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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지만 생각해볼 이야기

괜히익명 조회수 : 1,761
작성일 : 2004-12-24 15:50:45
제 남편이 경기도 지역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쇼핑몰 처럼 아주 큰 곳은 아니고 400평 정도 되는 일반 매장이지요.
경기가 안좋다보니까 아무래도 우리 살림살이 하는 아줌마들이
지갑을 꼭꼭 닫게 되어서 매출이 전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답니다.

그런데 저조한 매출 보다 더 울 남편을 속상하게 만드는 일이 있어요.
매장에서 물건을 쇼핑 하다가 손가방이나 아니면 들고다니는 검은 봉투
또는 주머니에 넣고 계산을 안하고 가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네요.
CCTV는 있으나 마나 하구 직원들 중 한 명은 아예 회사 유니폼을 벗고
매장을 돌면서 그것만 감시해야 할 정도라네요.^^
나이드신 분들이 두부나 야채 같은것을 손가방에 넣어 가지고 나가시는건
보고도 아는체 안하고 그냥 넘기고 그러는데
애기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엄마가 유모차 밑에 짐 놓는 부분있지요?
거기다가 검은봉투를 넣어와서 소고기 생선등을 잔득 집어넣고
정작 계산대에서는 몇 가지 물건만 계산하려다가 들키기도 하고.... 에효...

계산 안하고 나가다가 문 앞에서 들킨 사람들 보면
정말 그 물건이 별것 아닌것도 많대요
슬리퍼... 수세미....비누 등등...

남편 말이
정말 배고파서 물건을 그냥 가져가는 사람은 드물고
습관이 되서 그러는 사람도 많은것 같다고
그런 이야기 들으면 그 광경을 본 사람이나 듣는 저나 참 가슴이 아프지요..
그래서 얼마 전 부터 울 남편
학생들이 장난으로 물건을 훔치는 경우에는 참 엄하게 하더라구요.
인근에 학생들이
수업 파하는 시간에 여러명이 몰려 와서
서로 간 큰것 시험 하는지 이것 저것 코트 주머니 보조가방에 집어넣는게 많다네요.
일단 계산 안하고 나오는거 확인해서 문앞에서 붙잡는데
보면 훔친 물건이 거의 쵸코렛 과자 종류라고.....


어느날은 한 꺼번에 네명이 걸렸는데
주머니에 넣은 물건값은 칠천원 정도... 그냥 보낼수도 있었지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훈계를 하니까
장난한것 가지고 멀 그러냐는 식으로 대들더랍니다
이제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이요.
그래서 그 아이들 부모에게 연락했더니 한 아이의 부모만 오셔서....
물건값 배로 변상시키고  아이들 반성문 쓰게 하고
다시 또 걸리면 경찰서와 학교에 알리겠다고 했답니다.
그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 꼭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어떤 부모는 사춘기 아이들이 그럴수도 있지
오라가라 하냐고 화를 내시더래요....
울 남편 왈.... 누구는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그아이들 붙잡고 그러는줄 아냐고
나도 몇 만원 없어지는거.... 그런거 신경 안쓰고 싶다고...
그러나 그럴수도 있다고 그냥 놔두면
나중에 자라서 남의 물건 그냥 가져가는것에 죄책감도 못느끼다가
걸리게 되면 결국그게 바로 전과자가 되는거 아니겠냐구 해요


오늘 같은 날 참 듣기 거북한 이야기지요?
그래서 익명으로 썼답니다... 욕먹을까봐 ㅎㅎ~
암튼 모쪼록
새해에는 이런 일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물건을 계산안하고 가져가야만 하는
힘든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그리고
두부 한 모라도 몰래 가져가서 식탁에 놓고
자식이나 손주를 먹여야 하는 그 할머니......
계속해서 걸리지 말으셨으면 좋겠어요~~




IP : 61.42.xxx.254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키
    '04.12.24 3:54 PM (218.235.xxx.43)

    먹을꺼 훔쳐가서 먹으면 손가락이 오그라든데요..
    된장항아리 몽땅 도둑 맞은 시엄니 말씀이...
    그 된장 잘 가지고 가서 지도 먹고 새끼들도 멕이고 그랬겠죠?
    증말 돈 없으면 조금 퍼가던가..독째 통째로...간도 크죠...
    으...............ㅡ.ㅡ
    진짜..맛있는데...화난다..

  • 2. ...
    '04.12.24 3:57 PM (221.140.xxx.170)

    나이드신 분들이 설마 손주들 먹이려고 두부 훔치시겠어요...?
    그런 것도 다 버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에게도 엄하게 하셨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그 "도둑"들이 적반하장으로 너는 에미, 에비도 없냐고 대들겠지요... 에휴~

    저는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남의 것은 가지고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에 친구들 카페에 가서 이쁘다고 티스푼, 컵, 그릇 같은 거 집어 나오는데 저는 그런 애들하고는 그 다음부터는 상종도 안 했어요...
    자기야 재미겠지만 당하는 주인은 무슨 죄냐구요...

    원글님네 수퍼에는 그런 "도둑"들은 사라지고 손님들이 넘쳐나서 부자되시길 빌어봅니다...

