부모님 마음에서는 그 사람의 조건이 먼저 보이나 봐요.


나이도 어리고, 군대도 안 갔고(바로 대학원 갔어요.), 아들 둘에 장남. 시댁은 회사 다니시다 퇴직하신 아버님. 그냥 빌라 한 채 갖고 계신 정도에요.

돈은 문제가 안 된다 하면서도 막상 결혼해 살아보니 돈이 아쉽긴 하데요.


돈 있었음 20년된 단층 아파트 전세 아닌 새 집으로 사서 들어갈 수 있겠고
백화점 매대에서 살까 말까 망설이지 않고 본 매장에서 척척 고를 수도 있겠고..

출산 용품 싸게 산다고 눈 빨갛게 벼룩시장 안 들여다 봐도 되겠고..
2천원 짜리 떡 한 팩 사먹을까 말까 망설이지 않아도 되겠고..

하지만 어제 아침...

신랑 도시락 싸놓고 자는 사람 깨우려 들어왔을 때, 잠결이면서도 내 손잡아 옆에 누이고
꼬옥 안아주는 신랑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 구나

이 사람에게 내 마음을 다 주어도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데요.

대학원 졸업하고 병역 특례로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벤처지만 월급도 많이 주고 사람들도 괜찮고.. 일 잘 한다고 인정도 받고요.

병특 끝나면 더 좋은 데로 옮겨서 나랑 토꾸(뱃속 아가에요 ^^)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전철에서 항상 영어 공부하고 있어요.

퇴근하면 한 번도 다른 데 놀러 안 가고 집에 뛰어오고.. 주말에도 내 옆에 있는 게 제일 편하고 쉼이 된다고 하는 사람.

그쵸.. 저 행복한 거죠. 사랑받는 거죠. ^^

후배 한 명이 어제 메신저로 그러데요.

참 행복해 보인다구.

아고~ 다들 행복하지 뭐 !  그랬더니

아니라고.. 말 안 해도 정말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얘기해 줘서 참 고마웠어요.

그렇구나.

내가 사랑받고 행복하니 말 안 해도 그렇게 보이나 보다.
그만큼 우리 신랑 더 많이 사랑해 줘야 겠구나.. 이런 맘이 들어서 글 남깁니다.

설날 선물 뭐 할까? 했을 때 시부모님보다 친정 부모님 선물부터 챙겨주는 신랑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현금으로 드리면 그거 두 배로 다시 주신다고, 두 분 따뜻하고 예쁜 옷 사라고, 좋은 거, 제일 비싼 거 사라고 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반대했다고 마음에 앙금 생길 수도 있는데.. 두 분이 너무 잘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다 합니다.

아무래도.. 업고 다녀야 될 것 같습니다. ^^

모두들.. 설 잘 보내시고 가정에 행복 가득하시길 빕니다..
IP : 203.90.xxx.16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1.24 4:13 PM (58.142.xxx.160)

    정말 행복해보이십니다. 남편분 참 멋지세요.
    남편분의 가치를 아시는 원글님도 멋진 분이시구요^^
    앞으로 오래오래 행복하시구요, 또 더불어 물질적 풍요도 함께 하시길 빕니다~

  • 2. 행복해 보이셔서
    '06.1.24 4:15 PM (222.108.xxx.56)

    보기가 좋아요. 제 마음까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 행복 언제까지나 꼬옥 간직하시길 바래요.
    새해 복 밚이 받으세요!

  • 3. toto
    '06.1.24 4:17 PM (203.90.xxx.162)

    감사해요~ 새해 좋은 덕담 해주셔서 힘이 납니다.
    열심히 살께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4. 부러워요
    '06.1.24 4:18 PM (58.225.xxx.197)

    정말 행복해보이시네요..부럽당..
    예쁘게 오랫동안 행복하셔용..

  • 5. 행복이란
    '06.1.24 4:23 PM (125.181.xxx.221)

    정말 행복하시네요..
    그거 행복한거 맞습니다...
    남편분이..정말 좋으신 분이네요...
    친정부모님의 말 한마디에..마음에 앙심을 품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남편분의 그 말씀에 왜 제 가슴이 뭉클해지죠??
    오래 오래 행복하세요...
    그리고 건강하고 이쁜아가 낳으세요

  • 6. 행복
    '06.1.24 4:36 PM (192.193.xxx.41)

    그 마음 고이 간직하세요.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편이 월급 넉넉히 갖다줘도 아기 키우는 엄마라면
    내 입에 들어갈 떡 천원짜리라도 망설여지는거 보통일거구요,
    차라리 아이들 옷은 정상 매장에서 사줄지언정 내 옷은 매대에서 기웃거리는게
    보통 주부 아닌가요? 물론 때론 억울하고 나 왜왜 이렇게 사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돈 열심히 절약하고 모아서 나이 들었을 때 더 소중하게 쓰는게 현명할 것 같아요.
    힘내세요!!!

