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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공포증... 그리고 조인성...

J 조회수 : 2,146
작성일 : 2005-01-17 14:23:45
어제 드라마 봄날을 보면서 은섭(조인성)이 응급환자가 몰려오자 구역질하며 도망다니는 모습을 보고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  

이런 증상에 대한 병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저는 피에 대해 각별히 과민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피...는 아니고요.  어떤 상처에서 나오는 피(남의 피든 내 피든), 혹은 그 상처를 보거나(드레싱 되어있더라도) 상처와 고통을 상상하게 할만한 비명소리를 듣거나 아님 그런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거의 기절 직전의 상태가 되기도 해요. ㅠㅠ

중학생 때에 동네 병원에 빈혈검사 - 손가락 끝을 찔러서 피 몇 방울 내는 검사 - 를 위해 갔다가  어지럼증과 구역질, 얼굴이 하얘지며 식은땀이 나고 앞이 잘 안 보이는 증상을 갑자기 일으켜서 간호사도 놀라고 저는 더 놀랐던 것을 최초로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아, 더 어릴 적에 남동생이 조립 비행기를 만들다가 칼에 손을 베어 엄마와 외과로 뛰어가고 나서 저는 방바닥에 떨어진 피를 휴지로 닦다가 구역질 했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어려서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군요. ^^

암튼, 피검사를 위해 주사기를 팔에 찌른다든가 손을 베어 상처에서 피가 질금질금 나온다든가 아님 텔레비전에 어떤 수술장면이 나오거나(요즘 이런 거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가 많아서 괴로워요. 피해다니지만 어쩌다가 맞닥뜨리면...ㅠㅠ) 영화에서 살육장면이 나오거나 하면 여지없이 예의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어떨 땐 손가락에 젓가락을 들 힘조차 빠져버리죠.  헌혈은 당근 상상도 못해요.  헌혈하는 장면만 텔레비전에 나와도 얼굴을 돌리거든요.

친척이 병실이 나질 않아 종합병원 응급실에 입원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병문안을 한 일이 있었는데... 거기 있으면서 얼마나 무서웠던지.. 땅바닥만 쳐다보고 다녔답니다.  세상에서 의사나 약사같은 직업을 가진 분들이 제일 대단해 보여요.  남의 살을 찢고 꿰매고 종일 어디 다친 사람들을 들여다보고...에휴...  공부도 안했지만 시켜줘도 못했지요 전....

하일라이트 사건은...
영화관에서 일어났습니다.  97년도쯤이었을거예요.  존 트라볼타가 나오는 영화 '페이스 오프' 아시죠?  연애할 때에 그거 보러 갔다가 초반 수술장면에서 참다참다(눈은 감으면 되는데 그 빵빵한 음향은 귀를 막아도 그대로 들리더군요.  수술장면이 생생하게 연상되는 그 소리라니...) 그 자리에서 토할 것 같아 늘어지는 몸을 추스려서 겨우겨우 화장실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그대로 필름이 끊기더군요.  그 다음 기억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저...   그게 기절한거였다는 것도 잠시 생각하고 나서 알 수 있었죠.  ^^  

흐흐...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정말 그 당시에 얼마나 괴로웠던지... 20분쯤 긴의자에 누워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나셔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요.   어디 갔다왔냐고 묻는 지금의 남편에게 기절했었다고 하니 절대 안 믿더군요. --;;   (지금은 믿습니다^^)

휴... 제발 저랑 제 주위 사람들 모두 많이 다치는 일이 평생 없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가족이 그런다면 저 쇼크 일으킬 것 같아요.   평생에 그런 기절은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거든요.  

드라마 보다가...참 실감나서... 별 희한한 얘기 한번 써 봅니다.^^

그나저나... 조인성.  정말 남자 바비인형 같아요.  우째 그리 늘씬하고 귀여운지... 전에 '별을 쏘다'에 나올때부터 참 잘났다...했었는데 점점 뜨네요.   탈렌트 -특히 남자- 좋아한 적 거의 없었는데 웬 나이도 어리고 제가 좋아하던 스타일(원래는 김찬우같이 둥글둥글 소탈하게 생긴 형)도 전혀 아닌  조인성인 글케 멋져 보이는지... 역시 아줌마가 되어서 그러나 보네요.