  • 3. ...
    '04.12.24 3:59 PM (221.140.xxx.170)

    저희 친정어머니도 신도시에서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시는데 여름내 땀흘려 농사지어놓은 마늘을 뿌리채 뽑아가는 사람들 얘기 들으면 정말이지 욕 나온다니까요...

    정말 그렇게 훔쳐가서 먹으면 맛있는 건지...
    마키님 시어머님 말씀처럼 손가락 뿐만 아니라 온 몸이 오그라들었으면 좋겠네요...우쒸...

  • 4. 울화통
    '04.12.24 4:04 PM (211.251.xxx.129)

    네. 그런 어른은 톡톡히 망신 주시구요.
    아이들도 절대 가만두지 마세요.
    저 교사인데 이곳은 정말 평수도 크고 과외비로 엄청난 돈을 쓰는 아이들인데도 슈퍼에서 물건 집어가는 애들이 무척 많습니다. 부모님들께 연락하면................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응 많습니다.
    그까짓거 물어주면 된다.
    장난으로 그런걸 가지고...........
    자랄때 다 그럴수도 있지...............
    여하튼 애고 어른이고 기본이 안된 인간들 생각보다 많아요.

  • 5. 커피와케익
    '04.12.24 4:09 PM (210.183.xxx.202)

    헉~~원글님 속상하시겠어요..정말 울나라가 어찌 되려는지..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옛말이 괜히 생겨난 건 아닐텐데..하긴 연세드신 어르신들까지 그러신다니
    정말 더이상 할말이 없네요. 저도 울화통님 말씀에 동감...엄하게 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 6. IamChris
    '04.12.24 4:21 PM (163.152.xxx.179)

    원글님 익명안하셔도 될 만큼 옳은 소리 하셨네요.
    저도 6살때인가 동네 구멍가게에서 빨간 쨈같은 불량식품 하나 훔쳐먹은 적 있었어요. 아마 당시 돈으로 5원인가 10원인가(누가바가 20원이던 시절...)
    친할머니에게 말씀드리면 곧잘 사주시곤 했는데 그날은 왜 그랬는지...
    가게님 아주머니에게 걸렸는지 할머니에게 걸렸는지 결말은 기억에 없는데
    훔쳤다는 사실 하나와 그 때 조마조마... 그 이후 양심에 가책은 지금까지도 기억나네요.
    혼자서 부끄러워서 얼굴 붉히기도 하고요.

    싸가지 없는 부모들은 그 자식들 그대로 키우게 나두셔요.
    아마 보고배운 게 없어서 그려려니 해두죠 뭐...

  • 7. ...
    '04.12.24 4:23 PM (211.212.xxx.246)

    중학생 아이들 얘기하는 것 들어보면 많은 아이들이 그런짓에 죄의식 없어요. 자랑하듯 떠벌리죠 나 이렇게 이렇게 했다. 우리 클때하고는 많이 다른것 같아요. 범죄 영화나 이런거에 일찍 노출되어서 그런지...우리가 범죄라고 생각하는걸 그냥 재미로 생각하는거 같기도 하고... 저도 좀 오바해서 생각해보면...이러다 사람 죽이고 이러는 것도 게임쯤으로 아무 생각없이 하는 미국식 아이들 우리나라에도 곧 나오지 않을까 걱정됩디다요... 엄마들 교육이 젤 중요해요...설마 하지 마시고 우리아이들 먼저 점검해보시고 가치관에 관한 얘기도 함 해보세요...어떻게 생각하느냐...
    자기는 그런짓 안해도 다른애들이 하는거 어른들이 간섭하거나 혼내는거 과잉이고 귀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방관자적 가치관이 형성된 애들이라고 해야하나요?? 참 걱정됩니다....

  • 8. joinin
    '04.12.24 4:31 PM (24.86.xxx.105)

    인생에 두 가지 없어지 안는 흉이 있데요.
    불에 덴 흉하고 도둑질 한 흉.
    요즘은 의학 발달로 불에 덴 흉은 없앨 수 있지만 도둑질 한 흉은 지워줄 수 없어요.
    예전에 매장을 한 적이 있는데 가정 주부가 와서 도둑질을 하는걸 들켰는데 오히려 큰 소리 였습니다.
    그 엄마한테 자란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온전히 자랄까 생각했었습니다.

  • 9. 잘 하셨어요!
    '04.12.24 4:40 PM (222.103.xxx.65)

    애들 키우다보면 별일이 다 있는데
    착하기 그지 없는 우리 아들 녀석이
    하루는 수퍼에서 도둑질을 했다고연락이 왔어요.
    중학교 2학년 때이군요.
    두말도 안하고 수퍼로 달려가서
    사과하고 사과시키고 돈 물어드리고 좀더 드리고 왔습니다.
    고맙다고 말하구요.
    그리고는 그런일 없습니다.
    아이가 친구들이랑 어울려다니다가 장난기가 발동한 것은 맞구요,
    들키지 않고 엄마가 알지 못하는 한 계속 되었을 것 같더라구요.
    아이들 크면서 있을 수는 있는 일이지만 누군가가 잘못된 것을 알려주어야하지요.
    그때 수퍼아저씨 전화안하셨으면 어쩔뻔했겠어요?

