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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회상 조회수 : 374
작성일 : 2006-01-04 10:26:43
<>홀 로 서 기 <>

                      -서정윤 작-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옛 시절에 참으로 많이 되뇌었던 시죠...
   사춘기 시절의 그토록 큰 번민과 갈등속에서
   참으로 많이 이용(^^)했던 시중 하나...
   다시금 읽어봐도 가슴이 싸~한 느낌이 좋은것 같아 퍼 봤습니다.
   모든님들...  오늘도 행복하소서...
IP : 61.76.xxx.9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1.4 11:45 AM (61.32.xxx.37)

    시를 왜읽나 하며 살아왔는데,
    나이가 드니 시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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