월요일 아침부터 씰데없이 긴 수다 늘어놓고 갑니다. ^^  
IP : 211.207.xxx.233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커피와케익
    '05.1.17 2:31 PM (210.183.xxx.202)

    ㅎㅎ 저도 조인성 좋아요..의사선상님 역으론 좀 안어울리지만..
    발리에서의 연기는 게리 올드만을 방불케했다는..

    저도 원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거의 정반대인데두..좋드라구요..

    남편만나기 직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랑
    참많이 닮았거든요..전 발리..작가가 그남친을 모델로;;;;
    재민이를 그린줄 알았습니당..(물론 재벌도 아니고 그만큼 미남두 아니지만^^)
    점점 연기력이 나아지고 있어서..좋아요..

  • 2. 미스마플
    '05.1.17 2:33 PM (66.167.xxx.245)

    저희 애들아빠가 님이랑 똑같은 증세입니다.. 유전이고요.. 저희 시어머니가 같은 증세고, 시누이, 시외할머니가 똑같은 증세거든요.. 피를 보면 기절합니다.
    저희 애들아빠는 저랑 결혼한뒤에 둘이 같이 병원 다니면서 시력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검사 받았는데.. 기절을 어찌나 하던지.. 같이 다니기 부끄러울정도였어요. 시력검사하는데 눈에 무슨 바람같은거 훅 부는것에도 기절한 애들아빠.. 지금은 병원에서 피 뽑을일이 있으면 미리 말을 하고 누워서 피를 뽑습니다. 한 10분가량 기절하고 일어나고요.. 얼굴과 입술이 완전하게 하얗게 변하는데.. 어찌나 차가워지는지 무섭다니까요. 몇달전에도 회사에서 건강검진받을때 피를 뽑다가 또 기절을 해서 비상을 걸어 놓았다네요... 의사가 업무 못 보게 하고 눕혀 놓았다네요..ㅋㅋ

    전에는 그런거 다 거짓말만 같았는데 실제 그런 사람이랑 같이 살아보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희 애들아빠가 진짜 용하게도 저 애 둘 낳을때 두번다 기절 안하고 잘 버텨줘서 고맙고요. 그 이후엔 애들 예방접종도 못 보긴 해도요.

  • 3. 안개꽃
    '05.1.17 2:34 PM (218.154.xxx.222)

    저희 시누도 그런 증상(?)이 있어요.
    코피만 봐도 구토증상이 있는데.. 자기 애들이 흘리는 코피를 봐도 그렇다네요.
    제가 "어떻게 자식의 코피를 보고 그럴 수 있냐" 고 농담 한적도 있어요.ㅎㅎㅎ

    애가 코피 흘리고 있거나 어디 다쳐서 피 흘리면 닦아주지는 않고 옆에서 어떻게어떻게 하면서 울때도 있었다네요.
    성격이 엄청 괄괄한 편인데두요.

    저도 조인성 너무 좋아해요^^
    어제도 넋을 잃고 보고 있는데. 신랑이 그러네요.
    앞으로도 매주 주말마다 이 드라마 봐야 하냐구? 별 재미도 없구만 이럽니다.
    흑흑흑..

  • 4. 헤스티아
    '05.1.17 2:38 PM (220.117.xxx.208)

    erythrophobia라고.. 하는거 같은데,, 그게 정말 생활에 지장을 주면,, 인지행동요법치료와 같은 것을 받아야지요 -.-;;
    근데, 실습내내 온갖 피튀는 것을 봐야했을텐데,, 어찌 의사가 되었을꼬.. 신기하더만요.. 조인성... (남편은,, 말도 안된다고.--;;)

    전 근데, 조인성의 약간의 비 정상적인 행동같은게, 참 와 닿아서,, 조인성이 연기를 잘하는구나, 싶었어요..

  • 5. 웃음
    '05.1.17 2:42 PM (222.107.xxx.203)

    J님, 저의 딸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더 웃긴건, 그 딸아이가 의과대학을 다닙니다. 학교실습시간에
    몇번 기절했답니다, 님과 같은 증상으로...
    저는 딸아이가 손재주가 있어, 수술하는 과를 잘 할거라 생각하는데, 딸아이는 그 두려움으로(?)
    자꾸 망설이네요, 제 주장은 그런 증상은 반복해서 접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좀 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아주 어릴적, 제 기억으로는 예방주사를 맞기 두려워 십리(?)를 도망 간 기억도 있지만,
    저 역시 극복(?)하고 매일 주사바늘을 보고 있답니다.

