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던 아가씨 시절 직장 생활하면서 내가 잘 하고 좋아하던 일이 한가지 있었다.
터울이 뜨믄뜨문한 동생들이 워낙 남보다 많았던 나는 별로 자상하지도 않은 누나 언니였지만
한번씩 기분 확 풀기는 했었던가보다.
비오는 날 전화해서 '누가 우산 가지고 정류장에 나올래?'하면 서로 나가겠다고 한거 지금도 이야기한다.
우산 갖고 나오면 맛난거 꼭 사 주었으니까!
그리고 아버지께서 맏이인 나한테 해 주신 산타의 선물 놀이-야 말로 내가 좋아하고 저희도 좋아하던 이벤트였다.
아무도 몰래 선물을 하나하나 동생들 몫으로 사다가 포장을 해서 숨겨두었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늦게 잠자기 전에 거실 화분 주위에 주욱 늘어놓는거다.
그러면 아침에 저희끼리 일어나 얼마나 부산한지.....
아, 그 행복함이란!
출근도 안 하겠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조로록 동생들이 왁자하니 좋아하는 소리를 듣는......
또 부모님은 그 모습이 즐거워 더 나한테 미더워하시고.
나중에 동생들이 그랬다. 큰언니, 누나가 해 주는 걸 알고 있었어도 그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내가 사 준 특이하고 이쁜 일기장으로 전교가 알아주는 일기왕이 되었던거며 처음으로 워키토키를 선물 받고 "아버지 나와라 오버" 하다가 "버르장 머리,반말하냐? "로 웃었던 이야기......
그 추억은 저희에게나 나에게나 소중한 것인가 싶다......
올해 갑자기 그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은 이모들이 있어 내가 신경쓰기 전에 벌써 온갖 혜택을 받고 자랐지만
조카들을 생각하니 아, 이제 내가 무언가 해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나이어린 외가 사촌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좀 골라보라고 했다.
건담이라면 넘어가는 아이들에게는 아들이 소장품 몇개를 나누어 줄 테고
아기자기 딸내미들에게는 우리딸이 팬시용품을 골라 보낼까한다.
포장을 끝내고 이제 내일 아침에 우체국 가기만 하면 되는구나 하면서
자리에 누워 생각하니
우리 아이들이 내가 느낀 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거 같아 마음 한켠이 서운하다.
선물이란
그 선물을 살 때 받아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에서 시작해서
풀어보는 그 환한 얼굴을 보는 것이 절정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 기쁨과 행복을 느껴 볼 수록 누구에게 무언가 주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 수 있으련만......
이런저런 상념에 젖은 나에게 딸이 숙제를 준다.
이브에 친구들이랑 우리집에서 놀면 안 되냐고
왜 안돼? 초딩때부터 알고 있는 지지배들인걸......
자. 얘들이 먹고 마시는데 무얼 해 주어야 하지?
밤새 깔깔 댈 텐데 우린 어찌 밤을 보낸다?
결국 딸의 클스마스로 나의 생각은 이어지고 만다......
여러분 올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 굳이 크리스찬이 아니어도 따뜻한 마음이나마 나눕시다요.
가족 친구 그리고 갑자기 생각나는 누구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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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파티......
lyu 조회수 : 881
작성일 : 2004-12-23 08:43:28
IP : 220.118.xxx.5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헤르미온느
'04.12.23 9:54 AM (218.145.xxx.136)우와........끼어 앉고 싶은 크리스마스 풍경이네요^^
어릴때. 늘 공책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었는데, 워낙 연필로 끄적대는걸 좋아해서
여러권의 공책을 선물로 받으면 그렇게 좋았었지요...^^
류언냐의 레이다망에 걸려서 사는 사람들,,,부럽부럽^^2. 숲
'04.12.23 10:28 AM (210.183.xxx.107)마음이 정말 예쁘세요. 온기가 여기까지 전해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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