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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 첫출근해요....(내용이 길어요..)
남편은 법대생이었고 졸업이후 쭈욱 고시생이었습니다.
많은 고시생이 그렇듯 될듯될듯 아쉬운 상황을 연출하기를 반복하다 장수생 대열에 들게 되었고 최근 몇년동안은 딜레마에도 빠지고 무척 힘들어 하더라구요..
저는 교육공무원이고 시부모님은 시골에서 축산업과 장사를 겸하시며 힘은 들지만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계세요.... 결혼한 시누이를 제외하면 외아들이라 그동안 뒷바라지를 시부모님께서 해주셨어요.. 전 아이들과 살림만 책임지는 식이었구요... 시부모님이 평생을 몸이 부서저라 일하시며 자수성가 하셨기때문에 그분들의 남편에 대한 기대를 생각하면 10년 가까이 공부하는 남편에게 쉽게 공부를 그만 접으라는 말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었죠...
남편은 거의 바른생활 사나이의 수준을 가진 착하고 순한 성품이나 오랜 수험생활끝에 잘못된 습관에 빠지기도 하며 제 속도 많이 썩혔어요..또 저희집에서 차로 1시간거리에 있는 시댁은 일년내내 일감이 끊이지 않고 너무 많은 일을 하시는 부모님이 계셔 일주일에 한번씩 다니러 갈때마다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뵈면 항상 마음이 무거웠어요...부모님은 자식이 석사까지 마치고 시골에서 식당하고 축산업하는것을 원치 않으시나 남편은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와왔기때문에 일에는 도가 텄고 이제는 힘에 부쳐하시는 부모님에게 더이상 기약없는 부담을 드릴수 없고 팔 걷어 부치고 집안일을 도우며 월급을 받아서 나중에 자기사업할 수 있는 밑천을 모으겠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앞으로 전망의논하느라 방금 남편이랑 맥주한잔 했구요...
남편과 쭉 얘기하다 보니 결론이 보이네요... 어차피 지금 공부를 접어도 직장구하기도 어렵고 웬만한 직장 잡아도 부모님 밑에서 월급받는것보다 더 벌기 힘들고 그렇다고 부모님 일손 덜어드리는 정도도 아니니 그냥 집안일을 돕겠다고 합니다. 이미 자기는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낼수 있는 아이디어가 너무나 많이 있고 지금 부모님이 하시는것보다 더 잘 하실수 있게 도와드릴수 있을것 같다구요... 제가봐도 그점은 인정합니다. 수험생활중에도 거의 주말에는 집안일에 투신했었기 때문에 집안일 돌아가는 상황도 매우 잘 처리하고 있구요....
문제는 저에요... 전 한번도 남편이 저희집에서 시골로 출퇴근 하면서 식당일과 축산, 정육 일등을 관여하면서 아침일찍 시골로 가서 거의 매일밤 10시 30분정도에 퇴근하는 삶을 생각해본적이 없거든요... 꼭 사시를 통해 성공하지 않도라도 9급 공무원이나 기타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꿈꾸며 가족과 알콩달콩 사는게 꿈이었어요.. 남편 퇴근후 같이 마트도 가고 아이들과 공원 산책도 하는 그런 일상적인 행복 말이에요... 남편말처럼 그나마 이나이에 부빌 언덕이라도 있는게 어디냐는 생각도 맞지만 가족과 그만큼 함께 보낼시간이 줄어드는 자영업의 길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고민이 되는것도 사실이네요...
일주일데 두번은 새벽에 돼지들을 싣고 도축장에 가야하기 때문에 시댁에서 자야할것 같고 나머지 5일은 꼭 집으로 출퇴근 하겠다고 합니다. 일요일엔 저도 아이들 데리고 지금처럼 시댁에 갈거구요...
요즘 공무원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사원이 퇴근시간이 늦어지고 기타 잡무와 접대때문에 늦은 귀가가 많다며 게다가 판사나 변호사직에 있는 동기들도 11시 12시 넘기기가 일수며 모 부부판사는 애 갖는것도 늦추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질수 있다고 마구마구 자신하네요.... 월급도 저보다 적으면 자존심이 안설것 같아 부모님께서 저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주신다고 했다구요... 지금은 부모님 그늘 밑에서 힘든일 덜어드리며 열심히 월급받고 일하고 애들이 중학교 갈 무렵쯤 밑천삼아 자신의 일을 찾으면 제가 그리 소원하던 가족과의 시간을 좀더 할애할 수 있을것이라면서 안심시키네요...