  • 6. 아라레
    '05.1.17 2:47 PM (210.221.xxx.247)

    여자는 남자보다 천성적으로 피에 강하다고 그래요.
    사춘기 때부터 한달에 한번 마주치고 살아가니 면역력이 생긴다고 그러던데...
    그럼 제이님은 진짜 그럴 땐...어찌...?

  • 7. J
    '05.1.17 3:00 PM (211.207.xxx.233)

    위로가 되네요. (벙긋벙긋) 저랑 같은 분들이 많으시군요! 우하하~~ (웃을 일이 아닙니다만...)

    근데 정도차이가 있겠지만 극복이 되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임신기간에 매달 혈액검사 하는 게 정말 두려웠었는데... 다달이 나아지더군요. ^^;; 혹시 옆에서 핏줄 찾지못해 여기저기 찔리는 사람이 신음소리를 내거나 하는 일만 없다면 서서도 피 뽑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한때 단련(?)되었었지요.

    근데, 헤스티아님이 써 주신 걸 보니.. 정신이상 증상의 일종인가봐요. ㅠㅠ 저는 중학교 때에 붕어 해부 시간에도 뭇 참고 교실을 뛰쳐나가 복도에서 웩웩거렸다는....

    미스마플님의 바깥분과 안개꽃님의 시누님의 경우에는 저보다 더 심하시군요. 헉~! 전 이젠 조금 나아진 것도 깉이요. 코피 정도에는 괜찮고(외상으로 인한 게 아니라) 피도 종합검진할 때에 여섯 통씩 뽑는 게 아니면 눕지는 않아도 되니까요... ^^

    웃음님.... 대단한 따님이십니다. 저도 손재주가 있는 편인데 (특히 섬세한 면에) 그럼, 저도 극복하고 외과의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애초에 절대절대 바란 적 없었지만요... (성적이 안 되어서...ㅠㅠ)

    조인성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시죠? ㅎㅎ 누가 먼저 찜하시기 전에 대화명을 '인성조아'로 바꿀까나... 누구누구조아님처럼요. ^^ 커피와 케익님도 발리 보시면서 반하셨군요.. ㅎㅎ 비슷한 분을 사귀셨었다니 부럽습니당^^ 토요일이 벌써 기다려져요. 제가 보는 드라마 두 개가 다 주말에만 하네요.

    아라레님..ㅠㅠ 다들 그렇게 물으시더군요. 그 때에는 어떡하냐고.. 답은... 그 피는 그 피로 안 보여서 아무렇지도 않답니다.(상처가 있다는 사실이 자극되나봐요) 만약 그 피마저 끔찍하다면...저 어떻게 사나요... ㅠㅠ

  • 8. 이영희
    '05.1.17 3:04 PM (211.192.xxx.238)

    울딸이 이글을 안읽길 잘한것...ㅋㅋㅋ
    피를 보고 기절 하는게 아니라 조인성을 보면 드라마내 희죽 거린답니다...물론 지가...ㅎㅎㅎ
    키크고 그런것보다 표정의 다양함이 구엽워서....
    능글한....그래도 상큼한 맛을 주잖아요.
    리마리오의 능글함은 정말 싫지만.....

  • 9. 헤스티아
    '05.1.17 3:38 PM (220.117.xxx.208)

    헉 정신이상이아니라.. 그런 용어가 있었는데, 어제 내내 생각이 안나다가, J님 글 읽다가 겨우 생각난거여요...-.-;;; 뭐 저는 고소공포가 좀 있는걸요.. 아 무서워라..

  • 10. 김수진
    '05.1.17 4:59 PM (222.97.xxx.66)

    저도, 조인성 좋아해요.
    발리에서 생긴일 이후에 팬이 되었습니다.

