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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 조회수 : 953
작성일 : 2005-08-23 15:27:46
제법 지방 유지 축에 속했던 친정이 가세가 기울기 시작한 건 오년전입니다.

친정 아버지께서 뭐 돈을 아주 잘 버는 직업은 아니구요.
그냥 월급쟁이지만,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중소도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바닥이 작기도 하지만요.

근데, 크고 작은 보증사건, 빌려 준 돈마다 떼이고,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 오년 전쯤의 저희 친정은 되돌려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의 상황이었습니다.

써 보지도 못한 생돈 밀어넣느라 전 재산 다 날리고, 집없이 알거지로 거리에 나 앉을 판이었는데...
잘 알던 건축하는 분이 무상으로 작은 집을 하나 내 주셔서 지금 그곳에서 살고 계십니다.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집도 지금은 계속해서 비워달라는 판국이지만, 그동안 살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근데, 사람이 돈이 없어지면 염치가 없어지나 봅니다.
예전에 남의 음식 하나도 그냥 받아 드시지 않던 부모님이 돈 안 빌려준다고 친척들 비난하고, 내가 옛날에 지들한테 어떻게 해 줬는데...하나마나한 소릴 하십니다.

그리고, 유치하게 괜한 허세를 부리십니다.
제가 친정 갔다  친정 아버지 양복이 많이 낡았길래 하나 사 드릴려고, 중저가 양복점에 갔었는데, 친정 엄마께서 맘에 안 차시는지, 점원 앞에서 "옷같쟎은게 비싸기만 하네" 해 버리셔서 얼마나 무안했던지...

옛날 가닥이 남아서 그런 옷이 맘에 안 들었다기 보단, 이젠 남편 십몇만원 짜리 양복조차 맘대로 사지 못하는 신세가 한스러워서 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또, 잘된 주변 사람들 얘기만 하면, 입을 삐쭉 거리시면서 깎아내리기에 급급하시죠.
그런 모습 정말 싫습니다.

아버지께선 여전히 일을 하시지만, 칠순을 바라보는 그 연세에 제 몸값 받으시기 힘든 건 당연하죠.
그야말로 거의 입에 풀칠할 정도의 돈만 받고 다니시는 듯 보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요즘같은 시절에 그리라도 받아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저또한 전업으로 친정생각하면 파트타임 일이라도 해야겠지만, 어린 아이와 남편 얼굴때문에 암것도 못하고...끼니때마다 목에 밥이 어찌나 걸리는지...

남편에게 잘 말하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도 있지만, 시댁은 더한지라...

댁은 없는 형편에 펑펑 쓰는 스타일이셔서, 친정 도와드리기 시작하면, 시댁은 배로 가야할 겁니다.
그거 겁나서 저 친정에 암껏도 못해 드립니다. 기본적인 건 빼구요.

쓰고 보니, 이리도 제가 못나고, 무능해 보이는지...

오늘이 우리 아이 생일입니다.
제가 하지 마시라고 그렇게 말려도 친정 엄마는 꼭 무슨 때 챙기시고, 축하금을 보내십니다.
온 가족 생일뿐 아니라, 저희 결혼 기념일 등등 까지두요.

반면 시아버지는 당신 생신밖에 없으신 분이시구요.
며칠전부터 친정 엄마께서 매일같이 전화 하셔서, 아이에게,
"이제 몇일밤만 자면, 우리 귀여운 ** 생일이다. 할머니가 맛있는거 사 먹으라고 보낼테니, 꼭 엄마한테 갖고 싶은 거나 먹고 싶은 거 얘기해."
하시더니, 정작 어제부턴 전화가 없으시네요.

돈이 없으신가 봐요.
엄마 자존심에 그냥 입인사만 하기엔 낯 뜨거우셔서 차라리 전화를 안 하시나 봅니다.

저 그거 안 받고 싶구요, 받고서도 며칠간 맘이 안 편할 겁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외가댁에서 보내주신 돈으로 사주는 거라며 뭐라도 사줄 겁니다. 그래도 됩니다.

근데...왜 이리 맘이 안 좋나요?
IP : 222.99.xxx.25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망구
    '05.8.23 4:09 PM (218.159.xxx.226)

    부모님이라 그럴겁니다... 못나도 부모님... 잘나도 부모님... 시집와서 살아도 문득 내 엄마 식사는 하셨을까... 혼자 앉아서 텔레비젼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메이듯이 내 가족이라 그런거 아닐까요... 무슨 일이든 돈이 있어야 다 해결이 되는 세상이 저도 가끔은 넘 싫으네요...

  • 2. 에공...
    '05.8.23 5:09 PM (218.237.xxx.87)

    그래도 원글님 부모님께서는 따님까지 못살게 만들지는 않으셨나보네요...
    저를 비롯해서...이곳에 올라오는 글들은 보면 친정에 보증을 서줬거나, 남편 몰래 돈 만들어 주고는 맘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아버님께서 스스로 벌어서 입에 풀칠은 하신다니 감사한 상황이네요...
    왜 이리 살기가 힘든지...그래도 열심히 상다보면 좋은날이 올까요...?

  • 3. jasmine
    '05.8.23 5:38 PM (218.238.xxx.148)

    아드님 생일 축하드릴게요.
    그러게요. 윗분처럼 친정때문에 힘든 분도 많은데 힘내세요...^^

  • 4. ...
    '05.8.23 6:05 PM (211.225.xxx.143)

    가까운 분이 친정어머니 입원으로 작년에 남편이 병원이 모두 부담했는데
    또 입원을 하셨데요 아래로 남동생들인데 아직 어리고 능력도 안되다보니
    이혼한 언니한테 부담시킬수도 없고

    지금 입원한지 10일이라는데 병원비 390만원인데
    3개월은 있어야 한데요
    넘어지셔서 어르신이 척추가 손상됐다나요

    좀전에 다녀갔는데 남편에게 면목도 안서고
    '아프다..'고 하니
    남편왈 "그러니 친정일에 그만 신경써라..'하더랍니다.

    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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