여러분이 저라면 어떨것 같으신가요.... 전 그냥 조금 벌어도 좋으니까 일찍 퇴근해서 저랑 아이들이랑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어요... 남편말대로 제가 공무원이라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걸까요...
남편은 10년 가까이 준비한 고시를 접으면서도 생각보다는 덤덤해 하네요... 자기만 자존심 버리면 다 잘될일들만 남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부모님 일손 덜어드리면서 돈만 열심히 벌겠대요. 전 아무리 돈을 많이번다해도 자기시간 거의 낼수 없는 자영업자의 삶은 그만큼 희생적일수 밖에 없으며 멀리보면 인생을 후회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만큼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기때문에 멀리보면 손해일 수도 있다구요... 남편말이 맞나요... 제 생각이 맞을까요... 맥주상을 물리면서 하는말이 "나 내일 첫출근 해야돼, 늦으면 안돼^^" 하네요..(남편의 직장이 될 그곳을 저희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 시댁이네요.. 정육점, 가든 식당, 양돈, 농사 이렇게 직종이 4개네요..)
여러분의 조언에 힘입어 제 생각을 정리해 보고픈 밤이네요....
1. 1234
'05.8.27 2:33 AM (86.128.xxx.68)남편분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정말 생각 잘 하셨고, 본인이 더 마음 접기 힘들었을 텐데...
정말 바른 생각을 가지고, 상황 판단을 잘 하신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떤 직장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나요?
( 님처럼 교육공무원으로 출퇴근 일정한 분이면 몰라도, 대부분의 중앙부처 공무원을 비롯하여 일반 기업체에 다니는 직장인들 모두 밤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앞날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남편분께서 고시에 대해서 마음을 완전히 접으셨다면,
남편의 새로운 출발에 힘을 실어주시고, 용기를 주세요.
제가 보기엔 멋진 남편이네요. 부럽습니다. ^^
(제 남편과 제 여동생도 고시출신이고, 아이 고모와 고모부도 고시공부를 했었기때문에 가까이서 공부하는 사람들 많이 봤답니다.)
원글님도, 힘내시구요!2. 저희남편은
'05.8.27 6:44 AM (202.215.xxx.139)고시랑은 전혀관계없는데
맨날 12시 기본이고 2-3시에 들어와요
직장이 그래요
일이 많습니다.
저도 이런생활꿈꾸지 않앗엇서
맨날 ㄸㅒ려치고
선생님 시험보라고 하곤하죠
남편이 일단 결정하신거 잘돼시게 도와주시고
힘을 주세요
근데 이말은 꼭 하고 싶네요
매일 일때문에 늦는 남편....기다리기...
힘드러요...
몸도 마음도3. 힘내세요
'05.8.27 7:21 AM (160.39.xxx.181)힘드신 맘은 알겠는데요..현실은 고시를 했건 말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 법대 나왔구요, 주변에 사시 합격한 친구들 많아요. 그런데 판.검사 임용된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너무너무 바빠서 정말 집에 제대로 들어가기 힘들구요, 변호사 하는 친구들은 아주 일부만 제외하고는 로펌에 취직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개업을 한다해도 요즘 넘쳐나는 전직 판.검사들에 밀려 장사가 될리 없구요.
제 남편도 저랑 같은 고시(사시는 아니지만) 출신인데요, 모 부처에 근무하면서 매일 야근에, 주말에도 자주 나가고, 정말 님께서 생각하시는 패밀리 타임은 갖기 너무너무 힘들답니다. 한창 바쁠때는 1년간 새벽 5-6시에 들어와서 샤워만 하고 옷갈아입고 나가고 하는 생활이 계속됐구요. 그러면서도 솔직히 월급은 정말 빠듯해요...제 생각엔 남편분이 현실적이신 거 같아요. 탄탄한 기반이 있는 가업을 계속 하신다는거...잘할 자신도 있으시다면서요.