  • 11. @.@
    '05.1.17 8:59 PM (222.106.xxx.188)

    신기해요.. J님의 증상이..
    마법때 보는 피는 그 피로 안보이고.. 상처에서 나는 피는 그 피로 보이고요..^^
    이해는 안 가지만, 재밌네요. ^^

  • 12. yuni
    '05.1.17 9:54 PM (219.248.xxx.83)

    저는 J님 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피를 보면 역시나 어지럽고 무서워요.
    저의 아버지도 그런 증상이 있으셨는데 우습게도 군 시절에는 미군부대의 병원에서 일하셨다네요.
    흐흐흐...
    제 남동생도 저랑 비슷하지요.
    애가 대학갈때 1차를 떨어져서 2차로 某의과대학에 붙었어요.
    그런데 아버지,엄마한테 싹싹 비는거에요.
    재수 공부 열심히 해서 다음해에 좋은 대학 갈테니 제발 의대 다니라 소리 하지 마라고...
    결국 다음해에 공대 갔어요.
    그때 의대 안간거 손톱 끝 만큼도 후회 안한대요.
    그런 동생이 다음달에 와이프 아이 낳을때는 분만실에 들어가겠답니다.
    형부와 제 남편의 야유를 그렇게 듣고도 그 고집 안 꺾는데 어디 두고 봐야지. 히히히...

    피라면 무서워서 벌벌 떠는 사람들만 모인 집인데 히안하게 주위에 의사랑 결혼 사람은 많네요.
    이모 할아버지도 의사, 이모부도 의사,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의사 사위를 둘이나 보시고...
    제 아들 내미는 공부도 그만큼 못했지만 공부 잘했어도 의대 못보냈을거 같아요.
    얘도 피만 보면 허옇게 질리거든요.
    그런데 제 딸아인 아주 그 방면에 소질이 있어요.
    공부만 좀 잘하면 그쪽 공부를 시키고 싶을만큼. 하하하....

  • 13. 닭짓
    '05.1.17 10:42 PM (221.147.xxx.84)

    erythrophobia 는 '적면공포증', 얼굴이 빨개지는걸 두려워하는 증상이랍니다.... 머 어쨌든, erythro... 가 피보고 놀라는건 아닙니다.

  • 14. 복만이네
    '05.1.18 2:04 AM (219.252.xxx.119)

    저 역시예요
    전 그래서 내가 만든 용어로 bloodphobia라고 하지요
    덕분에 전 의대를 권하시는 부모님 거역하고 돈도 못 벌고 살지요
    성적 뛰어나면 무조건 의대에 가는 분위기여서 친구들은 시험 일부가 빵구난 줄 알더군요
    근데 조금 차이가 느껴지네요
    초경때부터 적응하느라 걸린 최소 3년은
    내 몸에서 나오는 피를 견딜수 없어 수없이 죽음을 생각햇엇는데
    님은 전혀 아니엇다니, 와... 부럽네요
    아이도 엄마 닮을까봐
    미리 연습시킵니다.
    피가 나는 일 잇으면 침착하게 연기하지요
    빨간 피, 예쁘다 그치? 하면서요... 조금 나는 수준이니 가능햇겟지요^^
    5개월때 아기 입이 부딪쳐 피가 흐를땐 엉엉 울었드랫죠

  • 15. 그러면..
    '05.1.18 2:04 AM (211.210.xxx.44)

    Hematophobia 인가요??

  • 16. 헤스티아
    '05.1.18 2:48 AM (221.147.xxx.84)

    헤헤.. 저 [닭짓]군이 --> 문제의 [김군]입니다.. 아까 제가 책 찾아서 보여주었는데,, 낼름 자기가 아는척 하고 가버린겁니다. -.,-;;

    Needle phobia 혹은 blood injection phobia가 medical term인것 같구요..

    병명으로 하면 specific phobia중에 blood-injection-injury type이 비교적 타당할거 같아요....

    헷갈리다니 -.-;; 쿠궁.

  • 17. 리브
    '05.1.18 9:46 AM (211.51.xxx.250)

    저도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비슷한 증상이에요.
    그래서 이 글 일고 있는 이 순간 손에 힘이 빠져 주먹을 쥘수가 없어요...--

    아 그리고 고등학교때 교련시간인가 그때 상처난곳 드레싱하는거 배우죠?
    그때 손에 힘이 다 빠져 필기를 못햇다는거 아닙니까...

    그래도 나이가 드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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