  • 10. 대단하시다
    '04.12.24 4:56 PM (210.94.xxx.89)

    훔쳐가는 사람들도 대단하고, 훔치고 죄의식 없는 애들도 대단하고.. 되려 큰 소리인 그네들 부모도 대단하고...
    무엇보다.. 남의 자식이라도 바로 잡아주려는 원글님 남편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심지가 있으신 분이네요. 장난인지 죄인지도 모르다가 청소년들 큰일 납니다.

  • 11. ...
    '04.12.24 5:04 PM (211.227.xxx.131)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저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수능 사건 일어나도 눈깜박 안하고 "큰 죄인 줄 몰랐다나?"
    그냥 재수좋게 넘어가기만 하면 되고
    걸리면 재수가 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참으로 한심합니다.

    고2인 아이가 아직 핸드폰 필요없다고 하여 안사주었습니다.
    학교에서 최신형 핸드폰을 주었길래 담임선생님께 갖다드렸는데...
    친구들 왈 "미쳤니? 그걸 왜 갖다줘?" 하더랍니다.
    또 교과서가 수시로 없어져서 이젠 아예 사지 않고 친구것 프린트해서
    공부하는데... 시험때 또 프린트하려고 하니까
    친한 친구와 "너도 쌔벼..."라고 했답니다.
    실내화 슬리퍼가 없어지는 것은 예사랍니다.

    우리 아이 왈 "어른들 기성세대라고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 이미 나쁜 물 들대로 다 들어서
    이나라가 걱정되요"라고 합니다.

    위 이야기 읽으며 부모들이 그 모양이니 자식들도 다 아무렇지도 않게
    도둑질을 쉽게 하는 것 같습니다.

  • 12. 남말이 아니당.
    '04.12.24 5:15 PM (211.179.xxx.202)

    후후..그런말이 있잖아요.
    한국에선 내신성적이면 다 통한다고

    그거 걸려서 학교 내신성적에 반영하면 절대 안훔쳐가겠죠?

  • 13. 용감씩씩꿋꿋
    '04.12.24 5:19 PM (221.146.xxx.141)

    황당,,,,,,
    아이들이 어린 맘에 그랬으면
    당연히 어른이 야단쳐서 안 하게 해야지
    그걸 가지고 오라가라 한다는 말이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 14. 안양댁..^^..
    '04.12.24 5:23 PM (219.248.xxx.14)

    중학생들은 그걸장난으로생각하더라구요.....근데 애기엄마가 그런다면 심각하네요...

  • 15. 경험자
    '04.12.24 5:27 PM (221.165.xxx.79)

    저는 중학교때 한때였는데 종종 훔쳤었어요. 슈퍼에서 초콜렛이랑 사탕 그리고 팬시점에서 예쁜 소품 등등. 친한 친구랑 셋이 그랬었는데 한 몇 달간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랑 너무 나쁜짓같다고 다시는 하지 말자고 약속하고는 진짜 안했어요. 스스로 부끄러웠고요.

    저 지금 도덕적으로 바르게 살고 있고 공부하는 직업에 그 친구들도 모두 그래요 ^^ 그 때 일들을 서로 말은 안하지만 아마 도덕적으로 더 자극이 되었을 거예요.

    근데 그 계기가 문방구 아줌마 때문이었어요. 뚱뚱하고 괴팍하게 생기신 아줌마였는데, 우리가 훔치는 걸 보셨는지 암말 안하시고, 난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셨는데, 그게 나름대로 도덕적인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스스로 부끄럽게 만들었어요. 만약 아줌마가 우리 데꾸 경찰서라도 가거나 학교에라도 알리거나 엄마한테 말했더라면 결과가 더 안좋았을지도 몰라요.

    어쨌든 지금은 그 아줌마가 고마워요!

  • 16. .
    '04.12.24 9:29 PM (218.236.xxx.131)

    도둑질은 죄입니다.
    모르면 가르켜서라도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게 누가 됐든 안되는건 안되는 겁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할머니든 ....
    누구는 이래서 누구는 몰라서 누구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하나하나 이해하다 보면 이사회는 도덕이란게 없어지고 흐려집니다.
    사회는 도덕과 법이 있어야 해요.
    자기자식 잠깐 귀히 여겨 넘어가면 그 아이의 장래는 그 아이가 나중에 살아갈 이 사회는
    어떻게들 물려주려 하는지... 정말 심각합니다...

  • 17. 이런이런
    '04.12.24 10:35 PM (141.223.xxx.194)

    남편분 생각에 참 동감이 되네요..
    아이들 잘 못한건 그때그때 따끔하게 혼내야 다시 안그러죠
    요즘 엄마들 너무 자기 자식 귀한줄만 알고 그저 애 기 안죽이려는데요
    잘못 키운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 자식만 귀한거 아니고 남의 자식도 귀하고 다른 사람도 귀한건데
    남에게 피해 끼치면 따끔히 혼내질 않고 자기 애 기죽였다고 오히려 큰소리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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