  • 7. 나쁜사람
    '06.1.24 4:46 PM (61.249.xxx.154)

    저는 나쁜사람이네요..
    toto님의 비슷한 조건에서 전 사랑보다 능력있는 사람을 택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불행합니다..
    결혼생활에 돈이 중요하다 하지만 평생 함께 살아가야하는 것이 결혼이란것인데..
    암쪼록 toto님 글읽고 한쪽 가슴이 많이 아려옵니다..
    부디 지금처럼 오래오래 감사하며 살아가세요..

  • 8. toto
    '06.1.24 4:58 PM (203.90.xxx.162)

    나쁜 사람..님.. 글 읽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하지만 선택하신 분과 열심히, 행복하게 사셨으면, 잘 지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 분에게도 충분히 사랑과 존경을 받을 만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우리 인생을 절반도 안 살았으니,, 남은 부분은 더 재밌게 더 알차게 만들도록 노력해요.

    새해에는 더 좋은 일 많이 생기셨으면 합니다..

  • 9. 저까지
    '06.1.24 7:20 PM (61.73.xxx.158)

    행복해져요.
    그래서 아까전에 한번 읽었는데 또 다시 읽었네요
    아직 미혼이지만.
    저도 toto님같이 사랑 넘치고 행복 가득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게
    바램이에요
    님 복일꺼에요
    앞으로도 쭉 행복하시길 바래요^^*

  • 10. .
    '06.1.24 8:26 PM (218.153.xxx.133)

    읽는 이마다 toto님 행복을 나누어 받아서인지
    읽는 동안 저두 많이 행복해졌어요.

    행복한 toto님에게서 자라나고 있는 아가도
    정말 행복하겠어요.

    행복이 번져나는 글
    고맙습니다.

  • 11. 정말
    '06.1.24 11:18 PM (211.204.xxx.223)

    이제 아가까지 태어나면 지금 행복하신 거 두배, 세배로 행복하실 거에요..

    글을 읽는동안 저까지 마음이 따뜻해져 오네요... 더 많이 행복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1870 암앤해머 치약 써 보셨나요? 15 아푸다ㅠㅠ 2006/01/24 2,938
301869 구립어린이집 정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3 어린이집 2006/01/24 366
301868 24시간 영업하는 미용실이 있나요? 3 폭탄머리 2006/01/24 438
301867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 4 걱정 2006/01/24 1,096
301866 양도세 계산 정확하게 해주는 사이트 알고 계세요? 2 부동산 2006/01/24 273
301865 MMF 수익률? 9 재테크 2006/01/24 897
301864 전화받으셨나요? 1 지지리궁상아.. 2006/01/24 1,363
301863 나를 살게 하는 것 1 좋아서 2006/01/24 842
301862 치과 선생님 또는 이에 대해 잘 아시는분 께 여쭐게요. 4 올세라믹 2006/01/24 650
301861 드럼세탁기 청소 A/S되나요? 1 세탁기.. 2006/01/24 265
301860 포장이사 할 때 저는 어디까지 해야하나요 7 포장이사 2006/01/24 741
301859 사라스가든 파는 온라인 쇼핑몰 아시는 분 계신가요?? 3 사회초년생 2006/01/24 808
301858 적금... 5 유진맘 2006/01/24 921
301857 42년생(65세)어머니 보험가입할수 있나요? 3 어른보험 2006/01/24 540
301856 외국계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 도움 좀 주세요~ 8 JVC 2006/01/24 853
301855 설전날 시부모님과... 5 왕의 남자 2006/01/24 1,237
301854 대출금액? 3 ? 2006/01/24 626
301853 자취생인 제 식단좀 봐주세요. 17 2006/01/24 1,306
301852 행복해 보인다.. 라는 말을 들었어요. 11 toto 2006/01/24 1,971
301851 이혼하고 싶을때 어떻게 참으시나요? 16 궁금이 2006/01/24 6,062
301850 아까아주버님병원비글 올렸었는데요.. 4 .. 2006/01/24 884
301849 푸하하 29 소금부인 2006/01/24 2,245
301848 컴퓨터로 문자확인 가능할까요? 8 액정 2006/01/24 724
301847 어찌 하오리까? 6 답답한 어머.. 2006/01/24 1,140
301846 공주키우는 맘님들 이쁜머리 해주는방법좀 알려주세요~ 3 공주맘 2006/01/24 674
301845 이거 조울증인가요?ㅠㅠ 5 우울해요 2006/01/24 963
301844 삼성생명 여성시대 보험 질문드려요. 7 여성시대 2006/01/24 1,018
301843 잘 붓는 이유가 몰까요? 4 휴. 2006/01/24 621
301842 뭐 어때서~~ 8 흠.. 2006/01/24 1,378
301841 연애잘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 6 연애 2006/01/24 1,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