남편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세요..제가 보기엔 님이 남편분께서 고시를 통해 성공하는 환상도 좀 가지고 계신것 같고, 축산업이 좀 그러신듯 하지만...직업이 귀천이 어디있나요. 열심히 하시다보면 가족들과의 시간이 좀더 가지실 수 있을거구요.4. 남편분께
'05.8.27 8:40 AM (222.99.xxx.252)저또한 박수 짝짝짝!
이유야 어찌 됐든 나이가 먹어가면 새로운 것을 향해 떨치고 일어나기가 죽을만큼 힘들지요.
그런데, 분연히ㅋ 일어나셨다니...참 보기가 좋네요.
사실 손털려 해도 막막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나이만 먹은 고시준비생들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근데, 부모님 댁같은 든든한 배경이 있으시니 또한 가능한 일이라 한편으론 부러운 생각이 드네요.
저희 시댁 서울같지 않은 서울 사시면서, 손가락 빠시면서, 도시민이라 힘든일 못 하시겠다면서, 이십여년을 자식들만 바라보고 사시죠. 으휴...
남편분 막말로 돈 되는 일 하시려 하네요.
원글님, 한 십년만 참으시면 좋은 날 올겁니다. 화이팅!5. 저두
'05.8.27 8:56 AM (220.124.xxx.51)울 신랑 고시대열에서 작년에 빠져나왔어요..사시는 아니구요...그것보담은 쉬운거...한 몇년 하고 터니깐 속시원해 하더라구요..그리고 님처럼 아버님 밑에서 일하구요....그리고 보람있어 하고 열심히 합니다...여러모로 님하고 비슷한 거 같아서 저도 리플 남기는데요(저도 교육공무원이거든요..울 신랑도 석사출신이구요) 울 신랑 열심히 하는 모습 보면 저도 흐뭇합니다..물론 남들처럼 여유있게 주말을 즐기지 못하고 이런저런 점은 싫지만...뭐 어쩔 수 없죠..님도 미련 두지 마시고 다른 쪽으로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세요...화이팅!!!
6. 무조건
'05.8.27 9:43 AM (218.145.xxx.7)저는 찬성이에요.
남편 친한 친구가, S법대 나와서 고시 준비 계속했는데,
서른중반인 지금까지 안되더라구요. 고시는 운이라더니...
와이프가 꼬맹이들 과외해서 먹고사는데, 아이도 둘이나 되고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죠.
사실, 당사자는 그냥 공부해서 교수 되고싶어했는데, 주변의 압력으로 고시공부 했던거거든요.
지금은 공부시기도 놓치고 취직시기도 놓쳐서
이젠 공무원 시험 또 준비하고 있거든요.
보면, 너무 안스러워요.
하고싶다는것이 있다는것, 또 그것이 이미 기반이 잡혀있다면 너무 너무 좋은것 같아요.7. 남편분께
'05.8.27 10:31 AM (211.53.xxx.253)힘을 드리세요.
다른분들 말씀처럼 겉치레 보다 훨씬 더 건전하고 건실하신 사고를
가지셨는걸요.
어떤 환경에서건 본인 하기에 따라 행복지수는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널널해도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 아빠도 많습니다.8. ...
'05.8.27 10:47 AM (211.223.xxx.74)남편말대로 제가 공무원이라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걸까요-------->제 생각엔 이게 정답입니다...
9. ..
'05.8.27 12:20 PM (218.39.xxx.45)퇴근시간 열시 삼십분이면 양반이에요 정말입니다.
10. 아이둘맘
'05.8.27 12:24 PM (211.194.xxx.222)정말 많은 님들이 생각을 말씀해 주셨네요..... 감동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혹자들은 사회생활 헤쳐나가기가 전쟁터와 같이 각박하고 힘들다고보 표현하는데 자기일처럼 성취감을 느낄수 있는 일과 직업이라 생각하고 저도 열심히 살렵니다.... 애들 잘 키우면서 내조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렵니다..... 그동안 저희 부부를 아는 선후배 지인들에게 틈나는대로 연락해서 "**아빠, 공부 끝내고 취직했다~" 라고 알려줘야겠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제 친구는 서울 사는데 일년에 한번쯤 연락하는 사이지만 그때마다 제 걱정에 한숨쉬며 마구마구 야단치거든요...니남편 언제까지 공부한다니.... 하면서요^^; 이제 남편의 첫월급이 기다려지고 기대되네요.... 저희도 이제 맞벌이가 될테니 벌써 부자가 된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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